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9장. 찾았다
“고작 스무 살에 신유 경지 8단계라…….”
양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동경의 빛이 어렸다.
‘수신전은 도대체 어떤 세력이길래 그런 천재를 길러낸 거지? 게다가 수령은 그곳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수신전에는 적어도 수령과 같은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무인이 두 명이나 더 있다는 말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세력이 있다고?’
양준은 지금 당장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몽 주인!”
양준은 한참 망설이다가 몽무애를 불렀다.
곧 몽무애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아무것도 묻지 마. 때가 되면 다 말해 줄 테니까. 지금은 그냥 하루빨리 신유 경지나 돌파하거라.”
“알겠습니다.”
양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밤, 수령과의 싸움은 몽무애, 지마, 영구를 제외하고 아무도 몰랐다. 혹여 실력이 강한 혈시 몇 명이 이쪽의 움직임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양준의 지시 없이는 섣불리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도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가 없었다.
*이튿날, 양준은 신유 경지에 오르기 위해 폐관 수련에 들어갔고, 추억몽이 관저의 대소사를 넘겨받아 처리하기 시작했다.
계승 싸움의 형세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다. 양준은 재력, 물자에서 큰 우세를 차지했지만, 싸움에 참여할 수 있는 혈시가 두 명으로 줄어든 탓에 양소보다 인력에서 뒤처졌다. 때문에 어설프게 움직였다가는 적에게 기회를 줄 수 있으므로, 양준은 단시간 내에 양소와 승부를 가를 생각이 없었다.
그는 추억몽에게 사람을 거느리고 가서 가끔씩 양소를 괴롭히라고만 지시했다.
양위 쪽도 실력이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남은 셋 가운데서 가장 약체로 계승 싸움의 최종 승자에서 배제된 상황이었다.
모든 시선이 양준과 양소에게로 집중되었고, 양씨 가문의 차기 가주는 둘 가운데 한 사람으로 좁혀진 듯했다. 그러나 양준과 양소는 둘 다 그럴 능력이 있으면서도 섣불리 양위를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양위를 공격하려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하므로 본인의 실력이 약화될 게 뻔했다. 둘째, 양위를 탈락시켰을 경우, 그의 곁의 두 혈시는 계승 싸움에 참여할 수 없는데다 양위의 동맹이 둘 중 한 세력에 붙으면 상대방의 세력이 한층 더 강해지기 때문이었다.
한쪽의 실력이 약화되는 반면, 한쪽은 실력이 강화되므로 계승 싸움의 흐름을 역전시킬 수도 있었다. 바로 이런 제약 때문에 양위는 세력이 가장 약하지만, 역으로 가장 안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양소와 양준이 싸우면 양위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 이런 만일의 경우에 대해 모든 이가 알아챈 것은 아니었고, 오직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이들만이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달이 지나갔다.
전성은 지난 전투 이후, 두 달째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가끔 세력들 사이에 작은 마찰이 일어나곤 했으나, 모두 몸을 사리는 듯이 행동하여 사상자가 많이 생기지는 않았다.
이 기간 동안 계승 싸움에 참여한 각 세력의 무인들은 모두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양준의 관저는 두 달 동안 총 인원은 변함없었으나 전체적인 실력은 몇 단계나 올랐다.
매일 현단을 복용하고, 또한 보기종의 연기사들이 비보를 정제해 주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매일같이 많은 무인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음 단계로 진급했다. 그동안 젊은 세대 통솔자들 가운데서 많은 이들이 신유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신유 경지는 무인에게 있어서 하나의 고비로, 평생 이 경지를 돌파하지 못하는 무인들도 많았다. 그러나 큰 세력의 젊은 통솔자들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어려운 고비가 아니었다.
신유 경지를 돌파한 다음, 무도에서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지는 개개인의 노력과 기연에 따른 것이었다. 신유 경지 정상은 무인의 한계였다.
신유 경지 무인이 많아짐에 따라 연단방에서도 신식을 수련하는 현단을 많이 만들어 냈다. 물자 소모가 방대했으나 다행히도 일찍 비축해 둔 것이 많아 재료 공급은 아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양항과 양신 관저에서 빼앗은 영기로 가문에서 물자를 바꿔 왔고, 죽절방 또한 매일 물자를 구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 무인들이 진급한 것 외에, 위 세대 무인들도 자신의 한계를 돌파했다.
혈전방의 관지락은 거의 7, 8년을 신유 경지 3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줄곧 이것이 본인의 한계라고 여겼다. 그런데 양준의 관저에서 현단을 복용하고 수련하자, 짧은 보름 동안에 그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돌파의 벽이 느슨해지더니 보름이 더 지나자 성공적으로 경지를 돌파해 신유 경지 4단계에 올랐다. 그 뒤부터 경지가 천천히 향상되더니 이제는 신유 경지 4단계를 확실히 다지게 되었다.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고 신유 경지 4단계에 오르는 순간, 관지락은 참지 못하고 한바탕 통곡하고 말았다. 때문에 호씨 자매가 한참 동안 위로해 주었다.
