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79화 (379/853)

제 379장. 금우응이 찾아오다

그로부터 열흘이 넘게 양준은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부모님에게 약을 만든다고 일러 두었다. 각종 진귀한 약재가 양준의 방으로 옮겨졌다. 양준은 그것을 전부 검은 책 공간 안에 넣었다.

이 재료들은 양씨 가문의 것이 아니라 양응봉 부부가 구해온 것이었다. 천재지보는 아니었지만 등급이 낮지 않았다. 가장 높은 것은 현급 하품에 달하기도 했다. 양준은 그들에게 힘들게 약을 제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너무 손쉽게 만들어낸다면 부모님들이 신기한 효능을 느낄 때, 이상하다고 생각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양준이 만약영액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것은, 만약영액의 내력이 신기한 데다 약왕곡의 단성 유상에 연관된 일이라 부모님들이 알게 되면 오히려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십여 일 뒤, 양준은 만약영액 두 병을 가져다 양응봉에게 주었다. 그리고 양응봉과 동소죽더러 매일 한 방울씩 마시라고 일러 두었다. 만약영유도 적지 않게 주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사기를 물리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만약영액은 그저 경맥을 씻어 줄 뿐이었다.

가장 높은 등급의 만약영고는 아직 건드리지 않았다. 만약영고는 세상의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양준은 부모님이 신유 경지의 정상에 이르렀을 때, 만약영고를 주어 경지를 돌파하는 데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양준은 기다릴 수 있었다.

양응봉은 만약영액이 진귀하다는 것을 모르고 약병을 건네받고는 옆에 두었다. 그리고 약간 이상한 시선으로 양준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계승 싸움에… 너도 참가할 생각이냐?”

양준은 그가 달리 할 말이 있어 보여서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아버지의 뜻은 어떻습니까?”

양응봉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와 네 어머니는 네가 밖에서 이토록 잘 자랄 줄을 생각지도 못했단다. 그래서 네가 계승 싸움에 참가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 네 어머니는… 네가 참가하지 않길 바란다!”

양준은 뜨거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버지의 뜻을 물었는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뜻을 말해 준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뜻이 어떤지는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참가하거라!”

양응봉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주 자리를 손에 넣어야만 종문의 이름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부자는 서로 마주보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신나게 웃던 양응봉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이 아비가 이기적이라고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난 사부님께 많은 빚을 졌다. 나로서는 네가 그 빚을 갚아 주길 바랄 뿐이다. 능소각의 대가 절대로 사부님에서 끊어지면 안 돼!”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한테는…….”

“내가 얘기하마. 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양응봉이 손을 내저으며 호기롭게 말했다.

“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응봉은 아내를 많이 무서워하지만 집안의 큰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 동소죽은 그저 자질구레한 일에서 나서고 반대할 뿐이었다.

“아.”

양준은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소식에 밝고 두뇌 회전이 빠르며 충성스러운 사람이 필요합니다. 혹시 아버지께서 데리고 계신 사람 중에 그런 자가 있습니까?”

“할 일이 있느냐?”

양응봉은 짙은 눈썹을 한껏 치켜뜨며 물었다.

“네.”

양응봉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양준에게 뭔가를 건네주며 말했다.

“북성구(北城區)의 통천객잔(通天客棧)으로 가서 방지(龐遲)라는 자를 찾으면 네게 도움을 줄 거다.”

“어떤 사람인가요?”

양준은 손 안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그것이 청색의 죽절(竹節)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것은 손가락만 했는데 짧은 피리의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가볍게 불어 보니 소리도 나왔다. 다만 이 죽절의 재질을 알아볼 수 없었다. 금도 아니고, 옥도 아니고, 평범한 재료도 아니었다.

“죽절방(竹節幫)의 방주다!”

양응봉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키운 세력이지. 그들의 실력은 변변치 않으나 정보 수집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네가 그들을 굴복시킨다면 계승 싸움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알겠습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응봉은 미안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가문 내의 세력도 좀 가지고 있지만 네게 넘겨줄 수는 없다. 가문에서 허락한 인원을 제외하면 아무도 계승 싸움에 관여할 수 없으니 말이다. 네게 넘겨준다고 해도 사용을 못 할 테니 소용이 없을 거다.”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것을 알고 있으니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계승 싸움까지 시간이 있으니 죽절방 사람들과 얼굴을 익혀 보거라.”

