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3장.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양응봉의 저택으로 돌아온 양준은 부모님에게 만약영액을 남겨 주고는 영구, 당우선과 함께 전성으로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 양준이 줄곧 침묵을 지키자, 영구와 당우선은 초조한 얼굴로 마음을 졸였다. 그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
두 혈시가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답운구를 타고 달리던 양준이 갑자기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두 혈시는 의아한 눈빛으로 서로 마주 보더니 다급히 따라가 곁눈질해 보았다. 양준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금 전까지 보여줬던 언짢은 기색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막내 공자님……!”
당우선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양준의 기분이 왜 이렇게 빨리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양준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당우선은 그제야 깨달았다.
“공자님, 방금 전까지 모습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군요.”
“이렇게 큰 이득을 보았는데 당연히 표정 관리를 해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좀 편하지 않겠어? 만약 내가 흥분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장로들이 또 무슨 의심을 할지 몰라.”
확실히 이번 일은 크게 이득을 본 셈이었다. 비록 가문의 명령은 계승 싸움에서 양준의 세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었지만, 멀리 내다보면 양준은 가장 큰 승자였다. 그렇게 많은 혈시들이 그의 소유가 된다면 앞으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다. 이는 양씨 가문을 통틀어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더니, 나쁘지 않군.’
게다가 계승 싸움에 혈시를 두 명밖에 참여시키지 못한다고 승리를 따내지 못하겠는가? 양준은 이 점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고, 때문에 전성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기분이 아주 좋았다.
백 리에 달하는 길을 그들은 반 시진 만에 도착했다.
답운구의 울부짖는 소리에 관저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추억몽은 급히 뛰쳐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으로 양준의 안색을 살피며 이번에 양씨 가문에서 왜 양준을 중도로 소환했는지 이유를 짐작해 보았다.
양준이 아무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양준의 표정을 보니 양씨 가문에서 안 좋은 일을 겪은 것이 틀림없었다. 추억몽은 무슨 일인지 매우 궁금했지만, 감히 바로 묻지 못하고 묵묵히 그를 관저로 맞이했다.
편전,
많은 세력의 통솔자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 양준이 가문에 불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열 쌍이 넘는 눈이 오로지 양준만 바라보며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편전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처럼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습니다.”
양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뭐부터 들으시겠습니까?”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라.”
곽성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쁜 소식부터 들어보지, 뭐. 오늘 아침에 들었던 소식보다야 나쁘겠어?”
양준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곽성진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전성에 무슨 소식이 있었다면 추억몽이 알아서 말해 줄 터였다.
“나쁜 소식은 저택에 있는 혈시 중에 계승 싸움에 참여할 수 있는 혈시는 두 명으로 제한되었습니다. 나머지 혈시들은 계승 싸움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쳤고, 추억몽은 눈썹을 찡그리며 따져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양준은 가문에서 내린 결정을 간단하게 얘기했다. 그 소식에 모든 사람들은 분노에 차서 안색이 어두워졌다.
“도대체 왜?”
곽성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희 양씨 가문 너무한 거 아니야? 계승 싸움 도중에 이렇게 규정을 휙휙 바꾸다니?”
“그러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렇게 되면, 다른 공자들과의 전력 차이가 순식간에 좁혀지네.”
사람들은 양씨 가문이 잘못한 거라 얘기했다. 심지어 한소칠처럼 차분한 여인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양준, 장로전에 가서 안 따졌어? 혈시들은 스스로 너에게 의탁하러 온 건데 그걸 멋대로 제한해 버린다고?”
곽성진은 울분을 토했다.
“진정해.”
추억몽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막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녀도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살펴보니 이 말을 하는 양준의 표정에 언짢은 기색이 없었다. 양준은 이 결과를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했다.
“좋은 소식은 뭐야?”
추억몽이 양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말해 줘.”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소식은 여러분과는 상관없고, 계승 싸움과도 상관없습니다. 저한테만 해당되는 일입니다. 지금 제 휘하에 있는 혈시와 앞으로 제게 찾아올 혈시들은 모두 저의 소유가 되어 제게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눈을 반짝이며 곰곰이 따져 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 속에 담긴 엄청난 이익을 눈치챘다.
“설마?”
동경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희 양씨 가문에서 그런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맞아.”
