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68화 (368/853)

제 368장. 내 상대가 못 돼

양준은 두 눈이 멍했고, 고통스러운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정말 더는 반항할 힘이 없는 듯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빛을 잃어 가고 있던 눈동자에서 불현듯 빛이 번뜩였다. 이내 자색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신유 경지 1단계 무인의 머릿속으로 곧장 파고 들어갔다. 사악하고 포악한 기운이 순간 그의 식해에서 폭발했다.

손에 쥐고 있던 그의 무기는 양준의 목에서 불과 세 치의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양준이 흉살사동 사령에게서 얻은 신혼기가 머릿속에서 폭발한 다음, 그는 그 자리에 꼼짝달싹 못하고 서 있었다. 머릿속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 찼고, 식해는 봉인되었다.

양준은 곧 초식을 날렸다.

자색 빛이 끊임없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와 잔물결이 연이어 일면서 신유 경지 3단계 중년 남자와 진원 경지 9단계 두 젊은이를 감쌌다.

중년 남자는 습격을 받은 뒤, 조건반사적으로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동자가 끊임없이 흔들렸다.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진원 경지 두 명은 비명을 지르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콰앙-

묵직한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양준의 주먹이 신유 1단계 무인의 가슴에 꽂혔다. 곧이어 그의 등이 눈에 띄게 밖으로 튀어 나왔다. 앞쪽 늑골이 모두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심장과 폐를 찌른 것이다. 그리고 횡포한 진양원기가 그의 체내에서 폭발했다.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이 빛을 잃었다.

순식간에 신유 경지 1단계 무인이 죽었다.

양준은 그 자리에서 몸을 날려 질풍처럼 진원 경지 9단계 두 무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둘의 머리를 움켜쥐고 힘껏 비틀었다.

뚜둑-

두 사람의 머리는 한 바퀴를 돌더니, 목이 부러지면서 쓰러졌다. 중년 남자는 그제야 겨우 몸을 가누었는데, 양준은 벌써 세 명이나 연이어 죽인 상태였다.

두 눈이 서로 마주쳤다. 양준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가에는 음산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잠깐 방심한 탓에 고수 세 명이 죽었다.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신혼기가 양준을 명중했는데도, 양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양준의 몸에는 신혼 방어 비보가 전혀 없었고, 확실하게 신혼기에 적중되었다.

‘어떻게 무사할 수가 있지? 신유 경지 절정에 이른 사람이어도 이런 공격을 받으면 얼마간 영향을 받을 텐데?’

그러나 양준의 모습을 보면 방금 전 그가 날린 신혼기는 양준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듯했다. 그리고 방금 전의 양준이 날린 차갑고 음산하며 난폭하기 그지없는 신혼 공격은 또 어찌된 일이란 말이가?

“감히 우리를 상대로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중년 남자가 원한에 찬 눈빛으로 고함을 질렀다.

양준이 냉소하며 하찮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서?”

‘지들은 매복도 하고, 여럿이서 덤빈 주제에 나는 약한 척 좀 하면 안 되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

중년 남자는 서슬 퍼런 얼굴빛으로 섬뜩하게 웃더니 말했다.

“역시 양씨 가문의 씨는 남다르구나. 하지만 너는 오늘 반드시 죽게 될 거다.”

양준은 중년 남자의 말과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는 독살스러운 말을 던지면서도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경계하는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순식간에 일어난 접전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군.’

중년 남자는 소심한 성격이라 더욱 조심스러운 듯했다.

“너 따위는 내 상대가 못 돼.”

양준이 냉혹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중년 남자는 양준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 표정이 차가워졌다.

“아무리 양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해도 너무 오만하군. 나는 신유 경지…….”

“신유 경지가 뭐? 방금 네 눈앞에서 한 놈 해치운 거 못 봤어?”

양준은 그에게로 다가가면서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중년 남자는 아연실색해서 양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곧 마음이 복잡해졌는지 얼굴에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너도 방금 전 그자처럼 오늘 내 손에 죽어야 할 거야.”

양준이 냉소하며 말했다.

“안타깝네. 실력이 나쁘지 않은데, 신혼기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군. 아마 수련한 시간이 길지 않나 봐? 안 그랬으면 내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봤을 텐데.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내가 신식은 너보다 강하거든.”

“헛소리!”

중년 남자는 냉소하더니 곧 마음을 가다듬었다. 양준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횡포하기 그지없는 신식이 그의 몸을 한 바퀴 훑었다.

이 신식의 힘은 일반적인 신유 경지 7, 8단계보다 훨씬 강했으며 심지어 신유 경지 절정과도 견줄 수 있었다. 이미 일반적인 신유 경지 절정의 신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중년 남자는 지금까지 이처럼 강한 신식을 느껴본 적이 몇 안 되었다. 그리고 그런 신식을 쓰는 이들은 모두 신유 경지 절정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방금 진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미친 듯이 울렁거렸다.

