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2장. 죽절방은 내가 관리한다!
방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모두 잡다한 일일뿐입니다. 공자님께서 듣기에 지겨우실 겁니다.”
“괜찮으니 편하게 얘기하세요.”
양준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양씨 가문의 공자가 이토록 상대하기 어려울 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양준은 몸을 곧게 펴더니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전, 대전 밖에서 곽(霍)씨 가문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던데… 계속 얘기해 보세요. 중도를 오래 떠나 있었더니 이곳 소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곽씨 가문 얘기가 꽤 흥미롭더군요!”
사람들은 안색이 변하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왜 말을 못하죠?”
양준의 시선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공자님, 사실은 이런 것입니다.”
방지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이 양씨 가문의 공자가 방금 전에 무슨 얘기를 들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몰아붙일 리 없었다.
방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양준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진원을 움직이니 새빨간 꽃잎이 대전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꽃잎에는 차가운 살기가 담겨 있었는데 자리에 앉은 네 사람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중 세 사람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천예혈해당에 몸이 관통되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오직 신유 경지 1단계 고수만이 다급히 반격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자마자 새빨간 검기가 그를 공격해 왔다.
그는 검기에 당해 부상을 입었지만, 양준이 두려워 차마 반격하지 못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히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기도 전에 무수한 꽃잎들이 따라붙더니 그의 앞을 겹겹이 가로막았다. 곧이어 만 갈래의 천예혈해당이 화살처럼 용맹하게 습격해 왔다. 그 사람은 안색이 변하며 다급히 뒤로 도망쳤다.
이내 자색의 빛이 허공에서 번쩍 빛나자, 그 사람은 표정이 멍해지더니 식해에서 격렬한 통증이 전해졌다. 그렇게 그는 뒷걸음질 치다 양준에게 부딪히고 말았다. 양준은 수라검을 든 채로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푹-
수라검에 찔린 그의 몸은 종잇장처럼 손쉽게 관통되었다.
양준이 수라검을 천천히 뽑아내자 뜨거운 피가 왈칵 솟구쳤다. 신유 경지 1단계의 무인이 축 늘어졌다. 남은 사람들을 훑어본 양준이 음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곽씨 가문에 붙을 건가? 돈만 벌면 되고 목숨은 상관없나 보군!”
날카로운 호통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방지는 더욱 겁에 질린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고, 등에는 한기가 느껴졌다.
죽임을 당한 네 명은 신유 경지 1단계인 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진원 경지 8, 9단계의 무인들이었다. 이런 경지는 천하에서 보면 대단한 편이 아니었으나 죽절방에서는 보기 드문 인재였다. 이곳의 사람들은 출신이 비천하여 좋은 공법과 무공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실력이 이 정도에 달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 네 사람은 양준에 의해 모두 목숨을 잃었다.
‘넷째 나리 슬하의 이 공자는 매정하고 잔혹한 데다 단호하기까지 하군.’
대전의 다른 사람들도 두려움에 잠긴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마음은 이미 겁에 질려 있었다. 지금에서야 진정으로 8대 가문 직계 출신의 흉포함을 몸소 느꼈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실력이 가장 높은 사람은 방지였는데, 그는 신유 경지 2단계였다. 그조차도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그 네 사람을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방금 양준이 그것을 해내었다.
‘정말로 싸운다면 나도 그의 상대가 안 되겠지? 무서운 사람이야, 이제 진원 경지 7단계밖에 안 됐는데 이토록 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니.’
“또 누가 곽씨 가문에 귀순할 예정이지? 내가 친히 보내주마!”
양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전부 당황한 기색 없이 침착한 표정이었다.
“공자님…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방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곽씨 가문에 귀순할 뜻이 있던 네 사람은 이미 전부 죽임을 당했다. 남은 사람들은 방금 전의 논의할 때 이 일을 극구 반대하던 사람들이었다. 방지는 양준이 사람을 잘못 죽일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면 수습하기 힘들었다.
‘근데 공자님은 분명 대전 밖에 계셨는데 어떻게 네 사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거지?’
