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99화 (399/853)

제 399장. 양준 공자로 정했습니다

양준은 이 둘이 도대체 어느 공자에게 가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도봉과 당우선에게 히죽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작은 공자님께서는 나쁜 일을 할 때마다 저리 웃었는데!’

‘저 분과는 정말 적이 되기 싫었는데, 휴우!’

두 사람은 씁쓸하기만 했다. 둘은 실력 면에서 양준을 훨씬 뛰어넘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에게 경외심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승 싸움에서 승리할 가망이 있는 다섯 공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세력들을 모두 나누어 가졌다. 양철과 양천은 더욱더 낙심했다.

7대 세가의 가주들은 모두 양씨 가문 공자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수성은 놀라움과 의아함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날 밤 양준에 대한 추억몽의 평가를 들은 다음부터 추수성은 양준이 신경 쓰였다. 오늘도 그는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양준을 눈여겨보았다. 양준은 어떤 세력의 지지도 받지 못했지만, 줄곧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 추수성은 도리어 양준의 밝은 눈동자에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양준과 도봉, 당우선 사이의 눈빛 교류도 그의 눈을 속일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더욱 의혹을 품게 되었다.

‘조력자 하나 없는 양씨 가문의 공자는 이빨 빠진 호랑이로 계승 싸움에서 어떤 일도 해낼 수 없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도 저 녀석은 난감해하지 않고, 자신이 있는 것처럼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이군. 그리고 신유 경지 8단계의 막강한 실력을 가진 저 두 혈시는 왜 녀석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추수성은 마음속으로 칭찬하며 양준에 대한 평가를 조금 높였다.

‘어쩌면 몽이 말대로 제법 실력이 있는지도 몰라. 그래도 계승 싸움에서 이길 정도는 아니야.’

눈앞의 상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양준은 계승 싸움의 결전에 참여할 자격이 안 되었다.

각 세력의 분할이 끝나자, 양씨 가문의 공자들은 전성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양위가 고삐를 바짝 당기며 사람들을 이끌고 출발하려는데, 별안간 달그닥달그닥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마침 그 시각, 장내가 매우 조용했기에 달그닥 소리가 특별히 크게 귀청을 때렸다.

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한쪽에서 답운구 한 마리가 걸어오고 있었는데, 방자한 미소를 머금은 젊은이가 그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젊은이는 팔짱을 끼고서 몸을 답운구에 맡긴 채, 남달리 반짝이는 눈으로 끊임없이 인파 속의 미녀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방탕한 부잣집 도련님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 왔다.

곽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래졌다. 젊은이는 바로 그의 못난 아들 곽성진이었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양준과 곽성진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곽성진은 경멸과 도발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그날 밤, 곽성진은 현광회를 이끌고 죽절방을 습격하다가, 도와주러 달려온 양준에게 완전히 제압되었으므로 어떻게 보면 그와 원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나중에 양준에게 많은 돈을 갈취당해, 하는 수 없이 현광회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지금 다시 만나게 되자, 곽성진이 양준에게 좋은 낯을 보여줄 리 없었다.

“제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니겠지요?”

곽성진은 사람들 앞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보아하니 아직 늦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양씨 가문의 공자들이 중도로 돌아오기 전에, 중도에서 널리 이름을 날린 젊은이는 류경요, 추억몽, 곽성진 이 세 명이었다. 그리고 앞의 두 사람이 실력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면, 곽성진은 악명을 떨쳤다.

중도에 있는 사람이라면 곽씨 가문의 독자가 어떤 구애도 받지 않는 방탕아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예쁜 낭자들은 멀리서 그의 모습만 보아도 그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서둘러 피했다. 중도에서 무릇 젊은 낭자가 있는 집에는 모두 곽성진의 모습을 기억해 두기 위해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곽성진은 류경요나 추억몽보다 더 유명했다. 사람들은 그를 ‘중도의 늑대’라고 불렀다. ‘중도의 늑대’ 곽성진이 지나가는 곳마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어린 아이들도 밤에 울다가 ‘중도의 늑대’라는 말만 들으면 울음을 그칠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 곽성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운구에 앉아서는 팔짱을 낀 채, 어른들을 보고도 내려서 예를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다른 가문의 가주들은 몰래 고개를 저었다.

“어젯밤에는 어디 있었느냐?”

곽정이 눈을 부라리며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

“폐관 수련을 했습니다.”

곽성진은 되는 대로 둘러댔다.

곽정은 대뜸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망할 놈! 그럼 얼굴에 있는 입술 자국은 어찌 된 일이냐?"

