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4장. 만약영액의 작용
양소는 눈을 빛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얘기는 그만합시다. 화룡지는 어디까지나 연못에 불과합니다. 우리 양씨 가문 자제들의 미래 또한 연못으로 판단할 수 없을 겁니다.”’
“맞습니다.”
강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곧 쓴웃음을 지으며 가로저었다.
“양씨 가문의 자제들이란 하나같이 대단합니다. 예전엔 중도가 우리 7대 가문의 천하였는데, 이제 양씨 가문의 젊은 세대가 돌아왔으니 우리는 자리를 내줘야겠네요.”
“강 형,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중도가 이렇게 큰데 우리 양씨 가문 하나만으로는 분명 감당하지 못합니다. 이곳의 미래는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꾸려 나갈 미래지요.”
고양풍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양씨 가문의 자제 중 지금까지 돌아온 사람은 몇이나 됩니까?”
“네 명입니다.”
양소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저희 세 명을 제외하고 넷째 동생 양신무(楊新武)도 있습니다. 하지만 넷째는 돌아오는 길에 습격을 당하여 중상을 입었습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지요. 지금 가문의 어른들이 치료를 하고 있지만, 상황이 어떤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양준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양항은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모두 매복한 고수들을 마주쳤다. 다만 두 사람은 운이 좋아 무사하게 돌아왔던 것이고, 넷째 양신무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양소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가문에서 더 많은 고수들을 파견하여 마중 나갔으니 뒤이어 오는 이들은 넷째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큰형님 양위(楊威)도 곧 돌아오신다고 합니다.”
“큰형님께서 오신다고요?”
양항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양소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를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
“짧으면 2~3일, 늦어도 5~6일면 중도에 도착하실 거다.”
양항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양위를 매우 무서워하는 듯했다.
“중도가 곧 시끄러워지겠네요.”
엽신유가 조용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류씨 가문의 류경요도 외로워하지 않겠어요, 호호.”
류경요라는 이름이 나오자 모두들 흠칫 놀랐다. 양소의 표정도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류씨 가문의 류경요는 중도의 제일 위세가 높은 공자로서 소문에 의하면 젊은 나이에 이미 신유 경지 3단계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는 중도에서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계승 싸움에서 만약 그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큰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어서 계승 싸움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양씨 가문 자제들의 풍채를 보고 싶군요!”
강참은 미소를 지으며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골육상쟁이라. 허허…….”
양소는 쓴웃음을 금치 못했다.
“세간 사람들이 웃을 것입니다.”
고양풍이 말했다.
“전 그냥 만약 이곳에 앉아 계신 여러분들과 적이 된다면 자비를 남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참 대화를 나눈 양준은 일어서서 작별을 고했다.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씨, 고씨, 엽씨 세 가문의 자제들은 그만 아연해졌다. 양소와 양항은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또 그들을 끌어들이려는 뜻을 표현하지도 않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그들에게 그럴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말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친분을 맺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양준은 좀 달랐다.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계승 싸움에 무슨 조력을 얻겠다는 것인가?
‘저건 오만함인가? 아니면 자신감인가? 그도 아니면 자포자기한 건가?’
세 사람은 모두 미간을 찌푸린 채, 사색에 잠겼다.
세 사람의 표정을 눈치챈 듯, 양항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둘째 형님, 제가 꼭 준이를 겨냥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전 그와 같은 사람들은 계승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망신이나 당하지 말고요.”
양소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다섯째야, 준이를 얕보지 말아라. 그는 꽤 수단이 있단다.”
“수단이 있는데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양소가 진지한 얼굴로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럼 물어보마. 널 데리고 온 혈시가 오는 내내 널 어떻게 대하더냐?”
양항이 귀찮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자들 얘기는 꺼내지 마십시오. 생각만 해도 화가 납니다. 그 둘은 무슨 목석처럼 물어봐도 못 들은 척하고, 그들이 아주 공자님 같더라고요.”
양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 데리고 온 혈시들은 그 정도는 아니나 비슷했단다. 하지만 준이를 데리고 온 두 혈시는 그를 공손하게 대하더구나. 이상하지 않아?”
“그럴 리가요? 혈시들은 하나같이 눈이 높은데 어떻게 공손하게 대할 수 있겠습니까? 형님께서 잘못 보신 게 아닙니까?”
양항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준이에게 한 수가 있다고 한 것이다.”
양소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양항은 경악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한참 뒤에야 투덜거렸다.
