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67화 (367/853)

제 367장. 피습

몇 사람이 흥미진진해하자, 뱃사공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양준은 옆에서 소리 없이 웃고 있었는데, 표정이 담담했다.

자리에 있던 이들 중에서 오직 그만이 바다에 갔었고, 더욱이 바다 속 깊이 들어간 적도 있으며 하마터면 돌아오지 못할 뻔했었다. 양준은 뱃사공의 허풍을 까발리지 않았다.

한참 이야기하는 동안, 배는 남강 한복판에 도착했다.

양준은 멍하니 있다가 곧 경계심이 생겨나 실눈을 뜨고 뱃사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뱃사공이 여전히 바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양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

“노인장, 어째 노를 젓는 방식이 좀 이상합니다.”

배 위의 몇 사람은 어리둥절해서 일제히 고개를 돌려 양준을 바라보았다.

뱃사공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형씨가 하고 싶은 말씀이 뭐요?”

양준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평생 노를 젓는 이들은 호흡에 박자가 있는데, 노인장은 그렇지 않군요. 특히 이런 넓은 강에서 노질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으면, 체력이 곱절은 강해야 겨우 버틸 수 있겠지요. 노인장은 평생 물가에서 살았으면서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십니까?”

이 말을 듣자, 도봉과 당우선은 표정이 굳어지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뱃사공을 바라보았다.

뱃사공은 눈에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형씨가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소. 난 평생 이렇게 노질을 해서 습관되었는가 보오. 다음에 형씨가 말하는 방법대로 한번 노질을 해보지. 정말 힘이 적게 드는지.”

양준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

“노인장은 지금 그런 방식으로 강을 반이나 건넜지만 낯빛도 변하지 않고 힘들어하지도 않는군요. 게다가… 물가에서 평생 살았다면, 생선을 먹고 살겠죠? 그런데 어째 배에서 조금의 비린내도 나질 않으니… 허허허!”

양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차가워지고, 두 눈이 천천히 가늘어지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인장은 일반인이 아니죠?”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봉과 당우선이 일제히 뱃사공에게 달려들었다.

바로 이때, 하늘을 빙빙 돌던 은혈금우응이 다급하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울음소리에는 뚜렷한 경계의 뜻이 담겨 있었다.

추억몽과 낙소만도 얼굴빛이 변하면서 다급히 진원을 가동했다.

촤르륵-

사방의 여러 가닥의 물기둥이 솟구쳤고, 물기둥마다 모두 사람이 한 명씩 숨어 있었다.

수면에서 나아가고 있던 배는 마치 늪에 빠진 듯, 꼼짝없이 아래쪽으로 가라앉았다.

양준과 추억몽, 낙소만은 하늘로 날아오르려다가 머리 위에서 거대한 압력이 전해지며 모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나면서 삽시간에 배와 배에 탄 사람들을 모두 삼켜 버렸다. 답운구 다섯 마리도 그 속에 말려들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물에 빠지는 순간, 양준은 주변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기운을 느꼈다. 혈시들이 이미 뱃사공과 맞붙은 것이 분명했다. 사방에서 언뜻언뜻 물고기가 헤엄치듯 그림자들이 신속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양준은 급히 사방을 둘러보았고, 눈앞의 광경에 낯빛이 어두워졌다.

도봉과 당우선은 물속에서 세 명과 접전하고 있었다. 세 명은 모두 신유 경지 고수로 각각 신유 경지 8단계, 7단계, 5단계였다. 혈시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단시간 내에 몸을 뺄 수가 없을 듯했다.

가장 가까운 적은 그에게서 열 장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양준은 그가 물속에서 자신을 향해 흉악하게 웃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자가 두 손을 휘두르자 푸른빛이 강물을 가르며 그에게로 날아왔다.

양준은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의 힘은 마치 금빛 찬란한 인장처럼 푸른빛을 덮쳤다.

콰앙-

푸른빛이 한순간에 어두워졌지만 모든 힘을 막지는 못했다. 양준은 서둘러 몸을 피하고 재빨리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쁜 와중에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니 추억몽과 낙소만이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보다 안전해 보였다. 물 밑의 사람들 중에서 도봉, 당우선과 접전을 벌이는 세 명의 고수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그에게로 모여들고 있었다.

‘날 노린 거였군!’

양준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지만 연유를 생각할 사이도 없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미처 수면을 떠나지도 못했는데 아래쪽에서 그림자 하나가 솟아올랐다. 바로 방금 전에 양준에게 푸른빛을 날렸던 무인이었다. 그는 양준을 차가운 눈빛으로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다가 다시 손을 휘둘러 그에게 빛줄기를 날렸다.

결정적인 순간, 금우응이 나타나 날갯짓을 하자 무수히 많은 금빛이 날아왔다.

눈앞이 온통 금빛으로 반짝이는 순간, 양준에게 빛줄기를 날렸던 무인이 괴성을 지르더니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기회를 틈타 양준은 방향을 돌려 재빨리 기슭으로 날아갔다.

촤르륵-

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람 그림자 예닐곱 개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들은 주변을 살펴보고는 양준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추억몽과 낙소만도 섞여 있었다. 그녀들은 양준을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저 둘을 막아라! 죽여서는 안 된다.”

선두에 선 중년이 무거운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러자 곧 두 사람이 무리에서 벗어나 흉악하게 웃으며 추억몽과 낙소만을 덮쳤다.

