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80화 (480/853)

제 480장. 전 이해되지 않습니다

양준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장로들은 위용을 떨치며 앉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데려온 두 혈시도 내보내 혼자서 열몇 명의 위압감에 맞서게 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기세가 위축되어 장로들이 무슨 말을 하든 변명을 하거나 논쟁할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겁을 주려는 건가? 도대체 왜?’

영구와 당우선이 나가는 것을 본 장로들은 몰래 양준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양준의 표정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침착한 것을 보고 다들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렇게 대담한 젊은이는 그들도 처음 보았다. 양위라도 이 정도 통제력은 없을 것이다.

“장로님들께서 저를 가문으로 소환하시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양준은 탐지하는 듯한 장로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직접 양진에게 물었다.

“널 가문으로 소환한 것은 당연히 용건이 있어서지.”

양진은 오랫동안 장로전을 지키면서 가문의 대소사를 처리했기에 왠만한 일에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겁을 먹었다.

“묻겠다. 너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영구의 상처를 치료하고 봉원주를 해제한 것이냐? 그리고 내가 알기론 네 저택에 있는 혈시들이 자주 부상을 당하기는 하지만 모두 이틀이 지나지 않아 완쾌되었다더군. 개중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이냐?”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장로님들께서는 겨우 이런 별거 아닌 일을 물어보시려고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저를 소환하신 겁니까?”

그의 말투는 덤덤했으나 누구라도 그의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시기는 계승 싸움에 참여하는 양씨 가문 공자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시기였다. 양진의 질문은 그런 시기에 양준을 중도로 불러낸 것 치고는 너무 하찮은 일이었고, 장로들도 그 정도로 심심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양진은 목을 가다듬더니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그럼 이 질문은 가문에서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장로님의 개인적인 질문입니까?”

양진은 순간 당황했다. 양준이 열몇 명의 장로들을 앞에 두고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여기 있는 장로들을 대신해 물은 셈이지. 모두 네가 어떻게 해냈는지 궁금해했다.”

“가문의 뜻이 아니라면…….”

양준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도 대답해드릴 수 없겠습니다.”

장로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양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양준이 대답하기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핑계도 아주 그럴듯했기 때문이었다.

가문의 뜻이 아니라면 대답할 필요가 없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장로들이 나이를 텃세로 부리며 양준을 압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장로님, 하실 말씀이 있다면 직접적으로 얘기해 주시지요.”

양준은 슬슬 인내심이 바닥났다. 장로전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장로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이래저래 눈치챘던 것이다. 그들이 먼저 기세로 자신을 압박한 것은 자신의 이익에 해가 되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위엄을 부릴 필요가 있겠는가?

그들의 의중을 눈치챈 데다가, 방금 전 양철의 귀띔까지 떠올린 양준은 당연히 말이 좋게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더 돌려 말하지 않겠다.”

양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빛내며 양준을 주시한 채,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휘하에 있는 혈시에 대해 가문에서 논의한 바가 있다.”

“제 휘하에 있는 혈시 말입니까?”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당당한 눈빛으로 양진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또렷한 눈빛과 마주하니 오히려 양진이 시선을 피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다행히 그 충동을 꾹 참은 양진은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알기론 지금 네 휘하에는 혈시가 총 일곱 명이지?”

“네.”

양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영구와 곡고의는 가장 먼저 그의 곁을 따르던 혈시였다. 소순은 여덟째 양천이 탈락된 후 그에게 의탁하러 찾아왔다. 그리고 도봉, 당우선, 나해, 엄령행은 양항과 양신의 탈락과 함께 양준에게 의탁해 온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양준의 옆에는 일곱 명의 혈시가 모이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신유 경지 8단계였다.

“만약 네가 봉원주를 푸는 수단이나 상처를 입은 혈시를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그나마 괜찮다. 혈시 일곱 명이 네 곁에 모여 있어도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넌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양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뒷짐을 지고 몇 걸음 걸어 나왔다. 그리고 다시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양준을 바라보았다.

“내 생각이 맞다면 네 저택에 있는 혈시 일곱 명은 전부 전성기의 실력까지 회복했겠지?”

영구와 당우선의 상황을 보았을 때, 이 예측은 매우 확실했다.

“맞습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 네가 어떻게 할지도 알 것 같구나. 일곱 명의 혈시들을 데리고 남은 공자들을 하나하나 이겨 버리겠지. 그 과정에도 넌 여전히 혈시들을 한 명, 한 명 끌어들일 것이고. 내 말이 맞느냐?”

