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38화 (438/853)

제 438장. 우리 지분도 있어?

“비밀이야. 그래도 한 가지 말해 주자면 앞으로 탈락한 형들의 혈시는 모두 나한테 올 거야.”

양준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투는 자신만만했고, 표정은 건방졌다.

추억몽은 공자들이 탈락할 때마다 실력이 강한 혈시들이 모두 양준의 관저로 모이는 장면을 그려 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여태껏 없었던 일이었다. 양씨 가문의 자제 중 어느 누구도 혈시를 모두 휘하에 불러들인 적이 없었다.

만약 양준이 말한 상황이 정말 벌어진다면, 이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때가 되어, 그렇게 많은 혈시들이 이곳에 오게 된다면 양준은 패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머지 적들은 양준이 자신을 공격하지 말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난 왜 갑자기 네 형들이 불쌍하지. 이 싸움은 결코 공정한 싸움이 아니야.”

추억몽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계승 싸움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 만약 공평했다면 양철 형님과 양천 형님이 이렇게 일찍 탈락했겠어?”

양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계승 싸움은 양씨 가문 공자들 개인 간의 맞대결이 아니라 각자 인맥과 저력을 확인하는 경쟁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조력자가 많고, 누군가는 조력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더하여 양씨 가문의 혈시도 참여하다 보니, 공평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

계승 싸움 자체가 바로 약육강식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추억몽이 잠깐 주저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미간에 걱정이 가득한 것이 무슨 불쾌한 일이 생긴 듯했다.

“말해 봐.”

“약왕곡 연단사들에 대해, 양소가 다른 공자들과 함께 양씨 가문의 장로전으로 몰려가서 항의했어. 계승 싸움에서 연단사의 참여 자격, 특히 진택의 참여 자격을 박탈해 달라고.”

“유치하긴.”

양준은 냉담한 표정을 짓고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추억몽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희 양씨 가문이 계승 싸움을 벌이는 의도를 보건대, 장로들이 약왕곡에 밉보일 생각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잘 지켜보아야 할 것 같아. 혹시라도 장로들이 노망이 나서 네 형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어떡해?”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계승 싸움은 원래 인맥 싸움이잖아. 내가 약왕곡과 잘 지낼수록 장로들이 더 좋아할걸. 그러니 왜 간섭하겠어?”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양소의 영리함으로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어. 조심해.”

“다른 의도라…….”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보고할 내용은 이렇게 두 가지야. 아, 맞다. 진택 쪽에서 계속 연단 재료를 내놓으라고 성화던데…….”

“연단방(煉丹房)은 다 준비됐어?”

“준비해 놓았어. 연단 도구도 적지 않게 준비했는데, 뭐 모두 본인의 약 가마가 따로 있더군. 아마 그 도구들은 쓰지 않을 것 같아.”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가서 연단 재료를 전할게. 너는 볼일 봐.”

추억몽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류비생도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더니 추억몽을 뒤따라갔다.

“류비생이 추억몽한테 관심 있는 거 같아. 여기 와서부터 줄곧 추억몽 뒤꽁무니만 따라다닌다니까. 넌 아무 생각이 없어?”

곽성진이 웃으며 물었다.

“추억몽이 아무한테나 마음을 주면 추억몽이 아니지. 근데 그건 왜?”

양준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저었다.

“난 저 류비생이라는 작자가 영 별로야! 녀석이 나보다 잘생겼잖아. 됐다. 나도 수련하러 가야겠다. 간다.”

곽성진이 입을 실쭉거리더니 말했다.

그 말에 양준은 깜짝 놀랐다.

‘저 부잣집 도련님도 이렇게 열심히 수련할 때가 있다니.’

곽성진은 요즘 양준의 관저에 있으면서 압박감을 느낀 듯했다. 지금 관저에 모인 이들은 모두 각 세력의 젊은 세대 통솔자로서 자질이 뛰어난 편이었다. 8대 세가의 후계자로서 남보다 뒤처지는 것을 싫어하는 곽성진은 요즘 방탕한 모습도 많이 자제하고 있었다.

*양준은 연단방으로 가서 모든 연단 재료를 꺼내 놓았다.

진택 일행은 방 안에 가득 차 있는 연단 재료를 바라보며 저마다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고는 다들 제대로 연단해 보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진 사형,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말씀을. 하 사숙 옆에서 연단술을 배울 수 있어서 고생하는 거 같지도 않아.”

