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33화 (433/853)

제 433장. 양준이 이겼어

네 공자의 세력이 연합해 공격하자, 양준 쪽 사람들은 순식간에 열세에 놓이게 되었다.

모든 신유 경지 무인들이 일제히 방어 비보를 꺼내 들고 최선을 다했으나 공격을 모두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곽성진, 동경한과 양준도 각자 수단을 펼쳐 폭발한 원기 폭풍 속에서 안전한 곳을 찾았다.

힘들게 공격을 막아 내는 양준 일행의 모습에, 양항을 포함한 몇몇은 양준을 이기는 장면을 떠올렸는지 얼굴에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양소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영구가 어딘가 숨어 있는 이상, 양준을 사로잡기는 어려웠다. 그들을 지키는 혈시 넷 가운데서 두세 명이 동시에 습격하면 양준을 사로잡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었다.

“연단사들을 모셔라!”

양소가 소리쳤다. 양준이 데리고 온 무인들이 공격을 막아 내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그는 약왕곡의 연단사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양소의 명령에 따라 많은 고수들이 일제히 약왕곡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쇄도했다.

약왕곡 사람들은 연단술이 뛰어났지만, 무공은 뛰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고수들의 눈에 그들은 한낱 양떼에 지나지 않았다. 신유 경지 고수들은 어떤 수단도 쓰지 않고 연단사들을 되는 대로 잡으려 했다.

진택은 꿈쩍도 않고 냉담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약왕곡 제자들이 잡혀 갈까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다른 연단사 서른 명도 전혀 놀라지 않고 매우 침착한 모습이었다.

양소는 문득 불안감이 밀려왔다.

연단사들이 아무리 거만해도, 위험에 부딪히면 인간으로서 본능적인 반응과 당황함을 보일 터인데, 그들은 일절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고수들이 연단사들에게 거의 다다를 무렵, 하응상의 이마를 장식하고 있던 보석이 순간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곧이어 옅은 남색의 장막이 반원 모양으로 펴지면서 모든 약왕곡 제자들을 그 안에 품었다.

많은 고수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빛의 장막에 부딪쳤다.

연단사들을 향해 달려가던 고수들은 일제히 한 걸음 물러나 미간을 찌푸린 채 장막을 훑어보았다.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군.”

양소는 약왕곡 사람들이 그렇게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때문에 빛의 장막을 보고도 특별히 놀라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깨부숴라!”

오직 등급이 높은 방어 비보 하나로 고수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이었다. 비보는 확실히 훌륭했지만, 고수들도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무공과 비보의 빛이 다시금 피어나면서 하응상이 만들어 낸 빛의 장막은 곧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약왕곡 사람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양소는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약왕곡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그의 마음속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다.

이내 빛의 장막에 금이 가고 부서지려는 순간, 공중에서 별안간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빛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하나하나의 날카로운 무기로 바뀌었다.

순수한 진원으로 만들어진 예리한 무기들은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강한 파동을 일으켰다.

슉- 슉- 슉-

예리한 무기는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를 내며 하늘을 갈랐고, 날카로운 칼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앞으로 나아갔다.

모든 이들의 얼굴빛이 급변했다. 그들은 일제히 옆으로 비켜서며 빠르게 공격을 피했다.

예리한 무기들은 고수들이 펼친 수단에 막혔지만, 그것이 뿜어내는 힘에 모든 이들이 뒤로 밀려났다. 실력이 조금 낮은 신유 경지 무인들은 그 자리에서 피를 가득 토하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오직 신유 경지 7단계 이상의 무인만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양소의 시선은 곧 약왕곡의 제자들 중 유일한 노인에게로 향했다.

노인은 정체를 알 수 없었고, 출수하는 것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양소는 직감적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무슨 영문인지, 방금 그 공격은 노인이 펼친 것만 같았다. 그는 선해 보이는 노인에게서 왠지 모르게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한 번, 단 한 번이야. 심지어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신유 경지 무인 일고여덟 명을 모두 물리쳤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설마 신유 경지 이상인 건가? 약왕곡에 이런 고수가 있을 리가 없는데.’

한 초식에 밀려났던 고수들도 두려운 낯빛으로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누가 공격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모두가 의아해하며 몰래 추측할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 신속하게 모이면서 아기 손바닥만 한 성환(星環)으로 변했다. 면사포를 쓴 여인이 손으로 그것을 거두어들였다.

“비보였군.”

양소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보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는 약왕곡 사람들 속에 절세의 고수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방금 전의 일격은 비보의 효력으로 완성된 것이었다. 이렇게 막강한 위력을 보여 주다니. 그것은 분명 현급 중품 이상의 비보였다.

다시 면사포를 쓴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양소는 저도 모르게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양씨 가문의 직계 자제 중 둘째였지만 그녀만한 저력이 없었다.

‘저 여인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

그녀가 연이어 선보인 두 개의 비보는 모두 비범했다. 그녀의 몸에 도대체 비보가 얼마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양소는 주저하는 눈빛으로 잠깐 갈등하다가, 한참 뒤에야 이를 악물고 뒤따르던 혈시와 엽신유에게 말했다.

