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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348화 (348/853)

제 348장. 여기가 공자님의 종문입니까?

다음날 아침, 당우선은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둘러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한쪽으로 걸어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도봉은 뒷짐을 진 채,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당우선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쉿…….”

도봉은 그녀에게 손짓을 하고 앞을 보라고 눈치를 주었다.

당우선은 그를 흘겨보며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는 제자리에 선 채, 입을 떡 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양준이 기괴한 모양새로 한 발을 들고 두 팔을 새의 날개처럼 벌린 채, 퍼덕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당우선이 더욱 놀란 것은 양준의 앞에 있는 은혈금우응도 그와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금우응은 두 금색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끊임없이 울부짖으며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광풍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지금의 금우응은 며칠 전처럼 적의로 가득하지 않았다. 울부짖는 소리마저 정겹게 들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준과 금우응의 박자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자 양준과 금우응이 동시에 서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순간, 양준과 금우응은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도봉과 당우선은 그만 아연해져서 입을 떡 벌렸다.

두 사람은 실력이 강하고 경지가 높았지만, 금우응에 대해서만은 속수무책이었다. 양씨 가문 전체에서 전문적으로 금우응들을 사육하는 사람 말고는 금우응은 그 누구도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금우응이 양준과 즐겁게 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양준이 그의 깃털 두 개를 뽑은 뒤에!

순간, 두 혈시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서로 마주 보는 그들의 눈에는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들은 양준이 어떤 신기한 수단을 사용하여 이런 일을 해냈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뒤, 양준과 금우응은 지면에서 몇십 장 떨어진 높이로 날아올랐다.

큰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양준은 갑자기 몸을 돌려 금우응 위에 올라탔다. 두 혈시의 시선을 받으며 금우응은 날개를 펼치고 위로 날아올랐다. 금우응의 등은 그다지 넓지 않아 겨우 한 사람밖에 앉을 수 없었다.

도봉과 당우선은 양준이 전혀 기운과 진원을 쓰지 않고, 온전히 금우응을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금우응이 스스로 원해서 양준을 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저 짐승은 원한을 깊이 새긴다며?”

당우선은 갑자기 머리가 아픈 느낌이 들었다.

도봉은 입을 뻐금거리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제법이야. 정말 다시 보게 만드는군.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해.”

당우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혈시가 기꺼이 굴복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도봉과 당우선은 모두 실력이 강한 신유 경지의 고수인데 어찌 독수리 한 마리의 태도 변화로 쉽게 복종할 수 있겠는가?

한참 뒤에야 금우응은 천천히 내려왔다. 지면에서 십몇 장 정도 떨어져 있을 때, 양준도 금우응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금우응은 날개를 거두고 바로 양준의 어깨 위에 순순히 내려앉았다. 금우응은 구부러진 부리로 다정하게 양준의 머리를 정리해 주기까지 했다.

“공자님, 대단하십니다.”

도봉은 진심으로 찬사를 보냈다.

양준은 금우응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웃으며 말했다.

“며칠 전에 이놈에게 잘못한 게 있어서 친해지는 데 애 좀 썼지.”

“어떻게 하신 거예요?”

당우선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양준은 진지한 얼굴로 숙연하게 말했다.

“이놈의 마음을 느끼고 내 마음을 보여주면 되지.”

당우선은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는 이 말이 매우 심오하게 느껴졌다.

“가자!”

양준도 더는 자랑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답운구에 올라탔다.

며칠 동안, 그들의 속도는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금우응과 양준의 사이는 점점 더 친근해졌다. 심지어 이 5급 요수는 이미 양준의 각종 명령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금우응은 가벼운 것부터 복잡한 명령까지 모두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두 혈시는 순간 양준을 높이 보게 되었다. 금우응을 사육하고 길들이는 양씨 가문의 사육사도 이런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자님께서 이번에 계승 싸움에서 실패하신다면 양씨 가문에서 사육사로 남으셔도 되겠네.’

양준은 그저 몰래 웃을 뿐이었다. 이 두 혈시를 복속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도 굳이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한낱 5급 요수를 상대하는 것은 그저 노수인을 사용하면 되었다. 아무리 도도하고 말을 듣지 않는 짐승도 노수인에 걸리면 순순히 말을 들을 것이다.

*사흘 뒤, 능소각 앞.

종문 전체는 이미 여기저기 부숴진 흔적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곳곳에서 무너진 집들을 볼 수 있었다.

양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그의 기분도 무거워졌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종문이 이렇게 폐허가 되고 말았다. 만약 몇 년 전이라면 양준은 이곳에 별다른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겠지만, 많은 일들을 겪은 뒤로 양준은 이미 이곳을 자신의 사문(師門)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공자님의 종문인가요?”

