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00화 (500/853)

제 500장. 누굽니까

“미쳤습니까!?”

강참도 깜짝 놀라더니 화를 내며 남생을 발로 걷어찼다. 남생은 강참에게 차여 비틀거렸다.

남생이 소무영을 때릴 때, 강참은 별로 막지 않았다. 그 정도는 외상이라 며칠 지나면 회복 가능하기에 양준에게 잘 말하면 넘어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검으로 찌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사실 남생도 검으로 찌를 때 망설인 게 분명했다. 그는 소무영의 오른쪽 가슴을 찔렀다. 만약 심장이 있는 왼쪽이었다면 소무영은 바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능소각 제자들은 아우성을 치고, 욕을 퍼붓는 동시에 미친 듯이 향씨 가문과 남씨 가문의 무인들을 공격했다.

“절대로 반격하지 마라!”

강참은 향씨 가문과 남씨 가문의 무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다급히 앞으로 다가가 품에서 옥으로 된 병을 꺼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단약 한 알을 꺼내 피거품으로 가득한 소무영의 입에 넣었다.

그 사이 강참도 능소각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방어력이 강한 갑옷을 입고 있어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의 의도를 눈치챈 사람들도 더 이상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몇몇 사숙들은 다급히 소무영 대신 운기 조식해 약기운을 흡수시켰다.

촤악-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참이 고개를 돌려 보니, 현급 중품 비보로 만들어진 결계가 빛으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흩날리던 눈보라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양준과 소안이 결계의 한가운데서 찬바람을 감싼 채,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그들의 근처에는 네 개의 얼음 조각이 있었는데, 각각 신기한 자태를 취한 채 조용히 서 있었다. 그들은 강씨, 추씨 가문의 고수들이었다.

네 명의 굳은 표정으로 볼 때, 그들은 얼음에 봉인되기 직전까지도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듯했다.

강참은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동시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은연중에 네 명의 신유 경지 고수로 양준을 잡을 수 없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정말 이런 결과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계를 둘러싼 무인들은 양준과 소안의 모습을 보자 모두 뒤로 물러나며 두려움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들 중에는 이미 고수가 얼마 없었다. 신유 경지라고 해도 겨우 4, 5단계에 불과했다. 8대 가문 출신의 고수들마저 얼음 조각이 되어 버렸는데 그들이 어찌 감히 반항할 생각을 품겠는가?

앞장서 있던 추자약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입술을 덜덜 떨었다. 공포감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양준은 그를 힐끗 보고 덤덤하게 말했다.

“죽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빠져나오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있어야 할 거예요.”

추자약은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네 명은 모두 중도 8대 가문의 사람이었다. 혼쭐을 내거나 다치게는 해도, 심지어 중상을 입히거나 불구로 만들어도 괜찮았지만 죽여서는 안 되었다. 때로는 사정을 봐줄 때는 봐주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양준은 소안더러 그들의 목숨을 살려두라고 했다. 그들은 얼음 조각에서 빠져나와도 한두 달은 몸조리를 해야 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본 양준은 그제야 능소각 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양 사형, 소 사저!”

이운천이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소 공자… 소 공자가 칼에 찔렸어!”

소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빛처럼 인파 속으로 날아들었고, 양준도 바짝 뒤를 쫓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무영이 창백한 얼굴로 땅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오른쪽 가슴에는 아직도 검이 관통되어 있었고, 코와 입에서는 끊임없이 피거품이 흘러나왔다. 그는 기혈이 막힌 듯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한 사숙이 그의 등을 받치고 진원을 주입해 주고 있었다.

소안의 두 눈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남동생이 이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있는데, 마음 아프지 않을 누님이 어디 있겠는가?

양준은 인파를 헤치고 빠른 속도로 다가가 소무영의 손목을 잡고 한참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의 입을 벌리고 만약영유를 튕겨 넣어 주었다. 그 다음,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가슴에서 장검을 뽑았다. 장검이 뽑히는 순간 뜨거운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양준은 다시 진원을 쏘아 소무영의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고는 소안을 위로했다.

“괜찮아요.”

소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영유가 있기에 소무영은 생명의 위험이 없었다. 심지어 전화위복으로 실력이 오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와 소안이 제때에 나타나지 않고 반 시진이라도 늦었다면 소무영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죽지 않아도 평생 불구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천천히 일어선 양준은 평온한 안색으로 옆에 서 있는 강참을 바라보았다.

