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83화 (383/853)

제 383장. 형제들을 만나다

대전에 있는 사람들은 다급히 일어서며 일제히 말했다.

“저희는 공자님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것입니다!”

양준이 말을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했는데 그들이 충성을 표하지 않으면 바보였다.

“모두 앉아라.”

양준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방지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쳤다.

‘이 공자님은 넷째 나리와 완전히 다른 성격이잖아. 아예 다른 분이셔.’

“죽절방에 현재 사람이 몇이나 있지?”

양준이 덤덤하게 물었다.

“육백 명 정도 있습니다.”

“육백 명이라…….”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적은 편이지만 그나마 쓸 만했다.

“실력은 어떠하지?”

방지가 쓴웃음을 지으며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대부분 이합 경지이고 삼 할은 진원 경지입니다. 옥석이 섞여 있지요. 신유 경지는 단 세 사람에 불과합니다. 다만 아까 이미 한 명이…….”

세 명밖에 없는 신유 경지 중에서 한 명은 방금 전에 죽임을 당하고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은 신유 경지 1단계였고, 다른 한 명은 신유 경지 2단계였다. 이러한 실력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양준은 실망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죽절방에게 싸움을 시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육백 명 모두 중도에 있나?”

“예, 만약 공자님께서 시키실 일이 있으시다면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모두가 달려올 겁니다.”

방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이백 명을 풀어 내가 말하는 자들의 행방을 알아내.”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양준은 소안 일행의 인원 수와 몇몇 주요 인물의 특징을 말해 주었다. 방지는 다급히 마음속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머리가 비상한 이들로 오십 명 정도 추려서 전령으로 쓸 수 있게 준비해 줘. 언제든 내 명령에 따를 수 있도록!”

“네!”

방지는 왜 전령이 이토록 많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분부를 받았으니 그대로 따를 뿐이었다.

“아 참, 죽절방은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양준이 물었다.

방지는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로 객잔이나 다관(茶館), 주루 같은 곳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가끔 성에 들어가 일을 받기도 하지요. 모두 작은 사업들입니다.”

“그래서 얼마 정도 남아?”

방지는 더욱 난감해졌다. 한참 머뭇거리던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는 겨우 오십만 냥 정도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가난해?”

양준은 경악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얼굴을 붉혔다. 이내 방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중도에서 살길을 찾자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더군요.”

8대 가문의 기세가 너무 대단했다. 암중 세력들은 뒷배가 든든하다면 지원을 받아 그나마 살 만했지만, 죽절방은 아니었다. 양응봉이 도와준다고 해도, 가문 내의 지위가 높지 않은 데다가 요 몇 년간 치료하느라 의원을 찾아다니는 데 많은 돈을 써서 죽절방을 지원해 줄 돈이 없었다. 그 네 사람이 곽씨 가문에 귀순하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양준은 은표를 한 뭉치 꺼내더니 방지에게 전해주었다.

“우선 이 돈을 가져다 써.”

은표 뭉치를 본 사람들의 호흡이 저도 모르게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그 은표 뭉치는 적어도 몇백만 냥은 되어 보였다.

‘새 주인님이 참으로 통쾌하시구나.’

방지는 깜짝 놀랐지만 사양하지 않고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그를 힐끗 본 양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맡긴 일을 잘 처리하고 있어. 나중에 다시 올게.”

말을 마친 양준은 일어서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 사람들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그를 배웅했다.

양준이 떠난 뒤, 대전 안에 있던 무인들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방주님, 공자님께서 얼마나 주셨습니까?”

누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방지는 자세히 세어 보더니 놀라서 소리쳤다.

“삼백만 냥이야!”

삼백만은 여량이 양준에게 준 돈이었다. 양준은 그것을 전부 죽절방에게 준 것이다.

그때, 누군가 흥분해서 입을 열었다.

“넷째 나리의 아드님이 나리보다 손이 크시구먼.”

“그러게요. 젊은이가 좀 독하긴 하지만, 시원시원하니 제법 괜찮아 보입니다.”

방지는 침착하게 말했다.

