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5장. 금우응을 손에 넣다
또 반나절이 지나자, 양응봉의 기세는 맹렬하게 고공행진 했다. 마치 하늘을 찌를 것처럼 위로 솟구치는 것이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그 때문에 천지 간의 기운도 흐트러졌다.
이때, 방 안에서 동소죽의 작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비명소리에는 흥분과 기쁨이 담겨 있었다. 곧이어 정상에 올랐던 기세가 빠르게 거두어졌다.
잠시 뒤,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준아, 들어오거라!”
양응봉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다. 양준은 코를 만지작거리다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말투가 심상치 않은 것이 필시 추궁을 받겠거니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영액이 보여 준 효력은 너무나도 엄청났다. 부모님이 어찌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방으로 들어간 양준은 헤실헤실 웃으며 두리번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소죽 또한 그런 양준을 바라보며 입술만 깨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양응봉이 미간을 찌푸리며 침묵을 깨뜨렸다.
“솔직히 말하거라. 우리에게 무엇을 먹인 것이냐?”
양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양응봉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준 약재로 만든 약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라. 그 약재가 어떤 등급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절대로 이런 천재지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넷째 나리, 대단하십니다!”
양준은 진지한 얼굴로 아부했다.
동소죽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양응봉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며 굳은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만약영액이란 것으로, 등급이 각기 다른 몇천만 개의 단약을 특수한 진법 내에서 몇천 년간 숙성시킨 정수입니다.”
부부는 그 말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몇천만 개의 단약, 몇천 년의 시간…….
얼핏 들으니 터무니없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양준의 표정은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쩐지 약 기운이 강하다 했어.’
시간과 양이 쌓이면서 이 세상의 등급을 뛰어넘었던 것이다.
‘아마 준이도 이것을 어렵게 얻었을 테지.’
이렇게 생각한 부부는 마음이 쓰라렸다. 만약영액을 다 써 버려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양준이 이것을 얻으려고 들였을 노력과 겪었을 고난을 떠올리니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
“아주 귀한 것이겠지?”
양응봉은 양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으나 만약영액의 출처를 묻지는 않았다.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양준은 아버지를 위로하고 나서 물었다.
“얼마나 드셨습니까?”
양응봉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동소죽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뒤에야 동소죽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난 조금만 마셨고, 네 아버진… 아예 한 잔 가득 마셨다!”
양준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부모님이 이렇게 대담할 줄 몰랐던 것이다.
‘약효도 제대로 말씀드리지 않고 매일 한 방울씩 마시라고만 했으니……. 두 분도 만약영액이 그저 천급의 약재로 만든 것이라고 알고 계셨겠지, 효과가 이렇게 클 줄 어찌 아셨겠어?’
결과적으로 두 사람 다 각각 경지를 한 단계 또는 두 단계를 돌파했으니 나쁜 일도 아니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많이 드시면 안 됩니다.”
양준이 당부했다.
두 사람은 진지한 얼굴로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돌파는 그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동소죽은 신유 경지 8단계를 돌파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가 여러 해 동안 힘들게 수련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볼 수 있었다.
양응봉이 본 이득은 더욱 컸다. 경지가 두 단계나 올라 신유 경지 5단계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단전 안에 착 달라붙어 있던 사악한 기운도 덩달아 해소될 것 같은 조짐을 보였다. 양응봉은 지체하지 않고 폐관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약영액으로 단전 안에 자리잡은 사악한 기운을 완전히 몰아낼 생각이었다.
동소죽도 지금의 경지를 다지기 위해 폐관에 들어갔다. 양응봉의 저택은 더없이 조용해졌다. 저택에서는 오직 양준과 열몇 명의 하인들만이 활동했다.
금우응은 매일 한 번씩 찾아와 양준의 손에서 먹이를 얻어 갔다.
닷새 뒤, 두성백이 찾아와 흥분한 얼굴로 기쁜 소식을 전했다. 가문에서 현급 무공과 금우응을 바꾸는 데 동의했으니 어서 장로전에 가서 무공을 바치라는 것이었다. 이는 물론 좋은 소식이었다.
양준의 고민은 어떤 현급 무공으로 금우응을 바꾸겠냐는 것이었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현급 무공은 두 개밖에 없었다. 성흔을 제외하면 구성검파의 만검귀일뿐이었다.
