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4장. 진령을 품고 있는 보옥
“진짜 현급 중품이야?”
추억몽은 놀라서 도봉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녀의 안목도 괜찮은 편이었으나 신유 경지 고수보다는 못했다.
“네, 맞습니다.”
당우선도 확신하며 대답하고는 눈동자에 이채를 띠고 양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공자님, 정말 여씨 가문에서 가져온 것입니까?”
“물론이지.”
추억몽은 눈썹을 찡그리고 중얼거렸다.
“내가 알기로는 여사가 신유 경지 이상을 돌파하면서 경맥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우리 가문의 태상 장로가 조언을 준 적이 있어. 양옥으로 침대를 만들어 따뜻한 원기로 경맥을 다스리면 좋다고. 그러지 않으면 경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설마 이게 여사의 옥 침대는 아니겠지?”
여사의 옥 침대일 가능성을 떠올리자, 추억몽은 왠지 가슴이 떨렸다.
양준은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진짜 아는 게 많구나.”
“정말이야?”
추억몽은 입을 가리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도봉과 당우선도 깜짝 놀랐다. 그들도 당연히 여사를 알고 있었다. 여사는 몇 안 되는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로 진작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양준이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 여사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침대를 내놓게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양준이 여사를 죽여 버린 건 아니겠지?’
“공자님… 도대체 무슨 대가를 치르고 이걸 얻어 오신 겁니까?”
당우선은 괴이쩍은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추억몽과 도봉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선 옥 침대 자체의 가치가 헤아릴 수 없는 데다가, 여사에게는 아주 특수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기에 양준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이리 당당하게 옥 침대를 가져올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작은 일 하나 도와주고 얻어 왔어.”
양준은 담담하게 웃은 뒤 더 말하지 않았다.
추억몽은 눈빛을 반짝이며 무슨 생각에 잠긴 듯했다. 도봉과 당우선은 양준의 대답을 믿을 수가 없어 미심쩍어했다.
“내가 직접 여량 숙부님한테 물어보고 말지!”
추억몽은 양준이 말을 아끼자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추씨 가문과 여씨 가문의 관계로 보아 그녀가 찾아가서 물으면 여량은 물론 사실대로 알려줄 것이다.
“맘대로 해!”
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무튼 꼼수를 쓴 것이 아니기에 당당했다. 그는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 며칠 더 머물다가 갈 거야. 너희는 급하면 먼저 중도로 돌아가.”
“기다렸다가 같이 갈 거야.”
추억몽이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양준은 그녀를 무시한 채, 양정옥상을 메고 방으로 들어갔다.
“비밀도 많네.”
추억몽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옷소매를 떨치면서 낙소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정말로 여량에게 물으러 가려는 모양이었다.
“추 소저, 혹시라도 연유를 알게 되면 저희에게도 귀띔해 주십시오.”
도봉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추억몽은 무심코 대답했다.
추억몽과 낙소만이 떠나고 나서야 당우선과 도봉은 마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 공자님은 같이 지낼수록 점점 더 알기 힘든 분인 것 같아.”
도봉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우선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한 번씩 사람을 놀라게 한다니까.”
맨 처음 양준을 만났을 때, 그는 신유 경지 고수 네 명 앞에서 살인을 서슴지 않았다. 그때 눈썹 하나 까딱하지도 않고 기세등등한 양준의 모습이 두 혈시의 마음에 꼭 들었다. 그 다음 더 나아가 남씨 가문에 덤터기를 씌우고 남생이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게 한 사실과 금우응을 길들이는 과정도 괄목할 만했다. 또한 능소각에 돌아가서야 그들은 양준이 사주와 같은 종문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능소각에서 추억몽은 그를 따르다 못해 추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두 혈시는 양준의 수련을 감지하다가 내상을 입었지만, 양준 본인은 너무도 멀쩡했다. 또한 지금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에게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을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가져왔다.
양준이 해온 하나하나의 일들에 그들이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봉과 당우선이 양준을 만나고부터 지금까지 기껏해야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양준은 이미 비범한 수단을 많이 선보였고, 모르는 새에 두 혈시가 더는 감히 그를 얕보지 못하게 했다.
‘출신을 제외하더라도 공자님은 그 자체로도 비범한 인물이야.’
*양준은 가부좌를 틀고 양정옥상에 앉아 미친 듯이 진양결을 돌리고 있었다.
