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7장. 내가 경고했지?
“마음대로 생각해.”
양준은 담담하게 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두 고수가 있는 곳을 향해 내리눌렀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두 고수는 마치 하늘에서 커다란 힘이 내려와 몸을 내리누르는 것만 같았다. 누르는 힘에 의해 진원이 전보다 천천히 운행되었고, 움직임도 훨씬 느려졌다.
슈욱- 슈욱- 슈욱-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고수는 앞쪽을 바라보다가 금세 놀라 넋이 나갈 뻔했다. 양준이 내뿜은 먹물같이 시커먼 경기(勁氣)가 갈래갈래 그들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경기는 마치 피와 살이 있는 뱀처럼 공중에서 커다란 입을 흉악하게 벌린 채 송곳니를 드러내고 쏜살같이 날아왔다.
우지직- 우지직-
경기가 지나간 곳에서는 경풍(勁風)이 일면서 땅 위에 한 줄, 한 줄 뚜렷하게 보이는 골짜기가 만들어졌다.
두 고수는 놀란 나머지 허둥지둥하다가 안색이 흙빛이 되어 황급히 피했다.
“피할 수 있겠어?”
양준은 크게 웃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양준이 날린 사마지기가 양쪽으로 흩어지며 두 고수를 쫓아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양준은 다시 한번 백호인과 신우인을 펼쳤다. 칠흑같이 검은 두 수혼이 나타나더니 두 고수를 공격하지 않고 사방에 흩어진 젊은 제자들을 습격했다.
두 수혼은 방금 전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두 수혼은 멍하게 서 있는 비홍원 제자의 앞으로 날아갔다.
이합 경지 8단계 실력밖에 안 되는 젊은 제자는 미처 공포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비명 한번 질러 보지 못하고 수혼에 갈기갈기 찢겼다.
“계속 도망가 봐. 너희들을 죽이지 못하면 너희 제자들을 모두 죽여 버릴 거니까.”
양준이 이렇게 소리치자 젊은 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동시에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뻔뻔스럽고 비열한 자식!”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들은 얼굴빛이 급변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두 수혼이 또 다른 젊은 제자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두 고수는 감히 도망치지 못하고 동시에 날아와 흰 빛으로 두 수혼을 덮치고 나서야 그 제자를 구해 낼 수 있었다.
“왜 안 도망쳐?”
이미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양준은 냉소를 흘렸다. 곧이어 검은빛이 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금 두 고수를 날카롭게 공격했다.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 사방팔방에서 공격이 쏟아지는 바람에 급히 진원을 가동시키는 동시에 각자 비보를 꺼내 방어했다. 다음 순간, 두 고수는 어둠 속에 감싸였다.
어둠 속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와르르!
한순간 어둠이 흩어지더니 두 인영이 앞뒤로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두 고수는 창백한 안색으로 당장 쓰러질 것 같았고, 중상을 입은 듯했다. 뿐만 아니라 둘 다 눈은 벌겋게 변해 사악한 빛으로 반짝였고, 온몸은 검은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검은빛은 가장 순수한 사살마기로 그중에는 양준이 수련한 힘까지 내재되어 있었다. 일반인은 이 기운에 접촉하는 순간 죽을 수 있었다. 양준은 이런 사악한 기운을 무시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두 고수는 이미 사살마기에 몸과 마음이 영향을 받아 마음속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만약 제때에 마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조만간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이성을 잃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기를 몰아내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능태허 같은 사람도 사마지기에 영향을 받아 중상을 입고 해소하지 못했는데, 뇌광과 비홍원의 두 고수는 더욱이 방법이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양준이 가지고 있는 사살마기는 사주의 것보다도 더욱 순수했다.
“악랄한 자식.”
뇌광의 고수가 악에 받쳐 양준을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내가 경고했지? 날 건드린 대가는 너희가 감당할 수 없다고.”
양준이 냉소를 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는 양준이 입마 상태에서 치른 첫 번째 전투였다. 이미 현재 상태의 실력이 평상시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최종적인 결과는 여전히 그의 생각을 벗어나 있었다. 양준이 금신의 기운을 쓰지 않고 지금의 실력으로 싸우면 기껏해야 신유 경지 2단계 한 명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신유 경지 고수 두 명을 전혀 힘도 들이지 않고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었다.
양준은 이처럼 강해진 느낌을 즐겼지만, 그것에 빠져 자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슉, 슉, 슉.
땅 위에서 마치 지렁이가 흙을 뚫고 지나가듯 여러 갈래의 공격이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에게로 날아갔다.
두 고수는 깜짝 놀라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아무 생각 없이 위로 날아올랐다.
양준은 냉소하면서 의념을 발동해 사마지기를 마음대로 제어했다. 사마지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모든 것을 쳐부술 것 같은 기운으로 두 고수를 공격하자, 그들은 점점 더 궁지에 몰렸다.
