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03화 (403/853)

제 403장. 누가 널 찾는데?

양준은 양응봉과 동소죽을 통해 두 혈시의 장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곡고의는 순간적인 폭발력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는 전투할 때 일정한 시간 내에 온몸의 진원과 신식을 폭발시켜 상대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하여, 그 시간 동안은 같은 경지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그는 신유 경지 8단계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신유 경지 절정의 고수와도 싸워서 이긴 전적이 있고, 혈시당 전체 서열로 봐도 제법 앞쪽에 속하는 편이라고 했다.

영구는 곡고의와는 달리 속도가 뛰어났다. 또한 은닉술도 빼어나 그가 공격하면 적은 반응할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들리는 바로는 혈시당에서 가장 대처하기 힘든 이는 당주 풍승도, 부당주 주봉도 아닌, 그림자와 같은 영구라고 했다. 또 그가 노리는 사람은 땅 끝까지 도망쳐도 그의 추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도 했다.

둘이 함께하면 서로의 장점이 더 두드러지기에, 두려워하지 않을 자가 없는 최고의 한 쌍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번 계승 싸움을 위해 넷째 양신무를 데리고 돌아오다가 여러 명의 신유 경지 고수에게 포위 공격을 당했다. 상대편의 실력은 양준이 만났던 적들보다 더 강했다. 곡고의와 영구는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양신무 본인의 실력이 너무 약해 불행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양준이 갑자기 말을 건네자, 곡고의와 영구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들은 양준이 또 지시를 내리려는 줄 알고 의혹에 찬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나한테 불만 같은 거 없어?”

두 혈시의 생각과 달리, 양준은 그저 그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양준은 말을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의미심장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곡고의가 서둘러 대답했다.

“저희가 어찌 감히.”

“솔직하게 말해 봐. 조금도 없어?”

양준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곡고의는 영구와 시선을 주고받고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했다.

혈시당에 있을 때, 둘은 도봉과 당우선에게서 막내 공자가 얼마나 착하고, 혈시에게도 얼마나 살갑게 대하는지에 대해 많이 들었었다. 그후 둘이 상심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을 때, 양준이 그들을 선택해 주었다.

먼저 도봉과 당우선의 말을 듣고, 또 이어서 양준의 의로운 행동을 보았기에 둘은 마음속으로 감격해 마지않았다. 둘 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양준을 도와 큰일을 이루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지난 며칠 동안 양준은 자신들을 똑바로 바라본 적도 없었고, 태도도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자신들에게 상처를 치료하고 관리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혈시들이 양씨 가문에 충성한다고는 하나, 어쨌든 그들도 인간이었다. 양씨 가문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지만, 양준이 이처럼 부하를 몰라주면 당연히 괴로웠다.

“말해 봐.”

양준은 차 한 모금을 마신 다음,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곡고의가 바짝 마른 입술을 오므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와 영구가 막다른 처지에 몰려 있을 때, 공자님께서 주신 도움을 가슴 깊이 새기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절대로 공자님을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조금 서운한 부분이 있습니다.”

표정이 숙연한 것이 진심이 틀림없었다.

양준은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내가 도봉이랑 우선이 말한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 거야?”

곡고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영구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당연히 다르지. 내가 원해서 너희를 선택한 건 아니니까! 내가 선택하고 싶었던 혈시는 도봉과 우선이었어. 피차 서로에게 익숙해졌으니까.”

양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두 혈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우리도 제법 친해진 거 같네. 적어도 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었잖아.”

양준이 미소를 지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곡고의와 영구는 눈앞이 환해지는 것만 같아 묵묵히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두 사람과 소통하겠다는 뜻이고, 이는 그들이 바라던 바였다.

“너희가 양씨 가문에 바치는 충성심이나 내게 감사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

양준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웃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가 양씨 가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날이 온다면, 너희는 어떤 선택을 할 거지? 내 편에 설 거야, 아니면 양씨 가문의 편에 설 거야?”

두 혈시는 이 말에 안색이 바뀌며, 경악에 찬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공자님, 혹시 농담하시는 겁니까?”

곡고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지하게 묻는 거야.”

양준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곡고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대답했다.