여사가 위에 앉아서 따뜻한 양기를 조금씩 흡수하던 것과는 달리, 양준은 지금 양정옥상의 기운을 힘차게 흡수하고 있었다. 그의 온몸은 마치 밑 빠진 항아리로 변한 듯이 모든 혈위가 거대한 흡인력을 과시했다. 황금빛 기운이 줄기줄기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양정옥상에서 빠져나와 실오리처럼 끊임없이 혈위로 흘러들어 경맥을 거치고 단전에 모여들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상쾌한 느낌이 피어올랐다. 현급 중품의 보옥답게 양준은 온몸으로 밀려드는 양기가 얼마나 순수하고 거대한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양기에 자극을 받았는지 그의 경맥도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그중의 작은 불순물을 담금질해 양기가 더욱더 순수하고 맑아지게 했다. 경맥은 금방 포화되고 팽창되면서 가벼운 찰랑, 소리와 함께 새로운 양액이 형성되어 단전에 모였다. 포화 상태의 경맥이 텅 비면서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또다시 빨라졌다.
옥 침대 속의 기운은 조금씩 또 신속하게 체내 원기로, 또다시 단전 내의 양액으로 바뀌었다. 또한 양정옥상의 크기도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조금씩 작아졌다. 이 과정에서 양준은 온몸의 피와 살, 오장육부가 시련을 거쳐 거듭나는 것만 같았다.
이틀 뒤, 양준은 천천히 눈을 떴고,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단전 내의 양액 비축량은 적어도 이백여 방울이 되었다. 당시 흉살사동에서 나올 때, 양액은 스무 방울밖에 남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거의 열 배 정도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양정옥상에 내재되어 있던 기운이 얼마나 놀랄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만든 양액은 그전의 양액과는 많이 달랐다. 양준의 순수한 진원에 더해, 양액 속에 품고 있는 기운도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때문에 이백여 방울이라 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보물이었다.
한동안 걱정하지 않고 양액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양정옥상은 크기가 매우 줄어들어 있었다. 여사는 자신의 치료용으로 여씨 가문에서 엄청난 재력을 들여 찾아낸 양정옥상이 이틀 만에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양정옥상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 손바닥만 한 조각만 남아 있었다.
양준은 자그마한 양옥 조각을 쥐고서 눈빛을 반짝거리며 의문을 금치 못했다.
그가 진양결을 돌려도 작은 양옥에서는 기운을 흡수할 수가 없었다. 양옥 안에는 마치 신비한 힘이 있어 그의 몸속의 흡인력을 막고 있는 듯했다. 만약 정말 마음을 모질게 먹고 억지로 흡수한다면 모두 흡수할 자신이 있었으나, 이런 기이한 현상을 보자 영문을 알고 싶었다.
손바닥만 한 옥 조각은 여전히 전체적으로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색상이 더욱 짙고 깊이가 있었다. 또한 은은하고 아름다운 빛이 그 속에서 흐르고 있는 듯했다.
그는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양준은 곧 신식을 펼쳐 보았다. 그러나 신식이 옥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마치 어둠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진원과 신식으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는 옥 조각은 일반 양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양준은 왠지 옥 조각이 괴이쩍은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양준은 문밖에 있는 이들을 불렀다.
“도봉, 우선!”
방문이 열리더니 도봉과 당우선이 함께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자님.”
도봉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우선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양준을 지켜보았다. 이틀 동안 양준은 또 강해진 듯했다. 이제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진원 7단계 경지가 앞으로 크게 나아갔을 뿐만 아니라 기분도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겨우 이틀간 폐관 수련했는데 이렇게 강해진다고?’
당우선은 몰래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데 양정옥상은 어디로 갔지?’
방 안에는 옥 침대가 보이지 않았다.
양준은 손에 들고 있던 옥 조각을 도봉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한번 봐봐.”
도봉은 얼른 그것을 건네받았다. 눈빛에는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이어 정신을 가다듬고 미간을 찌푸린 채 기운을 넣어 옥 조각을 감지해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신식에 대한 조예는 저보다 우선이 더 깊으니 우선에게 살펴보게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양준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당우선을 바라보았다. 당우선이 도봉보다 신식에 대한 조예가 깊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실력이 신유 경지에 이르면 자체 기운뿐만 아니라 신혼의 힘도 수련해야 했다. 어떤 이들은 신식과 신혼기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있어, 신식에 있어서만은 여느 신유 경지 무인보다 강했다.
당우선이 바로 이런 유형임에 틀림없었다.
양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봉은 당우선에게 옥 조각을 던져주었다.
당우선은 옥 조각을 받아 들고 눈을 감은 채 그 속에 신식을 주입했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진중해지더니 정말로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점점 더 강한 신식의 기운을 주입했다.
양준은 눈이 번쩍 뜨이며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대했다.
한참 지나서야 당우선은 신식을 거두어들이고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눈을 떴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흥분의 빛이 반짝였다.
“공자님, 이건 진령(眞靈)을 품고 있는 보옥입니다.”
“진령이라고?”
양준과 도봉은 동시에 놀랐다.
“네, 진령입니다.”
당우선은 고개를 거듭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