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45화 (345/853)

제 345장. 이건 독수리를 다치게 한 대가일 뿐이야

방금 전 그들이 뇌광과 비홍원 사람들과 함께 양준을 모함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가 되었다. 방금 전에 그들이 양준에게 뒤집어씌웠던 온갖 모함들이 모두 자신들에게 되돌아간 것이다.

향초가 여전히 변명하려고 하자, 서 장로가 그에게 천천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양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변명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서 장로는 안색이 창백해져 말했다.

“저희 잘못이니, 원하는 바를 말씀하십시오.”

“강호의 규칙대로 하지요.”

도봉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유 경지 네 사람은 얼굴빛이 하얗게 바랬다.

잠시 뒤, 그들은 이미 돌이킬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남생의 뒤쪽에 있던 두 신유 경지 무인이 앞으로 나서서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처량한 표정을 짓고서 천천히 두 손가락에 기운을 불어넣어 칼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몸을 가볍게 떨며 머뭇거렸다.

도봉은 차갑고 매서운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거리낌 없이 온몸의 진원을 돌렸다. 당우선도 예쁜 얼굴에 냉기를 품고서 조금이라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당장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듯했다.

두 고수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감은 그들의 얼굴에는 결연함과 고통이 서려 있었다.

곧이어 진원으로 만들어진 칼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두 고수의 팔이 팔꿈치에서 떨어져 나가며 피가 솟구쳤다.

두 고수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얘져 있었다. 그들은 서둘러 운기 조식해 피를 멎게 했다. 그중 한 명이 떨리는 눈으로 도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요.”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등 종문 제자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에 차 있었다.

일찍부터 양씨 가문이 권세가 대단하고 오만방자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 정도로 기세가 대단할 줄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양씨 가문 혈시의 추궁에 두 고수가 부득불 팔 하나를 스스로 끊어 내다니, 그들은 신유 경지 7, 8단계 고수들이었다. 만약 이들이 이등 종문에 있었다면 장로 아니면 호법, 심지어는 장문인과도 견줄 수 있는 위치였다.

지금에 와서야 이등 종문의 제자들은 양씨 가문, 그리고 중도 8대 가문의 으뜸이 어떤 개념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런 저력과 기세는 그들 종문이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봉이 차갑게 말했다.

“두 사람만 움직입니까? 이쪽에 고수가 네 명이 있는 것 같은데.”

향씨 가문의 두 장로는 깜짝 놀랐다.

향씨 가문의 방 장로와 서 장로는 정말 은혈금우응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서 장로는 남씨 가문 세 사람의 행동을 저지했었다. 그러나 양씨 가문 혈시는 이 정도에서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

“저희는 독수리에게 손대지 않았습니다.”

서 장로는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서둘러 변명했다.

스스로 팔 하나를 자르는 것은 결코 작은 부상이 아니었다. 한쪽 팔을 잃으면 실력이 많이 떨어져 거의 반쯤 폐인이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도봉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와 방 장로를 지켜보면서 냉혹하게 말했다.

“팔 한쪽을 내놓든가, 아니면 목숨을 바치십시오.”

방 장로와 서 장로는 얼굴빛이 크게 달라졌다. 그들은 도봉이 이렇게 억지를 쓸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삼 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도봉은 계속 집요하게 다그쳤다.

서 장로와 방 장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장로, 내가 그대들에게 빚을 졌네요.”

향초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비분을 참지 못했다.

두 장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양씨 가문 혈시들이라 해도 아무 이유 없이 일등 세가의 후계자를 죽이지는 못하지만, 두 사람을 죽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아닙니다. 저희가 운이 나쁜 겁니다.”

서 장로와 방 장로는 얼굴이 잿빛이 되어 더는 말하지 않고, 방금 전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진원을 칼로 만들어 각자 팔 하나를 잘라 냈다.

"이 정도면 됐습니까?"

서 장로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더 없습니까?”

도봉은 끝까지 캐물으며 매의 눈빛으로 맞은편을 훑어보았다.

남생은 그 눈빛에 어색해하며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양준은 그에게 씩 웃어 보였다.

남생의 얼굴은 금방 새하얘졌다. 은혈금우응에게 가장 먼저 손댄 사람은 남생이었다. 향씨 가문의 서 장로와 방 장로는 그에게 연루되었을 뿐이었다.

“아직 더 있는 것 같군요. 아니면 제가 직접 손을 써야겠습니까?”