당우선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양준에게 물었다. 그녀는 이곳이 왜 이렇게 멸문 당한 것처럼 초라한지 알 수 없었다.

양준은 답운구에서 뛰어내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도봉은 앞으로 다가가 타 버린 커다란 현판을 들춰냈다. 당우선도 호기심을 못 이겨 가까이 다가갔다. 지난번에 그녀가 양준에게 소속된 종문을 물었을 때, 양준은 대답을 피했었다. 그녀는 줄곧 이 점이 매우 신경 쓰였다.

“능소…….”

도봉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현판은 불에 타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글자는 이미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도봉과 당우선은 모두 아는 게 많은 사람인지라 순식간에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능소각?”

당우선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드리웠다. 그녀는 도봉과 시선을 교환하더니 다급히 양준을 바라보았다.

“맞아!”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혈시는 숨을 들이쉬었다. 순간, 소름이 오싹 끼치는 기분이 들었다. 능소각은 이등 종문이었지만, 지금 이 종문은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바로, 사주가 나타난 종문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모습은 추씨 가문의 고수가 왔을 때 크게 봉변을 당한 탓인 것 같았다. 추씨 가문의 큰아가씨 추억몽이 이곳에서 실종되면서, 자미곡의 낙소만과 백씨 가문의 백운풍도 행방이 묘연해졌다. 게다가 신유 경지의 고수들도 몇 명이나 부상을 입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추씨 가문의 고수들이 화가 나 능소각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추씨 가문의 큰아가씨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오고 있지 않았다. 같은 8대 가문으로서 양씨 가문의 두 혈시는 이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양준의 사문을 알게 된 두 혈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봉도 멍하니 서서 그 현판을 든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현판을 버리기도, 들고 있기도 무엇하여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양준은 이미 종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공자님, 조심하세요. 안에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당우선이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람이 있다고?”

양준은 깜짝 놀라 신식을 펼쳐 살펴보았다. 잠시 뒤, 그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안에 정말 사람이 있었다. 게다가 적지 않았다. 적어도 몇백 명은 되는 듯했다.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안을 바라본 양준은 다급히 들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떠들썩한 능소각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능소각의 원래 제자들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있었고, 나이 든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 분주히 폐허가 된 곳들을 치우고 있었다. 능소각을 재건할 생각인 듯했다.

양준은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능소각은 사주가 나타난 탓에 사종으로 인식되었다. 종문의 위기가 오기 직전, 능태허는 구 할의 제자들을 해산시켰고, 백여 명만이 남아 허공 통로를 통해 도망치듯이 종문을 떠났었다.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타난 거지? 게다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재건하다니? 추씨 가문에서 다시 찾아와 시비를 걸까 봐 두렵지 않은 건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양준의 앞을 지나가던 능소각의 제자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 그는 양준을 바라보더니 소리치며 말했다.

“양준!?”

양준이 고개를 돌리고 보니 그는 조정문이었다.

그는 원래는 대장로의 제자였지만, 나중에는 백씨 가문의 백운풍 밑으로 들어갔었다. 하지만 양준에게 크게 부상을 당한 뒤로 백운풍은 더 이상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조정문은 종문 안에서 몇 달 동안 상처를 치료했고, 그렇게 백씨 가문에 귀속되는 일은 물 건너갔다. 그 이후로 종문 사람들 모두 그를 예우하지 않았다.

“조 사형!”

양준은 대충 인사를 해주었다.

조정문은 놀란 얼굴로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지난번 결투에서 양준에게 부상을 입은 뒤로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번보다 훨씬 강해진 양준을 만나자 당황스러웠다.

두 사람의 말소리가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양준을 발견한 능소각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양준이 어디 있는데?”

나지막한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양준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자 한 준수한 청년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색 경장을 입은 그는 멋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싸늘하게 양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준과 삼 척 정도 떨어졌을 때, 그는 덤덤한 얼굴로 도봉과 당우선을 바라보았다. 번뜩이던 두 눈은 당우선을 바라볼 때, 저도 모르게 생기를 뿜었다. 곧이어 그는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살짝 들고서 양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양 사제, 돌아왔군.”

양준도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해 사형!”

해홍진은 능소각의 최우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양준과 그 사이에는 풀 수 없는 원한도 많았다.

“돌아왔으면 됐어.”

해홍진은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사형의 폼을 잡았다. 그의 얼굴에 거만한 기색이 옅게 드리웠다.

“돌아왔으니 함께 힘을 합쳐 종문을 재건하자. 마침 일손이 부족했는데 보니까 양 사제도 이 몇 년 동안 많이 성장했군. 이곳에는 사제가 대대적으로 활약할 곳이 많아.”

양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도봉과 당우선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더니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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