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6장.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한 겁니까?
쾅- 쾅- 쾅-
굉음이 전해지며 편전이 한바탕 뒤흔들렸고, 벽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양준은 계속 뒤로 밀려났다.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진원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거대한 압력을 받아 내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뼈 방패는 여전히 끄떡없이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모든 무공과 비보의 기운이 뼈 방패 한가운데 떡 벌어져 있는 짐승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뼈 방패는 기운을 삼키면서 크기가 급작스럽게 커졌다. 이번 공격을 삼킨 후 뼈 방패는 방금 전보다 세 배 이상 커져 양준을 완벽하게 뒤쪽에 숨겼다.
맹선의는 놀란 나머지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현급 하품의 방어 비보가 신유 경지 고수들의 맹공격을 막아 낼 수 있을 줄 몰랐던 것이다.
그에게도 현급 비보가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눈앞에 뼈 방패처럼 신비한 효력은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는 놀라는 가운데, 양준의 눈빛이 순간 강렬해지는 것을 알아챘다. 양준이 뼈 방패로 가볍게 땅바닥을 내리치자 땅바닥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다음 순간, 놀랍게도 뼈 방패의 가장자리에 있던 가시가 순식간에 튕겨 나왔다.
슉- 슉- 슉-
예리하기 그지없는 가시들이 거대한 살상력을 지니고 기세등등하게 날아왔다.
순간, 신유 경지 고수들은 하나같이 얼굴빛이 크게 변하며 방어했다.
쾅-
뼈 방패 가운데 짐승의 입에서 등골이 서늘하게 하는 원기가 폭발했다. 이는 방금 전에 삼켰던 기운을 도로 내뿜는 것이었다.
허벅지 굵기의 빛줄기는 파괴적인 기운을 띠고서 곧장 맹선의를 덮쳤다.
순간적으로 무시무시한 압박감이 들이닥쳤다. 죽음에 직면한 맹선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미처 피할 수가 없었다.
“계례(季禮)!”
양위가 소리치자, 그림자 하나가 맹선의 앞에 나타났다. 양위 옆에 있는 두 혈시 중의 한 명이었다.
계례는 나타나자마자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우람한 몸에서 눈부신 금빛이 번쩍이더니 마치 금빛 동상이라도 된 듯이 밖에 드러난 피부도 광채를 뿜었다.
그는 두 주먹을 내질러 원기 광선을 막아 냈다.
콰앙-
굉음과 함께 계례가 공중제비를 하며 날아갔다. 그의 몸의 금빛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동시에 원기 광선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맹선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고, 얼굴에는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금 양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저도 모르게 깊은 공포와 두려움이 묻어났다.
슉- 슉- 슉-
신유 경지 고수 열몇 명도 날아드는 가시를 물리쳤다. 가시는 다시 뼈 방패의 가장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커졌던 방패도 원기 광선이 뿜어져 나간 다음,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 있었다.
장내는 조용해졌고, 누구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양준은 현급 비보 하나로 모든 이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영구는 아직까지 출수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설령 이번에 양준을 사로잡는다 해도, 그들은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을 것이다.
“공격과 방어 기능을 겸비한 비보군. 막내야, 좋은 걸 얻었구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양위는 부러운 눈빛으로 양준의 손에 들린 뼈 방패를 바라보았다.
“형님께서 얻으신 것도 좋던데요, 뭘.”
양준은 허허 웃으며 뼈 방패를 거두었다.
양위는 웃음을 머금은 채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 다 양위가 얻은 비보가 뼈 방패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뼈 방패가 방금 전 보여 준 효력을 보면 상대방의 공격을 흡수해서 반격할 수 있었다. 세상에 이처럼 특별한 비보는 드물었다. 또한 양위가 생각하건대, 아마 뼈 방패는 그것을 지닌 사람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효력도 다를 듯했다.
“양준 공자, 방금 절 죽이려고 하신 겁니까?”
맹선의는 여전히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양준을 빤히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원기 광선에 내재된 살상력은 너무나 강력했다. 맹선의는 현급 비보를 지니고 있었으나 광선을 막아 낼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정말 원기 광선에 맞았다면, 지금쯤 어떤 꼴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계승 싸움에서 사망자가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중도 8대 세가의 공자나 낭자들에게는 감히 손대는 이가 없었다. 역대 계승 싸움에서 중도의 공자나 낭자 중 죽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부상당할 확률도 매우 낮았다.
방금 전, 결정적인 순간에 계례가 나서서 원기 광선을 막지 않았다면, 아마 맹선의가 계승 싸움에서 죽은 첫 번째 중도 공자가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맹선의는 양준이 방금 전에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 한 것인지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쎄요?”
양준은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히죽 웃어 보였다.
맹선의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심장 박동이 거세졌다.
‘정말 날 죽이려 한 게 분명해!’
“형님, 그럼 아까 말했던 대로 진행하는 걸로 알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양준은 양위에게 인사하고는 얼굴을 가리고 차분하게 떠나갔다.
