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02화 (402/853)

제 402장. 너희 중 누가 곡고의야?

술집은 왁자지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모두 오늘 남쪽 정문 밖에서 발생한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이 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귀담아들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중 한 노인이 말했다.

“도련님, 상황을 보니 양준 공자의 앞날이 염려됩니다.”

양준과 동맹을 맺은 것은 가문의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곽성진뿐이었다. 이는 양준이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맞습니다. 지금이라도 양준 공자의 관저로 가서 도움을 주는 건 어떻습니까?”

다른 한 노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고 싶지만, 양준이 며칠 전에 내게 서신을 보내 오늘만큼은 끼어들지 말고 지켜만 봐 달라고 하더군.”

통통한 청년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끼어들지 말라니요?”

먼저 말했던 노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양준 공자께서 아무런 지원 없이 오늘 밤의 위험을 대처할 수 있겠습니까? 동씨 가문은 양씨 가문과 인척 관계이고, 도련님은 양준 공자의 사촌형 아닙니까. 그분께 어려움이 있으면 당연히 도우셔야지요.”

통통한 청년은 바로 동경한이었다. 그리고 옆에 두 노인은 줄곧 그의 곁을 지키는 풍운쌍위였다.

동경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알겠어? 나도 양준의 두 혈시가 아직 완치되지 않아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소문을 들었어. 원래는 나도 최대한 빨리 도우러 가려 했지만, 양준이 끼어들지 말라고 한 이상, 기다릴 수밖에 없지.”

풍위(風衛)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양씨 가문의 혈시는 모두가 고수입니다. 양준 공자의 두 혈시와 겨루어 본 적이 있어서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저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동경한은 흥미가 일어 웃으면서 물었다.

“그럼 그대들이 혈시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 같아?”

풍운쌍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둘의 경지는 그들보다 한 단계 낮습니다. 전성기 때의 그들이라면 한 명이 패혈광술을 쓸 경우, 손쉽게 저희 둘을 죽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저희가 손쉽게 그들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동경한은 놀라서 숨을 한껏 들이켜고는 두려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양씨 가문은 대단하군. 패혈광술이 그렇게 강력하다면, 그들을 꺾을 수 있는 자가 있긴 한가?”

풍위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패혈광술이 강력한 공법이라고는 하나, 결국 자신의 생명력을 불태워 힘을 얻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씨 가문의 혈시들은 다 오래 살지 못하지요. 양씨 가문 혈시당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운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얘기는 그만하지. 어쨌든 양준이 끼어들지 말라고 했으니, 분명 대비를 해 뒀을 거야. 오늘 하루만 기다려 보고, 내일 관저로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는 것이 좋겠어.”

동경한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양준이 오늘 밤을 버텨 내지 못할까 걱정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풍운쌍위는 마음속으로 참 대단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양준 공자가 서신에 도대체 뭐라고 썼길래, 도련님께서 저렇게 여유로우신 거지.’

*다른 한 술집의 3층.

스물서넛 돼 보이는 젊은이는 잘생기고 풍채도 늠름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젊은이 역시 동경한과 마찬가지로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동경한의 안타까운 표정과 달리, 젊은이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좋은 일이 생겨서 기뻐한다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였다.

“도련님, 가주께서는 양준에게 선물을 전하고 사건을 무마하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그가 이미 전성에 와 있으니, 지금이라도 방문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의 곁을 지키는 고수가 조용히 제안했다.

젊은이는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술집에서 사람들이 오늘 밤에 양준이 탈락할 거라고 하는 얘기 못 들었어? 내가 이번에 가져온 물건이 그리 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이 볼 수 있는 물건도 아닌데 지금 가져간다 한들, 그자가 오늘 밤을 버티지 못하면 죽 쒸서 개 준 꼴 아니야.”

“그럼 도련님께서는…….”

고수는 그의 말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뜻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젊은이는 여씨 가문의 후계자인 여량의 아들 여송(呂宋)이었다. 이번에 그는 여량의 명을 받고 적지 않은 선물을 들고 중도에 찾아왔다. 바로 지난번 양준이 여씨 저택에서 떠난 뒤 얼마 안 되어 습격을 받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건은 여씨 가문과 아무 연관이 없었다. 후에 양씨 가문 공자들이 돌아오는 길에 습격당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지만, 여량은 자신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양준이 여씨 저택에서 며칠 쉰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불의의 재난일 뿐이었다. 일등 세가로 살아가면서 어느 가문인들 언짢은 일이 없겠는가? 추억몽이 소식을 전하자마자, 여량은 그날 바로 사죄하러 아들을 중도에 보냈다.

여송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양준 그자는 우리 여씨 가문을 업신여기고 있어. 지나가는 길에 우리 가문에 들른 것뿐인데, 그걸 빌미로 재산을 탐하다니. 그런 소인배에게 도움을 줘야 할 필요가 있어?”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

고수는 그 말에 덩달아 씩씩거리며 말했다.

