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3장. 현급 중품의 보옥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
모든 과정을 마친 여사는 민망한 얼굴로 공수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여씨 가문에서 며칠 더 머무르다 가지 않겠나? 내가 운은봉에서 단을 받아온다면 바로 이 양정옥상을 내어주겠네!”
여사가 진실된 어조로 말했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전 지금 가져가야겠습니다. 중도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순간 여사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소 대사가 직접 손을 쓴다 해도 현급 중품단을 제련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나? 만에 하나 실패하면 나도 양정옥상이 필요하네.”
그가 한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소부생이 현급 상품단을 제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연단이라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소부생이 실수하여 연단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양정옥상을 잃은 여사는 울고 싶어도 울 데가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저 대신 대사께 물건 하나를 전해주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단약을 제련하실 수 있을 겁니다!”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던 양준이 밖을 향해 외쳤다.
“몸에 쓰지 않는 옥을 지니고 계신 분 안 계십니까?”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시선을 여량의 허리춤에 걸린 양지백옥(羊脂白玉) 옥패에 고정했다.
여량은 무의식중에 옥패를 움켜쥐고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왜 그러나? 이건 내가 아끼는 물건일세. 오랫동안 착용한 거라네!”
“갖고 들어오게!”
여사가 호통치자 여량은 바로 할 말을 잃었다.
여량은 방으로 들어가 옥패를 내놓고는 굽신거리며 웃는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 공자님, 이 옥으로 무엇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양준은 씨익 웃으며 옥패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진원을 운행하여 옥패를 힘껏 내리쳤다.
여량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주시했지만 옥패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저 진원만 들어갔을 뿐이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하던 여사와 여량 모두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양준이 진원을 조종하여 옥패 안에 흔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이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쉽게 말해서 그는 이런 방법으로 소식을 전하려는 것이었다. 이는 문자로 전하기 힘든 정보를 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말은 쉬워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웠다. 아주 교묘하고 정확하게 진원을 조종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진원을 적게 넣어서도, 많이 넣어서도 안 되었다.
한참 뒤, 양준은 손바닥을 거두고 옥패를 여사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을 대사께 전해 드리십시오. 무조건 성공하실 겁니다!”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여사는 정중하게 옥패를 받아들었다.
양준이 또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안에 담긴 정보는 한 번 확인하면 바로 소멸하니 조심히 보관하셔야 할 것입니다.”
여사는 깜짝 놀라더니 곧이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옥에 담긴 정보가 아주 중요한 정보인가 보군. 내가 알아내지 못하게 하려고 이런 방법을 쓰다니.’
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이든 여사에게는 현단이 더 중요했다.
여량이 옆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말했다.
“여사 장로, 그것은 저와 제 안사람의 오래된 애정의 증표니 반드시 가지고 돌아오셔야 합니다!”
여사는 그를 노려보았다. 여량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급히 물러났다.
“이 옥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는가?”
여사는 호기심이 동했다.
“하나의 영진입니다. 방금 보여 드린 것과는 다른 영진이니, 대사께 드리면 그분은 아실 겁니다.”
양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양준은 어렴풋이 당시 남긴 영진(靈陣)이 단약의 등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진법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동안 양준은 많은 연단 비결을 알게 되었고, 지금 여사를 통해 보내는 것은 연단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영진이었다. 게다가 등급이 이전의 것보다 훨씬 높기에, 그는 자신이 있었다.
소부생의 연단 수준에, 이 영진까지 더해지면 결코 연단을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거면 정말 단약을 제련할 수 있나? 실패하는 일은 없겠지?”
여사가 여전히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양준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여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쓴웃음을 지었다.
양준은 손을 비비며 일어나 웃음 띤 얼굴로 여사에게 말했다.
“장로님,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어서 운은봉에 가 보시지요."
“그래, 그래. 맞네.”
양준이 한마디 일깨워 주자, 여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단약에 필요한 재료는 진작 준비해 놓고 있었다. 구하기 힘든 재료들이라 하지만 여씨 가문의 재력이 받쳐 주는 한, 못 구할 것도 없었다.
여사는 말하는 한편, 결단력 있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옥함들을 꺼냈다. 옥함 속에는 수집한 약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사가 약재들을 담아 들고 돌아서 보니, 양준은 이미 원래 그가 깔고 앉아 있던 양정옥상을 어깨에 메고서 어금니가 다 보이도록 환히 웃고 있었다.
“하하! 좋은 거래였습니다.”