한참 생각해 본 양준은 성흔을 가문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우선 성흔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적지 않았다. 공격을 펼치기 전에 반드시 준비 시간이 충분해야 했고, 다른 사람이 배워 간다 해도 성흔을 사용할 힘을 모으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양준은 다른 사람이 성흔으로 자신에게 위협을 가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음으로 만검귀일은 구성검파의 비전 무공이었다. 만약 누군가 양준이 만검귀일을 익힌 것을 알게 되면 구성검파의 핵심 제자 무승의의 죽음을 그와 연관시킬 수 있었다. 구성검파는 실력과 세력이 약하지 않아, 양준은 아직 그들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았다.
장로전에 도착해 성흔을 내놓자, 백발이 성성한 장로가 양준에게 바로 문서를 건넸다. 양준은 문서를 가져다 두성백에게 건네주고 금우응을 손에 넣었다. 이제부터 금우응은 가문의 것이 아닌 양준의 개인 소유가 된 것이다.
양준은 곧바로 금우응을 죽절방에 데리고 가서 방지에게 잘 보살피라고 했다. 앞으로 금우응이 소식을 전해준다면 더 이상 발품을 팔 필요가 없었다.
*사흘 뒤, 양씨 가문 직계 공자 중 맏이인 양위가 중도로 돌아왔다. 같은 날, 다른 두 공자도 함께 돌아왔다.
또 이틀이 지나자, 한 사람이 더 돌아왔다.
금우응의 구성진 울음소리가 중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상황이 무르익었음을 알리는 듯한 소리였다. 세상 사람들은 양씨 가문의 공자들이 거의 다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승 싸움을 시작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중도로 돌아온 양씨 가문의 공자들은 모두 다른 7대 가문의 공자, 낭자들과 자주 교류했다. 오직 양준만이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이번 계승 싸움은 그와 상관이 없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7대 가문의 공자, 낭자들 중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이는 류씨 가문의 류경요와 추씨 가문의 추억몽이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수많은 초대를 받았지만, 둘 다 어느 공자와 동맹을 맺는다고 확실하게 발표하지 않았다. 소문에 따르면 류경요는 자신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과 동맹을 맺겠다고 말했다 한다. 신유 경지 3단계인 그의 말에 양씨 가문의 공자들은 눈을 희번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양씨 가문 공자들 중에서 양위만 신유 경지 1단계였고, 다른 공자들은 모두 진원 경지 수준이었다. 그들의 자질이 류경요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밖에서 가문의 지원과 도움 없이 수련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만약 비슷한 환경에서 수련했더라면 양위가 류경요보다 경지가 높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류경요가 실력이 강하고 자질이 출중한 것은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이었다. 또한 그를 포섭하면 류씨 가문을 끌어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추억몽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그녀와 만나 본 양씨 가문의 공자들 모두 그녀가 자신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히 밀어붙이지 못하고, 나중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
*달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불어오는 바람에는 옅은 한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양준은 눈을 감은 채, 마당에 앉아 있었다. 보이지 않는 신식의 힘이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가 그가 내보내는 기운에 부딪혀 공중으로 날아갔다. 양응봉 부부가 폐관 수련하는 며칠 동안, 양준의 경지는 진원 경지 7단계 정상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은 정체기에 들어서 있었다. 정체기는 언젠가 돌파되겠지만, 양준은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진원을 수련해도 별로 진전이 보이지 않자, 양준은 신식을 수련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했다. 그는 진작부터 신식을 수련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식해를 수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식해가 없는 신식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았다. 다행히 온신련이 보조 역할을 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수련한 신식마저 이미 흩어졌을 터였다. 바로 이 때문에 양준이 펼치는 신혼기는 위력이 크지 않았다.
양준은 식해를 수련한 뒤의 신혼기의 위력이 얼마나 커질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요 며칠간 더 열심히 노력하여 수련한 것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 시간이 생기면 지체하지 않고 수련에 매진했다.
신혼기를 끊임없이 수련하자, 신식의 힘을 소모하는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양준은 한 시진도 되지 않아 기운이 떨어졌고, 얼른 수련을 멈추고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새벽이 되자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날개가 푸드덕거리는 소리를 들은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금빛이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이윽고 양준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금우응이 짧게 울음소리를 냈다.
울음소리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양준은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하늘로 솟구쳐서 북성구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