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96화 (396/853)

제 396장. 호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응?”

추수성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의아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줄곧 가만히 앉아 있던 추자약마저 가볍게 웃었다.

“누님, 세 번째로 탈락할 자는 저도 알 수 있는데, 누님이 어찌 모르십니까?”

추억몽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추자약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고견이 궁금한데?”

“고견이라니요? 원래부터 세 번째 탈락자는 매우 확실해 보입니다.”

추자약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약, 네가 얘기해 보아라.”

추수성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세 번째로 탈락할 공자는 막내 양준일 것입니다.”

추자약은 추억몽을 힐끗 스쳐 보고는 말했다.

“이유는?”

추억몽은 그가 이처럼 추측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옅은 미소를 유지한 채, 낯빛을 바꾸지 않았다.

“누님이 아까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양준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형제도 없고, 7대 세가의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설령 외가에서 돕는다고 해도 일등 세력일 뿐입니다. 게다가 나이도 가장 어립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이죠. 그러니 더더욱 별다른 수완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세 번째로 탈락할 자는 양준이 분명합니다.”

추자약은 마치 이미 양준의 탈락을 확인하기라도 한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추억몽은 웃기만 할 뿐 반박하지 않고 추수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세요?”

추수성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네 동생과 같은 생각이다. 자약이 말한 두 가지 외에도, 내가 듣기로 그 자는 중도에 돌아오고 나서 다른 7대 세가의 자제들과 접촉한 적도 없고, 포섭할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 이 아비 생각에는 자신이 없어서 계승 싸움을 포기한 것 같구나.”

추억몽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제 생각은 달라요. 저는 우리 가문에서 양준을 지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추자약은 추억몽을 측은하게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누님, 잠이 아직 덜 깨신 것 아닙니까? 어찌하여 그리 되지도 않는 말씀을 하시는지?”

추수성도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몽아, 네가 양준과 친분이 있고,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여량이 이미 여씨 가문에서 양준이 어찌 지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서신으로 말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양준에게 기대를 걸지 않아. 네가 만약 추씨 가문에서 그를 지지해 주기를 원한다면 나에게 그 이유를 말해 주렴.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는 허락할 수가 없구나. 계승 싸움의 승패가 우리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손실이 불가피하단다.”

“이유요? 글쎄요, 딱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려서부터 단 한 번이라도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린 적이 있었나요?”

추수성은 얼굴빛을 바로 하고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확실히 추억몽은 안목이 정확했다. 지난 몇 년간 종종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딸에게 말하면 딸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서 그에게 좋은 의견을 내주기도 했다.

추억몽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자, 추수성도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의 어떤 부분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추억몽은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신비한 사람이에요.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번 해내 저한테 놀라움을 안겨주었어요.”

그녀는 원래 창운사지의 요미여왕마저 양준에게 몸과 마음을 다 빼앗겼다고 말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창운사지는 사마들의 집결지이고, 선경라는 6대 사왕 중 한 명이어서 중도 8대 가문과는 철천지원수였다. 그리고 이번 계승 싸움에 선경라가 찾아와서 양준을 지지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만약 요미여왕의 지지가 없다면 양준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맹의 힘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널 놀라게 했다고?”

추수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추자약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가볍게 웃었다.

“누님께서 드디어 임자를 만난 모양입니다. 누님 눈에 드는 남자는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추억몽이 양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확신하는 듯했다.

“제가 그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뜻밖에도, 추억몽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호감에 그칠 뿐입니다. 만약 양준과 그렇게 엮이게 되면 제가 평생 잡혀 살아야 할 거예요.”

추수성은 딸의 말을 듣고, 당황하면서도 놀라워했다.

“그 자가 그리 기가 세더냐?”

딸은 기가 센 탓에 중도에서도 남의 코를 꿰고 다녔지, 남에게 끌려 다니는 성미가 아니었다. 때문에, 평범한 이 한마디에서 추수성은 놀라운 정보를 엿볼 수 있었다.

“보통 센 편이 아니에요.”

추억몽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다가 문득 자신에 대한 양준의 태도와 행동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사랑은 사람을 어리석게 만들지.”

