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46화 (446/853)

제 446장. 신혼 비보

양준의 대열은 신유 경지 다섯 명이 비보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이 정도 등급의 고수와 인원이 있어야 상대편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전투 인원이 다섯 명이나 줄게 되었다.

그러나 세 번째로 비보가 나타난 뒤로 이미 여섯 대열의 균형은 깨진 상태였다. 양항, 양신, 양영은 눈앞의 상황을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점점 더 열세에 처할 것이고, 얻을 수 있는 비보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는 어떻게 자신의 우위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번째 비보가 또 나타났다.

비보는 여전히 호수 바닥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이가 얌전하게 행동했다. 앞장서서 뛰쳐나가면서도 주변을 단단히 경계했다.

그들은 지금 주변의 공격뿐만 아니라 비보에서 터지는 원기 폭발도 방어해야 했다. 조금만 방심해도 죽어 나가든데 누가 감히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섯 대열의 무인들은 호수 정중앙에 다다르자, 움직임을 멈추었다. 누구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다. 다들 옆 사람이 먼저 움직여 비보에 내재된 기운을 폭발시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상황은 정체되었다. 비보가 빽빽이 공중에 떠 있었지만 무인들은 그 주변에 서서 서로 경계하며 눈치를 볼 뿐이었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이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다른 좋은 대응책이 없었다.

누구도 먼저 나서서 손해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다음 비보들이 곧 나타날 것인데 지금 눈앞의 것을 챙기지 않는다면 다섯 번째 비보가 나타났을 때,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게 뻔했다.

양항은 피식 냉소를 하며 말했다.

“누구를 바보로 아나? 가지고 싶은 사람이 가지라 그래! 챙길 수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자고.”

말이 끝나자마자 빽빽한 비보들 중에서 갑자기 약하지 않은 신식의 힘이 터졌다.

신혼기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신혼기는 정체된 상황을 바로 깨뜨렸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 덮쳐 비보들을 주변으로 밀어내면서, 비보들이 공중에 떠 있는 인파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비보에 내재된 기운도 연이어 터졌다.

각종 공격들이 순식간에 주변을 습격했고, 그 바람에 사람들은 허둥지둥했다.

고개를 돌려 류경요를 힐끗 바라본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전의 신혼기는 류경요가 시전한 것이었다. 류경요가 왜 이곳에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여태까지 그는 양씨 가문 공자에게 의탁한 적도 없고, 일부러 누구와 가깝게 지낸 적도 없었다. 그가 파경호에 갑자기 나타난 의도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행동으로 볼 때.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들 경계를 하고 있던 덕분에 비보가 습격할 때 손쉽게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비보들의 등급이 높지 않았기에, 고수들이 진원을 주입했다고 해도 큰 살상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모든 공격을 막아내자, 무인들 사이에 다시 비보를 쟁탈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졌다. 양준의 사람들은 지시받은 대로 양위의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이쪽의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양측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평화롭게 지냈다.

정체된 상황이 깨지자, 네 번째 비보는 빠르게 나눠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섯 번째 비보가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이번에는 호수 바닥이 아닌, 공중에서 괴이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허공에서 신기한 금색 무늬가 반짝이더니 한곳으로 모여 크고 작은 원을 만들었다. 이내 금색 원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대지에 흩뿌려졌다.

네 번째 비보를 차지한 무인들은 대열로 다시 돌아가기도 전에 다섯 번째 비보의 공격을 받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비보의 공격은 목적성 없이 무분별하게 펼쳐졌고, 심지어 구경꾼들에게도 영향이 간 탓에 여기저기서 욕이 터져 나왔다.

다섯 번째 비보가 갑작스레 나타나며 혼란스러운 싸움은 더 이상 파경호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각 대열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하는 수 없이 새로 나타난 비보를 쟁탈하는 데 참여했다.

순간,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이곳저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구경꾼들도 연이은 싸움에 눈이 어지럽고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도 전장으로 쳐들어가 비보를 빼앗고 싶은 심정이었다.

양씨 가문의 여섯 공자들은 끊임없이 조력자들에게 새 지령을 내렸다. 그들은 다방면으로 상황을 파악하면서 수시로 책략을 바꾸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양위와 양준의 움직임이 판에 박힌 것처럼 거의 같다는 것이었다. 양준이 새 인원을 출동시키면 양위도 그러했고, 양준이 무인들에게 돌아오라고 하면 양위도 그렇게 했다. 심지어 비보를 지키는 사람도 똑같이 신유 경지의 무인 다섯 명이었다.

양준도 이것을 알아챘지만 뭐라고 하지 않았다.

‘큰형님의 마음이지.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이때, 종 모양의 비보가 터지자 귀를 찌르는 소리가 퍼지며 사람들을 괴롭혔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진원이 마구 들끓고 피가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옆에 있던 무인들은 어렵사리 공격을 피하고, 다시 비보를 쟁탈하려 했지만 싸우는 도중 그것을 날려 보내고 말았다.

