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55화 (455/853)

제 455장. 고수를 만났어

신비한 여인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게다가 잠입하는 수단도 신통방통하여 사람들 눈이 많은 곳에서 여덟 번째 현급 비보를 가로채 가기까지 했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양준조차 알 수 없었다. 특히 어떻게 비보의 공격과 황구주가 손을 쓴 봉원주를 피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여인이 도대체 누구의 부하인가 하는 것이었다. 양위, 양소, 양항, 양신, 양영의 눈빛과 표정이 하나하나 양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들 그 여인의 신분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한참 생각에 잠겼던 양준은 아무런 갈피가 잡히지 않자, 이에 대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곧이어 그가 손목을 뒤집자 비보 세 개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늘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가져온 비보가 이백 개에 달했지만, 그 비보들을 다 합쳐도 눈앞의 세 개보다 귀중하지 않았다.

손바닥만 한 단검은 음산한 한기를 내뿜는 천급의 신혼 비보였다.

양준은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본 뒤 천급 상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신혼 비보는 원래도 귀중한 탓에 다른 비보보다 제련하기 힘들었고, 천급 상품의 신혼 비보는 가치로 따지면 일반적인 현급 비보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혼 비보는 빠르게 흡수하기 힘든 데다, 아직 식해가 없는 상황이라 잠깐 매만지다가 옆에 두었다. 그러고는 계속해 다른 두 비보를 살펴보았다.

그중 하나는 거울 모양으로 손에 드니 차가운 느낌에 뼈까지 시린 것 같았다. 방금 전 신혼 비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단검에서도 한기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영혼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거울이 가져다주는 차가움은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한기였다.

거울에 진원을 주입하자 겉면에 빛이 반짝이더니, 곧 신기한 광경이 나타났다.

거울을 통해 웅장하고 드넓은 설산과 하늘에서 춤을 추며 내리는 거위털 같은 눈을 볼 수 있었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설산에는 흰 눈이 덮여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기승을 부렸다. 눈길이 닿는 곳은 온통 깨끗한 하얀색이었다.

방 안의 온도가 갑자기 떨어졌고, 차가운 기운이 엄습하자 몸속의 진양원기가 저도 모르게 그것을 막았다.

이것은 현급 중품의 비보였다.

양준은 깜짝 놀랐다.

다른 일곱 개의 비보가 어떤 등급인지 알 수 없지만, 현급 중품은 절대 수량이 많지 않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기껏해야 한두 개 정도일 것이다. 그가 미리 점 찍었던 거울이 현급 중품이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현급 중품짜리 비보 한 개의 가치는 현급 하품 열 개에 맞먹었다.

‘이번엔 완전 대박이잖아!’

양준은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이내 진원을 거두자, 거울의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끊임없이 펼쳐지던 설산의 풍경도 거울 속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거울을 흡수하기 전까지 어떤 기능의 비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거울을 내려놓은 양준은 시선을 마지막 비보에 돌렸다. 그것은 류경요가 던져준 것으로, 뼈로 만든 방패였다.

뼈 방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략 맷돌만 했는데 무슨 요수의 뼈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세워져 있고 정면에는 입을 쩍 벌린 맹수 머리가 있었다. 맹수는 험상궂은 얼굴에 이를 드러낸 것이 매우 위협적으로 보였다. 특히 두 눈을 부릅뜬 것이 금방이라도 사람을 삼켜 버릴 것만 같았다. 이 비보를 건네받은 순간부터 양준은 비릿한 피 냄새가 확 풍겨오는 것을 느꼈었다.

등급은 방금 전의 거울보다 못한 현급 하품이었지만 이는 방어용 비보였다. 가치로 따지면 거울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방어용 비보는 공격용 비보보다 희소했고, 그래서 가치가 더 나갔다.

세 개의 비보는 하나같이 귀중했다. 만약 세 개를 모조리 흡수한다면 실력이 크게 오를 수 있을 듯했다.

지금까지 양준이 사용할 수 있는 비보는 수라검, 천예혈해당, 쇄마련 세 가지밖에 없었다. 그중 앞의 두 개는 천급이었다.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양준도 그것들이 천급 상품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바다 건너 일등 문파의 보물이다 보니 등급이 낮지 않았다.

그리고 쇄마련의 등급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흉살사동에서 마두의 분신을 봉인한 뒤, 쇄마련은 영성을 크게 잃었다. 지금까지 줄곧 진원으로 살피고 있었지만,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등급이 높은 비보를 세 개나 얻은 것이다. 양준은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비보들을 흡수해 사용하고 싶었다.

