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494화 (494/853)

제 494장. 후회하지 않아

양준의 인솔 하에 능소각 백여 명의 제자들은 빠르게 전성으로 향했다.

양준과 영구는 이곳에 오는 동안, 그들을 찾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모두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가는 데에는 적어도 네댓새 정도는 걸려야 할 것 같았다. 동문들 사이 실력의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진원 경지에 오른 사람도 많지만, 여전히 이합 경지나 기동 경지인 사람도 있었다.

양준도 조급해하지 않고 소안과 함께 앞장서서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순간을 만끽했다.

일 년 남짓 만나지 못하는 동안,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은 멀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양준은 소안과 나란히 걸으면서 두 사람 몸속의 진원이 기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씩 상대가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리면 다른 한 사람도 어렴풋이 알아챌 수 있었다. 일심동체,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그리 머지않은 듯했다.

*한편 전성에서 이천 리 떨어진 곳.

많은 사람들이 울창한 수풀 속에 잠복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선두에 선 자는 추자약으로 추억몽의 이복동생이었다. 추자약은 원래 여섯째 양신의 동맹이었다. 그러나 양신의 관저가 양준에게 기습을 당하면서 영기를 빼앗겨 탈락하는 바람에 그의 휘하 세력은 모두 일곱째 양영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에 따라 추자약도 양영에게로 옮겨 갔다. 하지만 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양영이 기권하면서 휘하의 무인들은 다시 양소의 관저로 가게 되었다.

따져 보면 추자약은 이미 세 번이나 동맹을 바꾼 셈이었다. 마음속의 답답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물론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적어도 그의 안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어찌 따르는 사람마다 탈락하겠는가.

애당초 계승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그는 추억몽, 그리고 추씨 가문의 가주 추수성과 함께 계승 싸움 형세에 대해 논의했었다. 추억몽은 양준을 좋게 보았고, 잠시 가문에서 이탈하면서까지 실력이 형편없는 추우당을 거느리고 양준을 찾아갔다. 역시 추억몽이 좋은 동맹을 선택한 것이었다. 추자약과 추수성이 기대했던 양신은 마지막까지 버티지 못했다.

추자약은 지금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맹세코 양소를 도와 계승 싸움의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고, 가문 내에서 자신의 후계자 위치를 다지려 했다.

추자약 외에 강참도 이곳에 있었다. 이 둘은 모두 중도 8대 세가의 공자들로서 미래의 8대 세가의 가주였다. 양준을 대처하는 데 8대 세가의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현장을 장악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양소가 두 사람을 이곳으로 파견했던 것이다.

양소는 전성에 남아서 자신의 관저를 지켜야만 했다. 혹여 자리를 떴다가 양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추자약과 강참의 곁에는 향초와 남생이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양준과 은원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잠복해 양준을 대적한다는 소식을 듣고, 치욕을 씻기 위해 자청해 나섰다. 물론 양소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 외에도 서너 개의 만만치 않은 세력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강 사형, 둘째 공자께서 주신 소식이 확실한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양준이 위험을 감수하고 이처럼 경솔하게 움직일 것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하루가 넘게 기다려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추자약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말에 강참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시킨 대로 조용히 기다리죠. 둘째 공자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확실한 정보일 겁니다.”

추자약은 의혹이 담긴 눈빛으로 강참을 힐끔 보았다.

“강 사형은 둘째 공자를 꽤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강참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계승 싸움이 시작할 때, 저는 원래 둘째 공자와 동맹을 맺고 싶었습니다. 둘째 공자의 행보를 보면 큰일을 할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일곱째 공자를 택한 것입니까?”

추자약은 이해할 수가 없어 눈썹을 찡그렸다. 강참은 애초 양영의 동맹이었다가 양영이 기권하는 바람에 양소의 휘하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둘째 공자께서 엽신유를 골랐으니까요.”

강참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추자약의 눈동자에 애매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미녀에게 밀리셨군요.”

“미인은 모든 남자가 좋아하는 법이죠. 특히 엽신유처럼 교태가 넘치는 여인은 더욱 그렇지요.”

강참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추자약도 허허 웃어 넘겼다. 같은 중도 8대 세가의 공자, 낭자로서 두 사람은 엽신유의 성격이나 속내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녀와 양소가 특별한 사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런 연유 때문에 엽신유는 양소에게 중용을 받았고, 같은 동맹으로서 후에 의탁한 추자약이나 강참의 지위는 엽신유보다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들의 지위도 그리 낮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도 그 여인이 중도에 가서 직접 알아낸 것이라고 하더군요.”