진택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하응상은 현재 소부생과 비견될 만한 최고의 연단사였다. 진택 일행은 평소 소부생이 연단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 만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하응상과 함께 단약을 제련할 기회가 생기자 모두들 들떠서 기대하고 있었다.

“사저는 폐관 수련 중이라 하루 이틀 뒤에 나오니, 우선 여기서 연습하고 계십시오.”

양준이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 간의 호칭이 완전 꼬여 버렸던 것이다. 진택은 하응상을 사숙이라고 부르고, 그는 진택을 사형이라고 불렀다.

‘휴, 몰라. 각자 알아서 부르지 뭐.’

“양 사제는 바쁜 사람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 봐.”

진택은 무심코 한마디 던지고는, 이미 다른 연단사들과 함께 연단 재료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양준은 가볍게 웃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하응상은 과연 이틀이 지나서야 폐관 수련을 마쳤다. 양준이 전수한 연단진결을 모두 깨친 다음, 그녀는 곧바로 연단을 시작했다.

관저 안에서 수십 쌍의 시선이 연단방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양준의 관저에는 약왕곡을 제외하고, 모두 열한 개의 세력이 있었다. 이들이 모두 양준을 도와 계승 싸움에 참여하는 이상, 양준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을 무장시키고, 실력을 높여 줄 책임과 의무가 있었다.

연단방에서 단약을 만들면 그들이 복용하고 수련할 수 있도록 나눠줄 예정이었다. 때문에 각 세력들은 연단방에서 언제 처음으로 단약이 나올지, 어떤 등급의 단약이 나올지, 어떤 효력이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물론 몇이나 단약을 분배받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했다.

양준 관저는 조용했고, 전성 전체도 평온했다. 후보자 두 명이 연이어 탈락한 뒤, 계승 싸움은 평온기에 접어든 듯했다.

다른 공자들도 대폭 조력자들을 포섭했다. 연단사와 연기사는 이미 찾을 수 없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재료도 점점 적어질 뿐만 아니라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이런 상황은 심지어 중도에까지 만연했다.

죽절방의 방지와 목남두는 그간 또 적지 않은 물자를 모았다가, 몰래 양준의 관저로 보내왔다. 다행히도 남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양준은 가지고 있던 영기로 가문에서 물자를 바꿔 모두 연단방에 가져다주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초조했다. 원래 생각해 두었던 큰 쓰임새가 있는 세력이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보름 만에 드디어 연단방에서 첫 단약이 나왔다.

소식을 접한 각 세력의 통솔자들이 대전에 모였다. 모두 흥분된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열한 개 세력, 단목 가문을 제외하고 모두 선남선녀들이어서 눈이 즐거웠다. 이는 원래부터 젊은이들의 무대였다.

“양준, 이번에 나온 단약에 우리 곽씨 가문 지분도 있어?”

곽성진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모자라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줘. 곽씨 가문은 아직 급하지 않으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추억몽이 방글방글 웃으며 곽성진을 바라보았다.

“당연하지. 넌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같아. 우리 곽씨 가문이 그래도 8대 세가 중 하나인데 단약이 없겠어? 지금 당장 아버지한테서 가져오지 못할 뿐이지.”

곽성진이 정색하고 말했다.

“그래. 멀리서 오신 분들부터 드려. 우리 동씨 가문도 급하지 않으니까.”

동경한도 미소 지으며 양보했다. 그 역시 곽성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보름밖에 안 되는 시간에 약왕곡 사람들이 아무리 연단술이 뛰어나다 한들, 그렇게 많은 단약을 제련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다 나눠 주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동씨 가문은 양준의 외가로, 푸대접 받을 일이 없기에 처음 한 번을 양보하는 것쯤은 괜찮았다.

동경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전 안에서는 서로 양보하는 소리로 웅성거렸다. 각 세력의 통솔자들은 모두 본인이 조금 늦게 받아도 괜찮다고 하며 남에게 양보하려 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추억몽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 날을 함께하다 보니, 그녀는 양준의 관저에 모인 이들이 모두 호전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대부분 분위기가 좋았고, 간혹 마찰이 생겼다 해도 서둘러 화해하며 양준을 번거롭게 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일을 통해 양준이 그들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양준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렇게 서로 겸양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양준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두 그만하세요. 만약 단약이 부족했으면 양준이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불렀겠어요? 양은 충분합니다.”

추억몽이 방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향천소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약왕곡의 연단사들이라 속도가 남다르군요.”

좌방도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약왕곡에서 만든 단약을 쓰게 되다니. 다 양 형 덕분이야.”

사람들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모두들 양준을 지지한 것이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도 이렇게 단약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모든 이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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