양준은 잠시 고민한 후, 단검과 거울을 잠시 갈무리하고 손에 뼈 방패를 든 채, 진원을 운행했다. 수련하는 한편, 비보를 흡수하려는 것이었다.

*양준은 비보 쟁탈전에서 돌아온 뒤, 줄곧 방에서 폐관 수련하고 있었다. 하응상은 매일 한 번씩 방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방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옆에서 쉬다가 나갔다.

비보 쟁탈전으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로 한동안 관저도 우울한 분위기였지만,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 혈전방과 풍우루 사람들은 신속하게 양준 관저에 적응했다. 호씨 자매도 마음 편하게 지내면서 많은 세력의 통솔자들과도 친해졌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며칠 동안 양준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관저의 이인자인 추억몽도 양준을 만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모두들 양준이 새로 얻은 비보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틀 뒤, 중전을 지키고 있던 곡고의가 눈을 감고 쉬는데 옆에서 미풍이 불어왔다. 눈을 떠 보니 영구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왜 공자님 곁에 안 있고 여기 있어?”

곡고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양준의 안전은 영구가 책임지고 있었고, 그는 양준의 곁을 한 발짝도 떠난 적이 없었다.

“공자님은 폐관 수련에 들어가셨어. 그리고 안전상으로는… 문제없을 거야.”

영구는 양준의 옆방에 있는 몽무애를 떠올리자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일은 제대로 해야지, 대충하지 말고.”

곡고의가 훈계하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나, 고수 한 분을 만났어.”

영구가 갑자기 목소리를 깔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데?”

곡고의는 깜짝 놀랐다. 혈시들은 양씨 가문 소속인 데다 실력이 뛰어난 만큼 눈이 아주 높았다. 때문에 그들이 실력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굉장하지.”

영구는 한결같이 말을 짧게 했다.

“굉장하다는 게 어느 정도인데?”

곡고의는 눈을 흘겼다. 동료들끼리 있을 때는 그도 편하게 행동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영구가 이처럼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을 보니 고수의 실력이 진짜로 굉장한 것 같았다.

‘영구가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났기에 저렇게 충격받은 얼굴을 하는 거지?’

“너와 나 둘 중 아무나 덤벼도 세 번 만에 끝날 걸.”

영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곡고의는 입을 쩍 벌렸다. 그는 영구가 누군가를 이렇게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한참 멍하니 있던 그는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패혈광술을 쓰면?”

“그래도 상대가 안 돼. 기껏해야 열 번 정도 버티겠지.”

“신유 경지 이상이야?”

“신유 경지 정상이야.”

“거짓말.”

곡고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치며 영구의 얼굴에 침을 난사했다.

영구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침을 닦아 내며 정색하고 말했다.

“진짜야.”

곡고의는 영구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신유 경지 정상에 오른 사람을 그들이 상대해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일등 세력에도 신유 경지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있는데, 곡고의나 영구 모두 패혈광술을 시전해 그들을 이긴 적이 있었다.

‘어떻게 내가 패혈광술을 쓴 상황에서도 열 번 안에 이긴다는 거야?’

혈시당의 당주 풍승조차 그 정도 능력은 안 되었다. 풍승은 곡고의가 만난 신유 경지 정상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풍승보다 더 강한 신유 경지의 무인은 없었다.

“지금 내 상태를 봐.”

영구는 몸가짐을 바로 하고, 서서 자신을 가리켰다.

“뭘 보라는 거야?”

곡고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려움에 찬 표정을 지었다.

“너 진원이 어떻게…….”

그는 드디어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봉원주가 해제됐어. 그 고수가 도와주셨어.”

“그럴 리가?”

곡고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봉원주를 해제했다니. 도대체 어떤 신기한 수단을 썼단 말인가? 영구의 진원은 확실하게 경맥에서 흐르고 있었다. 봉인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믿어야만 했다.

“도대체 누구야?”

곡고의가 드디어 진지하게 물었다.

영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그에게 손짓하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그 노인…….”

곡고의는 깜짝 놀랐다. 그도 몽무애가 강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바로 그분이야. 나는 지금까지도 어리둥절해.”

영구는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이틀 전, 그는 별 기대를 품지 않고 찾아가서 몽무애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정말 효과를 보았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몽무애는 그저 그를 몇 번 쿡쿡 찌르고, 호흡법을 말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호흡법을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샌가 봉원주가 깨져 있었다.

영구는 아직까지도 꿈꾸는 것처럼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제야 이틀 전, 몽무애가 속박술을 연구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연구에 그친 것이 아니라 조예가 아주 깊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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