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6장. 신식을 수련하는 방법
양준이 그녀에게 전해주려는 것은 물론 연단진결이었다.
그는 연단진결의 일부 지식만 알아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중에는 각종 신기한 효력이 있는 영진과 여러 연단대사들의 경험과 심혈이 망라해 있었다. 이런 것들은 일반인들에게는 아무 가치도 없었다. 그리고 일반 연단사들에게는 너무 심오하고 현묘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응상과 같은 등급의 연단사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
그녀가 이 지식을 얻게 되면, 연단할 때 적은 노력으로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신통력도 가질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식해 속 두 형상은 줄곧 조용히 서서 하나는 말하고, 다른 하나는 주의 깊게 들었다.
하응상의 각성 능력은 비범했다. 양준은 연단진결에서 알아낸 정보 가운데서 어떤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그녀가 설명해 주자 금세 깨치고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점차 두 사람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 토론하고 각자 견해를 피력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연단진결의 지식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양준은 천천히 눈을 뜨고 저린 몸을 움직인 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하응상은 여전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둘은 줄곧 이 자세를 유지한 채였다.
하응상은 아직 식해에서 그가 전수한 연단 지식과 요령을 습득하고 있었다.
양준은 본인이 알고 있는 연단진결을 모두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미처 파헤치지 못한 것들은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몸을 기울여 하응상에게 입 맞추고서야 조심조심 일어나 그녀를 침대에 눕혀 주었다. 이윽고 방문을 열고 이마를 문지르는데, 문득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하응상과 연단진결을 연구하면서 그녀의 식해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니 신식이 너무 많이 소모되었던 것이다.
문 밖에는 귀엽게 생긴 하녀 한 명이 서 있었다. 양준이 나타나자, 그녀는 얼른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큰 사발이 놓인 쟁반이 들려 있었다.
“도련님, 드디어 나오셨군요.”
하녀는 그를 빤히 바라보면서 방그레 웃었다.
“무슨 일이야?”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추 소저께서 탕약을 올리라고 하셔서 가져왔습니다. 몸을 잘 보양해야 한다고 했어요. 뜨거울 때 드세요.”
‘추억몽이 웬일로 이리 자상할까?’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무심코 물었다.
“그게 뭔데?”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양기 보충에 도움을 주는 약이라고 합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뭐 하자는 거야? 추억몽!’
“헤헷, 도련님 천천히 드세요. 식지 않게 여러 번 끓였습니다.”
하녀는 말하면서 탕약을 건넸다. 양준은 본능적으로 탕약을 받아 들었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하녀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양기를 돕는다는 탕약을 바라보았다.
이때, 옆방의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몽무애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와 불만스럽게 힐끗 보았다.
양준은 그에게 씩 웃어 보이고는 탕약을 한 입에 깨끗이 비우고서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몽 주인!”
몽무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짓으로 부르고는 뒤돌아 들어갔다.
두 사람은 방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몽무애는 양준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의혹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신식을 갖춘 것이냐, 아니면 비보의 힘을 빌린 것이냐?”
신식으로 전해진 정보를 통해, 몽무애는 양준의 남다른 점을 감지하고 영문을 물었다.
“제가 수련한 신식입니다.”
양준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원래부터 몽무애에게 신식에 대해 물으려고 했던 만큼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럴 리가?”
몽무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줄곧 양준이 신식을 수련했을 수도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양준이 제 입으로 인정하자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거라. 어떻게 한 것이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기연이지 않겠습니까. 여차여차하여 신식을 갖추게 되었지요.”
몽무애는 저도 모르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는 양준이 내막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강요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네 신식은 뭔가 이상하구나.”
“어떻게 이상합니까?”
양준이 서둘러 물었다.
“지나치게 강해! 신식의 수준으로만 보면 신유 경지 정상이나 다름없는데, 너는 이제 진원 경지 8단계가 아니더냐. 정말 신유 경지에 오르면 네 신식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모르겠구나.”
몽무애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여쭤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제가 신식은 있으나 식해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양준도 미간을 찌푸렸다.
몽무애는 냉소를 지었다.
“신유 경지에 오르지 못했으니, 당연히 식해도 없는 것이지. 식해는 신유 경지의 징표야.”
“하지만 신식을 갖추지 않았습니까?”
