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65화 (365/853)

제 365장. 이번에는 큰 실수를 하셨습니다

“제가 본 것이 맞다면 생겨난 지 제법 됐습니다. 게다가 이미 지성을 갖추기 시작해, 공자님과 도봉의 신식을 속일 수 있었던 거죠.”

“지성을 갖춘 진령이라고? 그럼 최소 몇천 년은 된 것일 텐데.”

도봉이 깜짝 놀라 외쳤다.

“쉿!”

양준이 도봉에게 눈짓했다.

도봉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문득 무엇인가 떠올리고 은연중에 신식을 펼쳐 주위를 살폈다.

잠시 뒤, 도봉의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방 주위에 신유 경지 고수 여러 명이 기운을 숨기고서 이쪽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여씨 가문 고수들이 틀림없었다.

바로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도봉의 신식이 그들보다 약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비보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여씨 가문에서 자신들을 감시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기에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조금 전에 양준이 눈짓하지 않았다면 그는 신식으로 자세히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봉은 밖에서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는 큰 소리로 말할 수 없었다.

양준이 손짓하자 도봉과 당우선은 급히 다가가서 양준의 맞은편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셋은 머리를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오랜 세월을 견뎌 낸 보옥에 진령이 생길 수 있다고 하더군. 이 보옥도 그런 상태인가?”

양준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당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옥에서 진령이 생길 확률은 정말 희박합니다. 만 개의 보옥에서 하나가 생길까 말까 합니다.”

그녀는 살짝 들뜬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원래 귀한 보옥에서 진령이 생긴다면, 그 가치는 몇십 배는 더 올라갑니다.”

도봉도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양준은 흥이 나서 물었다.

“그럼 진령은 무슨 쓸모가 있지?”

두 혈시는 마주 보며 조금 기가 살아난 느낌이 들었다. 양준과 함께 있는 동안, 양준은 계속 그들에게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양준이 아무리 대단해도 어린 나이라 식견은 아직 그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가 그래도 쓸모가 있군.’

당우선은 우물쭈물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진령은 굉장히 드물고 광산에서만 형성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여씨 가문의 양정옥상은 커다란 양정옥 광산에서 캐낸 것이 분명합니다. 보통 외부에 있는 양정옥의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양정옥상은 광맥의 중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 조그마한 조각이 양정옥상 핵심 부분인 건가?”

이렇게 생각해 나가자, 당우선은 옥 조각의 출처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맞습니다. 여씨 가문은 분명 양정옥상을 옥 광산의 정수로 여겨 왔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이 보옥이야말로 진정한 정수인 것이죠. 이것이 지닌 힘과 가치는 이 옥을 캐낸 광산보다 높을 것입니다.”

양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진령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령(器靈)입니다.”

당우선은 몽롱해진 눈빛으로 진령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진령을 비보에 제련해 넣으면 비보의 등급이 훨씬 높게 나올 겁니다. 하물며 연기대사(煉器大師)에게 맡긴다면 영급의 무기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영급…….

그것은 전설일 뿐이었다.

소부생이 평생 추구하던 것도 죽기 전에 영급 단약을 제련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등급이 가장 높은 비보는 현급 상품으로 그것도 몇 개 되지 않았다. 영급 비보는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진령에게 시간을 주고 더욱 성장하게 한다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거두게 된다면 무소불능의 힘을 얻게 되실 테니까요.”

도봉이 한마디 덧붙였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양준이 묻자, 당우선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몇백 년 정도, 아니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리셔야 할 것입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진령의 성장은 매우 더딥니다. 그러나 다 자라나면 세간에서는 적수를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대단하다고?”

“네, 그만큼 대단합니다.”

당우선이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를 제련하는 것 말고도, 만약 진령을 안정적으로 흡수한다면 커다란 도움이 될 겁니다. 뜻밖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비범한 능력이 생길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양준은 마음이 동했다.

당우선은 그의 얼굴빛이 변한 것을 보고 급히 손을 내저으며 경고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진령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옥에 담겨 있다지만, 위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체내에 흡수하신다면, 지금은 몸에 이로운 점보다는 해로운 점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렇구나.”

양준은 당우선이 이처럼 진지하게 말하자, 움찔하면서 방금 전에 경솔하게 흡수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옥 조각에 대한 이해득실을 분명히 얘기한 다음에야, 당우선은 옥 조각을 양준에게 돌려주었다.