“가자!”

“가자고요?”

엽신유도 한창 하응상을 훑어보며 자신과 비교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양소의 말을 듣고는 순간 당황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양소는 이미 혈시를 데리고 소리 없이 떠나 버리고 없었다. 엽신유는 급히 그를 따라잡고서 어리둥절해 물었다.

“평소와 다르게 왜 벌써 포기하시는 겁니까?”

양소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앞쪽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초조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공자님, 양준 관저에서 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아홉 개의 세력이 모두 출격하고, 관저에는 곡고의만 남아서 영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알겠다.”

양소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얼굴에는 쓴웃음과 함께 분함이 서려 있었다.

“막내가 역시 패기가 있어. 혈시 한 명만 관저에 남겨 두다니! 오늘은 준이가 이겼구나.”

엽신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제야 양소가 결단력 있게 떠난 것이 두려워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네 형제가 손을 잡으면 양준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연단사들을 지켜 낼 수 없었다. 일이 이대로 진행되면 양준은 약왕곡의 연단사들을 모두 빼앗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그 시간 동안 양준 관저의 다른 아홉 세력들은 어디로 갔을까? 만약 양소 관저로 간다면 관저의 사람들이 영기를 지켜 낼 수 있겠는가?

적을 공격하려면 가장 취약한 점을 찾아 공격해야 하는 법. 양준은 손쉽게 눈앞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었다. 때문에 양소는 반드시 관저로 돌아가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양항, 양신, 양영도 모두 돌아가 방어해야 했다. 아홉 세력이 어느 관저에 쳐들어갈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홉 세력의 힘을 얕잡아 볼 수 있는 이도 없었다.

하물며 면사포를 쓴 여인이 현급 중품 이상의 비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신분도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여인의 정체를 알아내기 전에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양소가 소식을 접하는 순간, 거의 동시에 양항, 양신, 양영도 제각기 부하들이 전해온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들은 일제히 낮게 비명을 지르고는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그들에게 씩 웃어 보였다. 그의 미소에는 교활함과 득의양양함이 묻어 있었다.

“둘째 형님은?”

양항은 한 바퀴 훑어보았으나 양소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곧이어 얼굴빛이 싸늘해졌다. 양소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순간 가슴이 울분으로 가득 찼다.

“대단하구나, 막내야!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 또 보자꾸나!”

양항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서둘러 떠나갔다.

“막내야, 한 수 배우고 간다.”

양신도 화난 얼굴로 인사를 건네고는 서둘러 철수했다.

곧이어 양영의 사람들도 떠나갔다. 순식간에 전투가 끝났다. 구경꾼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양씨 가문의 네 형제가 절대적인 우세를 점한 상황에서 왜 철수했는지,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약왕곡 사람들도 역시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몽무애만이 의미심장하게 양준을 힐끗 보았다. 몇 년간 양준은 심적 경지나 실력 모두 일취월장한 듯했다.

양준은 네 형제가 떠나가도 막지 않았다.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 정말 싸우게 되면 아무 이득도 없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몽무애도 도와주려는 생각이 없는 듯했다. 때문에, 더 이상 도발하지 않고 그들이 떠나가게 내버려 둔 것이었다.

“오시자마자 고생 많았습니다.”

양준이 약왕곡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공수했다.

“괜찮아. 다들 무사해.”

진택이 손사래를 쳤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하응상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차분한 얼굴로 깜짝 놀랄 만한 말을 내뱉었다.

“꼬마 사저, 보고 싶었어요.”

어떤 가식도 찾아볼 수 없이 진지하기 그지없었으며 마치 무심코 마음속 말을 내뱉은 것만 같았다.

하응상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는 곧 기쁨과 놀라움, 부끄러움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감히 대답도 못 하고 기다란 속눈썹만 파르르 떨었다.

“감히 내 앞에서 내 제자에게 치근덕거리다니!”

몽무애가 화를 버럭 내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양준의 앞날이 창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양준에 대한 하응상의 태도를 보는 순간, 괜히 기분이 언짢았다.

“오라버니, 난 안 보고 싶었어?”

동경연이 뛰어와 시시덕거리며 물었다.

“아니.”

양준이 고개를 저었다.

동경연은 입을 삐죽 내밀고 양준을 원망스레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못된 오라버니, 나쁜 오라버니, 미워 죽겠어."

양준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저와 함께 관저로 돌아가서 나누시죠.”

형님들이 돌아가서 방어하는 만큼, 양준도 마찬가지로 서둘러 관저로 돌아가서 방어해야 했다. 지금 관저에는 곡고의만 남아 있기에 방심하면 안 되었다.

약왕곡 일행은 원래부터 하응상을 따라 양준을 찾아온 것이기에 당연히 이의가 없었다.

양준은 앞장서서 약양곡 일행들을 이끈 채 기세 좋게 관저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