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27화 (427/853)

제 427장. 가장 강력한 적일지도 모릅니다

양천은 모집하려 해도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헛수고를 하려 하지 않은 것이었고, 양준은 외부의 연단사와 연기사들이 눈에 차지 않아서였다.

양준은 진작에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는 검은 책 공간에 있는 완제품 단약들을 종류별로 나눈 다음, 양성 단약과 신식을 수련하는 단약을 모두 꺼냈다. 그리고 음양요삼에 시선이 닿는 순간, 그는 아련한 추억에 빠졌다.

‘소안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죽절방의 몇백 명을 보내 조사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무 소식도 전해 오지 않았다. 심지어 능소각의 장로들과 능태허도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듯 어떤 종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도 능소각은 여전히 사종으로 불리고 있었고, 세상 사람들은 사주를 두려워했다. 양준이 계승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언제까지고 능소각의 명성을 바로잡을 수 없을 것이다.

사종의 이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사주가 능소각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각 세력들이 능소각을 꺼리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이미 사주가 나왔는데, 두 번째 사주가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양준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양성 단약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봉신전의 태상장로들이 전성 내 움직임을 모두 살피고 있자, 그는 위험을 느꼈다. 만약 재빨리 신유 경지를 돌파하지 못하면, 그의 비밀은 조만간 발각될 게 뻔했다. 지금 그는 진원 경지 8단계로, 신유 경지까지는 단지 작은 경지 두 개만 남겨 두고 있었다.

양준은 하루 종일 모든 양성 단약을 흡수했다. 그러자 단전 내의 양액과 경맥 속의 진원이 한층 더 거세지고 순수해졌음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향로도 검은 책 공간에서 꺼내 향을 피웠다.

양준은 진양결을 돌리는 한편, 신식의 힘을 아낌없이 소모하며 연단진결의 오묘함을 파헤쳤다.

향로에서 뿜어 나오는 특이한 향은 진양결의 운행 속도를 억제했다.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해서 진양결이 거대한 압박에 적응하면, 평상시 진양결의 운행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적과 대적할 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신식으로 연단진결을 연구하는 것은 신식을 수련하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연단진결은 광범위하고 심오하여, 그 속에는 각양각색의 신기한 연단 영진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단대사들의 경험과 심혈이 담겨 있었다. 이 지식들은 양준에게 평생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연단진결에서 정보를 캐내는 데는 많은 신식이 필요했다. 물론 신식은 소모되고 보충되는 과정에서 신속하게 강해졌다.

짧은 시간에 방대한 물자를 밑거름으로 양준의 무공과 신식은 눈에 띄는 속도로 향상되었다.

양준은 매일 아침 동틀 무렵이면 권법술을 수련했고, 또한 날마다 만약영액 한 방울을 복용했다. 그리고 오랜 기간의 축적을 거쳐, 만약영액의 벌모세수 효능이 나타났다. 수련 속도가 더 빨라졌고, 효율도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이 효능은 평생 유지될 수 있었다. 앞으로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만약영액을 복용한 효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눈덩이를 굴리는 듯한 효과였다.

*전성 동쪽, 맏이 양위의 관저.

며칠 간의 폐관 수련을 마친 양위가 밖으로 나왔다. 마침 맹선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뜰에 서 있었다. 맹선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왔다 갔다 하면서 무슨 생각에 골몰해 있는 건지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맹 형.”

양위가 불렀다.

“대공자! 설마 또 경지 돌파를 하신 겁니까!”

맹선의는 부름을 듣고 기쁜 얼굴로 서둘러 다가오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양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예. 며칠 사이에 신유 경지 2단계에 오를 듯합니다.”

맹선의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그는 맹씨 가문의 적장자로 자질이 괜찮았지만, 아직까지 진원 경지 9단계밖에 안 되었다. 이제 곧 신유 경지를 돌파할 때가 다가오긴 했지만, 여전히 양위와는 비견될 수가 없었다.

‘중도 젊은 세대 중에 천재가 꽤 있군.’

맹선의는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류경요는 말할 것도 없고, 추억몽도 두 달 전에 신유 경지 1단계에 이르렀다. 나머지 사람들 중에는 아직 신유 경지가 없지만, 이미 거의 다 턱밑까지 닿은 상태였다. 이에 맹선의는 살짝 불안감을 느꼈다.

맹씨 가문 공자로서 그는 실력이 조금 초라해도 상관없었지만, 강한 실력을 추구하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여기서 뭐 하고 계셨습니까?”

양위가 물었다.

“대공자께서 전성에 오시자마자 곧장 폐관 수련에 들어갔으니, 지난 나흘 간의 소식을 알려드리고자 왔습니다.”

양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돌아서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씀하시지요.”

방 안에서 둘은 탁상에 마주 앉았다. 양위는 묵묵히 계승 싸움 첫날 밤, 양철의 관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듣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의 예상대로인 듯했다. 그러나 양준이 혜성처럼 나타나 영기와 사람을 모두 빼앗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예리한 빛을 뿜었다.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맹선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막내 공자가 상상 이상입니다. 양항과 양영은 욕심을 내다가 손해만 가득 보았죠. 게다가 막내 공자는 양철을 중도로 돌아가도록 놓아준 것 같습니다. 양철을 빌미로 물자를 교환하지 않았습니다.”