도봉은 남생의 당황하는 태도를 눈여겨보며 이 일이 그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호통쳤다.

남씨, 향씨 가문의 네 고수들은 다시 한번 낯빛이 달라졌다.

혈시들이 장로들을 핍박하여 스스로 팔을 잘라 내게 해도 그들은 반항할 힘이 없었지만, 지금 도봉은 남생에게도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이것은 장로들을 건드리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남생은 어쨌든 일등 명문 세가의 공자로서 남씨 가문의 후계자이기도 했다. 만약 이곳에서 팔 하나를 잃으면 이건 작은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신유 경지 무인 넷은 비록 혈시의 실력이 강한 것을 알면서도 분노에 찬 얼굴로 경계하며 도봉을 바라보았다. 또한 모두 몰래 진원을 운행시켰다. 계속해서 강요한다면 그들도 결국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양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남 공자는 귀한 몸이니 팔까지는 필요 없지.”

도봉은 눈빛을 반짝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생은 뜻밖에도 양준이 자신을 놓아주는 줄 알고 감격한 얼굴로 바라봤다.

“손가락 두 개면 족하겠군.”

양준은 웃음을 거두더니 냉혹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생의 눈에는 감격이 사라지고 금세 원망으로 가득 찼다.

“공자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알아서 두 손가락을 자르십시오.”

도봉은 남생에게 커다란 은혜라도 입힌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남생도 과감한 사람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더는 군말하지 않고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주저없이 손가락 두 개를 잘라 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기억해 두겠다.”

남생은 이를 악물고 냉담하게 양준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준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남 공자, 이건 너희들이 독수리에 손댄 대가야. 잊은 모양인데, 우리 사이에 아직 청산할 게 남아 있잖아?”

남생은 양준의 말을 듣고 안색이 변하더니 말문이 막혔다.

양준과 그들 사이에는 아직 원한이 남아 있었다. 방금 전, 향초와 남생은 양준을 죽이려 했었다. 만약 은혈금우응이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마 싸우고 있을 터였다. 양준은 이 원한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기에 먼저 독수리의 깃털을 뽑아 가볍게 보복한 것뿐이었다.

양준의 말에 도봉과 당우선은 진작 이곳의 긴장된 분위기를 눈치챈 듯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두 혈시는 침묵을 지키면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양준이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했다. 혈시들의 이번 임무는 양씨 가문 직계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가는 것으로, 다른 지령은 없었다. 방금 전, 남씨, 향씨 가문 고수들을 강요한 것은 은혈금우응이 다쳤기 때문이었다. 지금 양준이 그들을 괴롭히려 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므로 혈시들이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혈시들의 충성은 양씨 가문을 향한 것이지, 양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즉, 양준은 혈시들에게 명령할 자격이 없었다. 혈시들이 움직이는 경우는 오직 양준이 생명의 위험에 처했을 때뿐이었다.

도봉과 당우선은 이번에 만난 양준이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역시 양씨 가문 사람들로서 원래부터 안하무인이고 오만방자했다. 양준의 이와 같은 기세등등하고 끝까지 추궁하려는 태도는 그들의 구미에 맞았다.

순간 두 혈시는 기대에 부풀었다.

향초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양 공자께서는 어쩌고 싶은 것이오?”

가문의 권세가 남보다 못하니, 향초도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말했다.

서 장로도 아픔을 참은 채,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저희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만, 원수 져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있을 계승 싸움에 참가하려면 적을 만들기보다는 아군으로 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신중히 생각하십시오.”

그 말에 양준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신중히 생각하라? 우습군!”

그가 말을 마치는 순간, 핏빛 꽃잎이 그의 체내에서 튀어나왔다. 꽃잎이 향기를 내뿜자, 향기가 사람들의 코끝을 감돌았다.

천예혈해당이었다.

꽃잎은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두 갈래의 붉은빛으로 바뀌더니 휙 사라졌다. 이윽고 신음소리가 들리며 뇌광의 사영과 비홍원의 여부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내 그들에게서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장내는 깜짝 놀랐다.

도봉과 당우선은 놀란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봤고, 남씨, 향씨 가문 사람들은 일제히 얼굴빛이 변했다. 모든 이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양준이 살인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사영과 여부가 죽자, 뇌광과 비홍원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땅에 주저앉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등골이 서늘해졌다.

두 꽃잎은 연이어 번쩍였고 그에 따라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뇌광과 비홍원의 제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짧은 시간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

여기저기 시체가 널려 있었다. 향초와 남생은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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