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48화 (448/853)

제 448장. 류경요의 목적

비보가 나타나고 지금까지 여섯 공자들은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비보를 쟁탈하러 나간 터라 지금 그들의 곁에는 혈시 한 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여섯 명 모두 서로를 경계하며 상대의 동향을 몰래 살폈다. 양준, 양위, 양소 세 사람의 표정은 느긋했다. 반면 양항, 양신, 양영은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우위를 잃으면 아쉬워하고 분노했으며 등급이 꽤 높은 비보를 얻었을 때는 활짝 웃으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

이제 곧 현급 비보가 나타날 것이라고 짐작한 그들은 모두 조용히 현급 비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몇천 장 높이의 하늘에서 어렴풋이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빛들이 또렷해지며 심상치 않은 원기의 파동도 동시에 전해졌다.

사람들은 원기 파동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빛들은 점점 더 밝아지면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지면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뒤에 기다란 궤적을 남겼다.

여섯 공자들은 모두 눈앞이 환해지며 가슴이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현급 비보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여덟 개나 나타났다.

이는 이번 비보 쟁탈전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가장 귀중한 여덟 개의 비보였다.

현급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비보나 단약 모두 현급이 가장 높았다. 현급 단약이 제련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급 비보를 만들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현급 비보 하나는 일등 세력의 보물과 맞먹었다.

이런 현급 비보를 한꺼번에 여덟 개나 내놓을 수 있다니, 오직 중도 8대 가문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덟 개의 현급 비보는 이제 지면과의 거리가 천 장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구경꾼들이나 비보를 다투던 무인들 모두 소름 끼치는 죽음의 기운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뛰어!”

누군가 소리를 지르더니 바로 멀리 도망쳤다.

세 번째 나타난 비보부터는 거의 모든 비보들이 사전에 손을 써 둔 것들이었다. 비보를 손에 넣으려면 반드시 비보에서 터져 나오는 공격을 견뎌야 했다.

여덟 개의 현급 비보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현급 비보의 공격은 신유 경지 7, 8단계의 고수도 감당하기 힘든 것인데 하물며 구경꾼들이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비명소리가 들려오며 구경꾼들이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각자 신법을 펼쳐 파경호에서 되도록 멀리 피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비보를 쟁탈하던 무인들도 다급히 몸을 피했다.

여섯 공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점점 더 빛났다.

팔백 장, 칠백 장…….

이 정도 거리에서는 비보의 모양도 얼추 볼 수 있었다. 여덟 개 모두 모양새도, 크기도 전부 달랐다. 손에 넣고 연구하지 않는 이상, 비보들에게 어떤 효력이 숨어 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양준은 강한 신식을 펼쳐 비보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그중에서 거울 모양의 비보에 관심이 갔다.

거울에서는 현묘하고 은밀한 원기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차가운 기운도 느껴지는 것을 보니 한성(寒性) 비보인 듯했다. 양준이 수련한 것은 진양결이었지만, 그럼에도 거울이 다른 비보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백 장…….

약속이나 한 듯이 여태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여섯 공자들은 동시에 하늘로 솟구치며 앞다퉈 비보 쪽으로 날아갔다.

날아가던 도중, 여섯 명은 서로 시선을 교류하며 상대방의 목표물을 확인했다. 다들 처음부터 싸울 생각은 없었다.

비보가 여덟 개나 되니 똑같이 나눈다고 해도 최소한 하나씩은 가질 수 있었다. 나머지 두 개야말로 다툴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거울을 목표물로 한 다른 공자는 없었다. 지금 현급 비보의 효력을 알 수 없으니 다들 최대한 싸움을 피하면서 하나라도 건지자는 생각이었다.

비보는 아래로, 공자들은 위로 날아가다 보니 거리가 신속하게 좁혀졌다.

모든 사람들의 진원이 세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섯 공자를 따르던 여섯 명의 혈시들도 기운을 모았다. 순식간에 열두 사람과 여덟 개의 비보가 한데 부딪혔다.

혈시 여섯 명의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그들은 공자보다 먼저 도착해 진원으로 몸을 감싼 뒤, 각자의 수단을 펼쳐 비보로 손을 뻗었다.

현급 비보의 기운이 폭발한다면 여섯 공자의 지금 실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오직 혈시들이 먼저 비보의 공격을 터뜨려 그 공격을 받아내거나 피한 다음에야 공자들이 비보에 손을 댈 수 있었다.

혈시들의 손이 비보에 닿자마자 비보에서 빛이 터져 나왔고, 빛이 너무 밝은 탓에 사람들은 눈을 뜰 수 없었다. 곧이어, 거센 기운이 폭발했다.

이때, 여섯 명의 신음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빛 속에는 복잡하고 현묘한 무늬가 꿈틀거리고 있는 듯했다.

