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59화 (359/853)

제 359장. 방해하지 마세요

양씨 가문에 있는 금우응 중 오직 한 마리 만이 성공적으로 6급으로 진화하였다. 그 금우응은 모든 독수리의 우두머리였다. 그 금우응을 진화시키기 위해 양씨 가문에서도 재력과 물자를 많이 투자했었다.

그날 이후로 양씨 가문에서는 더 이상 6급으로 진화하는 금우응이 나오지 않았다. 이 독수리들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적진을 살펴볼 수 있고, 직계 혈통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5급이든, 6급이든 양씨 가문에게는 사실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하지만 양준에게는 달랐다.

눈앞의 이 금우응이 6급으로 진화한다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커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신유 경지의 고수를 상대할 때, 독수리도 한몫 거들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양준은 옆에 있는 두 혈시뿐만 아니라 금우응에게도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계승 싸움에서 그 어떤 조력도 성공과 실패로 직결되었다.

양준은 금우응에게 매일 같이 만약영액을 주며 자신도 같이 복용했다. 사람이 만약영액을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환골탈태할 수 있었다. 그러니 금우응에게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여러 날이 지나자 금우응은 아예 양준을 의지하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노수인의 역할 만이 아니라 금우응의 지능이 높은 데서 비롯되었다. 눈을 깜박거린 양준은 손을 내밀어 금우응의 몸을 향해 튕겼다.

곧이어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금우응의 체내에 물보라가 일었다. 그 물보라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더니 이내 사라졌다. 이것은 노수인을 해제하는 동작이었다.

노수인이 사라진 금우응은 먼저 고개를 갸우뚱하고 양준을 바라보았다. 맑은 두 눈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드리웠지만, 금우응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계속하여 양준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하하!”

양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정이 들면서 금우응은 노수인이 없어도 양준의 명령을 따르게 되었다. 십수 일 동안 열심히 만약영액을 먹인 결과였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네!”

양준의 입가에 괴이한 미소가 피어오르더니 눈빛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금우응을 그쪽으로 보냈다.

금우응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금우응은 여씨 가문이 그를 위해 준비한 조롱으로 들어가 돼지 한 마리를 움켜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돼지는 몸집이 작지 않았다. 금우응은 돼지를 제대로 잡지 못했는지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발을 풀었다. 그러자 ‘꿀꿀’ 소리와 함께 돼지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내 피 튀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금우응은 한 바퀴 돌다가 신선한 음식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양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용모를 정리한 다음 성큼성큼 걸어서 뜰을 나간 뒤, 금우응이 있는 정원으로 걸어갔다.

*여씨 가문 대전.

여량은 여씨 가문의 장로들과 중요한 얘기를 상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한 하인이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여량은 뛰어 들어온 하인을 엄격하게 호통쳤다.

“무슨 일이냐?”

하인이 무릎을 꿇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사(斯) 장로님의 처소에 피가 낭자합니다!”

“뭐라고?”

여량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여량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급히 상석에서 내려오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꿇어앉은 하인에게 손을 저어 일어나게 하고는 다급히 물었다.

그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 장로, 여사(呂斯).

여씨 가문에 한 명밖에 없는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로, 세계의 정상에 선 인물이었다. 바로 이 사람 덕분에 여씨 가문은 일등 세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사의 존망은 여씨 가문의 지위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여사는 절대 여씨 가문을 나서지 않았다. 그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씨 가문을 노리는 세력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여사는 신유 경지에 도달하면서 문제가 생겨 여씨 가문을 나서기 불편해졌다. 평소에는 그저 자택 안에서 폐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폐관하는 곳은 여씨 가문의 금지 구역이었다. 누구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고, 여씨 가문의 가주인 여량도 가문의 존망과 연관되는 큰일이 아니라면 감히 찾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여사의 정원이 피로 물들었다니! 여씨 가문 사람들이 어찌 찾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인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사람들은 ‘피’라는 말을 듣고 다들 여사가 무공을 수련하다가 문제가 생겨 다친 줄로만 알았다.

하인이 낱낱이 본 것을 보고하자 여량과 다른 여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이 호들갑을 떨면서 말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괜한 걱정을 했잖아.’

하지만 여사의 정원에 돼지가 떨어진 것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만약 여사 장로의 폐관에 지장이라도 간다면 큰일이었다.

하인의 말로는 양씨 가문의 금우응이 먹이를 먹다가 실수하는 바람에 돼지를 여사 장로의 정원에 떨어뜨렸다고 했다. 그가 문밖에서 힐끗 보았는데 그 장면은 매우 잔혹하여 하인도 감히 여사 장로를 찾아가지 못하고 멀리 이곳까지 뛰어와 보고한 것이었다.

“됐다, 가 보거라.”

