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42화 (342/853)

제 342장. 은혈금우응

독수리의 맑은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기를 띤 급박한 울음소리였다. 금빛 그림자가 하늘로 치솟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몇백 장 높이로 날아올라갔다.

“뭐 하자는 것이오?”

남생은 원래 금빛 독수리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서 장로가 나서서 잡지 못하게 하자, 남생은 화가 치밀어 음산한 눈빛으로 서 장로를 노려보다가 다시 향초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동생, 해명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향초도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서 장로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서 장로, 왜 그런 건가요?”

서 장로는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하늘 위의 독수리를 올려다보더니, 공수하며 말했다.

“남 공자,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흥!”

남생은 콧방귀를 뀌더니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왜 나를 저지했는지 말해 보시오.”

서 장로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저 독수리는 주인이 있습니다.”

“주인이 있다고?”

남생이 잠깐 당황하다가 냉소하며 말했다.

“주인이 있으면 더 좋지. 남씨 가문이든, 향씨 가문이든 모두 일등 명문 세가인데 독수리 하나를 얻지 못할까? 어느 집 독수리인지 말해 보시오. 그들더러 내게 바치라고 하면 될 것 아니오.”

서 장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더욱더 두려워했다.

향초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숨을 크게 들이쉬며 물었다.

“뭔가 있는 건가요?”

서 장로는 마치 부모를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의 시선은 혈전방과 풍우루 제자들을 한 바퀴 훑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좀 전의 경멸과 멸시가 아니라, 진지함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른 세 명의 고수들을 바라보면서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5급 요수, 금빛 독수리. 당신들은 생각나는 게 없소?"

세 사람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서 장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말을 이었다.

“견문이 좁은 것이오, 아니면 세월이 너무 오래되어 잊은 것이오? 대략 이십 년 전에 대한 대륙에서 금빛 독수리 몇 마리가 나타난 적이 있지 않소…….”

‘이십 년 전…….’

세 고수는 머릿속으로 지나간 정보들을 떠올렸고, 곧 일제히 얼굴빛이 변했다.

“은혈금우응(銀血金羽鷹)?”

남씨 가문 고수의 입에서 불쑥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은혈금우응!

요수의 이름이 나오자 자리에 있던 모든 신유 경지 고수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방 장로는 혼비백산해 중얼거렸다.

“설마 양씨 가문의 은혈금우응?”

서 장로는 고개를 거듭 끄덕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네. 바로 양씨 가문의 은혈금우응이네!"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지금 나타날 수 있는가? 아직 몇 해가 더 남아 있지 않나?”

“아마… 양씨 가문에 무슨 변고가 생겨 은혈금우응이 앞당겨 나타난 모양이네.”

서 장로는 자신이 짐작한 바를 담담하게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신유 경지 고수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등 종문의 젊은 제자들은 듣고도 오리무중에 빠져 있었지만, 향초와 남생은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소름이 확 돋는 느낌이 들었다.

“저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방자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관지락에게 물었다.

“지락 아저씨는 아세요?”

호교아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관지락을 바라보았다.

관지락은 짐작되는 바가 있는 듯 양준을 한번 훑어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 세대라면 모두 알아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희한테 이야기해 주세요.”

호교아는 고작 5급 요수 때문에 향씨, 남씨 가문 사람들이 이처럼 긴장을 타고 심각해지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마 신유 경지 절정의 고수가 왔다고 해도, 그들이 이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도 양씨 가문은 아시지요?"

관지락은 곧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 더는 싸우지 않을 것을 알아차렸다. 은혈금우응이 나타났다는 것은 앞으로 한동안 전체 대한국에 풍운이 일 것임을 말해 주었다.

사람들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뻐꾸기 양씨 가문, 중도 8대 가문의 으뜸을 누가 들어보지 못했겠는가.

“양씨 가문에는 규칙이 있는데 직계 자제들을 젊었을 때 밖으로 내보내 수련하게 합니다. 그리고 십 년 동안 가문에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으며, 신분이 노출되어서도 안 된다고 하지요. 이후 십 년이 지나면 직계 자제들이 다시 가문에 소환되고, 차기 가주 자리를 놓고 계승 싸움을 벌입니다. 십 년 동안이면, 특히 젊은이들은 많이 변할 것입니다. 더욱이 양씨 가문 공자들은 밖에서 십 년 동안 아무 연락도 닿지 않기에 찾으려면 무척이나 힘들죠. 그래서 양씨 가문에서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밖에 흩어져 있는 자제들을 불러들입니다.”