그렇게 날아간 비보가 구경꾼들 사이에 떨어지자, 탐욕에 눈이 먼 구경꾼들 사이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고, 비보는 곧 자취를 감추었다. 혼란스러운 틈에 누군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었다.

원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다들 아쉬워했다. 많고 많은 비보 중에서 오로지 단 한 개의 비보가 구경꾼들 쪽으로 떨어진 것이었으니 어찌 아쉽지 않겠는가?

도대체 누가 비보를 가져갔는지 서로 살피던 도중, 비명소리와 함께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쓰러지더니 피를 흘리며 죽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중년 남자의 품에는 방금 전, 자취를 감췄던 종 모양의 비보가 있었다. 그리고 비보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 듯, 파경호 쪽으로 신속하게 날아가 혼란스러운 전쟁터에서 멀어졌다.

이를 본 사람들은 놀란 기색을 띠며 마음 속에 욕심을 거두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중년 남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은 것이 아니라 비보를 차지하려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인파 속에는 호수를 이탈한 비보의 동향을 살피는 고수들이 있었고, 그들은 욕심을 품는 사람이 보이는 순간, 바로 사살해 버렸다.

방금 전에 비보를 빼앗으려고 했던 사람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종 모양의 비보를 가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죽은 사람은 중년 남자가 아니라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

중도 양씨 가문의 잔혹성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슬그머니 이득을 챙기려던 사람이 죽은 뒤로 구경꾼들은 더 이상 비보를 노리지 못했다. 탐욕을 부리다가는 소리 소문 없이 죽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전쟁터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비보들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무인들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이전에 나타난 비보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음 비보가 나타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이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이내 죽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모든 대열의 손실이 적지 않았다.

여섯 공자 옆에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신유 경지 고수 중 절반이 나갔었는데 뒤로 갈수록 곽성진 같은 젊은 세대의 통솔자들도 나서야 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신유 경지의 고수가 옆에서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의 실력으로 이런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결국 여섯 공자의 옆에는 비보를 지키는 신유 경지 무인 몇 명 말고는 혈시 한 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일곱 번째 비보가 나타났을 때, 호수 위의 전투는 한층 더 격렬해졌다. 이번 비보에는 천급짜리가 있었던 것이다.

여덟 번째는 절반 이상이 천급이었다.

아홉 번째는 모두 천급이었다.

모든 이들이 비보를 쟁탈하느라 눈이 빨개졌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적이기에 그들은 전혀 거리낄 것 없이 진원과 신식의 힘을 마구 퍼부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동원되었다. 그들의 머릿속은 오직 비보를 자신의 대열로 가져올 생각뿐이었다.

구경꾼들은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넋 놓고 구경했다.

무인들은 오가면서 차지한 비보를 자신의 대열로 가져와 신유 경지의 고수에게 맡겼다. 연이은 전투에 무인들의 진원 소모가 엄청났다. 다행히 양준 쪽 사람들은 그동안 하응상과 약왕곡 연단사들이 진원을 신속하게 보충할 수 있는 단약을 제련하여 공급한 덕에 다른 세력의 무인들에 비해 진원의 소모가 적었다.

전투가 중간 단계로 접어들었을 때, 그들은 이미 진작에 단약을 복용해 두었다. 그 때문에 정신적, 체력적으로는 소모가 엄청날지라도 진원의 보충과 공급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때, 신혼의 힘이 폭발하면서 그 안에 내재된 차가운 기운이 공중에서 빛처럼 피어올랐다.

양준은 눈앞이 환해졌다.

신혼 비보였다. 그것도 공격용 비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준이 가지고 있는 신혼의 힘과 속성이 비슷한 신혼 비보라는 것이었다. 만약 이런 신혼 비보의 도움을 받는다면 양준의 신혼기는 위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양준은 직접 나서서 챙기고 싶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근처에 있는 동경한에게 눈짓했다.

동경한의 곁에는 항상 풍운쌍위가 함께했다. 동경한이 안목이 없다고 풍운쌍위까지 안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혼의 힘이 터질 때, 풍운쌍위는 이미 신혼 비보의 진귀함을 알아보았다.

양준의 눈짓을 받은 동경한은 원래의 적수를 포기하고 바로 몸을 돌려 비보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풍운쌍위가 그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비보가 있는 위치에 도착한 동경한이 손을 뻗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히죽거렸다.

“뚱보, 양준의 동맹이지?”

동경한은 화가 나 바로 표정이 험악해졌다.

곽성진이 그를 ‘뚱보 형’이라고 부를 때는 그나마 호감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이 ‘뚱보’라고 부르자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동경한은 싸늘한 눈빛을 내뿜으며 상대를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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