“형님이 그를 너무 좋게 봐주시는 거 아닙니까? 자질이 그토록 나쁜데 무슨 큰일을 해내겠습니까.”
두 형제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다른 세 사람은 미소를 지은 채 듣고만 있었다. 그들은 전혀 대화에 낄 생각이 없었다. 다만 오늘 본 양준은 너무나도 평범하여 곧 계승 싸움에 참가할 양씨 가문의 자제 같지 않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이 발견에 그들은 의아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나이가 가장 어린 공자가 계승 싸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고 싶어졌다.
*양응봉 저택.
양준이 돌아왔을 때는 날이 이미 저물어서 캄캄해진 뒤였다. 대문에 들어서자 저택의 집사가 놀란 얼굴로 황급히 뛰어오더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양준은 흠칫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인가?”
“나리와 마님께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사는 말하면서 양준을 안으로 잡아끌었다.
“어서 가보십시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양준의 표정이 급격히 차가워졌다. 동시에 그는 신식을 펼쳐 순식간에 양응봉과 동소죽이 있는 위치를 찾아냈다.
집사는 양준이 떠난 뒤에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양준은 그 말을 듣고 직접 살펴본 다음, 대충 무슨 일이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신식으로 자세히 감지해 보니, 두 갈래의 진원이 맹렬하게 운행되고 있었다. 미쳐 날뛸 듯한 기세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사고가 난 게 분명했다.
그런데 양응봉, 동소죽이 마주한 상황은 조금 달랐다. 동소죽은 경지를 돌파했지만 체내의 기가 불안정해 힘을 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힘을 전부 흡수한다면 신유 경지 8단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양응봉의 상황은 좀 위험했다. 그도 똑같이 경지를 한 단계 돌파했지만, 지금 곧 다시 다음 단계를 돌파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무인의 몸속의 속박은 자물쇠와 마찬가지여서 매번 경지를 돌파할 때마다 자물쇠를 열고 새로운 문을 여는 것과 같았다. 어떤 무인이라도 모두 누적된 수련의 힘으로만 이 자물쇠를 열 수 있었고, 그 기간에 천재지보를 복용해 수련 속도를 가속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영액에 담긴 기운은 매우 컸다. 양응봉은 짧은 시간 안에 자물쇠 하나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두 번째 자물쇠를 열려 하고 있었다. 경지를 두 단계 연달아 돌파하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나,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양준은 예전에 종종 한 번에 작은 경지 몇 개를 돌파했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실력은 매우 낮았기에 연이어 몇 단계를 돌파해도 큰 위험이 없었다.
그러나 양응봉은 달랐다. 몸에 병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신유 경지 3단계이기도 했다. 지금 신유 경지 4단계에 올랐으니 한동안 공고히 한 다음, 다시 경지를 높여야 했다. 하지만 만약영액의 작용으로 그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만약 무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신유 경지 5단계를 돌파하지 못할 수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밖으로 방출되지 못한 방대한 기운이 몸속에서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반대로 만약 무도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다면 화를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큰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무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가의 여부였다.
양준은 각종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당황했던 그의 표정도 차츰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는 집사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괜찮으니 자네는 물러가게. 이곳은 내가 지키고 있겠네. 그동안 누가 찾아온다면 아버지께서 질환이 재발해 요양 중이라고 말을 전하게.”
“예.”
집사는 양준의 지시를 받고 몸을 살짝 굽힌 채 물러갔다.
양준은 잠시 신식을 거두었다가 다시 펼쳐 부모님이 계시는 장소를 전부 감쌌다. 혹시라도 기운이 새어 나가 외부인이 감지할까 봐 신식으로 막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마친 양준은 조용히 밖에 서서 기다렸다.
그는 아버지를 충분히 믿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 예전에 있었던 일만 아니었다면 양응봉의 실력은 지금처럼 낮을 수가 없었다. 이 몇 년간 그의 실력은 매우 더디게 향상되었지만, 무도에 대한 그의 이해는 다른 사람에 못지않았다. 게다가 그의 자질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오랫동안 수련했으므로 신유 경지 5단계를 돌파하는 것은 그한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양준은 만약영액 때문에 부모님께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반나절 후, 방 안의 두 갈래 기운 중에서 동소죽의 것은 이미 안정되어 있었다. 힘을 전부 흡수하고 경지를 다진 듯했다. 하지만 양응봉의 기세는 천천히,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