“저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날이 정말로 온다면 저와 영구는 계속 공자님 곁을 지킬 것입니다.”

영구는 냉혹한 표정으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만약 공자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스스로 무공을 폐하고 은퇴했을 겁니다. 그러니 이 한 몸 공자님께 바치겠습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양준은 드디어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양준도 양씨 가문 사람이기에 정말로 가문과 충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둘째로 자신들은 남은 날이 많지 않기에 그날이 오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떴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양준은 자신이 바라던 답을 얻었다.

“이전에 우선에게도 말했지만, 내 비밀을 아는 자는 내 사람이 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야.”

양준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너희는 내 비밀을 알 자격이 생겼지.”

곡고의와 영구는 잠깐 당황해서 놀란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양준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약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야. 가서 복용해.”

양준이 손을 뻗어 단약 두 알을 던졌다.

곡고의와 영구는 단약을 받고서 감사하다고 인사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도봉, 당우선과 마찬가지로 두 혈시는 단약을 손에 넣자마자 양준이 준 단약의 등급이 지급 상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이라지만 등급이 너무 낮아 효과가 있으려나?’

둘은 미심쩍었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약을 먹고 약 기운을 흡수해. 밤에 있을 전투에 너희가 필요하니까.”

양준은 깊은 눈빛을 하고서 입가에 차가운 냉소를 머금었다.

“누가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나를 공격하는지 지켜봐야겠어.”

“예!”

두 혈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또한 오늘 밤에 조용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체하지 않고 단약을 복용했다.

이때, 양준의 낯빛이 차가워지더니 고개를 돌려 바깥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누군가 찾아왔네?”

곡고의와 영구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신식을 펼쳤다. 과연 관저 밖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두 혈시는 화가 나는 동시에 깜짝 놀랐다. 양준이 그들보다 먼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이 있는 방은 관저 안쪽에 있어 정문까지 대략 천 장 정도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신식을 펼치지 않는 이상 바깥의 작은 움직임은 이곳까지 전해질 수가 없었다.

두 혈시는 양준이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찾아온 이들은 수도 많지 않았고, 실력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었다. 그래도 신유 경지 무인 몇 명이 섞여 있었다.

“저희가 가서 돌려보내겠습니다.”

곡고의가 자청하고 나섰다.

“됐어. 추억몽이 오는 중이야.”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추억몽의 목소리가 방문 밖에서 들려왔다.

“양준, 누가 널 찾는데?”

양준과 두 혈시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방문을 열자, 추억몽이 문밖에서 활짝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품위 있고 우아한 그녀의 모습에 두 혈시는 눈앞이 다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둘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미인의 지지를 받는 양준이 여자복은 확실히 있다고 감탄했다.

“누군데?”

양준이 묻자, 추억몽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몰라. 젊은 사람이야. 너한테 의탁하려는 모양인데, 뭔가 이상해. 네가 나가서 한번 봐봐.”

“너도 정체를 모르겠어?”

양준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이 말을 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추억몽이 그를 흘겨보았다.

“뚱보는 아니지?”

양준은 문득 동경한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이 분명 이틀 전에 동경한에게 오늘은 오지 말라고 전갈을 보냈었다. 동경한의 성격으로 절대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할 리 없었다.

“뚱뚱하지는 않아. 그냥 네가 직접 가서 봐.”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곡고의와 영구가 뒤따르려 하자 그들을 저지했다.

“너희는 따라오지 말고 치료에 전념해.”

“하지만…….”

“저 자들의 실력으로는 나를 어쩔 수 없을 거야.”

양준은 말하는 한편, 밖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등 뒤에서 곡고의와 영구는 얼굴빛이 살짝 흔들렸다. 양준의 말은 언뜻 듣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심상치 않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공자님께서는 밖에 있는 자들의 경지까지 알아채신 건가? 어떻게 아셨지? 진원 경지 8단계밖에 안 되는데 신식을 수련했을 리는 없고. 게다가 설령 바깥 사람들의 실력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자신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하시는 거지?’

양준의 이유 없는 자신감이야말로 두 혈시가 놀라는 부분이었다.

밖에는 사실 신유 경지 고수도 몇 명 있었다. 곡고의와 영구는 마주 보며 서로의 눈빛에서 놀라움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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