“장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만약 장로전의 호출이 아니었다면 저는 오늘 밤에 움직였을 것입니다.”

양준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양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혈시 일곱 명이라. 하하. 확실히 널 막을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넌 기적을 이루어낸 셈이다. 우리 늙은이들도 깜짝 놀랐지 뭐냐! 양위, 양소, 양영 옆에도 많은 세력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들 옆에 있는 혈시들은 이미 한 명씩 폐인이 되었다. 그러니 넌 혈시 일곱 명만으로도 남은 이들을 쉽게 이기고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겠지.”

이 말을 하는 양진은 이미 양위, 양소, 양영이 반항할 힘을 잃고 무력하게 당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또한 양준이 하려는 일이었다.

“하지만…….”

양진은 화두를 돌리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이는 계승 싸움의 의도와 어긋난다. 양씨 가문에서 혈시를 계승 싸움에 보낸 의도와도 맞지 않아.”

양준은 냉소하였다. 지금이 되어서도 장로전에서 왜 그를 소환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정말 바보나 다름없었다. 그는 가슴속에서 울화가 치밀었지만, 이내 심호흡을 해 울화를 가라앉힌 다음, 비꼬는 시선으로 양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제 옆에 있는 혈시들을 가문으로 불러들이시려는 겁니까?”

양준의 태도와 말투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지만 양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젊은 혈기와 치기에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양준이 화를 내지 않는다면 오히려 젊은이답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 네가 이해했다니 다행이구나.”

양진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이해되지 않습니다.”

양준은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상대가 양씨 가문의 장로이고, 자신의 웃어른이라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양진이 다시 설명했다.

“내가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네가 일곱 명의 혈시를 데리고 다른 공자들을 공격한다면 계승 싸움의 의도에 어긋난다. 계승 싸움이 뭘 겨루는지 잘 알 것이다. 각 직계 공자들이 외부에서 이룬 인맥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자리지! 맺은 인맥이 넓을수록, 자신의 능력이 클수록 모을 수 있는 조력자들도 많을 것이다. 너희가 양씨 가문 다음 가주의 계승권을 얻어갈 텐데 다른 세력의 지지를 받지 않은 채로 어떻게 양씨 가문의 가주가 되려고 하는 것이냐? 그저 양씨 가문의 혈시들로만 승리를 거둔다면 이것을 증명하지 못할 것이 아니냐?”

양진은 양준에게 설교를 늘어놓았다.

“장로님, 혈시들이 제게 충성을 바친 것 또한 제 능력을 증명해 낸 게 아니겠습니까?”

양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음…….”

양진은 잠깐 멍해 있다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건 네 안목이 남들보다 뛰어나서 미리 계획할 수 있었다는 걸 증명할 뿐이다.”

그가 가리킨 것은 양준이 모험을 무릅쓰고 곡고의와 영구를 기용한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일로 양준은 혈시당 고수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 양진도 양준의 대담한 결정에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양준은 곡고의와 영구를 치료할 수단이 있었기에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그 또한 제 능력 아닙니까?”

양준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어느 정도는 맞다.”

양진은 망설이다가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혈시를 계승 싸움에 참여시킨 것은 너희의 안전과 영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 점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네가 많은 혈시들을 거느리고 남은 사람들을 공격한다면 가문에서 혈시를 계승 싸움에 참여시킨 의도와 어긋나는 것이다.”

“그건 가문의 실수인데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양준은 냉소하며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어렵사리 힘으로 다른 형들 위에 군림하게 되었다. 지금은 기세를 몰아 남은 적수들을 패배시키고 최후의 승리를 얻으려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장로전에 소환되어 이런 까다로운 요구를 들어줘야 하다니… 그가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가문의 실수는 맞다. 누구도 한 자제가 이렇게 많은 혈시들을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게다.”

양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로부터 무수히 많은 계승 싸움을 치러왔지만 너만큼 해낸 사람은 없었다. 이 점은 모두가 감탄하고 있는 바이다. 나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장로님, 입에 발린 말씀은 그만두시죠.”

양준은 코웃음을 쳤다.

양진은 분노했지만 또 화를 꾹 참았다. 자리에 있던 다른 장로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못내 기분이 좋아졌다. 그들은 양진이 어린 녀석에게 무안을 당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유는 이미 말해 주었다. 어찌 됐든 네 밑에 있는 다수의 혈시들은 무조건 가문으로 소환될 것이다.”

양진이 다시 한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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