“이런.”
곽성진도 깜짝 놀랐다.
추억몽은 생긋 웃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양준, 너 정말 큰 이익을 본 거네.”
지금 있는 혈시와 앞으로 그에게 찾아올 혈시들이 모두 양준 한 사람에게만 충성한다니, 이 말은 양준이 계승 싸움에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하든, 안 하든 앞으로 양씨 가문에서의 그의 지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많은 혈시들이 따르고 있는데 어떻게 지위가 낮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못해도 장로급은 되었다. 그리고 양씨 가문 장로의 지위는 일등 세력의 주인과 맞먹었다.
“가문에서도 이번 처사가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 내 조건을 받아들인 거지.”
양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가문에서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나도 이런 파격적인 이득을 보지 못했을 거야.”
추억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계승 싸움에서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네 개인의 장기적인 발전으로 보면 아주 유리한 거야. 어찌 되었건, 축하해.”
축하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양준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둘러보던 중, 그는 사람들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운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
사람들은 작게 헛기침을 하며 몸가짐을 바로 했다.
추억몽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널 속일 수는 없네. 안 그래도 말해 주려고 했어.”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마찬가지로 나한테도 좋은 소식 하나에 나쁜 소식 하나가 있어. 뭐부터 들을래?”
“나쁜 소식.”
양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양영이… 기권했어.”
“뭐?”
양준의 안색이 돌변했다.
“맞아, 네 일곱째 형인 양영이 기권했어. 바로 어젯밤에.”
“어떻게 된 거야?”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그가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다.
계승 싸움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여덟 명의 공자 가운데 네 명밖에 남지 않았다.
양위, 양소, 양준, 양영! 네 명 중 고수는 양준 관저에 가장 많았다. 혈시 일곱 명만으로도 충분히 실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압도했다. 지마와 몽무애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조력자와 인원을 자랑하는 사람은 양영이었다. 이 점은 다른 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양준이 양신 관저를 습격하고 영기를 빼앗은 뒤, 양신 휘하의 사람들은 혈시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양영 관저로 모여들었다. 양영에게는 두 공자의 조력자들이 있는 셈이었다. 때문에, 어찌 보아도 양영은 네 명 중에서 가장 조건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먼저 기권하다니! 이건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이 일은 양준이 전성을 떠난 어젯밤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나도 몰라.”
추억몽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오늘 아침에야 알게 된 것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너희 둘째 형님이 홀로 양영의 관저로 찾아가 밤새 얘기를 나누었는데 무슨 이익과 조건을 내걸었는지 양영이 알아서 기권했다고 하더라고.”
양준은 실눈을 뜨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일곱째 형님의 사람들은…….”
“이미 네 둘째 형님의 관저에 있겠지.”
추억몽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양영 관저의 사람들을 흡수한 양소의 세력은 이제 놀라울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전력이 줄어든 양준의 현 상황과는 달리, 양소는 남은 세 공자 중 가장 강한 전력을 갖고 있는 셈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양준은 어두운 얼굴로 냉소하였다.
그가 하루밖에 떠나 있지 않았는데 전성에서는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났다.
‘둘째 형님은 빈틈을 노린 거야!’
만약 어젯밤에 그가 장로전에 소환되지 않았다면 진작 혈시 일곱 명을 데리고 정복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양준은 쌓아 올린 우위를 철저하게 잃고 말았다. 오히려 양소 쪽에 다른 행동이 없는지 조심해야 되는 판국이었다.
형세가 급격하게 변하자, 양준은 허무한 느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제 그는 장로전의 소환을 받았고, 어젯밤에 양소는 큰 작전을 벌였다. 이것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계승 싸움의 추세는 복잡하게 뒤엉켜 버렸다. 적어도 양소 쪽은 이미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되었다. 양위 쪽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했다.
“좋은 소식은?”
양준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좋은 소식은 지금의 너에게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추억몽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들어와 봐.”
그러자 입구에서부터 두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양준은 그들을 힐끗 보고 추억몽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그들은 양영의 옆을 지키던 혈시들이었다.
양영이 먼저 기권하자, 다른 혈시들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도 양준을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양준은 이미 장로전의 요구에 승낙했기에 두 혈시는 계승 싸움에 참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