양응봉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양준도 씨익 위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양응봉은 그 표정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양준에게서 이런 사악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때, 갑자기 문밖에서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양응봉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금우응?”

하지만 양준은 기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잠시 뒤, 독수리 울음소리가 또 한 번 들렸다. 금우응이 틀림없었다.

양응봉은 그만 멍해졌다.

“금우응이 왜 우리 집 위에 있는 거지?”

양씨 가문의 금우응은 줄곧 다른 성씨를 가진 외부인이 관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인원 수가 매우 적었는데, 몇 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선조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요수를 길들이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 방법 때문에 그들은 양씨 가문에서 살면서 열몇 마리의 요수를 사육할 수 있었다.

양준이 양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 따라온 금우응은 원래의 조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열흘이 넘게 나타나지 않던 금우응이 오늘 스스로 날아온 것이었다.

양응봉은 금우응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 알지 못했지만 양준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영액의 맛을 잊지 못한 독수리가 스스로 찾아온 것이다.

부자는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몇몇 하인들이 나무 아래에 서서 손에 고기를 든 채,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금우응을 달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고기들은 모두 더없이 신선한 생고기로 금우응이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금우응은 고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꼿꼿하게 양준이 있는 방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준이 나타난 것을 보자 금우응은 날개를 펼치고 훌쩍 내려와 순식간에 양준의 어깨 위에 앉았다. 그는 구부러진 부리를 양준의 머리에 대고 친근하게 비볐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양응봉도 놀란 눈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금우응은 지능이 매우 높고 성질이 더러워 그들을 사육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기분 나쁠 때 달래기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금우응이 양준의 어깨 위에 앉아 친근하게 굴고 있지 않은가? 이건 한 번도 있은 적이 없었던 일이었다.

금우응은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울음소리는 사방 몇 리에 퍼졌다. 놈은 조급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재촉하는 것 같기도 했다.

“조용히 해!”

양준이 나지막하게 호통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금우응이 재빨리 입을 다물고 순순히 양준의 어깨 위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도련님의 수단이 정말로 신기하네요!”

한 시녀가 입을 막고 놀란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흥분되고 존경하는 기색으로 가득했다. 다른 늙은 하인도 웃으며 말했다.

“양씨 가문에 오래 있었지만 금우응이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것은 처음 봅니다! 정말 다시 보게 되네요.”

“준아, 어떻게 한 것이냐?”

양응봉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아마도 오는 길에 친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양준은 웃으며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양응봉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금우응은 길들이기 어렵기로 소문난 존재였다. 그렇지 않으면 귀한 금우응을 굳이 다른 가족들에게 맡길 리도 없었다. 지난 대 때도 금우응이 흩어진 가문의 자제들을 찾으러 왔었다. 양응봉도 그중 한 마리와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금우응의 태도는 항상 변하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있겠는가?

바로 이때, 문밖에서 한 하인이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

“나리, 도련님, 문밖에서 두성백(杜成白)이라는 자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양응봉은 사색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라 하여라.”

“네.”

양응봉은 두성백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양씨 가문에서 금우응을 길들이는 가족의 성씨가 두씨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도 금우응이 이리로 날아왔기 때문에 그가 쫓아온 듯했다. 그게 아니면 양씨 가문의 구역에서 외부인이 함부로 다닐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이 나이 든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온 두성백은 공수하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독수리 사육사 두씨가 넷째 나리와 막내 공자님을 뵙습니다!”

양응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금우응을 찾으러 왔는가?”

“그러합니다.”

두성백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독수리를 제대로 길들이지 못해 나리의 저택으로 잘못 날아온 듯합니다. 넷째 나리와 도련님을 놀라게 하였으니 용서하십시오!”

“됐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날 데리러 온 녀석도 이놈이군.”

양응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만 데리고 가게나. 가서 잘 돌보면 될 일이지.”

“예!”

두성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넷째 나리의 너그러움에 감사드립니다!”

말을 마친 그는 양준을 향해 어색하게 웃더니 금우응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술을 내민 채, 뜻 모를 곡을 휘파람으로 불었다. 이는 사육사와 금우응이 교류하는 방식이었다. 예전에 두성백이 이 소리를 내면 금우응은 순순히 그의 말을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수가 별로 통하지 않았다.

금우응은 예전보다 더욱 지능이 높아진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에는 비웃는 기색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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