추자약이 애늙은이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버지의 진짜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도 양준이 세 번째로 탈락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들으신 정보가 있기도 하고 여량이 보낸 서신의 영향도 있지 않나요?”

추억몽은 이복동생이 줄곧 자신에게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길게 얘기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물었다.

“그래. 여량이 서신에서 양준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았지만, 여씨 저택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적어 보냈다. 읽고 나니 여량이 양준을 얕잡아보는 것을 느낄 수 있더구나.”

“만약 그게 양준의 위장에 불과하다면요?”

추수성은 잠시 놀란 듯하더니, 곧 표정을 가다듬고 진중하게 말했다.

“그럼 그 자가 보통 교활한 것이 아니겠지. 여량조차도 속일 수 있다고? 여량은 그리 어수룩한 자가 아니란다.”

추억몽은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걷다가 뒤돌아서 말했다.

“사실 저도 우리 가문이 그에게 지원을 해야 할지를 망설이고 있었어요. 적어도 어제까지는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하면 할수록 제 판단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어요.”

“이유는?”

“양준의 소극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확신을 주고 있어요. 여씨 저택에서도 그랬고, 중도에 돌아오고 나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여량을 포섭하지 않았고, 다른 7대 세가와 동맹을 맺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한동안 같이 지내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건, 그는 절대로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의 욕심은 어마어마해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아니면 그냥 철저하게 끝장을 보는 거죠. 적에게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아요. 양준이 지금 조용히 있는 건 바로 자신이 있기 때문이에요.”

추억몽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자신이 어디서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해요.”

“지금까지 말씀하신 건 결국 다 누님의 추측과 느낌 아닙니까? 그자의 저력이나 동맹에 대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추수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원래는 양준과 동맹을 맺을 생각이 없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생각해 둔 다른 후보는 없는 것이냐?”

아버지의 말을 듣자, 추억몽은 방금 전 자신의 노력이 어떤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추수성은 여전히 양준에 대해 불신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저리 물을 수가 없었다.

“음, 양준을 제외하고 두 명 더 있습니다. 양위와 양소입니다. 양소는 더 말할 것도 없죠. 본인이 실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임 양씨 가문 가주의 아들이기도 하죠. 양위는 양씨 가문 젊은 세대 중 유일한 신유 경지이자 맏이예요. 이 둘이 이번 계승 싸움의 유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이윽고 추억몽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둘은 이미 7대 세가와 손을 잡았기에 우리 가문이 끼어들게 되면 보기 좋지 않을 거예요.”

“음. 그렇게 되면 우리 가문은 이겨도 이득을 보지는 못하겠지.”

추수성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려 아들을 보며 물었다.

“자약아,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추자약은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난생처음 먼저 그의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처럼 중요한 계승 싸움에 대해 묻는 것이기에, 그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알 수 있었다.

“소자가 봤을 때는 어차피 계승 싸움에 참여해야 한다면 7대 세가와 손을 잡지 못한 후보자와 동맹을 맺고 승리하게 도와준 다음, 이득을 독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자약도 어리석은 편이 아닌지라 아버지와 누님이 이야기하는 동안, 스스로 계략을 세워 침착하게 말했다.

“따라서 저는 양신과 동맹을 맺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친동생인 양영이 이미 강씨 가문과 동맹을 맺었으니, 우리 추씨 가문까지 힘을 합친다면, 승리할 확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그러면 양소, 양항 형제 연합에도 대항이 가능하고요.”

추수성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기특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자약은 아버지의 칭찬하는 표정을 읽고서 자신이 아버지의 생각을 알아맞혔음을 눈치챘다. 그는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지고 흥분한 나머지 얼굴이 상기되었다.

추억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그녀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에는 여자이기에 추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결혼으로 추씨 가문에 이득을 가져다줘야 하는 장기말에 불과한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방 안은 순간 적막에 싸였다. 추수성은 손가락으로 의자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미간을 찌푸린 채 사색에 잠겼다.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이번 계승 싸움에는…….”

“아버지!”

추억몽이 황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왜 그러느냐?”

추수성은 미간을 약간 찡그린 채, 불쾌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이번 계승 싸움에 소녀는 소수의 인원과 함께 양준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추억몽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아버지가 불쾌해할 줄 뻔히 알지만, 그녀는 자신의 판단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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