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42화 (442/853)

제 442장. 여긴 우리 양씨 가문의 무대다

비보 천 개가 나타날 것이라는 소식에 전성이 발칵 뒤집혔다.

여섯 공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호사가들은 단지 구경하기 위해 50리 밖의 파경호로 무리 지어 달려갔다.

*양준 관저,

양준은 이마를 문지르며 난감한 표정으로 앞에서 떠들고 있는 동맹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목 가문의 다섯 명이 침묵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을 데리고 전투에 참여하기를 청했다. 단목 가문의 사람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에서는 전의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다들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이 흡사 장터 같았다.

추억몽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들은 대부분 양준의 친구였다. 다른 공자의 관저와 달리 이들을 부하처럼 막 다룰 수가 없었다.

“난 몰라. 아무튼 이번에 난 반드시 따라갈 거야. 젠장, 이런 큰일에 나 곽성진이 빠지면 안 되지.”

곽성진은 데려가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갈 모양새였다.

추억몽도 입을 벙긋거렸다. 그녀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양준이 난처해하고 있는 데다가 관저의 이인자로서 사적인 욕구를 채울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양준이 입을 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열정적인 조력자들을 바라보며 양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쟁탈전에 가려고 나서는 것은 심심해서도, 비보 천 개에 혹해서도 아니었다. 그동안 수련하는 데 쓰는 단약을 가득 받았지만 여태껏 아무 힘도 보태지 못한 것이 미안하여 이러는 것이었다. 겨우 힘을 보탤 기회가 생겼는데 누가 쉽사리 포기하겠는가?

“제비뽑기를 하시죠.”

양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아웅다웅 다퉈도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아, 그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일제히 양준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유치한 방법으로 결정할 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것도 좋지. 누가 가고 누가 남을지는 하늘에 맡기는 거야.”

한소칠이 미소를 지으며 가장 먼저 동의를 표했다.

“그럼 제비뽑기로 하자.”

동경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의 없어.”

곽성진이 히죽 웃었다.

공평하게 하기 위해 양준이 직접 나섰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11개의 세력 중에서 곽씨, 단목 가문, 동씨 가문, 만화궁, 영월문, 천원성은 양준을 따라가고, 나머지는 관저를 지키기로 했다.

“다들 이의 없으시죠?”

양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잘됐네. 난 남아서 집 보고 있을게.”

추억몽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떠납시다.”

양준은 냉엄한 표정으로 손을 휘두르고서 앞장서서 나갔다. 여섯 세력도 얼른 따라나섰다.

여섯 세력 중에서 곽씨 가문만 신유 경지 5단계의 무인이 두 명이었고, 다른 세력에서는 신유 경지의 무인이 다섯 명 정도 되었다. 그중에서 네 명은 신유 경지 8단계 고수였고, 다른 사람들의 등급은 들쭉날쭉했지만 모두 약한 편이 아니었다.

서른 명에 가까운 신유 경지의 고수들과 백 명이 넘는 진원 경지의 무인들이 출동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양준 관저에서 1리 떨어진 곳의 여인숙.

여인숙의 대청에서 남자 한 명과 여인 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젊었고, 그중 여인 둘은 쌍둥이였다.

옅은 남색의 치마를 입은 쌍둥이는 싱그럽고 상큼했다. 그녀들은 요염한 외모에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과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오가는 행인과 여인숙 손님들 모두 그녀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미인도 보기 드물지만 쌍둥이 미인은 더욱 보기 힘들었다.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은 무기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지만 그녀의 눈에서 옅은 불만과 분노를 엿볼 수 있었다.

남자는 쓴웃음을 짓더니 탄식하며 술을 마셨다.

“우리 여기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어. 도대체 언제 들어갈 거야?”

자매 중 한 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언니. 이렇게 여인숙에서 죽치고 앉아 있으면 될 일도 안돼. 이미 왔는데 왜 안 찾아가는 거야?”

“걔는 뭐 하러 찾아가?”

다른 한 명이 투덜거렸다.

“우린 걔를 찾아온 게 아니야. 우리는…….”

“단지 놀러 나온 거야. 알아.”

남자가 말을 이었다.

“다만 전성이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너네들이 여기서 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면 조만간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거야. 최근에 너희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걸 느끼지 못했어?”

“그래도 안 가.”

요염한 여인은 코웃음을 쳤다.

“가려면 너희끼리 가. 난 그냥 방에 숨어서 안 나오면 그만이야.”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양준이 진짜 신분을 숨겼다고 그래? 게다가 그건 그가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니잖아? 양씨 가문 자제들은 밖에 있을 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그걸 왜 신경 쓰는지 모르겠어?”

그 여인은 말문이 막혔는지 붉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양준의 관저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앞장선 이는 바로 양준이었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동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양준의 모습을 바라보던 두 여인은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눈빛이 곧 어두워졌다.

“드디어 움직이는군.”

남자는 얼굴이 차가워졌다. 양준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면 큰일을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고개를 돌리고 자매를 바라본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따라가 봐야겠어. 너희는 갈 거야?”

