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02화 (502/853)

제 502장. 쫓아오다

남생과 향초는 도망가는 와중에 뒤돌아보았다. 양준이 여전히 제자리에 선 채, 쫓아오지 않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가 그저 겁을 주려고 하는 소리인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들은 어서 전성의 양소 관저로 숨어들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양준의 화가 누그러진 다음, 다시 해결하거나 아니면 그냥 양소에게 나서서 해결해 달라고 할 참이었다.

양준은 온몸의 기혈이 들끓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아직 의식이 없는 소무영과 눈가가 빨개진 소안을 보고 입을 열었다.

“여기서 반나절 있다가 출발해요. 그쯤 되면 무영이도 많이 나아질 거예요.”

소안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고 물었다.

“넌 어떻게 하려고?”

“문파의 사람을 건드린 놈들은 대가를 치러야죠!”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무시무시한 살기를 띠고 번개같이 날아갔다.

살아남은 일곱 세력의 무인들은 열심히 도망치고 있었다. 백 리 밖에 가서야 그들은 점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뒤돌아보아도 쫓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에 겪은 일을 떠올리자 사람들은 오금이 저리며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주변을 둘러보니 인원이 스무 명 정도밖에 안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진작 멀리 도망쳐 버렸던 것이다.

“괜찮겠지?”

누군가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

“양준 공자는 사람 목숨을 목숨같이 여기지 않더구먼…….”

이 말에 모두들 공감을 표했다.

“그리고 남생과 향초 두 멍청이 때문에 이게 무슨 봉변이래?”

“말 다 했어?”

갑자기 누군가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우리 남생 공자는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해서 일을 벌이신 거야! 네가 뭔데 우리 공자님 욕을 해?”

“내 말이 틀렸어? 전체적인 상황은 개뿔, 웃기네! 사적인 복수를 하려고 능소각 사람들을 건드린 거잖아. 너희 남씨, 향씨 가문이 예전에 양준 공자의 손에 당했던 걸 모르는 줄 알아? 계승 싸움에 참여한 이유부터가 양준한테 복수하기 위해서잖아!”

“헛소리하지 마!”

“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너희 향씨, 남씨 가문이 뭐라고 감히 양씨 가문의 공자한테 트집을 잡아? 눈 똑바로 뜨고 봐. 둘째 공자가 계승 싸움에서 이긴다고 네들이 양준을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남씨 가문 사람이냐?”

두 사람이 한창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나지막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귓가에 울렸다.

남생을 변호하던 무인이 고개를 쳐들고 도도하게 말했다.

“그렇다, 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빨간색 꽃잎이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뒤로 벌렁 자빠졌다. 의식이 흐릿해지는 순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그림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양… 양준 공자……!”

남씨 가문의 무인을 죽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본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변하며 다급히 일어섰다. 그들은 겁먹은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이 정말 쫓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스무 명 중에서 신유 경지는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겨우 신유 경지 3단계밖에 되지 않았고, 어느 세력 출신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양준이 눈앞에 나타나자, 남은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모두 신유 경지의 무인 옆으로 다가갔다. 그렇게라도 해서 약간의 안정감을 찾으려는 것만 같았다.

신유 경지 3단계의 무인도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신유 경지지만 전투력이 강하지 않았다. 양준은 류경요와 겨뤄도 비기는 수준인데 자신이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는 자신이 절대 류경요의 상대가 못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또 누가 남씨, 향씨 가문의 소속이냐?”

스무 명의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양준이 뭘 하려는지 눈치챘다. 원수를 졌으면 갚아야 하는 법, 양준은 지금 향씨, 남씨 가문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려는 것이었다.

양준의 질문에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거센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잠시 뒤, 인내심을 잃은 양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말을 하면 너희들을 살려줄 수도 있다.”

“이 자식이 향씨 가문 사람입니다.”

누군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옆에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지목을 당한 사람은 욕을 내뱉더니 냅다 도망쳤다.

