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50화 (450/853)

제 450장. 구곡보

양소와 다른 형제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 모두 양준이 도대체 무슨 용기로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전에 있었던 몇 번의 접전으로 그들은 양준의 전투력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마주한 상대는 다름 아닌 중도 제일 공자로 이름난 류경요였다.

다들 양준이 울화가 치밀어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진원 경지 8단계의 수준으로 신유 경지 3단계를 상대한다니, 이렇게 경지가 크게 차이 나는 경우에는 전혀 승산이 없었다. 그들은 양준이 뭘 믿고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방금 전에 손에 넣은 비보가 있다고 해도 흡수하지 않는 한, 쓸 수 없을 텐데.’

양씨 가문의 공자들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구경하고 있던 무인들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정신을 집중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죽인 채, 묵묵히 기다렸다.

양씨 가문 여섯 공자들의 모든 행동은 사람들의 주목 대상이었다. 방금 전에 발생한 상황도 사람들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양위는 막내 동생이 무슨 용기로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어 걱정되었다. 그는 속으로 양준에게 알 수 없는 비밀이 있고, 실력도 약하지 않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지만, 추측은 추측일 뿐이었다. 비보 쟁탈전을 시작하기 전, 류경요와 입씨름을 벌인 것도 그저 희망을 양준에게 걸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양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막내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 류경요와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테지.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일러. 시기가 안 됐어.’

양향과 다른 두 형제는 멍하니 있다가 또 낄낄 웃기 시작했다. 그들은 고소하다는 얼굴로 구경할 준비를 했다. 그들은 양준과 형제지만 지금은 경쟁자이기도 하니, 양준이 류경요에게 패하여 명예가 실추되길 바랐다. 앞서 양준이 보여준 활약이 너무나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좀 타격을 받아도 되는 때지.’

“저 녀석 미친 거 아니야?”

사람들 사이에서 비웃음소리와 이해할 수 없다는 말들이 오갔다.

“중도의 제일 공자에게 덤비다니. 양씨 가문의 직계는 역시 미치광이군.”

“네가 뭘 알아? 이 상황에서는 나서든, 안 나서든 다 양씨 가문의 체면이 깎이는 거라고. 류경요가 일부러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데 양씨 가문에서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어? 나이가 가장 어린 놈이 나섰으니, 지더라도 양씨 가문에서는 변명거리가 생기겠지. 양씨 가문 사람이 류씨 가문 사람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고.”

똑똑한 척하는 누군가가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얘기하자, 사람들은 크게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몰래 양준을 주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말 양준에게 깜짝 놀랄 만한 수단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었다. 양준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 중도의 제일 공자 앞에서 큰소리를 치다니, 제정신이 아니거나 진짜 실력이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어쨌든 양준이 첫 번째 경우가 아닌 건 분명했다.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양준에게 집중되었다. 한쪽에서 천급 비보를 쟁탈하느라 혈안이 된 여섯 세력의 무인들 싸움에 관심을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양준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공중에 서서 덤덤한 얼굴로 류경요를 바라보더니 한 손을 내밀어 청했다.

“류 공자, 시작하시지요.”

류경요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거만한 얼굴에는 언짢은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떻게 내 초식을 세 번 받아내는지 두고 보죠.”

말이 끝나자마자 무시무시한 신식의 힘이 폭발했다.

이 신식의 힘에는 파괴성을 띤 광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순식간에 퍼진 신식의 힘은 긴 창처럼 모든 이들의 방어를 뚫고 의지를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양씨 가문 공자들이 몸에 지니고 있던 신혼 비보가 맹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며 류경요의 신식 공격의 여파를 막아냈다.

신혼 비보가 방어 작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양위는 표정이 더욱 무거워졌다. 지난번 그는 류경요와 겨루다가 패했지만, 처참하게 패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때 류경요는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어쩐지 초식 세 번만 견디면 된다는 큰소리를 내뱉는다 했어.’

신유 경지 2단계로 진급한 그도 류경요의 초식을 세 번이나 견뎌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류경요는 양씨 가문의 자제들과 달랐다. 그의 몸에는 현급 비보가 아닌 것이 없었다. 높은 등급의 비보로 몸을 두른 그는 신유 경지 3단계라고 해도, 경지를 단번에 몇 등급이나 올릴 수 있었다.

