제 328장. 입마
동굴 위쪽에서 사람들이 사령의 본원을 연화하고 있을 때, 양준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다만 양준이 연화하는 본원이 다른 사람들의 것과 조금 다를 뿐이었다. 또한 혼사령이 남긴 본원과도 아예 속성이 달랐다.
연화하는 도중, 금신에서 일정한 속도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본원의 기운과 서로 호응하는 움직임이었다. 진양원기를 단전 안으로 밀어 넣은 양준은 온통 검은 기운에 휩싸였다. 마치 마장 몽과와 같은 상태였다.
다만,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었는데, 몽과는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있고 마기를 거둘 수 있는 것에 비해 양준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온통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었지만, 오직 눈을 뜰 때만 반짝이는 빛을 뿜었다. 차가운 마기가 퍼지면서 동굴 전체에서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굴은 금방 새하얀 서리로 뒤덮이더니 살얼음이 꼈다.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황급히 도망쳤다. 백 장 넘게 도망친 뒤에야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동굴 쪽은 이미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공기 중의 수분도 얼음으로 변해 한 층, 한 층 뒤덮인 채로 멀리까지 뻗어 있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은 얼어붙은 땅인 것 같았다. 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실력이 낮은 사람들은 여전히 덜덜 떨고 있었다. 영혼의 깊은 곳까지 서늘해지는 한기가 느껴질 때마다 다들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심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사령 샘구멍에서 느껴지던 한기와 비슷한데?”
전에 축대 위를 지키고 있을 때에도 사람들은 이런 차가운 한기를 느꼈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뚜렷하지 않았다.
“양준은 괜찮을까?”
호미아가 낮은 목소리로 언니에게 물었다.
호교아는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움직임은 그가 일으킨 것일 거야. 이 한기가 여전한 이상, 괜찮을 거야.”
사실 그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동생을 위로할 뿐이었다.
냉산도 동의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사람은 오래 못 살고 나쁜 놈들이 오래 살잖아. 걔는 괜찮을 거야.”
“이런.”
심혁이 혀를 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매, 왜 말을 꼭 그렇게 야박하게 해?”
냉산이 곧바로 그를 노려봤다.
“히히…….”
심혁은 머쓱해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지하 동굴 아래에서 양준은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한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이런 한기는 그의 지금 상태에 매우 적합했다. 그는 괴롭기는커녕 매우 즐기는 표정이었다. 금신의 기운을 움직일 때, 양준은 항상 사악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사악할 뿐만 아니라 차갑기까지 했다. 두 기운은 함께 어우러져 서로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밖에서 해가 뜨고 달이 지면서 동굴 안에도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본원의 기운을 연화하자 본원에 숨어 있던 기운은 열쇠로 변해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금신의 오묘함을 풀어주었다.
그 순간, 금신의 속박이 완전히 풀렸다. 광기 어린 사기가 휘몰아치며 동굴 전체를 순식간에 어둠으로 덮었다. 사기가 들끓자 교룡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윙윙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양준은 눈을 번쩍 떴다. 두 눈에 담긴 시뻘건 빛이 신속하게 물러가면서 금신 안의 각종 기묘하고 현묘한 것들이 양준에게 보여졌다.
사기로 휩싸인 양준의 시선이 생생하게 빛을 발했다. 실눈을 뜬 양준은 손가락을 굽혀 천천히 이마에 가져다 대고는 꿈꾸는 듯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입마!”
몸은 순식간에 끝없는 동굴로 변해 미친 듯이 바깥의 어두운 사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한 가닥, 한 가닥, 보이는 기운으로 변해 양준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는 순간에 모든 검은 사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것을 대체한 것은 양준의 몸에 늘어난 한 줄기, 또 한 줄기의 무늬였다. 이 무늬는 촘촘하였는데 괴이하고 미묘한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어 양준 몸의 구 할을 차지했다. 오직 얼굴만 깨끗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양준은 침착한 얼굴을 유지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그의 얼굴에는 오로지 잔혹한 눈동자만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상태와 예전의 상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전처럼 검은 기운에 휩싸여 있지 않아 얼굴만 봐서는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전투력은 예전보다 훨씬 강했다. 다만, 경지는 여전했고 전혀 발전이 없었다. 그 거대한 사령 본원은 그저 금신의 대문을 열어 주는 작용만 했다.