“신중히 잘 보관하셔야 합니다. 다른 이가 알게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자들이 탐낼지도 모릅니다.”

“알겠어.”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검은 책 공간이 있어 물건을 감추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도봉은 입을 벌리고 말없이 음산하게 웃었다.

“여씨 가문 입장에서 이번 거래는 매우 큰 손해입니다.”

양준이 무슨 대가를 치르고 여사의 양정옥상을 바꿔 왔든, 지금에 와서 보면 양준이 큰 이득을 본 것이었다.

당우선도 입을 오므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은 이 안에 진령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진령은 이미 지성을 갖추고 있어서 고수들의 신식을 속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에는 양정옥상 속에 숨어 있었기에 아마 여사도 미처 감지하지 못했을 터였다. 진령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여사는 결코 양준에게 양정옥상을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안목이 좁은 데다 감히 공자님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는 것을 보니 포섭할 가치가 없습니다.”

도봉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저와 우선은 이미 회복했습니다. 공자님께서는 언제쯤 여길 떠날 생각이십니까?”

“그럼 내일 출발하지.”

그는 원래부터 여씨 저택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며칠 전에는 혈시들이 요양해야 했고, 요 며칠은 양옥의 기운을 흡수하느라고 며칠 지체했을 뿐이었다. 집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어, 그도 당장 돌아가서 부모님을 뵙고 싶었다.

“좋습니다. 추 소저께서 계속 동행한다고 하셨으니, 저는 추 소저께 공자님의 의사를 전하고 오겠습니다.”

당우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준이 여씨 저택을 떠난다는 소식은 금세 전해졌다.

여량을 포함한 여씨 가문 사람들은 은근히 안도감이 들었다. 양씨 가문의 다른 공자들이 양준과 자신들이 접촉했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날 저녁, 여량은 또 연회를 베풀어 양준과 추억몽 일행을 초대했다.

술자리에서 사람들은 한담만 할 뿐,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이나 장래 중도의 정세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추억몽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여씨 가문에서 양준을 낮잡아 본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더 말하지 않고 지난번처럼 음식을 조금 먹고는 일찍 자리를 떴다.

양준은 마음껏 먹고 마시며 여씨 가문을 포섭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행동에 여씨 가문에서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양준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꺼낼까 봐 초조해하고 있던 차였다. 정말 그렇게 되면 여량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같은 연회였지만, 며칠 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여씨 가문의 태도는 무의식중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연회가 끝나고 사람들은 흩어져 각자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

이튿날, 여량의 인솔 하에 여씨 가문 장로들은 정문에서 양준과 추억몽을 배웅했다.

여량은 진지한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양 공자님, 시국이 불안정하니 중도에서도, 계승 싸움에서도 안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양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양 공자님께서 이리 찾아주셨으니, 한 가지 선물을 드리고자 합니다. 돈을 좀 준비했으니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량은 미소를 지으며 옆 사람에게 눈짓했다.

그자는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 두 손으로 은표 상자를 건넸다. 이를 보고 도봉과 당우선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둘은 차가운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그의 지시를 기다렸다.

양준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여 가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도봉 받아라.”

“예.”

도봉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은표 상자를 건네받았다.

“공자님께서 계승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여량은 가볍게 공수하며 인사치레를 했다.

양준은 크게 웃었다.

“여 가주님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말하는 한편, 답운구에 올라타더니 먼저 떠나갔다. 도봉과 당우선도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양준의 뒤를 따랐다.

추억몽과 낙소만은 여씨 가문에서 준비해 준 답운구에 나란히 올라탔다. 몇 걸음 걷다가, 추억몽은 잠시 멈추고 가볍게 말했다.

“여량 숙부님, 이번에는 큰 실수를 하셨습니다.”

여량의 얼굴빛이 살짝 바뀌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추억몽은 이미 답운구를 타고 빠르게 멀어졌다.

뒤에 있던 여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실수라고?”

여량은 양미간을 찌푸리고 추억몽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곱씹었다. 그녀는 여량이 양준을 무시했다고 탓하는 것이 분명했다.

‘네가 추씨 가문의 장녀라고 해도 한낱 젊은이에 불과하다. 안목과 모략은 어찌 감히 나와 비할 수 있겠느냐?’

여량은 심기가 불편했지만, 추억몽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누가 실수를 했는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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