추억몽은 차가운 얼굴빛으로 낙소만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자들은 양준을 노리고 온 게 분명해. 우리를 죽이려 들지는 않을 테니까, 여지를 남기지 말고 쓸어버려.”

“알겠어.”

낙소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쏴악-

또 한 차례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혈시 두 명과 신유 경지 세 명이 물속에서 싸우다가 위로 솟구쳐 올라온 것이었다. 도봉의 탄탄한 몸은 갈색 빛에 감싸여 있었다. 그는 매서운 초식을 펼치며 몸을 내던지고 필사적으로 싸웠다.

당우선도 진원을 가동시키고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각종 무공을 날렸다. 그녀는 초조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기에 감히 중도의 양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이냐?”

도봉이 대노하여 외치자 기운이 일렁였다.

“그래 바로 너희 양씨 가문을 건드리는 거야. 안하무인으로 제멋대로 설치고 다니니 이번에는 아예 대를 끊어 버리겠다.”

혈시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던 신유 경지 8단계 고수가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투가 악랄한 것으로 볼 때, 양씨 가문과 무슨 큰 원한이 있는 것 같았다.

도봉과 당우선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이번 전투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상대방이 사전에 매복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양씨 가문을 겨냥한 함정이었다. 상대가 셋이나 되다 보니 두 혈시는 양준을 구하러 가고 싶어도 몸을 뺄 틈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선!”

도봉이 외쳤다. 시간이 급박하기에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그래.”

당우선이 몸을 비틀자, 진원이 사납게 솟구쳐 나왔다. 대지가 순식간에 안개에 휩싸였다. 동시에 괴이쩍고 강한 신식의 힘도 가동되었다. 위력이 강한 신혼기가 실력이 가장 낮은 신유 경지 고수를 공격했다.

두 혈시는 주인을 구하고픈 마음이 간절해 필살기까지 동원했다.

세 명은 협력해 당우선의 신혼기를 가볍게 막아 냈지만, 안개 속에 싸여 시선이 차단되었다. 선두에 선 신유 경지 고수가 옆에서 전해지는 도봉의 기혈 파동을 감지하고 얼굴빛이 크게 변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패혈광술(覇血狂術)이잖아. 망할! 양씨 가문의 혈시는 다 미친 것들이야. 어서 막아!”

패혈광술은 양씨 가문의 혈시만 수련하는 신기한 무공이었다. 이 수를 사용한다고 해서 경지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혈이 짧은 시간 내에 두세 배는 활성화되어 방어력과 공격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는 양준이 입마한 다음 기혈의 힘이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러나 패혈광술은 본인이 역으로 당할 위험이 있어 입마보다 못했다. 혈시는 지금 자신의 생명력으로 기혈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일단 패혈광술을 사용하면 혈시는 짧은 시간 내에 무적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극도로 약해졌다. 전투가 막 시작되는 순간, 도봉은 단호하게 필살기를 썼다. 그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한지를 알 수 있었다.

상대방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도봉이 주인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이토록 절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셋은 조금도 여지를 남기지 않고 맹렬하게 당우선을 공격했다. 먼저 당우선을 신속히 격파한 뒤, 다시 도봉과 대적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우선 역시 혈시로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온몸의 비보를 모두 이용해 혼자 힘으로 셋을 제자리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빨리 죽여!”

신유 경지 8단계 고수는 당우선의 방어를 뚫지 못하게 되자, 급히 다른 한쪽을 향해 소리쳤다.

다른 한쪽, 양준을 추격하던 몇 명 중 선두에 선 중년 남자는 신유 경지 3단계였다. 그의 뒤로 신유 경지 1단계 한 명과 진원 경지 9단계 두 명이 따르고 있었다. 이 정도 조합이면 진원 경지 7단계 무인 한 명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양준이 포함되지 않았다.

저쪽에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에 선두의 중년 남자는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재빨리 양준의 뒷모습을 향해 신혼기를 펼쳤다. 무형의 힘이 허공을 뚫고 곧장 양준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힘차게 날아가던 양준이 휘청하더니, 허공에서 곤두박질쳤다.

“흥!”

중년 남자는 냉엄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곧 다른 이들과 함께 신형이 몇 번 번쩍하더니 재빨리 양준의 주변으로 몰려와 그를 둘러쌌다.

“이게 양씨 가문의 공자인가? 별거 아니네. 힘들 줄 알았더니만,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네.”

신유 경지 1단계 무인이 땅에 쓰러진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양준을 비웃듯이 바라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중년 남자는 크게 코웃음을 쳤다.

“너무 얕보지는 마. 그래도 양씨 가문의 사람이야. 시간이 지나면 분명 너와 같은 경지에 오르게 될 거고, 그러면 나라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어.”

신유 경지 1단계 무인은 동의하지 않는 듯한 눈치였으나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진원 경지밖에 안 되서 쉽게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신유 경지가 진원 경지를 상대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했다. 만약 진원 경지 무인에게 신혼 방어 비보가 없으면 신혼기의 공격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때문에 대세가, 큰 세력의 공자, 낭자들은 몸에 적어도 신혼 비보 하나쯤은 지니고 다녔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죽여. 늦었다가 변고가 생길 수 있어.”

양준은 전혀 저항하지 못했고, 그의 눈동자는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더는 말하지 않고 담담하게 지시했다.

신유 경지 1단계 무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웃었다.

“그래, 미움을 사는 일은 내가 해야지.”

그는 말하는 한편, 무기를 들고서 천천히 양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발로 양준의 가슴을 밟고 양준의 목을 향해 무기를 힘껏 내리 찍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