슉, 슉-

남은 두 개의 비보가 옆으로 떨어졌다. 여섯 공자들은 욕심이 났지만 누구도 섣불리 손을 뻗지 못했다. 양준도 무모하게 현급 비보의 방어 장치를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여섯 공자들의 주시를 받으며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늘씬한 그림자가 아래서부터 날아오르더니 두 비보 중 하나를 향해 날아갔다. 이 사람은 여섯 공자들이 하늘로 날아오른 뒤에 출발한 것 같았다.

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양항은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젠장, 류경요!”

류경요는 여섯 공자와 마찬가지로 방금 전까지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현급 비보가 나타나자 여섯 공자와 똑같이 그중의 비보 하나를 노렸다.

“죽고 싶은 게로군.”

양신은 코웃음을 쳤다. 현급 비보의 방어 장치가 건드려진다면 그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류경요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신유 경지 3단계에 불과했다. 비보의 공격에 적중된다면 죽지 않아도 중상이었다.

하지만 류경요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진원을 가동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 두른 옷이 갑자기 빛을 내뿜었다. 옷에는 큰 강과 조각달이 있었는데, 물고기가 노닐고 있는 강물은 물보라를 일으키더니 바람 하나 새지 않는 물의 장막으로 변해 그의 몸을 감쌌다. 또한 조각달은 갑자기 만 갈래의 노을빛을 내뿜더니 현급 비보를 향해 공격을 펼쳤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물고기도 교룡으로 변해 입을 쩍 벌리고 용맹한 기세를 뽐냈다.

“수월벽도갑(水月碧濤甲)이야!”

양소가 놀라서 소리쳤다. 이 보갑(寶甲)을 알고 있는 듯했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수월벽도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지만, 류경요가 이 보갑을 믿고 혼자서 현급 비보를 쟁탈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보갑은 공격도, 수비도 가능한 것이 현급 같았다.

류경요는 중도 제일 공자인데다 또 류씨 가문 출신인지라, 이런 현급 비보를 두르고 있는 것도 말이 되었다.

순간, 교룡과 노을빛이 현급 비보를 적중했다. 이에 비보에 내재된 방어 장치가 폭발하면서 수많은 금색빛이 반짝이며 튀어나와 노을빛을 가려 버렸다. 교룡은 한참 발버둥 치다가 금빛의 위력에 흔적 없이 사라졌다.

류경요는 이미 그 틈에 비보를 손에 넣었다. 이내 수많은 금빛이 그의 몸에 쏟아지자 그를 감싸고 있던 물의 장막이 일렁였다.

양항을 포함한 몇몇 공자들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또 은근히 그가 죽기를 바랐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금빛이 완전히 폭발한 뒤에도 류경요는 멀쩡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손에 비보를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비보를 차지했다고 생각할 때, 류경요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비보에서 돌연 하늘색 기운이 폭발했던 것이다. 기운은 여러 가닥의 띠처럼 변해 순식간에 류경요의 몸을 여러 겹 감쌌다. 하늘색 기운은 매우 괴이했는데, 수월벽도갑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

“막아.”

류경요가 소리치자 그를 감싸고 있던 물의 장막이 갑자기 바깥으로 퍼졌고, 하늘색 띠가 그를 감싸는 속도를 늦춰 주었다.

여섯 공자들은 변고가 생긴 것을 보고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곧, 양위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리더니 비보의 공격을 막고 있는 혈시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물러나.”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류경요가 자신의 비보로 공격을 피한 만큼 여섯 명의 혈시들도 물론 비보의 공격을 피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들은 현급 비보가 없지만 뛰어난 경지와 실력이 있었다.

여섯 명의 혈시는 이미 각자의 공자가 점찍은 비보를 손에 잡고 있었다. 양위가 외치는 동시에, 여섯 개의 비보에서 똑같이 하늘색 기운이 폭발하면서 혈시들을 칭칭 묶었다.

하늘색 기운을 발견한 혈시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늘색 기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비단 띠처럼 생긴 하늘색 기운은 그들을 바짝 뒤쫓아갔다. 심지어 그들보다 속도도 더 빨랐다.

결국 누구도 피하지 못하고 하늘색 기운에 꽁꽁 묶여 버렸다.

일반적인 밧줄과는 달리 하늘색 기운은 혈시 여섯 명을 묶은 뒤, 바로 그들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여섯 명의 혈시는 서로를 마주 보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당했다.”

도봉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무하잖아.”

영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준의 곁으로 날아오더니 거울 모양의 비보를 양준의 손에 넘겨주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아래쪽으로 날아갔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다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영구의 모습은 마치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영구뿐만 아니라 다른 혈시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은 비보를 각자의 공자에게 넘겨준 뒤 자리를 떠났다.

“어떻게 된 일이지?”

양항은 원환 모양의 비보를 들고 어리둥절해 있었다.

“큰형님, 어찌 된 일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양소가 미소 띤 얼굴로 양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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