더 이상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맹선의는 더는 쉽사리 명을 내릴 수 없었고, 양위는 원래부터 양준을 못 가게 할 마음이 없었다. 열몇 명의 신유 경지 고수들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양준이 떠나간 다음에야, 양위는 맹선의를 담담하게 지켜보다가 말했다.
“막내는 단지 경고한 것일뿐, 공자를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맹선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마음 속 혼란과 공포심을 가라앉혔다.
“양준 공자의 광기를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공자 말씀처럼 믿는 바가 있어서 혼자 온 거였습니다. 뼈 방패가 참 괴상하군요. 설령 현급 방어 비보라 해도 그처럼 강한 효력을 내긴 힘들 텐데.”
만약 현급 비보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수련이 왜 필요하겠는가? 일반적으로 현급 방어 비보는 이렇게 많은 고수들의 공격을 막아 내기 어려웠다.
“다섯째는 이제 끝이로군요.”
양위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러게 말입니다.”
맹선의는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준이 여러 날 앞당겨 현급 방어 비보를 흡수한 데다, 영구도 봉원주를 풀고 절정의 실력을 회복했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양준이 양항보다 훨씬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양항이 어찌 만반의 준비를 한 양준을 막아 낼 수 있겠는가?
내일 양준이 사람을 거느리고 양항을 공격할 때, 그는 아마 여전히 비보를 흡수하고 있을 것이다. 급작스러운 기습에 혈시와 비보의 격차까지 더하면 양항은 질 수밖에 없었다.
“그대는 이런 음모와 계략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가 공자였다면 적어도 관저 내에서는 함부로 손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다른 관저에 사람을 보내 막내의 행방을 알리고 그들이 싸우는 동안 불구경이나 하겠죠.”
양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위의 말에 맹선의는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 그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담긴 눈빛으로 양위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과묵하고 올곧기만 하던 양위에게 이런 음험한 면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양위의 제안은 더없이 절묘했다. 방금 전에 그가 이렇게 처리했다면 잠자코 구경만 할 수도 있었다.
맹선의는 탄식하며 말했다.
“대공자, 그런 생각을 지니고 계셨으면서 어찌 제게 언질을 주지 않으신 겁니까?”
양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분간은 자중하고 계십시오. 전 결승 전까지는 막내와 싸우고 싶지 않으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맹선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위험에 처했던 광경을 떠올리면 그는 여전히 등골이 서늘해,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양위 관저 밖,
양준은 홀로 어둠 속에서 걷고 있었다. 방금 전, 큰 소동이 있었던 만큼 적지 않은 이들이 양위 관저를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양준은 살금살금 빠져나와 곧 신형을 감추었기 때문에 누구의 이목도 끌지 않았다.
영구는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조용히 따라갔다. 구석진 골목에 이르렀을 때에야 양준은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해 가슴속에서 들끓는 기혈을 가라앉혔다.
“공자님!”
영구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괜찮아.”
양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피곤함이 드러났다.
양위와 맹선의의 눈에 방금 전 양준은 위풍당당해 보였을 것이다. 혼자서 비보 하나로 신유 경지 고수 열몇 명의 맹공격을 막아 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고통은 오직 양준 자신만이 알 수 있었다. 현급 비보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진원 경지 무인이 그처럼 강한 힘을 발휘하게 할 수는 없었다. 비보와 무공은 본질적으로 실력을 배가시키는 데에 지나지 않았다. 무인의 기본 역량은 여전히 본인 실력에 달려 있었다.
뼈 방패가 비범한 것은 확실했다. 아마 동경한이 사용하더라도 뼈 방패만 있다면 신유 경지 5단계 이하의 고수들과 싸울 때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방패는 진원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
방금 전 짧은 시간 동안, 양준은 뼈 방패에 양액 열몇 방울을 주입해서야 고수들의 공격을 모두 흡수할 수 있었다. 같은 실력의 다른 무인이었다면 온몸의 진원을 다 소모해도 신유 경지 8단계 고수의 일격을 막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뼈 방패의 방어력과 흡수력은 모두 그것을 사용하는 무인의 진원과 연관되었다. 방패에 진원을 많이 주입할수록 방어력과 흡수력도 더 강해졌다.
진원의 소모가 너무 많아, 양준은 어쩐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양위를 설득했기에 그래도 나름 성과가 있는 셈이었다. 결국 그의 실력이 낮아서 생긴 일이었다. 만약 신유 경지에 이르면 방금 전과 같은 상황에서도 진원을 그렇게 많이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양준은 진심으로 본인의 실력을 올리고 싶었다. 눈빛도 점차 단호해졌다. 마음속으로는 곧바로 돌아가서 폐관 수련하고 싶은 충동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영구는 그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 생각을 읽은 듯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공자님은 궁지에 몰릴수록 더 의지가 타오르는 분인가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