양준은 사양하지 않고 양정옥상을 어깨에 멘 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여사는 입을 벌름거리다가 결국 말을 삼키고 말았다. 이제는 양준이 말한 것들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여량과 여씨 가문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기다리다가 고개를 든 순간, 옥 침대를 어깨에 멘 양준의 패기 있는 모습에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
‘이것은… 이것은… 장로님의 목숨을 부지하는 양정옥상이잖아. 이렇게 그냥 메고 간다고?’
그들이 양준의 뒤를 다시 살펴보니 여사가 찜찜한 표정으로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여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러분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준은 웃으면서 그들에게 인사한 뒤 가슴을 쭉 펴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양준의 모습은 저택에 뛰어들어 한가득 강탈해 가는 강도와도 같았다. 여씨 가문 사람들은 눈을 빤히 뜨고 바라보기만 했다.
양준은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 누군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뒤돌아보니 여사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양준은 짜증이 났다. 양정옥상 하나 때문에 여사와 너무 오랫동안 실랑이질한 시간이 아까웠다.
“양 공자, 마지막으로 묻겠네. 정말 성공할 수 있는 건가?”
여사는 그래도 미덥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말하는 한편, 양준이 어깨에 멘 옥 침대를 애절하게 바라보며 마치 첫사랑 연인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손을 놓지 못했다.
“정 못 미더우시면 서신을 돌려주시지요. 저도 좋은 일을 하고 욕먹기는 싫습니다.”
양준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여사는 순간 머리가 아파 오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그제야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자네를 믿겠네.”
“그럼 이만 놓아주세요.”
양준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여사는 어색하게 손을 거두고 아쉬운 눈길로 옥 침대를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시선을 돌렸다.
양준은 성큼성큼 떠나갔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여량이 급히 다가와 물었다.
“장로님,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신 것 아닙니까?”
“그럼 내가 어찌했어야 하는가? 눈앞에 기회가 있는데, 그걸 보고만 있으라는 말인가? 이미 벌어진 일이야. 죽게 될지, 살게 될지 이번 기회에 알 수 있겠지. 그럼 며칠 나갔다 오겠네.”
여사도 가슴이 답답하던 터라 탄식하며 말했다. 말을 마친 여사는 하늘로 치솟더니 번개처럼 사라졌다.
여사가 사라진 뒤에야 여량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참 생각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직접 양 공자를 감시하고, 며칠 동안 무엇을 하는지 잘 살펴봐라. 절대 그들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몇몇 고수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씨 저택 뒤뜰.
양준이 씩씩하게 돌아왔다. 그때 추억몽과 낙소만은 뜰 안에 할 일 없이 앉아 있었고, 도봉과 당우선도 함께 있었다.
양준을 본 추억몽은 아연실색해서 그가 메고 온 양정옥상을 눈여겨보았다.
“공자님!”
도봉과 당우선도 서둘러 다가왔다. 두 혈시는 며칠 간의 치료를 거쳐 거의 완쾌된 상태였고, 겉으로는 상처 입은 것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큰 보옥(寶玉)은 도대체 어디서 난 거야?”
추억몽이 놀라며 실소했다.
“여씨 가문의 보물이야.”
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대꾸하고는 마당에 있는 돌 탁상으로 가서 옥 침대를 내려놓았다.
“진짜 예쁘다. 적당히 따뜻한 게 위에 누워서 자기 딱 좋겠네.”
낙소만은 물건을 볼 줄 몰라 다가와서 옥 침대를 만져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추억몽은 표정이 무거워졌다. 방금 전에는 양준이 여씨 가문에서 그냥 보옥 하나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는 분명 신비한 기운을 품고 있는 천재지보였다.
추억몽은 양정옥상을 어루만지면서 얼굴빛이 점점 더 이상해졌다.
‘이 보물은 절대 등급이 낮지 않아!’
도봉과 당우선도 마찬가지로 옥 침대를 훑어보면서 낯빛이 점차 변했다.
‘이렇게 큰 보옥이라니, 분명 양씨 가문에서도 쉽게 찾아보지 못할 물건이야. 여씨 가문에서 얼마나 많은 재물을 쏟아부어 가져왔을지.’
“이건… 현급 중품의 양옥(陽玉)이 아닙니까?”
한참 뒤에야, 도봉이 얼굴빛이 급변하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의 말에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현급 중품… 이는 대단히 높은 품질이었다. 모든 천재지보 가운데서 현급 상품이 최고급이었고, 중품과 상품 사이에는 작은 등급 하나가 차이 날뿐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큰 양옥이 천연 옥석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은은하게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어 침대로 쓰면 제격이었다. 양성 공법을 수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위에서 오랜 기간 수련을 한다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