남쪽 정문 밖에서 와하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곽성진은 조금도 난감해하지 않고, 냉소를 흘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곽성진이 아무리 평판이 좋지 않다고 해도 역시 8대 세가의 공자였다. 그들이 마음대로 비웃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곽씨 가문의 독자이기에 더더욱 건들면 안 되었다. 만약 계속해 웃다가 그에게 찍히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를 터였다.

곽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아들이 바르게 자라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며 가볍게 소리쳤다.

“맨날 기루에 처박혀 있던 놈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왔느냐?”

곽성진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계승 싸움은 쉬이 오지 않는 기회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소자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큰일에 곽씨 가문이 끼지 않으면 다른 이들에게 얕잡아보일 것 같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곽정은 얼굴에 기쁨이 넘쳐났다. 그는 좀 전의 불쾌함과 노기를 저 멀리 팽개치고 다급하게 물었다.

“네 말은… 네가 계승 싸움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냐?”

“그럴 생각으로 왔습니다. 아버지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죠.”

곽정은 기쁜 나머지 허벅지를 찰싹 쳤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어서 말에서 내려오거라.”

곽정은 말하는 한편, 앞으로 달려나가 아들을 살갑게 대하며 답운구에서 내려 주었다. 그는 이처럼 아들에게 ‘오냐, 오냐’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곽정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전에 어떻게 설득해도 아들은 계승 싸움에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아들은 계승 싸움보다 주색잡기에 더 열을 올렸다. 이에 곽정은 이번 계승 싸움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줄 알고 줄곧 우울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계승 싸움이 시작되는 날에 아들이 스스로 달려와 참여하겠다고 나서니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 저쪽이다.”

곽정은 미소를 머금고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양씨 가문의 공자들이다. 잘 살펴보고, 선택하면 아버지가 성문(星門)을 네게 넘겨주마.”

“정말요?”

곽성진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다른 어른들 앞에서 아비가 농담을 하겠느냐?”

곽정은 진지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좋아요.”

곽성진은 음탕하게 웃었다.

두 부자의 대화를 듣고, 양씨 가문 공자들은 순간 호흡이 가빠졌다.

성문은 곽씨 가문의 특별한 암살대였다.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조직원들은 미모가 꽃처럼 아름다울뿐더러 실력도 출중했다. 그리고 이들은 가볍고 빠른 공법과 무공을 익혔기에 암살과 같은 중요한 임무를 주로 수행했다. 만약 이런 조직을 손에 쥘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테지만, 반대로 적이 된다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때문에 곽정이 성문을 말하자, 곽성진이나 양씨 가문의 공자들 모두 흥미를 가진 것이었다.

곽성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양씨 가문 공자들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양위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었고, 다른 이들은 모두 미소를 지으며 공수했다. 곽성진의 호감을 사려는 것이 분명했다.

곽정도 미소를 머금고 기다렸다. 그는 아들이 도대체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했다.

한참 뒤에야 곽성진은 양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서 입가에 차갑고 음침한 미소를 머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양준 공자로 정했습니다.”

양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곽성진을 힐끔 보고는 괴이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곽성진이 자신을 선택할 줄 몰랐다. 그와 곽성진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으므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다른 공자를 선택해 그를 괴롭히고 복수해야 이치에 맞았다. 그는 곽성진의 선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구라고?”

곽정 역시 깜짝 놀랐다.

“양준 공자요.”

곽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른 세가의 가주들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고, 추수성은 더욱더 의아해했다.

“아버지, 그럼 이제 성문을 제게 넘겨주시지요.”

곽성진이 흥분해서 말했다.

“성문은 저의 이름과도 합이 맞잖아요. 원래부터 제가 관리해야 했어요. 아버지께서는 연세도 있으시니 손 놓을 때가 됐죠. 괜히 미인들을 독수공방하게 하지 마시라고요.”

곽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게졌다. 몇 번이고 입을 벌렸지만,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들에게 욕을 할 수는 없어 한참이나 참다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망할 놈! 안 된다.”

곽성진이 놀란 척하며 말했다.

“아버지, 어찌 한 입으로 두말을 하십니까? 방금 전에 분명 성문을 저한테 넘겨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이리 쉽게 말을 바꾸시다니, 아버지는 체면이라는 게 있긴 한 겁니까?”

아무리 높은 수양을 가지고 있는 가주들이라 해도, 지금 이 순간에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모두 못 들은 척하며 힘들게 웃음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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