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75화 (375/853)

제 375장. 화룡지

가는 내내 두 형제는 화기애애하고 분위기가 좋았다. 얼마 안 되어 둘은 화룡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화룡지 주변은 수많은 무인들이 겹겹이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암암리에 많은 고수들이 이곳을 방어하고 있어 신식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때문에 일단 외부인이 이곳에 접근하려고 하면 변명할 여지도 없이 그 자리에서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했다.

일찍이 어느 일등 가문의 총관이 양씨 가문에 공물을 바치러 왔다가 길을 잃고 화룡지에서 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그는 한마디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이곳을 지키고 있던 양씨 가문 고수에게 죽임을 당했었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그 일등 가문은 양씨 가문에게 죄를 묻기는커녕, 오히려 배로 많은 선물을 가지고 와서 사과를 했다.

양씨 가문의 이 명당은 줄곧 경계가 삼엄했다. 중도 성안에서 화룡지를 중심으로 사방 몇 십 리 범위 내는 여전히 가장 원시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무슨 황무지에 잘못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가 넓은 지역을 덮고 있었고, 울창한 삼림과 그 사이로 어쩌다가 어렴풋이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 가장 깊은 곳이 바로 화룡지였다.

양소와 양준은 이곳에 도착하자, 역시 얼른 입을 다물었다. 양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공수하며 말했다.

“제자 양소, 명을 받고 화룡지에 왔습니다. 어느 어르신께서 지키고 계십니까?”

곧이어 안개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정청(簫正淸)이네. 양소 공자가 왔군. 옆에 같이 온 이는 누구인가?”

양준이 미처 대답하지 않았는데, 양소가 웃으면서 얼른 대답했다.

“준이 동생입니다.”

안개 속의 목소리는 잠깐 침묵했다. 아마 양소가 말하는 준이 동생이 누구인지 생각하는 듯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 공자는 들어오시게.”

말하는 사이, 눈앞에서 일렁이던 안개가 양쪽으로 밀려가면서 가운데 환한 통로가 드러났다. 그제서야 양준과 양소는 통로 양쪽에 양씨 가문 고수들이 적지 않게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두 형제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는 불과 다섯 장이 안 되었다. 방금 전까지는 주변이 온통 안개에 둘러싸여 있어, 둘 다 안개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양씨 가문의 고수들은 바깥의 사람들과 분명 달랐다. 모두 기운이 안정적이고 대부분 진원 경지로 무공도 일반인보다 훨씬 강했다. 드문드문 신유 경지의 무인이 섞여 있었고, 하나같이 엄숙한 표정으로 두 형제를 바라보았다.

양소와 양준은 서로 마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얼굴빛을 바로 하고 성큼성큼 안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공자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가는 길에 무인들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두 형제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양소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양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신식을 펼쳐 사방을 감지하며 속으로 은근히 놀라고 있었다. 비록 그 역시 양씨 가문 사람이고 더욱이 양씨 가문의 직계이기는 하지만, 양씨 가문의 재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감지를 통해 양준은 주위를 둘러싸고 무인들이 동일한 경지에서 일, 이등 종문 출신의 보통 제자들보다 무공과 전투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정신력, 육체, 기혈, 골격, 경맥, 진원의 질 등 여러 면에서 더욱 순수하고 거대했다. 게다가 주위의 안개가 이상해, 신식을 펼치면 마치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이곳에 어떤 진법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십 분의 시간을 걸어서야 앞쪽이 확 트이면서 안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커다란 연못가,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하얀 세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번쩍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자, 가운데 앉아 있던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

“양소?”

양소는 얼굴빛을 바로하고서 재빨리 공수했다.

“맞습니다. 세 어르신을 뵙습니다.”

화룡지를 지키고 있다면, 세 사람이 양씨이든 아니든, 양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절대 낮지 않았다. 심지어 가문 내 장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양소는 겸손하게 행동했다.

소정청과 다른 두 명은 양소의 태도에 아주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시선을 양준에게 돌리고 의혹에 차서 물었다.

“윗대 넷째 양응봉의 아이가 맞는가?”

“네, 양준이 세 어르신을 뵙습니다.”

양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 사람은 모두 신유 경지 절정의 고수였다. 즉 셋의 실력이 모두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던 능태허에 못지않다는 소리였다. 그런 이들이 지금 화룡지를 지키고 있으니, 양씨 가문에서 화룡지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안쪽은 그들 셋이 지키고 있고, 밖은 현묘한 진법과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고수들이 지키고 있으니, 아마도 오직 신유 경지 이상의 무인만이 이곳의 방어를 돌파할 수 있을 듯했다.