강참은 갑자기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양준의 침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길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누굽니까?”

양준이 강참에게 나지막하게 물었다.

강참은 침을 꿀꺽 삼키고 주저하며 말했다.

“이건 뜻밖의 사고…….”

“도대체 누굽니까?!”

강참은 미간을 찌푸렸다. 양준의 성격이 센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작전의 책임자로서, 또 같은 중도의 공자로서 너무 소심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은 계승 싸움입니다. 한두 명이 죽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요. 당신과 나도 적대 관계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 친구는 생명의 위험도 없습니다. 설령 진짜로 죽었다고 해도 별일 아닙니다. 당신 손에 죽은 자도 한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적지는 않죠.”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사람을 많이 죽였습니다. 그 사람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복수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저를 찾아오면 됩니다. 지금 누군가 제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저도 복수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알아야겠습니다. 누굽니까?”

강참은 할 말을 잃었다. 원수를 졌으면 당연히 복수할 수 있는 법.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남이 보복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게다가 둘은 사전에 약속을 했었다. 능소각 제자들은 이번 전투에서 건드리지 않겠다고. 이런 상황에서 능소각의 제자가 중상을 입었으니 강참은 당연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같은 편 사람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건 너무나도 나약한 행위였고, 양준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행동이었다.

“저 사람이야!”

이운천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아까 저쪽에서 온 사람들이 소 공자를 죽이려 했어.”

이운천이 가리키는 대로 양준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남생에게 닿았다.

강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남생과 향초가 어느새 발빠르게 자신들의 대열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가 남아서 둘이 친 사고를 뒷수습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이에 강참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알겠어.”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강참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능소각 사람을 건드리지 말라고 한 건 당신들을 위한 경고였습니다. 그들이 다친다면 내가 정말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했었죠. 보아하니 내 말을 믿지 않은 모양이군요.”

강참은 잠깐 당황하다가 곧이어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양준이 횡포하고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짙은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강참은 무의식적으로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양준은 그런 그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손을 휙 저었다. 곧이어 소무영의 가슴에서 빼낸 검이 차가운 기운을 안고서 강참에게 날아갔다.

강참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양준이 정말 사람을 죽이려 들 줄 몰랐던 것이다. 그는 다급히 무공을 펼쳐 검을 막았다. 하지만 검에는 살벌한 기운이 담겨 있어 그의 실력으로는 막아 낼 수 없었다.

푹-

강참은 신음을 흘렸다. 장검은 소무영이 당한 것처럼 그의 오른쪽 가슴을 관통했다. 거대한 힘에 그는 뒤로 열몇 걸음 물러나서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양준을 바라보았다.

장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모두들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계승 싸움이 시작된 후, 중도 8대 가문 출신의 공자가 다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중상이었다.

8대 가문 출신의 공자와 낭자들은 계승 싸움에 참여해도 보통 다치지 않았다. 물론 생명의 위험은 더욱이 없었다. 그들에게 감히 살초를 펼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선례가 깨지고 말았다.

강참은 황당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가슴팍에 꽂힌 장검을 바라보았다. 통증이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칼에 찔린 지금까지도 그는 양준의 간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양준 공자……!”

강참은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느껴지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양준이 싸늘하게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당신이 8대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오늘 반드시 죽었을 것입니다.”

그 말에 강참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급히 땅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약을 꺼내 복용했다.

양준은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마치 피로 물든 산이 덮치는 것처럼 모든 이들은 죽음의 기운이 닥쳐오는 것을 느꼈다.

운기 조식해 치료하고 있는 강참과 얼음 조각으로 변한 8대 세가 출신의 신유 경지 5단계 무인 네 명, 그리고 영구를 견제하고 있는 열몇 명의 고수를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있었다.

추자약을 포함해 다들 겁먹은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추자약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끊임없이 옆사람에게 물었다. 그가 뾰족한 수가 없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이번 작전은 강참이 책임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제 몸 지키기도 힘든 상황이라 당연히 추자약이 임무를 떠맡게 되었다. 강참마저 중상을 입고,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양준을 마주하자 추자약은 대항할 용기가 없었다. 그는 자신도 강참처럼 당할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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