“언니, 난 갈래.”

쌍둥이 중 한 명이 말했다.

“난…….”

“무슨 고민을 하는 거야? 지금 안 가면 늦어. 어서 가자.”

남자는 급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더는 망설이지 않고 따라갔다.

*전성을 나서자마자 양준의 옆으로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양측은 시선을 마주치더니 금세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양소의 사람들이었다. 한 달 전, 양준의 조력자 수가 일시적으로 양소를 초월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양소의 조력자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이번에 양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양준보다 적지 않았고, 고수들도 많았다.

양측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삼십 장도 채 되지 않았다. 쌍방은 더욱 속도를 내며 서로 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막내야, 제법이구나.”

양소가 가볍게 웃었다.

“이러니까 너한테 셋째를 빼앗겼지.”

“과찬이십니다.”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번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든지요. 둘째 형님께서 싸우시겠다면 막내는 지금도 상대해드릴 수 있습니다.”

양소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 그는 양준의 하늘을 찌르는 기세에 순간 멍해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형제들끼리 겨루는 거로 하자. 기회는 많을 테니.”

“그 말씀도 맞습니다.”

양준은 더 이상 도발하지 않았다.

두 형제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소리가 뒤에서 들리더니 한 인영이 그들을 지나치면서 번개같이 앞쪽으로 날아갔다.

양준과 양소 모두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실눈을 뜨고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류경요!”

곽성진이 소리를 꽥 지르더니 이를 악물었다.

“저 녀석 너무 안하무인이잖아.”

그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와 비교했을 때, 류경요는 너무 뛰어났다.

하지만 두 무리의 머리 위를 넘어서 앞지른 채, 시선도 주지 않고 날아간 것은 자신의 높은 실력을 믿고 사람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 행동이었다.

곽성진의 비명을 듣고, 양준의 눈동자가 빛을 뿜었다.

류경요라는 이름을 들어만 봤지 사람은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계승 싸움이 시작된 뒤, 류경요가 전성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류경요는 양씨 가문 자제 중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았고, 또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어느 공자도 자신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 사람이 류경요구나! 으스댈 만하네.’

양소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막내야, 이건 우리 양씨 가문의 무대인데 남이 이목을 끌게 해서야 되겠어?”

양준은 그 뜻을 알아채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웃음기를 거두더니 거의 동시에 속도를 올리고 번개같이 날아갔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소는 일전에 이미 신유 경지 1단계에 들어섰다. 경지가 안정되지는 않았지만 분수령을 넘어 신유 경지에 들어선 것은 사실이었다. 아직 신유 경지 1단계일 뿐인데 이토록 폭발적인 속도를 선보일 수 있다니. 심지어 방금 전에 지나간 류경요보다 더욱 빨랐다.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양준이었다. 진원 경지 8단계밖에 되지 않는데도 양소보다 느리지 않았다. 그는 신법을 펼치는 순간,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 바람처럼 날아갔다.

‘역시 양씨 가문의 직계들은 다 괴물이야!’

사람들은 다들 혀를 내둘렀다.

질주하는 가운데 양소는 양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비법을 사용했기에 지금과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진원을 소모하는 양도 엄청났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의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이 각을 유지할 수 있었고, 멈춰 쉬어야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뒤로 갈수록 속도가 점점 느려질 것이다.

하지만 양준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비법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보를 사용한 흔적도 없었다. 그의 속도는 처음부터 자신의 것인양 약간의 진원만으로도 유지할 수 있었다.

순간, 양소는 호승심이 작용해 다급히 속도를 한 단계 높였다.

하지만 양준은 금방 앞장선 양소를 따라잡으며 가뿐한 얼굴로 말했다.

“둘째 형님, 금방 지치겠는데요.”

양소는 쓴웃음을 금치 못했다.

“류경요부터 따라잡고 얘기하자꾸나.”

양준은 씨익 웃으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양씨 가문의 체면은 제가 세우겠습니다. 둘째 형님은 힘드시면 쉬었다 오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양소는 옆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양준이 마치 불덩이처럼 뜨겁게 불타오르더니 슉, 하고 튀어 나가며 순간적으로 앞에서 날고 있는 류경요와의 거리를 좁혔다. 양준이 일으킨 경풍(勁風)이 칼처럼 양소의 얼굴을 그었다.

양소는 눈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형인데 안 될 리 있겠어?”

이내 아름다운 빛이 피어오르며 그의 몸을 감쌌다. 반짝이는 빛 속에서 그는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그림자처럼 양준을 뒤따랐다.

뒤에서 두 사람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앞에 있던 류경요가 고개를 돌리고 힐끗 쳐다보았다. 그가 초점을 잡기도 전에, 옆으로 새빨간 인영이 날아가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그 바람에 그의 진원이 순간 격하게 일렁였다.

“응?”

류경요는 놀란 표정을 하고서 중얼거렸다.

“저토록 순수한 진원이라니.”

“류 공자,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뒤이어 양소도 류경요를 앞지르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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