양준의 출신을 알게 된 뒤, 소정청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두 명도 더 말하려 하지 않았다. 양소 쪽이 그들의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그들의 태도가 이처럼 뚜렷해도, 양준은 전혀 뜻밖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르신, 가문에서 왜 저희를 먼저 화룡지에 들르게 한 것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양소는 소정청이 자신을 중시하는 것을 알아채고 마음속의 의문을 물었다.

소정청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자네들의 경지에 도움이 되라고 그런 것이네. 요 몇 년간 기껏해야 일등 세력에서 힘을 길렀을 게 아닌가. 그곳에서 받은 지원이 어찌 우리 양씨 가문과 견줄 수가 있겠는가. 무공을 갈고 닦고, 단약을 복용했으면 필히 몸에 이물이 쌓였을 터. 화룡지에 몸을 담그면 이물을 깨끗이 정화할 수 있을 것이네.”

양소는 기쁜 표정으로 공손하게 말했다.

“가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소정청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좋네. 역시 가주의 아들답게 뭔가 다르군. 이 아래가 바로 화룡지이니 들어가 보게나.”

양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물론 소정청이 자신을 특별히 여기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은 왠지 귀에 거슬렸다. 지금의 자신은 권세도, 힘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설령 말한다고 해도 미움만 사고 좋은 소리도 못 들을 뿐만 아니라, 주제 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소정청이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양씨 가문에 군림하는 것이었다. 그때가 되는 누구든 고분고분 자신의 말을 듣고, 자신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양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아래쪽을 바라보니 거대한 못이 보였다. 하지만 못의 윤곽만 보일 뿐 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 위에는 짙은 안개가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이 물안개는 방금 전에 지나쳐 왔던 것과 달랐다.

방금 전 안개는 그저 눈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화룡지 위의 안개는 자연의 힘을 품고 있었다. 화룡지 자체가 기운의 결정체라 그 기운이 끓어올라서 안개를 형성한 것이었다.

“화룡지는 경맥과 신체를 정화할 수 있는, 실로 진귀한 곳이네. 이곳에 들어갈 기회는 쉬이 오지 않으니,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게나.”

소정청이 허허 웃었다.

다른 한 명이 끼어들어 한마디 했다.

“화룡지는 한 사람의 자질을 점검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자질이 출중하다고 볼 수 있다네. 양소, 자네는 가주의 아들이니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게나.”

양소는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증명하려는 듯이 얼른 공수하며 말했다.

“네!”

“가거라!”

소정청이 손을 흔들자 보이지 않는 힘이 양소와 양준을 함께 싸서 가볍게 화룡지에 넣어 주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자 두 사람은 동시에 못 속으로 빠지며 사라졌다.

양준은 사방에서 차가운 기운이 덮쳐 오는 것을 느꼈다. 화룡지는 정말로 신비한 효력이 있는 듯했다. 양준은 온몸의 혈위와 열린 모공으로 일부 기운이 흘러들어 온몸이 따끔거렸다. 그러나 이런 통증은 금세 사라졌다. 기운들은 경맥에 들어간 다음, 진양원기의 제련을 거쳐 금신으로 흘러들었다.

양준은 놀라움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문득 화룡지가 소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에 듣던 그런 신비한 효과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양소를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은 더욱 이상해졌다.

그 순간, 양소는 큰 고통을 겪는 것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몸의 진원이 미친 듯이 돌아가면서 화룡지의 기운을 온몸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얼마 안 되어 일부 이물질이 그의 체내에서 배출되었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던 못의 물에도 이물질이 쌓이고 있었다.

양준은 급히 수영하여 그와 거리를 벌린 뒤, 당황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형님을 보아하니, 확실히 화룡지는 경맥과 신체를 정화하는 효능이 있는 것 같아. 근데 왜 나한테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이지?’

양준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놀라움에 찬 표정을 지었다.

만약 짐작이 맞다면 이것은 틀림없이 만약영액 때문일 것이다. 만약영액은 장기간 복용하면 경맥과 신체를 정화시켜 한 사람의 자질을 개선할 수 있었다. 만약영액을 얻은 뒤로부터 지금까지, 양준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매일 한 방울씩 만약영액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체내 이물질은 이미 깨끗이 제거되었을 것이고, 자질도 틀림없이 향상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화룡지에 들어간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화룡지의 효능은 틀림없이 만약영액에 못 미쳤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양준은 실망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터라, 그는 화룡지의 효능을 꽤나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아무 쓸모가 없으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화룡지가 아무 효능이 없지만, 그렇다고 들어오자마자 나갈 수도 없었다. 양준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으나 묵묵히 한쪽에서 진양결을 돌리며 화룡지 내의 기운을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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