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37화 (437/853)

제 437장. 수확이 가장 큰 사람

양씨 가문의 신식 수련 방법은 그의 기억에 현급 상품의 비법이었다.

현급 상품이면 이미 이 세상의 정상에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속도를 일 할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속도를 이 할이나 올릴 수 있는 이 방법은 도대체 무슨 품급인 것인가?

양준은 더는 감히 이 신식 수련 방법을 얕볼 수가 없었다. 그는 의혹에 찬 눈빛으로 몽무애를 바라보았다.

‘알고 지낼수록 신비로움이 더 짙어지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안 잡힌다니까! 현급 이상이면 영급. 그럼 신유 경지 이상이면 또 뭐라고 부르지?’

머릿속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양준은 몽무애에게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아직 신유 경지에도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알아봤자 별로 좋을 것이 없었다.

“다 가르쳤으니까 얼른 물러가거라! 앞으로 응상이 방에서 오래 있지도 말고.”

몽무애는 인정사정없이 양준을 내쫓았다.

“제가 얼마나 있었는데요?”

“닷새나 있지 않았느냐!”

양준은 깜짝 놀랐다. 하응상과 연단진결을 연구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어쩐지 좀 피곤하더라! 그래서 추억몽이 양기 보충하는 탕약을 올리라 했구나!’

하응상의 방에서 닷새나 두문불출하고 있었으니, 충분히 오해할 만했다.

그리고 닷새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전성에도 반드시 무슨 일이든 생겼을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적어도 한 명은 탈락해야 했다. 양준은 서둘러 몽무애에게 인사하고 방에서 나와 대전으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마다 이상한 표정으로 그에게 인사했다. 특히 만화궁의 네 소녀는 양준을 보는 순간, 저마다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남초접도 마찬가지로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양준은 정색하고서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변명할수록 더 이상해질 뿐이었다.

“양준 공자, 해가 중천에 떴는데 참 일찍도 기상했군. 방에서 좀 더 쉬다 나오지.”

곽성진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수상쩍게 웃더니 눈을 찡긋하며 물었다.

“요 며칠 어땠어?”

“뭐가?”

양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치미 떼지 마.”

곽성진은 다 간파하고 있다는 듯이 음란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남녀가 한 방에서 닷새 동안 같이 있으면서 무슨 일이 있었겠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양준은 고개를 저으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래, 알겠어. 진짜 감탄스러울 따름이야.”

곽성진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가 넘쳐흘렀다.

“무슨 시답잖은 소리야.”

양준이 못마땅한 듯 입을 실쭉거렸다.

“둘이서 뭘 속닥거려?”

마침 추억몽이 마주 걸어오다가 양준을 보자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계승 싸움 참가자로서 앞으로는 자중해 줬으면 좋겠어. 이럴 때 사랑 놀음 하는 건 사치라는 것을 네가 더 잘 알 거야.”

양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해.”

추억몽은 입을 실룩이다가 뒷말을 삼켜 버렸다. 그녀는 이미 양준의 성미를 파악했기에 더 이상 비난하거나 반박하지 않았다. 한 번쯤 귀띔하는 것은 괜찮지만 여기서 말이 더 길어지면, 사이가 다시 틀어질 수 있었다.

“양준 공자를 뵙습니다.”

추억몽 옆에 있던 용모가 수려하고 소탈해 보이는 젊은이가 둘의 대화가 끝난 다음에야 공손하게 인사했다.

“누구…….”

양준은 의혹에 찬 눈빛으로 그를 살펴보았다.

“지난번에 얘기해 줬던 천원성의 소성주인 류비생(劉飛生)이야.”

추억몽이 소개했다.

류비생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저희 천원성을 받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양준은 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류 씨라면 혹 중도 류씨 가문과 어떤 관계지?”

“저희가 어찌 감히 류씨 가문과 친분이 있겠습니까.”

류비생은 쓴웃음을 지었다.

추억몽이 대답했다.

“관계가 없다고 하면 없다고 할 수도 있어. 그런데 따지고 보면 조금은 연관이 있지. 8대 가문이 몇백 년간 내려오면서 외부 세력과 모두 어느 정도 연고가 있거든. 류 공자의 가문도 원래는 류씨 가문의 방계였어. 백 년 전, 어떤 사건으로 류씨 가문에서 축출되었거든. 족보로 따지면 류경요는 류 공자의 먼 친척인 셈이야.”

류비생은 조금은 서글픈 표정으로 자세를 더욱 낮게 취하며 말했다.

“쫓겨난 처지라 감히 류씨 가문을 입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백 년 동안 저희 가족은 계속 가문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이제 한 곳의 성주가 되셨지만, 아직 류씨 가문에서 받아 줄 정도는 아닙니다.”

곽성진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 양준만 믿고 따라다녀. 만약 계승 싸움에서 이기게 되면 류씨 가문에서도 너희들을 받아 줄 테니까.”

그 말에 류비생의 얼굴에는 흥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공수하며 말했다.

“곽 공자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고 양준 공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시 추억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덟째 형님은 탈락했어?”