“무슨 방법인가요?”

“바로 요수를 이용하는 겁니다.”

관지락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양씨 가문의 은혈금우응입니다. 이런 비행 요수는 어려서부터 양씨 가문 직계의 정혈(精血)로 사육하기 때문에 양씨 가문 혈맥에 아주 민감하다고 하죠. 일정한 범위에서 양씨 직계 자제를 정확히 찾아낸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모든 이들이 놀랐다.

양씨 가문의 은혈금우응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여기에 흩어진 양씨 가문의 직계 자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렇다면 그게 누구일까?

관지락은 의미심장하게 양준을 흘끔 보고 나서야 계속해 말을 이어 갔다.

“은혈금우응은 세상에 몇 마리 없는데 모두 양씨 가문의 것입니다. 양씨 가문에서는 이 요수를 귀한 보물처럼 아끼고 있어 직계 자제를 찾는 용도 외에는 외부에 풀어주지 않습니다. 금빛 독수리가 나타났다면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지요.”

“양씨 가문 계승 싸움이요?”

방자기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아마 계승 싸움에 흥미가 동한 모양이었다.

“맞네. 양씨 공자들은 밖에서 수련하는 동안 쌓은 인맥과 실력으로 차기 가주 자리를 쟁탈하지. 지난번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은 십팔 년 전에 있었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죽었지만, 또한 하루아침에 이름을 날린 이도 많다네.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은 천하 세력의 재구성이나 다름없어 많은 이가 참여하지. 생각이 있다면 동참해도 좋아.”

관지락이 이 이야기를 할 때 향씨, 남씨 가문의 사람들은 끼어들지 않았다. 이곳에 모여 있던 다른 이등 세력의 제자들도 모두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이런 중요한 비밀은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관지락이 말을 마치자 장내는 한동안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남생은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방금 전에 그는 뻔뻔스럽게 금우응의 주인더러 자신에게 금우응을 바치게 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었다. 그러나 독수리가 양씨 가문에서 사육하는 요수라는 것을 알고는 어찌 감히 욕심을 부릴 수가 있겠는가.

‘서 장로가 왜 급히 저지하는가 했더니, 그런 이유였어.’

남생은 자신과 남씨 가문 두 고수가 금우응을 공격해 다치게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양씨 가문 사람들이 좀 전의 광경을 보았더라면 무슨 일이 생겼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금우응은 그 수가 적고 귀중하며, 더하여 양씨 가문은 세도가였다. 만약 금우응이 다치기라도 했다면 배상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한참 뒤에야 서 장로는 관지락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일부 세부적인 것은 나도 잘 몰랐다오. 고맙소.”

관지락이 냉소하며 말했다.

“몇 년 전의 일인데 모르는 이가 있습니까?”

이런 변고가 일어나자 서 장로는 장내의 분위기를 풀어줄 생각으로 한마디 아부한 것이었다. 관지락도 아는 일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관지락이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냉랭하게 한마디 쏘아붙이자, 그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향초가 의혹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양씨 가문에서 5~6년 전에 자제들을 내보내지 않았나요? 아직 십 년은 안 된 것 같은데?”

바로 아직 십 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누구도 독수리가 양씨 가문의 은혈금우응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지나서, 온 세상이 양씨 가문의 움직임을 주목할 때가 되어 금우응이 나타났다면 모두 금방 알아봤을 것이다.

남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나도 들었소. 혹시 다른 요수가 금우응과 비슷하게 생긴 건 아닐까?”

서 장로가 탄식하며 말했다.

“양씨 가문의 독수리가 맞으니 의심할 것 없습니다. 아마도 양씨 가문에 무슨 변고가 생겨, 직계 자제를 급히 소환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럼…….”

향초의 시선이 인파 속을 훑다가 양준을 보는 순간 잠깐 멈칫했다. 그러나 곧 다시 시선을 돌리더니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지금 이곳에 양 공자가 있다는 말이오?”

수많은 이들이 조마조마해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두 패거리가 충돌하고 있었고 당장 사생결단을 내려는 중요한 순간,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인물이 이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만약 그 양 공자가 벗이라면 좋을 테지만, 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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