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33화 (333/853)

제 333장. 날 협박하는 건가요?

“우리가 너희를 공격하지는 않았잖아.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뇌광의 청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웃기고 있네!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준이 고개를 갸웃하고 관지락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관지락을 제외하고 모두 신유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방금 전의 위험을 감지할 수가 없었다.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가 신혼기로 몰래 양준을 급습했을 때, 만약 양준이 신식을 수련하지 않고, 방어용 신혼기도 없었다면 지금쯤 진작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사영이 소리치는 동시에, 양준이 먼저 야만적으로 두 사람을 공격한 상황이었다. 사실은 오직 양준과 관지락만이 알고 있었다.

관지락도 잠깐 넋을 놓고 있었다. 그는 양준이 어떻게 무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양준의 물음에 그는 서둘러 일어났다.

관지락은 실눈을 뜨고 잠시 침묵하다가, 곧 냉소했다.

“참아 줄 게 따로 있지.”

“하하하! 맞습니다.”

양준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여부의 얼굴을 밟은 발에 더 힘을 실었다.

“네까짓 게 감히 날 이리 대해!”

여부가 찢어질 듯이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지르는 순간 진흙이 한 입 가득 들어찼다. 예쁜 얼굴은 이미 핏기가 사라지고 눈에는 굴욕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실력도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고, 자질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홍원 같은 이등 종문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의 실력이었고, 더하여 예쁜 외모까지 가지고 있으니 줄곧 종문에서 떠받들어지는 존재였다. 평소에는 거만하기 그지없어 향초 외에 다른 동년배 남자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던 그녀가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있겠는가.

여부는 입속의 모래를 느끼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남의 발에 밟힌 모습을 상상해 보고는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닥쳐!”

양준이 무덤덤하게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제기…….”

사영도 누군가에게 제압당한 것이 내키지 않았는지 대뜸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가 욕 한마디를 제대로 내뱉기도 전에, 양준의 주먹이 그의 입을 내리쳤다.

퍽-

사영의 뒷말은 도로 삼켜졌고, 이 대여섯 개가 부러지는 바람에 입안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시는 입을 열지 못했다.

“멈춰!”

그제서야 뇌광과 비홍원의 신유 경지 고수들이 서둘러 달려왔다. 두 고수는 양준의 신혼기에 공격당한 다음, 곧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이쪽으로 달려온 것이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두 고수는 양준에게서 십여 장 떨어진 곳에 나타나서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양준은 고개를 들어 태연자약하게 두 고수를 바라보았다.

계속 양준을 주시하던 두 고수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사영과, 반쪽 얼굴이 진흙에 파묻혀 있는 여부를 발견하고는 저도 몰래 얼굴을 붉혔다. 후배 제자들이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면 그들의 체면도 깎이는 일이었다. 더욱이 이는 두 사람이 먼저 몰래 급습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더욱 굴욕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수 배웠네.”

뇌광의 신유 경지 고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차일반이죠.”

양준은 무심히 대꾸했다.

비홍원의 신유 경지 고수는 헛기침을 하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젊은이, 먼저 사람을 풀어주게나. 참 보기 흉하지 않는가.”

“그건 당신들 일이지,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인데요.”

비홍원의 고수는 안색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는가?”

뇌광의 신유 경지 고수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젊은이, 방금 전 일은 우리가 사과하지. 먼저 사람을 놓아 주게나. 무슨 일이든 여지를 남겨야 나중에라도 다시 보지 않겠는가?”

고수들이 애매하게 말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은 사영과 여부의 무례함 때문에 그들이 사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준은 그들이 자신을 습격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양준은 빙그레 웃더니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

“어떤 일은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일이 아니죠.”

“그럼 뭘 어쩔 셈인가?”

뇌광의 고수가 얼굴빛을 흐리며 물었다. 양준은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대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체면을 구기며 사과하는 것도 사영과 여부의 생사를 상대방이 장악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여기까지가 최선이었다.

“어쩌려는 생각은 없는데요.”

양준은 연신 냉소를 흘리며 손으로 진원을 대량으로 내뿜었다. 그 모습은 마치 뱀의 혀처럼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양준이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이 두 고수가 왜 자신에게 살의를 품고 있는지였다.

그는 오늘 막 이곳에 도착한 참이었고, 이들에게 살기 띤 견제를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직접 물으면 기필코 아무 대답도 얻지 못할 것이 뻔했다. 양준은 지금 상황이 매우 수상쩍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한마디 충고하는데 그만하고 당장 풀어줘. 안 그럼 평생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뇌광의 고수는 더는 양준과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말하는 한편, 진원을 서서히 가동시켰다. 양준이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바로 공격할 작정이었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요?”

양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얼굴에 난폭한 기운을 살짝 내비쳤다.

“그래!”

뇌광의 고수가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당신도 같은 생각인 거죠?”

양준은 비홍원의 고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느다랗게 뜬 눈동자에는 위험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비홍원의 고수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같은 뜻이라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양준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이내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는 양손으로 진원을 대량으로 내뿜는 동시에 사영과 여부의 한쪽 어깨를 공격했다.

잇따라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사영과 여부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곧이어 그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각각 한쪽 팔이 부러졌다.

“감히…….”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는 얼굴빛이 크게 변하면서 경악에 찬,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이 이토록 광적으로 나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관지락은 경악한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모든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양준은 냉담한 표정으로 두 고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눈에는 경멸을 그대로 드러낸 채,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다음은 가슴팍입니다.”

“저게 감히!”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는 동시에 격노했다. 만약 진짜로 가슴팍을 내리치면 사영과 여부가 목숨을 부지할 수나 있겠는가.

“덤빌 자신 있으면 한 번 덤벼 보시든가.”

양준이 비웃었다.

두 고수는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 양준은 전혀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는 지금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 고수는 그제야 눈앞의 젊은이가 그들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처럼 과감하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성정은 강하게 몰아붙일수록 더욱 반발심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금 전 두 고수의 위협이 그의 화를 돋운 게 분명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멈출 것이냐.”

비홍원의 고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건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양준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살짝 돌려 어둠 속의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 위치에서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향초는 저도 모르게 코를 만지작거렸다. 품위 있는 얼굴에는 흥미진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도련님……!”

그의 뒤에 있던 신유 경지 고수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저 녀석이 도련님을 보고 있는 건가요?”

“그런 것 같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향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촉이 좋은 놈인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향초는 마음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어, 잠깐 생각하다가 대범하게 웃어넘기고는 먼저 걸어 나갔다.

잠시 뒤, 양준 일행이 있는 곳에 가까워진 향초는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무슨 일이지? 왜 이리 소란이야?”

책임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해서인지, 긴장했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혈전방과 풍우루의 제자들은 모두 걱정스러워하는 반면, 뇌광과 비홍원의 제자들은 깨고소해했다. 그들은 양준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사영과 여부를 공격한 이상, 분명 추궁당하고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향 공자!”

자리에 있던 신유 경지 세 명이 향초에게 예를 올렸다.

향초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씨 자매에게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사영과 여부가 서로 질세라 크게 소리쳤다.

“향 공자, 살려주십시오. 이놈이 저희를 죽이려고 합니다.”

찰싹- 찰싹-

그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준이 둘의 뺨을 후려쳤다. 한밤중이라 뺨을 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향초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십여 장의 거리를 두고 양준과 힐끗 마주 보았다.

“향 공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뇌광의 고수는 얼른 앞으로 나아가 방금 있었던 일을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향초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향초는 시선으로 인파를 한 번 훑더니 호미아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

“미아, 네가 말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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