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6장. 역시 창운사지 출신이었어!
고수 두 명이 백호와 신우의 수혼을 겨우 물리치고 돌아보니 양준이 제자들을 마구 죽이고 있었다. 잠깐 사이 또 제자 대여섯 명이 죽어 있자, 둘은 화가 치밀어 울부짖었다.
“네가 감히!”
“이미 다 죽였는데.”
양준은 흉악하게 웃으며 한 손으로 뇌광 제자의 목을 비틀어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시체는 대여섯 바퀴나 굴러서야 멈춰 섰고, 모습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두 고수는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원래 그들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양준을 찾아오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싸움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그들 쪽에는 이미 십여 명이 죽었고, 상대방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였다.
“다들 물러서.”
비홍원의 고수가 소리쳤다.
그가 소리치자 살아남은 제자들은 어두운 얼굴빛으로 몇십 장 밖으로 도망친 다음, 떨리는 눈빛으로 장내를 바라보았다.
젊은 제자들을 뒤로 물린 고수 두 명은 점차 대담하게 좌우 협공을 펼치며 양준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두 사람의 진원이 안개처럼 퍼져 나가 양준을 감싸자, 그들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각종 초식을 날렸다.
두 고수는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신유 경지가 진원 경지와 대적할 때, 가장 큰 무기는 신혼기였다. 하지만 양준 앞에서 두 사람은 신혼기를 펼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의 신혼기를 방어하기 급급했다.
세 사람은 치열하게 싸웠다. 겉으로 보기에 양준은 절대적인 열세에 처해 두 고수에게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원 경지 무인 혼자서 신유 경지 고수 두 명의 공격을 막아 낸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사영과 여부는 창백한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제야 그들은 그날 밤 양준에게 된통 당한 것이 상대가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그들이 아무리 경계심을 높여 방어한다고 해도 결코 양준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 있지?”
사영은 씁쓸함을 삼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동자만 바르르 떨고 있을 뿐이었다.
‘제길, 내가 어쩌다 저런 놈을 건드려서 이 고생을 하는 거지.’
그의 강함과 무시무시함은 이미 여부의 상상을 벗어나 있었다. 덩달아 원래 복수하려던 마음도 삽시간에 희석되었다. 지금 여부는 두 고수가 이 자리에서 양준을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니면 앞으로도 발 뻗고 잘 수가 없을 것이다.
주변에 뜨거운 바람이 일 정도로, 양준은 온몸의 진양원기를 한껏 내뿜으며 수련한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시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유 경지 고수 두 명을 동시에 대적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상대방의 공격이 양준의 가슴을 명중했다. 양준은 얼굴빛이 살짝 흐릿해지더니 탕, 소리와 함께 뒤쪽으로 날아갔다.
“좋아!”
사영은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마치 양준을 부상 입히는 데 그도 힘을 보탠 것 같았다.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는 몸을 날려 바닥에 착지했다. 그들은 음침한 얼굴로 양준과 십여 장 떨어진 곳에 서서 정신을 집중해 그를 바라보았다.
양준이 그들에게 부상을 입었지만, 둘 다 그 정도 상처가 양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준의 체내 진원은 순수하고 거대해, 공격의 팔 할을 직접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도 두 고수는 결과에 만족했다. 신유 경지 두 명이 협력해 진원 경지 무인을 상대하면서 이기지도 못하면,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어디 더 까불어 보시지?”
뇌광의 고수가 어두운 얼굴로 일갈했다.
비홍원의 고수도 음침하게 양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손에 죽은 두 종문의 제자가 수두룩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받은 만큼 돌려주마.”
“흐흐흐…….”
양준은 천천히 일어섰다. 비록 모습이 처참했지만, 그는 여전히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그는 입가의 피를 쓱 닦고서 고개를 들어 눈앞의 두 고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전의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신유 경지라 그런지 제법이군.”
양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맞은편 두 고수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은 왜 지금에 이르러서도 양준이 여전히 여유가 있는 모습으로, 전혀 두려움이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뇌광의 고수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네가 우리 두 종문의 제자들을 죽였지만, 우리는 네 목숨까지 거둘 생각은 없다. 스스로 무위를 폐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양준이 씩 웃었다.
“나를 죽이면, 향초에게도 이용할 패가 없겠지?”
두 고수는 동시에 눈을 가늘게 떴다.