두 고수는 혹시라도 양준이 또다시 젊은 제자들을 죽일까 두려워 마음대로 도망가지도 못하고, 수시로 협력하며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두 고수는 이미 사마지기에 몸과 마음이 영향을 받은 상태여서 전력으로 싸울 수가 없었다. 잠시 방심한 순간, 두 고수는 일제히 독사와도 같은 검은 기운에 휘감기고 감싸였다.
이와 동시에 짙은 검은색 마기가 양준의 체내에서 튀어나왔다. 곧이어 용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그쪽을 바라보다가 넋을 잃고 말았다.
양준의 머리 위로 거대한 용머리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용머리는 실체와 같았고, 예리한 용의 뿔 두 개는 차가운 검은빛을 내뿜었다. 또한 커다란 눈동자는 차갑게 하늘에 떠 있는 두 고수를 주시했다.
용의 눈빛에서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는 곧 죽음의 기운을 감지했다.
용머리가 움직이며 양준의 체내에서 대량의 사악한 기운을 끌어내 몸을 만들더니 꿈틀대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검정 교룡은 사악함과 난폭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삼십 장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은 사람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을 가져다주었다.
교룡은 양준의 등 뒤에 있는 용 문신이 사악한 기운을 흡수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양준에게는 용 문신이 있고, 소안에게는 빙황 문신이 있었다.
이는 원래 음양합환공에 속하는 문신이었다. 지금 어떻게 해서 교룡이 나타났는지는 양준도 몰랐다. 등이 가려워서 무심코 시도해 보았는데 뜻밖에 성공했던 것이다. 교룡이 지나는 곳마다 뱀 같은 검은색 마기가 줄기줄기 뒤따르며 교룡을 감싸 그것을 돋보이게 했다.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는 공중에 결박되어 한창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미처 곤경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거대한 용의 입이 벌어졌고, 뾰족한 이빨이 드러났다. 교룡이 우지직 한 입 물어뜯자 뇌광의 고수는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면서 선혈을 내뿜었다.
교룡은 침착하게 백 장 높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다시 위에서 한 번 돌더니, 급강하하며 눈빛을 비홍원 고수의 몸에 고정했다.
동료가 코앞에서 한 입에 동강 나 죽는 것을 지켜본 비홍원의 고수는 놀라 혼비백산했다. 거대한 압박감에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갑자기 고수는 구세주를 발견한 듯 한쪽을 향해 외쳤다.
“어르신들 살려주십시오.”
양준은 차가운 얼굴빛으로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두 갈래의 현광(玄光)이 이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향씨 가문의 두 장로였다. 둘은 신유 경지 7단계 실력으로 뇌광과 비홍원의 고수보다 경지가 훨씬 높았다.
두 장로는 날아오는 가운데 멀리서 교룡을 공격하는 한편, 대노해 일갈했다.
“어디서 온 마두가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
양준은 콧방귀를 뀌더니 비홍원 고수의 앞으로 날아갔다. 다시 손을 내밀자 손에 수라검이 나타났다.
챙- 챙- 챙-
수라검을 휘두르자 천지를 뒤덮는 검빛이 방(方) 장로와 서(徐) 장로가 날린 공격에 맞섰다.
꽝!
공중에서 격렬한 부딪침이 생기고 양준은 거대한 기류(氣流)에 밀려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결국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 냈다.
교룡이 하늘에서 아래로 날아내려와 방 장로, 서 장로와 오십 장도 채 안 떨어진 곳에서 비홍원 고수의 머리를 와락 물었다. 비홍원의 고수는 곧 머리 없는 시체로 변했다. 목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마치 분수처럼 장관이었다.
방 장로와 서 장로는 눈을 빤히 뜨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볼 뿐 도와줄 수가 없었다. 두 장로는 금세 화가 치밀어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한 명은 연기로 변하고, 한 명은 온몸으로 금빛을 내뿜으며 각종 무공을 펼쳤다.
양준의 얼굴빛은 좀 전의 담담함에서 냉엄함으로 바뀌었다. 이 둘은 신유 경지 7단계로 방금 전의 두 고수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양준은 더는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천 개의 핏빛 꽃잎이 흩날리며 가슴에 스며드는 향기와 함께 하나하나의 예리한 공격 수단으로 바뀌어 두 장로에게 날아갔다.
검빛이 번쩍이고 검기가 휘날리는 동안, 백호인과 신우인도 연거푸 날렸다.
짧은 시간에 양준은 이미 열세에 처해 있었다. 비록 천급 비보 두 개를 썼지만 여전히 두 장로와 겨룰 수가 없었다.
양준이 한창 물러갈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인영 두 개가 급히 다가오고 있었다.
호교아와 호미아였다.
두 자매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양준이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은 것을 보자 그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다시 방 장로와 서 장로가 양준을 협공하는 것을 보고는 금세 분노를 금치 못했다.
두 자매는 다짜고짜 그중 한 명을 협공했다. 동기연지신공은 이 순간에 큰 효력을 발휘했다. 두 자매의 경지는 모두 진원 경지 4단계였지만, 무공을 극한까지 운행하면 온몸의 진원이 비할 데 없이 거대해져 진원 경지 절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둘이 협력하면 일반 신유 경지 고수와 겨루는 데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