관지락뿐만 아니라, 각 세력의 신유 경지 고수들은 대부분 40~60세 정도로 이 나이대에 실력을 더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약왕곡 연단사들이 제련한 단약을 복용한 다음부터 너도나도 돌파의 벽이 느슨해졌다. 천지의 영기를 받아들이는 것도 전보다 훨씬 더 빨라졌으며, 왠지 환골탈태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현단이 질이 좋고 등급이 높다고 하지만, 단약으로 한 사람의 수련 자질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양준 관저의 연단방에서 만들어 낸 단약은 이런 효력이 있었다.
젊은 세대, 위 세대의 무인들이 모두 경지를 돌파하는 와중에 가장 기쁜 일은 바로 혈시들의 경지 돌파였다. 가문의 저지로 혈시 아홉 명 중에서 영구와 당우선만 계승 싸움에 참여하고 있지만, 추억몽은 여전히 그들 모두에게 단약을 제공했다.
혈시들은 나중에 양준이 양씨 가문에서 발을 붙일 수 있는 디딤돌이었다. 이를 알고 있는 추억몽은 그들을 소홀히 대할 수가 없었다.
현재 혈시 중에서 곡고의, 영구, 도봉, 당우선, 소순은 모두 신유 경지 9단계에 이르렀다. 나머지 네 명은 나중에 양준을 따른 이들로, 비록 신유 경지 9단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었다. 그들이 양준을 찾아왔을 때와 비교하면, 실력이 강해진 것은 확실했다.
혈시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고, 감격해 마지않았다.
신유 경지 8단계에서 9단계로 돌파하는 과정의 어려움은 말로써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 그들 모두 신유 경지 9단계에 오를 실력과 자질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5년, 10년, 아니면 그보다도 훨씬 뒤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자 모두 기쁨에 휩싸였다. 결국 다 같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양준 관저가 참 명당이야.’
사실 모두 현단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준 관저에서 만들어 낸 현단은 사람의 자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신기하고 현묘한 효력을 지닌 듯했다. 하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방 안,
양준은 차분하게 수중의 단검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는 파경호에서 동경한이 빼앗아 온 천급 상품의 신혼 비보였다.
두 달간의 폐관을 거쳐 그의 실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양준은 지금처럼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수련에만 매달린 적이 극히 드물었다.
이제 신유 경지와는 그야말로 한 발짝만 남겨 두고 있었다.
관저의 많은 무인들에게 모두 현단이 공급되는 만큼, 주인인 양준이 제외될 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가 복용한 현단은 모두 하응상이 별도로 오직 그만을 위해 제련한 것으로, 다른 단약보다 약효도 훨씬 더 강했다.
그의 진원은 이미 신유 경지 수준에 이르렀고, 신식도 훨씬 강해졌다. 눈을 감고 정신을 모으면 심지어 눈부신 빛을 내뿜는 오색 온신련을 볼 수도 있었다. 신식을 키우는 지존의 비보가 드디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두 달 동안 양준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직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그 외에 나머지 비보 두 개를 흡수하기도 했다. 현급 중품의 거울은 이미 흡수한 상태였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단검도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한 끗 차이로 신유 경지에 오를 수가 없었다.
양준은 어쩐지 단검과 신식이 하나로 어우러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식해가 없는 것이 연유인 듯했다. 단검은 신혼 비보로, 신유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 사용할 수는 있으나 모든 기능을 다 발휘할 수는 없었다.
양준은 신유 경지에 오르는 순간, 단검이 곧 그의 신식과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십여 일간 줄곧 신식으로 수중의 단검을 연구하며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여러모로 시도해 보았으나 여전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때,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은 깊은 생각에서 깨어나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들어와.”
방문이 열리고, 추억몽이 조심스레 걸어 들어오더니 그를 힐끗 보았다. 양준이 불쾌한 표정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한시름을 놓았다.
그녀는 양준이 폐관 수련하면서 경지 돌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두 달 동안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찾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무슨 일이야?”
양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못 본 두 달 동안 추억몽은 더욱 예뻐져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녀를 보자 수련하면서 고비에 막혀 우울했던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방지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추억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지가? 무슨 일로?”
양준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방지는 죽절방 방주로, 죽절방은 양준이 중도에 와서 처음으로 포섭한 세력이었다. 죽절방을 계승 싸움에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그들의 실력이 너무 낮아 참여한다 해도 죽음뿐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은 중도에서 양준에게 물자를 구입해 줄 뿐만 아니라 정보 조직 역할을 하며 그들만의 임무가 따로 있었다.
그동안 방지는 전성에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었다. 그 역시 양준의 조력자로서 전성에 나타나면 안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직접 찾아온 것을 보면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
추억몽은 까만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대답했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고, 그냥 이렇게만 전해 달래. ‘찾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