강참이 야비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추자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준이 아무리 대단해도 둘째 공자의 눈을 속이지는 못합니다. 둘째 공자는 작은 단서만으로 양준이 전성을 나섰다는 것을 추측해 내지 않았습니까. 양준은 자신이 빈틈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둘째 공자가 허점을 눈치챈 거죠.”

강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죠. 양준도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입니다. 양준이 그렇게 완벽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갑니까?”

추자약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네요.”

강참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여전히 양준이 대단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양소가 세심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런 절호의 기회도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향 공자, 남 공자. 양준이 데리고 다니는 영구는 두 가문의 고수분들께 맡기겠습니다.”

강참이 고개를 돌려 향초와 남생에게 말했다.

향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맡겨만 주시죠.”

남생의 얼굴에는 악랄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의 잘린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차갑게 말했다.

“이번에 저희 두 가문에서 신유 경지 정상의 고수 둘을 보낸 것도 바로 영구를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잘린 손가락에 대한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두 공자의 어떤 지시도 다 따르겠습니다.”

강참은 남생을 힐끗 보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양준의 관저에는 신유 경지 정상의 사마가 있었다. 바로 그 사마 때문에 양소는 향씨, 남씨 가문에 신유 경지 정상의 고수를 각각 보내게 한 것이었다. 본래 이 정도의 고수는 일반적으로 계승 싸움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다.

사실 일등 세력에는 신유 경지 정상의 고수가 몇 되지 않았다. 만약 계승 싸움에서 사상자가 생긴다면 그 세력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었다. 그러나 향초와 남생은 양준에 대한 원한이 극에 달해, 양소가 요구하자 단번에 승낙했다.

이 두 고수는 양소 관저에 온 지 겨우 한 달 정도밖에 안 되었다. 원래는 양준 관저의 사마를 제압하는데 내세우려 했었는데, 뜻밖에 이번에 유용하게 쓰이게 되었다. 영구는 양씨 가문의 혈시로서 신유 경지 8단계이므로 신유 경지 정상의 고수 두 명이면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 터였다.

이번 전투에 대해 모두가 자신하고 있었다. 그들은 영구가 이미 신유 경지 정상에 이르렀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끊임없이 사람을 보내 주위의 움직임과 상황을 살피는 동시에, 모두 숨을 죽이고 기운을 갈무리한 채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하루 뒤, 드디어 소식이 전해졌다. 백여 명 정도가 이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으며 반 시진 내에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참은 정신을 바싹 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승패는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결코 적을 얕봐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곳에서 양준을 탈락시킬 수 있다면 관저로 돌아간 뒤에 둘째 공자께서 저희를 달리 보실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마음껏 재주를 펼치십시오.”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습 공격하는 겁니까?”

추자약이 상기된 표정으로 물었다.

강참은 그를 힐끗 보고서 미간을 살짝 찡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희 정찰대가 그들을 발견했으니, 그쪽에서도 우리를 발견했을 겁니다.”

“정정당당하게 맞섭시다. 양준은 나를 건드린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남생이 악랄하게 웃었다. 그의 온몸의 진원이 사납게 들끓었다.

“맞습니다. 저희는 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입니다. 오늘부터 계승 싸움에서 양준의 이름은 우리 손으로 지우는 겁니다. 출발!”

강참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삼십 리 밖, 양준은 어두운 낯빛으로 어디에서 행방이 노출되었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양소가 죽절방 방주 방지의 움직임에서 그의 행보를 미루어 짐작해 냈다는 것을 양준이 알 리가 없었다.

방금 전, 누군가 멀리서 자신들을 탐지하는 것을 눈치채고, 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방이 그가 돌아가는 길목에서 지키고 있다는 것은 그의 목적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방지는 자신을 배신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추억몽에게 잡혀 관저에 있었다. 물론 추억몽도 이 소식을 누설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죽절방 내부에서 문제가 생긴 거 같군!’

양준은 곧 결론을 내렸다.

‘돌아가면 한번 정리해야겠어.’

상황이 이리 되었지만, 양준은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그는 여전히 직접 나서서 능소각의 사람들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소안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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