중년 남자가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는 사이, 양준이 초식을 날렸다.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백호와 신우가 뛰쳐나갔다. 연이어 양준이 핏빛 장검을 손에 쥐고 휘두르자 검기가 날아갔다. 또한 하늘을 뒤덮는 꽃잎이 그의 체내에서 튀어나오더니 회전하면서 예리한 칼처럼 중년 남자를 덮쳤다. 마지막으로 자색 빛이 다시 한번 퍼져 나가며 신혼기가 펼쳐졌다.

짧은 시간에, 양준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

무시무시한 힘이 엄습해 오는 것을 알아차린 중년 남자는 괴성을 질렀다. 그는 방심하지 않고 검기를 겨우 피했지만 백호와 신우에게 발을 잡히고 말았다. 미처 두 수혼을 격퇴하지 못한 상황에서, 꽃향기를 품은 천예혈해당이 그를 완전히 감쌌다.

콰앙-

중년 남자는 미친 듯이 진원을 가동했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기운이 그를 중심으로 밖으로 퍼져 나갔다. 광풍이 휘몰아쳤지만, 그 속에는 중년 남자의 힘이 숨어 있어 천예혈해당과 두 수혼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곧이어 중년 남자의 몸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그는 물러나는 대신, 양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신유 경지 3단계로서 잠시 양준의 말에 영향을 받아 선수를 빼앗겼지만, 거의 본능에 가까운 전투 경험으로 가장 적절한 전투 방식을 취했다.

양준이 다른 진원 경지 7단계 무인보다 전투력이 훨씬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펼친 신혼기는 보통의 신유 경지 무인처럼 능숙하지 못하고 서툴렀다.

엄격히 말하면 뿌리 없는 나무이고, 원천 없는 물로 저력이 없었다. 강하긴 하지만, 그렇게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양준은 신식이 있어 신혼기를 쓸 수 있지만 식해가 없기 때문이었다. 식해가 형성되어야 신혼기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로서는 양준의 신혼 공격을 막기만 하면 되었다. 어디까지나 양준은 진원 경지 무인으로, 아무리 좋은 비보를 지니고 있고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그와는 경지에서 몇 단계는 차이가 났다.

중년 남자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두 손으로 결인을 맺자 번개가 내리치고 우레가 울었다. 그의 진원에는 마치 천지 간의 우레와 번개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듯했다.

쩍- 쩍- 쩍-

허벅지보다도 더 굵은 번개가 번쩍번쩍 공중에서 내리쳤다. 번개는 공기 중에 떠돌며 양준을 겹겹이 감쌌다. 그는 양준을 추격하던 네 명 중에서 실력이 가장 높았다. 본격적으로 공격하자 기세가 비범했다.

양준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떠도는 번개에 휘감겼다. 순식간에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고, 온몸이 짜릿짜릿했다.

양준의 체내 진양원기가 밖으로 뿜어 나와 얇은 방어막을 형성하면서 번개의 습격을 막았다. 수라검을 흔들자 검기가 줄기줄기 날카롭게 날아갔고 흩어졌던 천예혈해당이 다시 모이더니 중년 남자를 줄기차게 공격했다.

중년 남자도 여지를 두지 않고 서둘러 작은 망치를 꺼냈다. 망치는 번갯불이 번쩍였고 손에 드는 순간, 번개의 힘이 배가 되었다.

두 수혼이 쏜살같이 달려갔지만 매번 번개 빛에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두 사람은 하나는 공중에서, 하나는 땅에서 열 장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최선을 다해 싸웠다. 뜻밖에도 막상막하의 실력이었다.

중년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은연중에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양씨 가문의 공자를 습격한 일은 큰 모험을 무릅쓴 계획이었다. 만약 일격에 공자를 죽이고 멀리 도망치기만 하면 설령 공자들 옆에 혈시가 두 명씩 있다고 해도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양준의 실력이 높아 경지가 본인보다 높은 고수 세 명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신유 경지 3단계인 그와도 거의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양준이 사용한 두 가지 비보는 모두 등급이 천급 상품이었다. 그는 무공이 뛰어나고 진원이 순수했으며 신혼기도 펼칠 줄 알았다.

중년 남자는 바쁜 와중에 얼핏 짐작해 보니, 적어도 반 시진이 걸려야 양준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가장 이상적인 환경에서 어떤 장애도 없는 경우에서만 가능했다.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 반시진이나 할애할 수 없었고, 하물며 그는 양준이 아직 패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실패한 거 같군!’

중년 남자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바로 이때, 다른 한쪽 싸움터에서 온 천지를 울리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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