추억몽은 아연실색해서 그를 돌아보며 가볍게 웃었다.

“예상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만약 약왕곡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면 양천 형님이 좀 더 버틸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약왕곡 사람들이 오자, 형님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 거지. 별다른 활약이 없으면 더는 그들에게 의탁하려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네 말처럼 양천은 탈락했어.”

“정확히 언제 탈락했어?”

“그저께 밤.”

추억몽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소상히 들려주었다.

약왕곡의 연단사 서른 명이 나타나자, 양씨 가문 공자들은 초조해했다. 활약을 펼쳐 명성을 쌓아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방법을 찾아 약왕곡 사람들이 양준에게 가져다줄 도움을 막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저께 밤, 양소, 양항, 양신, 양영은 약속이나 한 듯이 양천 관저로 눈길을 돌렸다.

양천 관저에는 신유 경지 8단계 혈시 한 명에, 이등 세력인 그의 외가밖에 없었다. 절대적인 열세이기에 어떤 세력이 쳐들어오든 막아 낼 수가 없었다.

접전을 거쳐 양소가 영기를 차지하고, 양신이 양천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계승 싸움에서 두 번째 탈락자가 생기게 되었다.

“그날 밤의 전투도 제법 흥미로웠지. 그들이 양천을 공격했다기보다는 서로를 공격했다고 봐도 무방했어. 양천 관저의 방어는 첫 공격에 곧바로 무너졌거든. 혈시가 양천을 보호한 것 외에 다른 이들은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아 거의 궤멸에 가까웠어.”

추억몽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넷이 두 세력으로 뭉쳐 서로 공격했는데 양측 손실이 모두 커. 양소와 양항, 양신과 양영 친형제 세력 간의 막상막하 싸움이었어.”

여기까지 말하고, 추억몽은 의미심장하게 양준을 힐끔 보더니 물었다.

“넌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이가 누구인 거 같아?”

양준이 그 답을 모를 거라 생각했는지, 곽성진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양준이 냉소하며 말했다.

“그들은 한쪽이 영기를, 한쪽이 양천 형님을 차지했지. 하지만 이런 건 아마 그들이 서로 공격하면서 입은 손실과 거의 맞먹을 거야. 그들이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마 승리에 따른 명성 정도겠지. 가장 큰 수확을 얻은 자라면… 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추억몽과 곽성진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차츰 사라졌다. 두 사람은 놀라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 정도까지 멀리 내다볼 줄 몰랐던 것이다.

류비생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이유 없이 두려움이 생겼다. 양준은 이미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어?”

추억몽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네 생각에는?”

양준이 빙그레 웃었다.

추억몽은 문득 깨달았다. 며칠 전 다 같이 왜 여세를 몰아 계속해 공격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그는 너무 튀는 것이 싫다고 했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지만 며칠 지나면 다 알게 될 거라며 그 자리에서 알려 주지 않았었다.

‘그때 벌써 이런 결과를 예상했단 말이구나.’

“네가 닷새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걸 몰랐다면, 누군가 사전에 너한테 말해 줬다고 생각했을 거야.”

추억몽은 심호흡을 하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너야. 너는 영기도, 사람도 얻지 못했고, 심지어 이번 일은 너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넌 혈시 한 명을 얻게 되었어. 양천이 탈락한 뒤, 그의 혈시가 이곳에 제 발로 찾아왔거든. 게다가 그 혈시의 실력은 도봉과 당우선 못지않아.”

“많이 다쳤겠네? 지금 어디 있어?”

양준이 다급히 물었다.

혈시는 충신들의 집단이었다. 양천이 이미 탈락한 이상, 그의 곁을 지키던 혈시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전사하지 않은 것만 해도 실력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상을 입어서 요양 중이야. 한두 달간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을 거야. 그런데 네 능력이라면 금방 치료할 수 있겠지?”

추억몽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양준이 곡고의와 영구에게 무슨 영약을 먹여 하루 내에 완치할 수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날 밤 곡고의는 또다시 중상을 입었지만, 이튿날 다시 활기차게 사람들 앞에 나타나기까지 했다. 설령 신통한 영약이 있다 해도 더없이 귀중한 것일 텐데, 저리 마음껏 써도 되나 싶었다.

“이따가 가서 한 번 살펴봐야겠네.”

양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뭘 말하는 거야?”

“왜 그 혈시는 다른 공자가 아닌 너를 선택했지? 넌 어떻게 열흘 전부터 양천이 탈락하고, 그의 혈시가 너에게 올 거라고 예측한 거야? 당연히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추억몽이 연신 질문했다.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혈시당의 일은 양씨 가문의 고위층과 여러 공자들 사이에서만 전해졌다. 추억몽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물론 알 수 없었다.

양준은 애당초 큰 위험을 무릅쓰고 본바탕에 손상을 입은 곡고의와 영구를 선택하면서 혈시당 전체의 존경을 얻었었다. 이런 상황에서, 따르던 공자가 탈락하면 혈시들이 양준이 아닌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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