“이제 돈까지 받았으니 그분을 배신한다느니 그런 말은 입에도 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자님께서는 사람을 죽이실 때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시는 분이시니까 말이야!”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방금 전 죽은 네 명의 무인들을 떠올리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양준은 죽절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정보를 알아오고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만 해주면 되었다.

죽절방은 듣기 싫게 말하면 오합지졸이었다. 어떤 고수가 와도 그들을 전멸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당분간 부릴 만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니었더라면 양준도 그들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지가 돈을 사양하지 않고 받은 것은 충성을 다하겠다는 표현이었다. 양준도 이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죽절방을 나온 뒤, 양준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귓가에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한 주루의 이 층에서 양소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준이 동생, 와서 얘기 좀 해.”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곳에서 양소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거절하지 않고 답운구에서 내린 뒤, 주루로 들어갔다.

이 층으로 올라가 양소가 있는 별실에 도착한 양준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눈빛들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둘째 형님.”

양준은 공수하며 몰래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의 마음은 미세하게 동요되었다. 그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을 알지 못했지만, 젊은 공자와 아가씨들의 차림새와 분위기에서 출신이 비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자.”

양소가 열정적으로 양준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채, 아래턱을 만지작거리며 미소 띤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청년을 가리켰다.

“누군지 알겠느냐?”

양준은 그 사람을 힐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다섯째 형님!”

양씨 가문의 젊은 세대 중 다섯째인 양항(楊亢)은 양소와 친형제지간이었다. 양준은 그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도 이미 중도에 도착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양항은 아래위로 양준을 훑어본 뒤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형제가 다시 만났는데 이토록 무덤덤할 리 없었다. 하지만 양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모습은 양준을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였다.

다른 사람들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다들 양준의 얼굴에서 난감하고 어색한 표정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양준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들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양소는 이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 듯, 여전히 열정적으로 양준에게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역시 모두들 출신이 비범한 사람들로 전부 8대 가문의 자제들이었다.

강씨 가문의 강참(康斬), 고씨 가문의 고양풍(高讓風), 엽씨 가문의 엽신유(葉新柔) 이 두 남성과 한 여성은 모두 각자 가문의 젊은 지도자들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양씨 가문의 직계들이 있는 자리에 온 것은 계승 싸움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는 말이었다. 다만 마지막으로 누구를 선택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소개를 마치자 사람들은 분분히 착석했다. 이때, 양항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준이 동생, 지난번 화룡지에서 반나절 만에 나왔다고 하던데?”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질이 너무 떨어져서 그곳에선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양항은 가볍게 웃더니 비꼬았다.

“네 실력으로 그 정도 버틴 것만 해도 훌륭하지.”

“다섯째야!”

양소가 호통을 치며 그를 노려보았다. 곧이어 양준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다섯째가 워낙 언사에 거침이 없어 말을 담아둘 줄 모르니 신경 쓰지 말아라. 화룡지에는 소문과 같은 신기한 효능이 없었단다. 나도 그곳에 나흘이나 있었는데 큰 소득은 없었어.”

“둘째 형은 참 대단하십니다!”

양항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전 사흘 만에 못 견디고 뛰쳐나왔습니다.”

“양씨 가문의 화룡지는 자질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요?”

엽신유는 생긋 웃으며 물었다. 강참과 고양풍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강참이 끼어들며 말했다.

“저는 그곳에서 오래 버틸수록 자질이 더 훌륭하다고 들었습니다.”

양소는 난감한 얼굴로 양준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어떨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개개인의 자질을 어찌 화룡지만으로 함부로 재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버티는 시간이 짧을수록 자질이 나쁜 건 확실한 거지요.”

양항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준이 동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도 수련을 아예 못하지 않았느냐? 너도 진원 경지에 올랐다고 들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행운이지. 사람이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야.”

“또 본분을 알아야 하는 법이지요. 다섯째 형님, 안 그런가요?”

양준이 차분하게 되물었다. 양항이 그를 겨냥하고 말한다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양준은 사촌 형들과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었지만, 악의도 없었다. 하지만 양항이 사사건건 날카로운 말로 비꼬니 그도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그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양준이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양항은 얼이 빠졌다. 8대 가문의 젊은 자제들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 공자가 이토록 강하게 나올 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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