그는 양준의 수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사람을 더 죽일 생각이 없었다. 두 개의 비보를 거두어들인 뒤, 그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지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치며 밖에 소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이 다급히 들어오며 말했다.
“방주께서 분부하실 일이 있으신가요?”
“이 배은망덕한 자들을 끌고 가서 묻거라.”
방지는 시체 네 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닥에 흩어진 핏자국을 본 하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다급히 대답하고 나가서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떨리는 얼굴로 시체를 끌고 나갔다.
대전 안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감히 크게 숨을 쉬지도 못하고 양준이 입을 열기만 기다렸다.
“오늘부터 죽절방은 내가 관리한다!”
양준은 덤덤한 얼굴로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의 있는 사람 있나?”
“없습니다! 죽절방은 그동안 넷째 나리께서 키워 주셨습니다. 공자님께선 넷째 나리의 자제이시니 공자님의 명에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방지가 다급히 말했다.
“음, 그럼 곽씨 가문의 일을 얘기해 보거라.”
방금 전, 대전 밖에서 양준은 몇 마디밖에 듣지 못해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했다.
방지는 뜸을 들이더니 이번에 다투게 된 내용을 낱낱이 보고했다. 곽씨 가문도 중도의 8대 세력 중 하나로서 몰래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이번에 죽절방이 귀순하려던 세력은 곽씨 가문이 아니라 곽씨 가문이 키우고 있는 다른 세력으로, 그곳도 죽절방과 규모가 비슷했다. 그들은 많은 이득을 약속하며 죽절방의 몇몇 핵심 세력들을 매수한 듯했다. 그래서 방금 전에 대전 안에서 사람들이 격렬하게 다투었던 것이다.
방지를 대표로 그 밑에 사람들은 양응봉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네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자는 생각이었다. 죽절방은 양응봉이 키운 세력이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양응봉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충성심이 부족해 외부의 부추김에 혹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양응봉을 배반한다고 해도 양응봉의 물러터진 성격상, 그들을 추궁할 리도 없었다. 오히려 곽씨 가문을 거절한다면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한 네 사람은 곽씨 가문에 귀순하여 더욱 좋은 앞날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네 사람이 이미 죽었으니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없었다.
방지의 말을 들은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방지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지는 말을 마친 후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양준의 옆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눈을 껌벅거리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마치 양준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양준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아버지께서는 덕망으로 사람을 얻으라고 하셨다. 너희가 진심으로 나를 섬기고 따라야 된다고 하셨지. 하지만 난 그럴 시간도, 마음도 없다. 나는 계승 싸움에 참가할 것이다. 나를 따른다면 너희도 자연스레 참여하게 되겠지. 이것은 기회지만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너희들도 어린아이가 아니니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서른이 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들에 비했을 때, 양준이야말로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양준이 이렇게 말하자 다들 기분이 울적해졌다.
“너희가 알아서 선택해라. 이번 계승 싸움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자들은 지금 떠나라. 잘못을 묻지 않을 것이다.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앞으로 떠날 기회는 없다.”
말을 마친 그는 묵묵히 기다렸다.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양준이 이렇게 솔직하게 입장을 발표할 줄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방금 전에 보여줬던 단호한 모습으로 봤을 때, 이 양씨 가문의 공자는 질질 끌지 않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한참 기다렸지만 일어나서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방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넷째 나리의 얼굴조차 뵌 적이 없지만, 여태까지 그분의 그늘에서 지금까지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공자님께서 저희를 필요로 하시니 그 책임도 저희가 지겠습니다.”
그의 말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마음속으로부터 진심으로 양준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 이 점에 대해 양준이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다만 그는 혈시들을 복종시킬 때처럼 죽절방에게 정성을 들일 시간도, 그럴 마음도 없을 뿐이었다.
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 뒤, 씨익 웃어 보였다.
“내가 명확하게 말해 주지. 나를 따른다면 꼭 좋은 일만 있진 않겠지만, 날 따르지 않는다면 분명 불행이 따를 것이다!”
그의 일그러진 미소에 담긴 사기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