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76화 (476/853)

제 476장. 소문이 퍼지다

양신 관저.

사람들은 기쁜 얼굴로 양신 관저의 물자를 세어 보더니 덥석덥석 상자를 들어내 갔다.

양신이 관저의 무인들을 7할 정도 데려간 탓에 양준이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곳에 왔을 때는 저항이라고 할 것도 없이 손쉽게 관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관저의 무인들은 분분히 도망쳤고 양준도 굳이 추격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에게 물자를 가지고 떠나자고 했다.

“엄령행(嚴令行)이 공자님을 뵙습니다.”

한 남자가 양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양준은 그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로 파경호에서 양신의 곁을 따르던 혈시였다. 그도 도봉과 함께 봉원주에 맞은 뒤, 몸의 진원이 봉인된 상태였다. 지금의 그는 몸이 좀 강건할 뿐, 일반인과 다른 점이 없었다.

양신 관저의 모든 무인들이 전부 도망치고 그 혼자만 남아 있었다.

“저는 공자님 곁에서 충성을 다하길 원합니다. 부디 저를 받아주십시오.”

엄령행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도록 해.”

엄령행은 매우 기뻐하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추억몽은 옆에서 이를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도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을 기록한 서적들을 많이 읽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역대 계승 싸움에서 양씨 가문의 자제가 탈락된 후, 그의 옆에 있던 혈시들은 항상 다른 공자들이 포섭하려고 애쓰는 상대가 되었다. 그래서 주인이 없는 혈시들을 차지하기 위해 남은 공자들은 여러 번의 전투를 치르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계승 싸움에서는 탈락한 공자들의 혈시들 모두 예외 없이 양준을 따르겠다고 나서고 있지 않는가?

그녀는 양준 같은 망나니가 무슨 매력이 있기에 혈시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충성을 다하길 약속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양위나 양소가 보았다면 질투가 나서 눈알이 빨개지겠지?’

“양준, 이제 어디 갈까?”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던 추억몽은 아예 생각을 접고 양준에게 직접 물었다.

“이제 집에 가야지. 너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양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추억몽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난 네가 양영 관저에도 가는 줄 알았지.”

양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럴 생각은 없어. 일곱째 관저에는 지금 양측의 사람들이 모여 있을 텐데 억지로 공격한다면 손해가 적지 않을 거야. 거긴 나중에 가자. 오늘 밤엔… 수확이 꽤나 크잖아.”

“참 겸손해.”

추억몽이 빈정거렸다.

수확이 어찌 꽤나 큰 정도인가? 아주 엄청났다. 양항을 이기고 그의 영기와 물자를 빼앗았으며 도봉과 당우선도 다시 양준에게 돌아왔다. 게다가 양신에게도 마찬가지로 영기와 물자를 빼앗았으며 엄령행과 나해를 얻었다.

하룻밤 사이에 양준 관저의 실력은 크게 향상되었고, 물자도 충족해졌다. 미래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양준 관저는 명절처럼 떠들썩했다. 오가는 무인들 모두 하나같이 싱글벙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어젯밤의 전투에서 양준은 거의 유일한 승자였다. 그에게 의탁하러 온 무인들이 흥분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정원에는 수많은 연단과 연기 재료들이 놓여 있었는데 모두 양항과 양신의 관저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계승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양준은 연단과 연기 재료들을 모아 왔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계승 싸움이 시작된 뒤, 양항과 양신에게 의탁했던 세력들은 모두 많은 물자를 가지고 왔다. 게다가 지난 몇 달 동안 부지런히 모은 덕에, 모든 공자들의 관저에는 놀랄 만큼의 재물과 물자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양항과 양신의 몫이었던 물자들이 모두 양준의 소유가 된 것이다.

모든 세력의 통솔자들은 정원에 모여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살펴보시고 원하는 재료가 있으면 가져가서 쓰세요. 사양하지 말고 알아서 가져가세요.”

양준이 얘기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더니 더없이 흥분하며 사양하지 않고 바로 재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인들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곽성진 무리들이 물건을 덥석덥석 가져가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문 채, 다가와서 물건을 찾아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재료들을 한두 가지씩 챙겼다. 추억몽도 몽롱한 빛을 내는 진주 모양의 물건을 챙기고는 조심스럽게 품속에 갈무리했다.