윙 윙 윙-

허공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늘조차도 류경요의 신식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대단한 신식의 힘이야.”

구경꾼들 중에 숨어 있던 고수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미친 듯한 원기 파동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거대한 산이 그들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굴복하고 싶은 착각마저 들었다.

“막내야, 조심해.”

양위가 나지막하게 일깨워 주고는 신식의 충격을 받는 중심 위치에서 벗어났다. 양소와 다른 형제들도 다급히 뒤로 물러나 백 장 가까이 도망쳐서야 멈춰 서서 전장을 바라보았다.

“대단하네요.”

신식의 힘이 요동치는 중심에서 양준이 눈을 반짝이며 찬사를 보냈다.

류경요의 신식 공격은 현급 비보가 있다고 해도 기초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대단하긴 대단하군.’

그의 신식은 일반적인 신유 경지 5, 6단계의 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류경요의 시선은 예리하게 양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신식 공격을 사용한 것은, 애초에 양준에게 세 번의 기회를 줄 생각이 없어서였다. 그도 양준이 나선 이유가 단지 가장 어려서, 지더라도 체면이 덜 깎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에 양준을 압살할 심산으로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곧 류경요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신식 공격을 펼쳤는데도 상대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양위조차 백 장 밖으로 물러나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신식의 힘이 폭발한 중심에 있는 양준은 평온한 모습으로, 오히려 전의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무시무시한 신식의 힘이 완전히 사라졌다.

양준은 제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바로 신식 공격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멀쩡할 수 있지?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럴 리 없는데. 절대 불가능한데.”

“신유 경지가 진원 경지를 상대하는 것이라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을 텐데. 양씨 가문의 막내 공자가 몸에 높은 등급의 신혼 방어 비보를 가지고 있는 건가?”

구경꾼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기색이었다. 방금 전, 류경요의 무시무시한 신식의 힘이 방출되자 모든 이들은 이미 승부가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른 결과가 나오자,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다.

‘신혼 비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빈틈없이 방어하기 힘든 거 아닌가?’

그들은 심지어 양준의 몸에서 신혼 비보가 반응하는 흔적을 보지도 못했다. 그는 자신만의 능력으로 방금 전의 초식을 받아 낸 것 같았다.

“두 초식 남았습니다.”

양준이 씨익 웃으며 류경요에게 말했다.

“어떻게…….”

류경요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공격을 한 그로서는 남들보다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표정을 가다듬고 진지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숨겨둔 실력이 있었군요. 제가 얕보았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한 걸음 성큼 내디뎠다. 이와 동시에 그의 기운이 또다시 바뀌었다. 양준의 눈에 비친 류경요는 돌연 몇 배나 커진 듯 보였다. 하지만 다시 시선을 고정하고 보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표정이 바뀐 양준은 상대의 무공이 이런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마음을 가다듬은 뒤 침착하게 대응했다.

류경요가 또 성큼 한 발 내디뎠다.

양준은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심신의 파동을 막아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눈에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류경요가 또 방금 전보다 몇 배나 커진 듯이 보였다.

세 걸음.

류경요의 발걸음과 함께 허공에서 쿵,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소리는 거대한 북을 두드린 것처럼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류씨 가문의 구곡보(九曲步)야.”

양위는 표정이 변하더니 나지막하게 외쳤다.

곧이어 천지간의 기운이 괴이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류경요는 갑자기 밑 빠진 항아리처럼 미친 듯이 주변의 영기를 삼켰다.

네 걸음.

쿵!

방금 전보다 더욱 격렬한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실력이 낮은 무인들은 갑자기 가슴팍의 기혈이 용솟음치며 진원이 마구 날뛰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다섯 걸음.

연이은 쿵쿵 소리에 구경꾼들 중 진원 경지 5단계 이하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피를 토했다.

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도 류경요의 움직임은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명실상부한 중도 제일 공자였다.

여섯 걸음, 일곱 걸음.

류경요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 번, 또 한 번의 강력한 울림소리가 전해졌다. 하늘과 땅이 울부짖으며 전율하는 듯했다. 마치 천지도 그의 발걸음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