“그랬습니까?”

양위가 놀란 듯 되물었다.

“그래서 상상 이상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맹선의는 거듭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저는 양준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 그가 기세를 몰아 남들이 쉬는 동안 양천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요 며칠간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영리하다면, 공격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양위의 눈빛이 번뜩였다.

“네. 처음에는 저도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후에 생각해 보니 이목을 끌기 싫어서 가만히 있는 거더라고요.”

맹선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보다 훨씬 멀리 내다봅니다.”

“막내라고 얕봐서는 안 됩니다. 양준에게는 뭔가가 있어요.”

양위는 눈썹을 찌푸렸다. 문득 장로전 앞에서 처음 양준을 만났을 때, 자신의 진원이 저도 모르게 파동을 일으키던 것이 떠올랐다.

“대공자의 말씀은…….”

“어쩌면 막내가 가장 강력한 적일지도 모릅니다. 둘째보다도 더요.”

“그럴 수가 있습니까?”

맹선의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왠지 양위가 양준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았다.

“며칠간 적지 않은 이들이 그에게 의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공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공자의 친구분들도 모두 왔습니다. 지금 대공자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네. 곧 그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양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맹선의는 흥분을 금치 못하고 물었다.

“대공자께서도 이제 움직이는 겁니까?”

“움직이다니요?”

맹선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공자께서는 양천을 공격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양준은 지금 남의 주목을 끌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고, 다른 공자들은 모두 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친구분들을 데리고 공격하면 양천은 반항하지 않을 겁니다. 맏이시라 형제분들의 신뢰가 있으니까요.”

양천 쪽에는 신유 경지 8단계 혈시 한 명밖에 없었다. 게다가 외가가 이등 세력이라 그의 현재 세력으로 봤을 때, 양위에게는 그야말로 한주먹 거리도 안 되었다.

“지금 여덟째를 공격한다면 분명 성공할 것입니다. 그가 반항해도 제 손에 무너지겠죠.”

양위는 맹선의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무엇을 고민하시는 겁니까?”

맹선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저는 별로 이득이 없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나설 때가 되면 나설 터이니, 맹 공자는 우선 저와 함께 사람들을 만나러 가시죠.”

양위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맹선의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더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양천을 치면 왜 이득이 별로 없다는 거지? 사람과 영기로 물자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양천의 세력도 흡수할 수 있잖아. 어떻게 이득이 없을 수 있지?’

*그 시각, 전성에서 삼백 리 떨어진 곳.

황량한 교외, 단정하고 매혹적인 부인 두 명이 걸으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녀들의 옆에는 소녀 두 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활발한 편이라 ‘향씨 이모, 난씨 이모’를 부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두 부인을 거듭 웃게 만들었다.

다른 한 명은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녀는 면사포를 쓰고 있어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눈동자가 맑고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했다. 이마에는 옅은 남색 보석이 드리워져 있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했다.

전성 쪽을 바라보는 복면 소녀의 눈동자에는 기대와 기쁨이 넘치는 가운데 옅은 수줍음도 묻어 있었다. 기억 속의 모습이 떠오르자 면사포에 가려진 뺨에는 홍조가 피어올랐다.

연정을 품은 소녀가 가장 아름다운 법. 지금은 그녀의 일생 중 가장 아름다운 한때였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두 부인마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때, 발랄한 소녀가 다가와 복면 소녀의 팔을 잡으며 가볍게 웃었다.

“언니, 양준 오라버니 생각하는 거죠?”

하응상은 그 말에 부끄러워져 귓불이 한순간에 새빨개졌다.

“아,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호호.”

동경연은 요망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긴요! 제가 오라버니 얘기만 꺼냈는데도 얼굴이 붉어졌잖아요.”

“내 얼굴이 붉어졌다고?”

하응상은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뺨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곧 면사포로 가리고 있어 설령 얼굴이 붉어져도 남들은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녀의 뺨은 정말 뜨거웠다.

“당황하는 거 좀 봐.”

동경연은 놓아주지 않고 계속해 따졌다.

“언니는 도대체 오라버니 어디가 좋은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평범하고 남다른 거 없던데.”

“나 양준 안 좋아해.”

하응상은 앙증맞은 코를 찡그리면서 한사코 부인했다.

“그럼 왜 계승 싸움 얘기를 듣자마자 운은봉에서 떠나려고 했어요? 사부님께서 언니를 보내기 얼마나 아쉬워하셨는데요. 언니가 떠나면 사부님과 연단술을 의논할 이가 없거든요.”

“내가 사저잖아. 사제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하응상은 입술을 살며시 깨물고서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옆에 있던 향씨, 난씨 이모는 두 소녀의 대화를 귀담아듣고서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은 얌전하고 천진난만한 하응상이 좋았다. 둘 다 평생 자식이 없었기에 운은봉에서 몇 달간 함께 지내면서 하응상을 친딸처럼 대했다. 그녀들은 하응상이 양준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찬성했다. 그녀들은 세상에서 오직 양씨 가문의 공자만이 하응상 같은 이와 어울리며 그녀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