양준이 일어서자 천지 간이 뒤흔들리며 윙윙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사람들은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마기가 비추어 들어오자 동굴에서 백 장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눈을 격렬하게 떨었다.
양준이 살며시 주먹을 움켜쥐자 맑은 소리가 전해졌다. 이 주먹에는 천지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 담겨 있는 듯했다.
양준은 전에 없던 자신감을 느꼈다. 앞에 신유 경지의 고수가 서 있어도 양준은 그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양준이 손을 펼치자 검은색 사기가 뱀처럼 날아가 얼어붙은 동굴 벽을 파고 들어갔다. 양준이 신식으로 살펴보자 그것은 몇십 장 밖으로 날아갔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위력이 괜찮군.’
그것 말고도 양준은 자신의 몸에 기혈의 힘이 담겨 있고, 전례 없이 왕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보다 적어도 4~5배는 강했다. 기혈이 왕성하다는 것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내는 특징은 바로 회복력이었다. 또한 힘과 속도는 모두 기혈의 강약과 연관되어 있었다.
입마한 뒤, 온몸의 기혈은 모두 활발해지고 확대되기까지 했다.
동굴 위쪽에서 귀왕곡과 보기종, 호씨 자매 일행은 조급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양준이 폐관 수련한 지 이미 보름이나 지났지만, 그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가 폐관하고 있는 동굴에서 주위 몇십 장은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양 형은 왜 아직도 안 나오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정영은 왔다 갔다 하면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가운 시선이 그를 주목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움츠리고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심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쉽게도 우리 중에 신유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없네. 만약 누군가 신식을 수련했더라면 아래쪽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도양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신식이 있어도 살펴볼 수 없었을 거야. 이 한기는 일반적인 신식도 다 얼게 만드니 말이야.”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점점 더 양준이 걱정되었다.
또 시간이 한참 지났다.
촤라락-
절대 녹을 것 같지 않던 얼음이 폭발하면서 깨졌다. 흩날리는 얼음 조각 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날아왔다.
사람들은 기쁜 얼굴로 다급히 그를 맞이했다.
“드디어 나왔구나. 안 나오면 얼음을 깨고 들어가 보려고 했어.”
심혁은 양준이 나온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양준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사람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걱정했겠네.”
“나왔으면 됐어. 우리 먼저 이곳을 떠나자. 흉살사동은 지금 좀 불안정해.”
냉산이 다급하게 말했다.
도양도 고개를 끄덕였다.
흉살사동에 강력한 원기 파동이 일어난 뒤, 귀왕 산하의 이매망량 중에서 두 사람이나 죽고, 마령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퍼졌다. 양준이 폐관 수련하는 시간 동안 이미 많은 신유 경지의 고수들이 이곳을 살펴보러 왔었다. 계속해서 머무른다면 분명 번거로워질 것이다.
*흉살사동과 삼십 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심혁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양 형, 이매망량도 죽거나 다쳤던데 넌 어떻게 이렇게 무사한 거야? 네 얼굴을 보니 큰 것을 얻은 모양인데?”
그의 말을 듣자 사람들이 모두 시선을 보내왔다. 그들도 매우 궁금한 듯했다.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수확이 있었을 뿐이야. 그 늙은이들은 사령 샘구멍에서 나온 물체와 싸우다 다친 거고. 난 운이 좋아서 그 뒤에 수확을 얻은 거지.”
“그게…….”
심혁은 깜짝 놀라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운이 좋긴 해. 세상에 이런 운도 다 있다니.”
도양이 가볍게 웃었다.
“이매망량이 양 형을 잡아가서 오히려 양 형에게 기연을 만들어 주었네. 그놈들은 본전도 못 찾고 말이야. 하하!”
“난 왜 그런 운이 없지?”
정영은 한숨을 내쉬며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냉산이 비꼬며 말했다.
“양준 말고 우리 중의 누구라도 그들에게 잡혀 들어갔으면 죽었어. 넌 그런 운이 쉽게 오는 건 줄 알아?”
정영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저 말해 본 것뿐이야.”
사람들이 어찌 이매망량 손에서 이득을 얻는 것이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모르겠는가? 비록 양준이 자세하게 말은 하지 않아도 그 속에는 분명 사람들이 모르는 위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만이 이매망량 손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알고 지내면서 그들은 양준의 괴이한 능력을 무수히 많이 보았다. 그들은 양준을 보통 진원 경지의 무인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