“넌 안 챙겨?”

추억몽이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차피 다 내 건데 뭘 챙겨?”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은 재료는 분류해서 연단방이랑 연기방으로 보내.”

“알았어.”

추억몽은 아무런 불만 없이 대답하고는 눈알을 굴리며 물었다.

“다음 목표는 누구야?”

“나중에 다시 얘기해.”

어젯밤의 전투로 물자들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네 명의 혈시도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도봉, 당우선, 나해, 엄령행 이들은 모두 고수 중의 고수로서 신유 경지 8단계였다.

도봉과 엄령행은 봉원주에 맞아 몽무애가 해제시키고 있었다.

당우선도 영구와 크게 싸움을 벌인 뒤로 중상을 입었다. 마찬가지로, 영구 또한 멀쩡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패혈광술을 펼치고 사정을 봐주지 않은 채, 최선을 다해 싸웠던 것이다. 친분은 친분이고, 양씨 가문에 충성해야 한다는 이념 때문에 그들은 각자의 공자를 수호할 때, 전혀 여력을 남겨 두지 않았다.

곡고의는 어젯밤 중전을 지킬 때, 또 한 번 크게 중상을 입었다. 무절제하게 진원과 신식의 힘을 폭발시킨 탓에 그의 몸은 커다란 부담을 감당해야 했다.

지금 양준의 관저는 겉으로 강해 보여도 사실상 움직일 수 있는 혈시는 소순과 새로 온 나해 둘뿐이었다.

두 혈시와 지마로 남은 세 명의 공자 중 누구를 공격한다고 해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없었다. 특히 양영은 양신 쪽 지지 세력과 합친 뒤,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조력자가 가장 많은 사람이 되었다.

양위는 항상 태연자약한 느낌을 주었다. 양준은 그도 실제 전력을 모두 내보인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양소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형제들 중 속셈이 가장 많은 이로, 지금의 양영보다도 어려운 상대였다.

때문에 양준은 당분간 일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그의 관저의 무인들도 쉬면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자신도 진원 경지 9단계의 실력을 공고하게 다져야 했다.

*어젯밤 전투 소식은 금방 중도와 전성에 전해졌다.

양준이 연이어 형님 두 명을 이겨 버린 결과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마의 잔인한 수단은 살이 붙여져 더더욱 잔혹하게 묘사되었다. 모든 이들이 양준의 관저에 신통한 수단을 가진 사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들 양준의 대담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중도의 8대 세가는 줄곧 창운사지와 담을 쌓고 지냈다. 게다가 불과 반 년 전에 쌍방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났었고, 모두 큰 피해를 입었다. 양씨 가문의 가주 양응호는 염명귀왕과 절멸독왕의 연합 공격에 부상을 입어 삼십 년의 수명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비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양준이 사마와 결탁했으니 그야말로 발칙한 행동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누군가에게 이용당한다면 계승 싸움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지마가 전성에서 사람을 제멋대로 죽이고 다녀도 봉신전의 태상장로들은 개입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이 사마의 행동을 묵인한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다시 전날 밤의 전투 결과를 되새겨 보면 결국 양씨 가문에서 부린 꼼수가 양준이 놀라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데 도움을 준 것이었다.

양씨 가문은 계승 싸움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생각해 천 개의 비보를 미끼로 싸움을 붙였었다. 더욱이 여덟 개의 현급 비보에 봉원주를 심어 놓아 한꺼번에 혈시 여섯 명의 실력을 봉인하기도 했다. 여섯 명의 혈시가 줄어들면 계승 싸움의 진도가 빨라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영구가 생각 외로 봉원주를 빨리 해제한 데다, 양준의 옆에는 소순이라는 혈시가 한 명 더 있었다. 양준이 다른 공자들보다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고수가 두 명이나 더 많은 셈이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양준도 어젯밤 그런 승리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양씨 가문에서 파경호 비보 쟁탈전을 주최한 것은 결국 간접적으로 양준의 승리에 도움을 준 셈이었다. 그 속의 이해 관계는 복잡하지만 그래도 교묘한 연관성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 전투로 양준의 힘은 이미 다른 공자들을 훨씬 넘어섰다. 이렇게 계속된다면 계승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는 양준이 될 게 뻔했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