‘촉까지 빠르네.’
양준은 두 종문의 제자들을 많이 죽였다. 만약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이 양준을 살려 둘 리가 없었다. 하지만 향초는 그들에게 양준을 불구로 만들되, 절대 죽이면 안 된다고 명령했다. 양준의 목숨을 살려 두면 큰 쓸모가 있다고 했다. 두 종문 모두 향씨 가문에 줄을 대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향초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향초는 향씨 가문의 차기 가주였다. 그와 친분을 쌓아야만 뇌광과 비홍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양준의 말에 뇌광의 고수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늘이 생명을 아끼라 했으니 자비를 베푸는 것뿐이다. 이 일은 향 공자와 무관하다.”
비홍원의 고수도 차갑게 일갈했다.
“어서 무위를 폐하지 않고 뭐해?! 내가 직접 나서야 하나?”
“좋아, 좋아.”
양준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흰 송곳니를 드러낸 채, 두 고수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 기꺼이 향초의 개가 되겠다고 하니, 그것도 너희들의 자업자득이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놈.”
뇌광의 고수가 대노해 소리쳤다.
양준은 얼굴빛이 차가워지더니 한쪽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와 동시에 그의 주위를 에워쌌던 뜨거운 원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 고수는 양준이 무슨 꼼수를 부리는지 몰랐으나 은연 중에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둘은 서로 시선을 마주한 뒤, 더는 지체하지 않고 동시에 몸을 날려 앞으로 날아갔다.
양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중지를 미간에 살며시 댔다. 이윽고 뭔가를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은한 소리에는 신비한 마력이 있어, 마치 북소리처럼 맑고 깨끗하게 천지에 울려 퍼졌다.
“입마!”
쾅-
천지가 전율하듯 대지가 울부짖고 하늘이 빙빙 돌아가는 것 같은 가운데 비할 데 없는 사살마기(邪煞魔氣)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사악한 기운은 순수하고 횡포하기 그지없어, 그것이 휩쓸고 간 곳마다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는 냉기가 차오르며 꽁꽁 숨겨 두었던 포악함마저 이끌려 나와 가슴속에서 들끓었다.
형세가 바뀌고 천지가 괴이함에 휩싸인 순간, 양준도 어딘가 바뀐 듯했다.
두 고수는 그의 앞까지 미처 가지 못하고, 얼굴빛이 크게 변하면서 동시에 다시 제자리로 날아왔다.
두 고수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젊은이는 방금 전과 같은 모습이었으나, 뿜어내는 기질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게다가 기혈이 왕성한 정도가 전후로 확연하게 차이 났다. 좀 전의 양준은 그들을 애먹게 했다면, 지금의 양준은 그들에게 위험으로 다가왔다.
치명적인 위험이었다.
둘은 모두 신유 경지라 감각이 예민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순식간에 이처럼 크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잠재의식이 끊임없이 그들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지금 저 녀석과 싸우면 죽음뿐이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둘은 깜짝 놀랐다.
짐승은 본능과 직감이 있었다. 고수들도 본능과 직감이 있으며 짐승보다 더 정확했다.
‘진원 경지 6단계의 무인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다니?’
설령 창운사지의 6대 사왕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미처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우지직,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그들이 시선을 고정하고 바라보니, 양준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한기가 신속히 밖으로 퍼져 나갔다. 기운이 지나는 곳마다 순식간에 땅이 얼어붙었다.
짧은 시간 동안, 사방 몇십 장의 지면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였다. 두 고수는 당황한 얼굴빛을 하고서 연신 뒤로 물러섰다. 이런 한기는 보통 추위가 아니라 그들의 진원까지 얼릴 것 같았다. 그들은 감히 그 기운과 접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젊은 제자들은 떨리는 눈동자로 공포에 질려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이것이 두 번째로 입마하는 것이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콩을 볶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얼굴을 제외한 양준의 온몸은 모두 갈래갈래 검은 무늬로 뒤덮여 있었다. 이 무늬는 번잡하고 오묘한 것이 일종의 현묘한 규칙을 나타내고 있는 듯했지만, 남들은 볼 수가 없었다.
“역시 네놈은 창운사지 출신이었어!”
뇌광의 고수가 무슨 큰 비밀을 발견한 것처럼 놀라움과 흥분에 차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