그 말을 들은 여량은 하인을 내보냈다. 그리고 사람들을 거느리고 다급히 여사의 처소로 향했다. 그의 얼굴은 매우 언짢아 보였다. 다른 여씨 가문의 사람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가는 내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양준과 두 혈시는 찾을 수 없었다.

이때, 누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가주님, 양씨 가문의 공자라는 인간이 너무 무능력한 것 아닙니까? 독수리 한 마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여사 장로를 방해하다니!”

“맞습니다. 당장 그놈을 내쫓아야 합니다.”

“하지만 추 소저가 데려온 사람인데 그가 직접 나간다고 하지 않는 한, 누가 감히 내쫓겠소?”

“추 소저는 왜 저런 무능력한 녀석과 동행한 거랍니까?”

양준 얘기가 나오자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은 이 공자가 너무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양씨 가문의 직계 자제 신분으로 계승 싸움에 참여한다고 해도 금방 탈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입 다물게!”

여량이 굳은 얼굴로 나지막하게 호통쳤다.

그도 양준을 좋게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씨 가문 사람들이 뒤에서 함부로 입에 올릴 사람은 아니었다. 만약 양준이나 혈시가 듣기라도 한다면 큰 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여량이 크게 호통치자 누구도 감히 뒷담화를 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여씨 가문에서 가장 안전하고 구석진 정원 앞에 도착했다.

정원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원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던 것이다. 여사의 처소 문은 항상 굳게 닫힌 채로, 누구도 감히 열려고 하지 못했다. 감히 누가 문을 열어 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량은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이밀어 안을 살펴보았다. 곧이어 그의 안색이 파래지더니 하마터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쓰러질 뻔했다. 깔끔하기 그지없던 정원 안은 으스러진 돼지의 피와 살들로 엉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렴풋이 돼지의 처참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 돼지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찍소리도 못 내고 죽은 것 같았다. 주변은 돼지가 떨어지면서 분출된 피로 얼룩져 있었다.

양씨 가문의 금우응은 옆에서 신나게 신선한 고기를 뜯고 있었다. 그리고 양씨 가문의 무능한 공자는 건달처럼 팔짱을 낀 채, 옆에 쪼그리고 앉아 흥미진진하게 금우응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세한 웃음기도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이 모습을 본 여량은 눈이 뒤집어지며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여씨 가문의 사람 누구라도 여사 장로를 대할 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감히 이 정원의 대문을 함부로 들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공자는 전혀 거리낌 없이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요수가 저지른 사고 현장을 감상하고 있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손님이라는 것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 순간, 여량은 마음속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보물처럼 여기는 것을 누군가가 쳐들어와 쓰윽 가져간 듯한 기분이었다.

“가주님…….”

여씨 가문 사람들도 멍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여량은 어두운 얼굴로 한참 생각해 보다가 마음을 가다듬고는 앞으로 다가갔다. 가주가 먼저 발을 들이자, 여씨 가문 사람들도 따라서 들어갔다. 그들은 여사 장로의 정원에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었다. 어찌 보면 이렇게 발을 들인 것은 양준의 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양준의 옆으로 다가간 여량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몸을 숙이고 공수하며 낮은 소리로 그를 불렀다.

“양 공자님!”

양준은 그제야 누군가 다가온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쭈그리고 앉은 채로 인사를 건넸다.

“여 가주님.”

여량의 얼굴이 실룩거렸다. 그는 양준의 인사 예의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 본론을 얘기하려는데 양준이 손가락 하나를 입에 대며 진지한 표정으로 “쉿” 소리를 냈다.

여량은 멍한 얼굴로 나지막하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양준은 소리 없이 웃더니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독수리가 먹이를 먹는 데 방해가 되니 말하지 마세요.”

여량은 하마터면 눈이 뒤집혀 화를 낼 뻔했다.

‘독수리? 때가 어느 땐데 독수리 타령을 하고 있어? 이곳은 우리 여씨 가문의 1인자가 폐관하는 곳이라고. 네가 아무리 양씨 가문의 공자라고 해도, 저것이 아무리 양씨 가문의 은혈금우응이라고 해도 여사와 비교할 수는 없다고! 독수리가 먹이를 먹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고? 난 네가 이곳에서 여사 장로를 방해할까 봐 걱정된단 말이다.’

여량이 아무리 조심스럽고 지혜로운 성격이라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욕설을 퍼붓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다급히 숨을 들이쉬고는 우는 것보다도 못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양 공자님, 이곳은 얘기를 나누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닙니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네.”

양준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우선 독수리가 배불리 먹고 난 뒤에 다시 얘기하시죠!”

여량은 몸이 휘청거렸다. 순간, 그는 정말로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량이 항상 자랑으로 여기던 말재주도 이 순간에는 아무런 역할을 발휘하지 못했다. 양준처럼 눈치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상대하자 여량은 혀가 꼬였다.

“양 공자님, 제 말은 우선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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