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90화 (490/853)

제 490장. 꼭 데려와야겠어?

양준은 곧바로 방지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전성에 왔는지 알아차렸다.

추억몽은 말을 마치자마자 문득 몸이 가벼워지더니 귓가에 바람소리가 스치고 눈앞의 경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서야 양준이 한 손으로 자신의 허리를 껴안고 나는 듯이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

길을 재촉하던 양준이 그제야 다급하게 물었다.

“편전!”

그녀는 대답하는 한편, 살짝 놀라고 말았다. 양준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처럼 격한 감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긴장하면서도 기대에 찬 표정이었고, 눈동자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 저도 모르게 양준의 옷자락을 꼭 잡고 그의 몸에 더욱 밀착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다정한 모습으로 빠르게 달려, 마주 오는 곽성진과 동경한의 곁을 회오리바람처럼 지나쳤다. 곽성진이 미처 인사를 건넬 겨를도 없이 양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잠시 뒤에야 광풍이 뒤쪽에서 불어와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곽성진은 접선을 부치면서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

“양준이 누굴 안고 뛴 거야?”

“아마도… 추 낭자인 듯한데.”

동경한이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며 대답했다. 그 역시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시퍼런 대낮에… 혹 수련하다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곽성진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사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동경한의 옆에 서 있던 남초접이 곽성진을 노려보았다.

곽성진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다른 뜻은 없어.”

“흥!”

남초접은 콧방귀를 뀌더니 돌아서 가 버렸다.

그녀가 멀리 가 버린 다음에야 곽성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처자는 양준의 눈에 들기 어려울걸. 양준과 전혀 맞지 않아.”

동경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물론 남초접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남초접의 일방적인 감정이라 그 역시도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 관저에는 미인들이 가득 모여 있었고, 양준에게 호감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양준은 두 달간 폐관 수련하면서 아예 문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만약 곽성진이었다면 아마 날마다 주색잡기에 나섰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동경한은 양준을 감탄해 마지않았다. 양준에게 어울리는 이는 추억몽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남초접도 괜찮은 편이나 뭔가 부족해 보였다.

*편전,

방지는 초조하게 양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왔지만 그는 여전히 긴장한 채로 옷차림에 문제가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단정하게 의자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입구에서 사람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양준이 추억몽을 안고 방지의 눈앞에 나타났다.

방지는 얼이 나간 표정으로 연신 마른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양준은 추억몽을 천천히 내려놓고 방지에게 다가갔다.

추억몽은 남 앞에서 양준과 다정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조금도 쑥스러워하지 않고 평온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자신을 감싸고 있던 양준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양준같이 강인한 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소식을 가지고 온 거지?’

“죽절방이 거의 반년의 시간을 들여 탐문한 결과, 드디어 공자께서 찾고 계시던 분들을… 찾았습니다.”

방지가 급히 일어서서 예를 올리더니 바로 본론을 말했다.

양준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는 물었다.

“어디 있어?”

계승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양준은 죽절방 사람들에게 소안을 포함한 능소각 식구들의 소식을 탐문하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다.

“전성에서 서북쪽으로 약 삼천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아마 계속 그곳에 은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해?”

“거의 확정지을 수 있습니다. 그쪽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공자께서 얘기해 주셨던 내용과 맞물려 확실한 듯합니다. 그 마을은 새로 지어진 지 약 1년 정도 된 곳이고, 또한 주민 모두 무인으로 백여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좋아, 좋아, 좋았어.”

양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을 짓누르던 큰 돌덩이도 이제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손으로 방지의 어깨를 다독이며 칭찬했다.

“잘했어.”

방지는 순간 흥분한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는 말하는 한편, 품 속에서 지도를 꺼내 양준에게 건넸다.

“부하들이 그린 지도이니 참고해 주십시오. 공자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 고마워.”

양준은 빙그레 웃으며 지도를 건네받아 펼쳐 보았다. 산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의 위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는 방지의 짐작을 뒷받침해 주었다. 그곳은 예전에 능태허와 공간 이동을 하던 통로 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능소각 사람들은 허공 통로를 떠나 얼마 안 되어 지금의 장소를 찾아 은거한 듯했다.

“누구를 찾는 건데 그래?”

추억몽이 다가서며 물었다.

그녀는 줄곧 말하지 않고 양준의 표정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리고 양준의 표정 변화가 극에서 극으로 오가는 것을 보고, 찾으려는 이들이 그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음.”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중의 지도를 조심스럽게 갈무리했다.

“어떤 사람들이야?”

추억몽은 싱긋 웃으며 무심코 캐물었다.

“동문들.”

양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소안의 모습을 떠올리자 눈빛이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단순한 동문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찾아서 뭐 하게?”

“데리고 와야지.”

양준이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 돼!”

추억몽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양준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실눈을 뜨고서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안 돼?”

추억몽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얘기 끝까지 들어 봐. 네 동문이라면 능소각의 제자들이겠지. 그런데 지금 능소각은 대외적으로 여전히 사파로 알려져 있어.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괜찮지만, 네가 그들을 전성으로 데려오면 물의를 빚을 거야. 그들이 정말 오게 된다면 네 둘째 형님은 그 일을 빌미로 너의 마음을 교란시킬 거고. 특히 지금 같은 때에는 너의 모든 행보가 계승 싸움과 직결된단 말이야.”

양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추억몽이 말을 이어갔다.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이 시작된 지 벌써 반년은 됐어. 네 동문들이 깊은 산속에 은거하면서도 여기로 찾아오지 않은 건 너한테 폐를 끼치기 싫어서일 거야. 무턱대고 데려와서 그들의 마음을 괜히 헛되게 하지 마.”

“그러니까 데리고 와야지! 죽절방이 그들의 위치를 알아냈으니,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야! 만약 누군가 그들을 건드리려 한다면…….”

양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능소각의 제자들은 실력 차이가 심했다. 일 년 전 헤어질 때, 신유 경지가 몇 명 있었으나 경지가 그다지 높지 않았고, 나머지 제자들 중에는 진원 경지, 이합 경지, 심지어 기동 경지도 있었다. 만약 다른 세력이 그들을 발견하고 포위 공격한다면 그들은 마수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양준은 그들을 곁에 두어야만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추억몽은 까만 눈썹을 찌푸린 채 숨을 들이쉬며 물었다.

“꼭 데려와야겠어?”

“그래. 이건 양보 못 해.”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성미를 잘 알고 있는 추억몽은 더 말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겠어. 그럼 내가 대신 갔다 올게.”

양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다녀올 거야.”

“안 돼.”

추억몽이 화가 나서 말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들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지금 네 처지와 신분, 지위로는 섣불리 전성을 떠나면 안 돼. 아니면 몇이나 데리고 나가려고?”

“그냥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뿐이잖아. 몰래 갔다 오면 되는 거 아냐? 삼천 리 길이니 며칠이면 돼.”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행방이 노출되면 어쩌려고! 네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 네 동맹들을 위해서라도 잘 생각해 봐! 모두가 널 위해 힘쓰고 있고, 그동안 많은 사상자를 냈어. 그들은 네가 계승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바라. 혹시라도 불상사가 생기면 그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추억몽은 말하는 한편, 다가와서 두 손으로 양준의 팔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 또한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추억몽이 자신을 위해서, 전체 형세를 고려해서 이런다는 것을 알지만, 양준은 여전히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갔다.

“반드시 내가 가야 해. 내가 가지 않으면 그들은 여기로 오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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