“양준 공자는 정말로 낯짝이 두껍습니다. 가장 뻔뻔스러운 것은 감히 추 소저를 시켜 소식을 전하게 한 것입니다. 이건 대놓고 여씨 가문을 갈취하려는 짓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그자에게 물건을 가져다주지 않을 거야. 그자는 철 지난 메뚜기에 지나지 않아. 어차피 이제 몇 시진 뒤면 끝이겠지. 흐흐, 우리는 앉아서 구경하기만 하면 돼. 그가 탈락하면 사죄하러 갈 필요도 없잖아?”

여송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고수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도련님, 출발 전에 가주께서는 양준 공자가 계승 싸움에서 어떤 결과를 내든, 선물을 반드시 전달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여량은 아들이 근시안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같이 가는 고수에게 감독을 잘 해달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여송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일은 아무리 궁리해도 알 수가 없었다.

양준이 돌아가는 길에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여씨 가문에 전해지는 동시에, 여씨 가문의 일인자 여사도 운은봉에서 돌아왔다. 물론, 여송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몇 달 전, 여사는 운은봉에 찾아가서 양준이 건넨 서신과 옥패를 소부생에게 건넸고, 소부생은 즉시 현단을 제련해 주었다. 덕분에 여사는 이전의 병이 씻은 듯이 낫게 되었고, 진정으로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가 되었다.

여씨 저택에 돌아온 뒤 여사는 곧바로 여량을 불러 중요한 기밀 사항을 일러주었다.

가문의 장로들은 여사가 돌아와서 가주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여사가 돌아온 뒤에 양준에 대한 여량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후에 여량이 곧바로 여송에게 많은 물건을 들고 중도에 가서 양준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여송은 그중의 많은 내막을 알지 못하기에 아버지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양준이 탈락하면, 우리가 많은 물건을 줘 봤자 뭐 하겠어? 어렵네, 골치 아프군.”

여송은 말하는 한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연신 중얼거렸다.

그의 곁에 있던 고수가 말했다.

“도련님, 아니면 우선 하루 정도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가주님도 선물을 전하라고 하셨지, 꼭 오늘이어야 한다고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 양준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면, 선물은 도련님의 뜻대로 처리하고, 만약 오늘 밤을 버티게 되면 가주님 명에 따르기로 하죠.”

“좋아, 그렇게 하지.”

여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에 탈락하는 자라면 양씨 가문에서 설 자리도 없을 것이 분명하니, 그런 자와 잘 지낼 필요가 없지.”

“맞습니다, 도련님.”

고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성 서북쪽 양준 관저.

양준은 나태한 모습으로 방 안에 앉아 있었다. 하녀가 찻물을 올리자, 그는 찻잔을 들고서 한 모금 홀짝이고는 손을 저어 하녀를 물리쳤다.

하녀는 떠나기 전에 놀란 눈빛으로 곡고의와 영구를 힐끔 보았다.

두 혈시는 요 며칠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특히 그날 양준이 중도 북성구의 작은 세력들을 흡수하는 데 둘을 보내고 난 다음부터 몸이 더 허약해지고, 부상도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었다. 양씨 가문에서 특별히 제련한 단약을 먹었으나 효과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신체의 본바탕이 손상됐던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양준은 물론, 그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본바탕을 다치지 않았다면, 그들의 실력으로 부상이 약간이라도 호전되었어야 했다.

이 순간, 두 혈시는 창백한 얼굴로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체내에서 이따금씩 격렬한 통증이 밀려오는지, 둘의 얼굴빛은 시시각각 일그러졌다 평온해지기를 반복했다.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마치 지렁이처럼 튀어나와 보기에도 징그러울 정도였다.

이렇듯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두 혈시는 여전히 꼿꼿이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양준은 감탄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도 인내심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두 혈시의 처지라면 그들보다 더 잘 버틸 자신은 없었다.

다른 건 차치하고, 윗사람이 자신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용하려 한다면 양준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혈시는 양씨 가문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어떤 불평 불만도 내색하지 않았다. 더욱이 양준에게 충성을 다하고 두말없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곡고의와 영구는 양준의 눈빛을 감지하고 표정이 점점 더 진지해졌다.

한참 뒤에야 양준이 가볍게 웃으면서 물었다.

“너희 중 누가 곡고의야?”

양준은 아직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날 혈시당에서 나온 뒤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과 한마디도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두 혈시는 양준의 말에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키가 좀 더 크고 건장해 보이는 이가 공수하며 말했다.

“제가 곡고의입니다.”

“그럼 네가 영구겠군?”

양준이 다른 한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혈시를 비교했을 때, 영구는 상대적으로 특별했다. 남자지만 섬세하게 생겼고, 체형도 길고 마른 편이었다. 입가에는 수염이 나 있어 매우 영리해 보였다. 그리고 또 과묵한 성격은 마치 양위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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