빨간색 꽃잎이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날아오르더니 번개 같은 속도로 도망치는 사람의 뒤통수를 관통했다.

쿵-

도망치던 무인은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땅바닥에서 여러 바퀴 뒹군 뒤에야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또 있나?”

양준이 또 물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개를 저으며 이곳에 향씨와 남씨 가문의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다.

양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가 놓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을 보고, 남아 있던 무인들은 크게 숨을 몰아쉬며 무기력하게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들의 몸은 온통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미풍이 불어오자 온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전성에서 내 눈에 띄지 마라!”

멀리서 양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전성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누구든 방금 전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같이 여기는 양씨 가문의 공자와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양준은 혼자의 힘으로도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었다. 하물며 그의 관저에는 실력이 강한 조력자들이 매우 많았다. 원래 그들은 양소가 수적 우세와 많은 세력의 도움으로 계승 싸움의 최종 승자가 될 거라고 여겼다. 그때가 되면 그들도 양소의 뒤에서 떡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감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잠시 뒤, 오십 리 밖.

양준은 향씨, 남씨 가문 출신의 무인 세 명을 더 죽이고 얼이 빠진 사람들을 뒤로한 채 길을 재촉했다. 그는 아무나 막 죽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매정할 때는 매정하고, 사정을 봐줄 때는 봐주었다.

소안에게 추씨, 강씨 가문 출신의 신유 경지 무인 네 명을 죽이지 말라고 한 것은 8대 가문의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정말 향초와 남생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두 사람은 계승 싸움이 시작되어서부터 줄곧 그를 적대시했다. 이전에는 양준도 두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길이 다른 사람들과 굳이 한데 엮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은 능소각의 마지막 남은 근본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건드렸다. 더욱이 자신과 강참이 먼저 약속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생과 향초는 능소각 제자들을 공격했다.

양준은 이제 더는 향씨, 남씨 가문 사람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능소각은 아무나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할 작정이었다.

그는 추격하는 내내, 향씨, 남씨 가문 출신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다. 그가 지나간 곳마다 선혈이 낭자했다.

하루가 지나, 양준은 무려 이천 리를 달려서야 겨우 멀리서 향초와 남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말을 몰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하루 내내 쉬지 않고 달린 터라 진원을 거의 다 소모하고 거칠게 숨을 헐떡거렸다. 그들은 무사히 전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달려온 것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뒤에서 하늘을 찌르는 살기와 피비린내가 느껴지자, 사람들은 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그들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찼다.

“양준 공자가 쫓아왔습니다.”

“뭐라고!?”

남생과 향초는 깜짝 놀라 다급히 뒤돌아 바라보았다. 정말 양준이 번개같이 날아오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니야?”

남생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능소각 제자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향초는 어두운 얼굴로 깊은 무기력감과 두려움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아!”

“향초, 이제 어떻게 할까?”

남생은 식은땀이 흘렀다.

“얼른 뭐라도 생각 좀 해!”

“어쩔 수 없어. 빨리 전성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둘째 공자한테 돌아가면 우리는 무사할 수 있을 거야!”

향초는 이를 악물고 속도를 더욱 올렸다.

그들은 이미 하루 밤낮 동안 도망치다 보니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정말 도망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양준의 속도로 미루어 보면 희망이 거의 없었다.

‘저놈에게는 무슨 진원이 저리도 많은 거야? 그렇게 오랫동안 추격하고도 살기와 투지가 넘치잖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

남생은 재빨리 입에 진원을 보충하는 단약 몇 알을 밀어넣고 속도를 올렸다.

“너흰 도망 못 가.”

양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향씨, 남씨 가문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일 거니까!”

“양준 공자, 저희는 향씨 가문 사람도, 남씨 가문 사람도 아닙니다!”

한 세력의 젊은 통솔자가 양준의 추격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자, 다급히 큰소리로 외쳤다.

“주변에 있는 향씨, 남씨 가문 사람을 죽이면 살려주겠다!”

향초와 남생의 안색이 변했다. 두 사람은 주변의 사람들을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배신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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