몽무애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신식은 신유 경지에 올라야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너와 같이 신유 경지에 오르기도 전에 신식부터 갖춘 이가 있었다.”
“저와 같은 경우가 있었다고요?”
양준은 깜짝 놀랐다. 그는 온신련이 있기에 기연을 얻어 신식을 수련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는? 그자는 무슨 방법으로 신유 경지에 오르기 전에 신식을 수련했을까?’
“그래. 드문 경우야. 내가 아는 이 가운데 너와 같은 경우가 딱 한 명 있었지.”
몽무애는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야. 그의 경우는 한순간이었어. 보통 진원 경지의 무인이 수련할 때 진원을 단전과 경맥에 저장하지. 그러다가 신유 경지에 이르면 진원과 마찬가지로 신식도 저장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식해다. 식해가 없는 무인은 설령 신식을 수련해도 바람 속 등불처럼 신식이 얼마 안 지나 흩어지게 돼. 그래서 내가 그자의 경우는 한순간이라고 말한 거야. 그러나 너는 달라. 네 신식은 단단하고 강해. 분명 생긴 지 하루이틀 된 게 아니란 소리지.”
몽무애가 의미심장하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너한테 무슨 비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분명 신식을 흩어지지 않게 모아 두는 방법이 있는 게지.”
양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몽무애가 양준의 머릿속에 있는 온신련의 존재를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추리는 정확했다.
양준이 신식을 저장한 곳은 바로 머릿속에 있는 오색 온신련이었다.
“신식이 있으니 신혼기도 다룰 수 있겠구나?”
몽무애는 슬쩍 곁눈질하며 물었다.
“네. 하지만 한 가지 초식밖에 다루지 못합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신혼기는 결국 무공과 같은 거야. 일정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거지. 그러니 약자들이나 어떤 체계가 필요한 거다. 네 실력이 강해지면 남과 싸울 때, 특별한 무공이나 신혼기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 자유자재로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고수들의 전투 규칙이야.”
몽무애는 탄식조로 말했다. 마치 자신이 일찍이 절대 고수의 위치에 서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뭔가 알아차린 듯 피식 웃으며 물었다.
“지금 네 상황에서는 신혼기의 위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겠구나?”
“예. 그렇습니다. 이 또한 몽 주인께 가르침을 구하고자 합니다.”
양준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부족할 테지. 지금 네 신식은 식해에 저장되어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지 않느냐. 식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신식을 발동시켜 신혼기를 펼치니 낭비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네가 식해를 갖추면 결국 해소될 문제이니라.”
양준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도 이처럼 짐작했지만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으니 또 달랐다.
“몽 주인, 혹시 신식을 수련하는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양준은 지금 주로 연단진결을 연구하는 것으로 신식을 수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식을 보충하는 단약이 없으면 수련 속도가 너무 느렸다. 만약 신식을 수련하는 전문적인 방법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신식을 수련하는 방법은 매우 드물었다. 양씨 가문에 한 가지 있었지만, 그것은 양준뿐만 아니라 양응봉도 접촉할 자격이 없었다. 게다가 그 방법도 효과가 그리 뚜렷하지 못했다.
몽무애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련은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지. 꼼수로 익혀서는 안 된다…….”
“그럼 제게 가르쳐 주시죠.”
양준은 웃으며 그의 설교를 중단시켰다.
몽무애는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됐다. 됐어. 내가 안 가르쳐 줘도 응상이가 네 등쌀에 못 이겨 말해 주겠지.”
그러고는 곧 신식을 수련하는 방법을 양준에게 전수해 주었다.
양준은 열심히 듣고 난 뒤, 살짝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이 방법으로 속도를 얼마나 올릴 수 있습니까?”
“이 할 정도.”
몽무애가 무심코 대답했다.
“왜 이리 적죠?”
양준은 깜짝 놀랐다. 몽무애가 전수하는 방법이면 반드시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할이라는 수치는 너무나 초라했다.
몽무애가 냉소했다.
“과욕을 부리지 말 거라. 전문적으로 신식을 수련하는 방법은 아주 귀중한 거야. 너희 양씨 가문뿐만 아니라, 8대 세가는 모두 그들만의 방법이 따로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방법은 내 방법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지. 그 방법들은 기껏해야 일 할 정도 올릴 수 있을걸.”
양준은 얼굴빛을 가다듬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어, 이 신식 수련 방법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