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05화 (505/853)

제 505장. 실패한 겁니까?

두 사람 모두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으며, 몸속에서 흐르는 진원도 거의 없었다. 쫓겨나온 초상집 개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양소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 사람의 행색과 표정을 보고 어느 정도 눈치는 챘지만 도무지 자신의 추측을 믿을 수 없었다.

“양소 공자……!”

남생은 창백하고 메마른 입술을 오므리다가 양소를 부른 뒤, 더는 말이 없었다.

양소는 향초에게 시선을 돌렸다. 향초 역시 부끄러움과 비분에 찬 표정이었다.

“실패한 겁니까?”

양소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날카로운 표정이 드리웠다.

남생은 벌개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향초가 민망함을 무릅쓰고 입을 열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양소는 저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속으로 짐작하긴 했지만 추측이 사실로 확인되자, 그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출동시키고, 그렇게 완벽하게 작전을 준비했는데 실패했다고?

“이유가 뭡니까!”

양소는 싸늘한 얼굴로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

“영구가… 이미 신유 경지 9단계에 올랐습니다.”

향초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이 점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영구가 신유 경지 8단계일 때도 양소는 골치가 아파서 신유 경지 정상의 고수 두 명을 데려와 그를 상대하게 했다. 그런데 그가 신유 경지 9단계로 진급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신유 경지 9단계에 이른 혈시는 같은 실력의 혈시 또는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들이나 상대할 수 있었다.

이 해명을 들은 양소는 깜짝 놀랐지만 표정이 많이 풀어졌다. 잘못된 정보가 작전 실패의 절대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요? 설령 영구가 신유 경지 9단계라고 한들, 그게 실패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을 텐데요? 그 인원이면 영구를 견제하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정신을 차린 양소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영구가 견제당하긴 했습니다만…….”

향초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에 양준에게 공격당하던 광경을 떠올리자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양준이 현급 비보만 두 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준에게 공격당한 사실을 간략하게 서술했다.

양소는 얘기를 들을수록 소름이 돋았다. 그제야 그는 막내 동생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강참과 추자약은요? 그들은 어디 있고 두 분만 오셨습니까?”

양소가 다시 물었다.

“강 공자는… 양준의 검에 오른쪽 가슴이 관통되어 중상을 입었습니다. 아직 상처를 치료하는 중일 겁니다.”

“뭐라고요?”

양소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옆에 있던 엽신유도 비명을 지르다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녀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강참이 양준의 검에 오른쪽 가슴이 관통되었다니… 이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여태까지 계승 싸움에 참여한 8대 가문의 자제들은 누구도 중상을 입은 적이 없었다. 그동안의 역사에서도 공자와 낭자들은 기껏해야 며칠 쉬면 나을 정도의 외상을 입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승 싸움에서는 강씨 가문의 미래 후계자가 검에 찔렸다.

이 소식에 양소와 엽신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도 양준이 이 정도로 대담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추자약은요?”

“모르겠습니다. 오는 길에 헤어져서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양소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레와 같은 웃음소리에 향초와 남생은 얼굴이 뜨거워져 쥐 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대단하십니다! 제 동생에게 이 지경이 되도록 맞으셨다니. 역시 일등 세가의 공자들이라 범상치 않군요. 평소에 으스대며 잘난 척하더니, 지금은 꼴이 초상집 개 같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려가도 양준 하나 잡지 못하고. 공자들이 제게 무슨 쓸모가 있겠습니까?”

향초와 남생은 양소의 사정없는 질책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고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양소가 향초와 남생을 질책하고 있을 때, 분노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

“향초, 남생, 죽여 버릴 거야!”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귓가에 분명하게 들렸다.

창피하고 분노에 차 어쩔 줄 몰라 하던 향초와 남생은 이 소리를 듣고 표정이 급변하더니 당황하기 시작했다.

양소의 안색도 기괴하게 변했다. 그는 향초와 남생을 흘겨보더니 냉소하며 물었다.

“무슨 뜻이지? 막내가 여기에 왜 온 겁니까?”

남생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향초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양준이 저희를 이곳까지 쫓아온 것 같습니다…….”

양소는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렸다.

“쫓아온 것은 저도 당연히 압니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저한테 또 뭘 숨긴 겁니까?”

양준과 접전을 벌인 얘기를 할 때, 향초는 능소각 사람들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양소가 괜한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워서였다. 하지만 지금 양준이 이미 관저 앞까지 쫓아온 이상, 더는 숨길 수가 없었다.

“말씀하시죠.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막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입니까?”

양소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애써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

“능소각 사람 때문입니다……. 남 형이 능소각 제자를 다치게 했습니다.”

“능소각? 막내가 있던 문파가 아닙니까?”

양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계속해서 물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닐 텐데요?”

“화를 푸십시오…….”

향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하다가 결국 사실대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양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대립한 상황이니 못 할 것은 없지요. 두 분이 하신 일은 이해 못 할 것도 아닙니다.”

그 말을 들은 향초는 크게 기뻐했다. 양소가 그들의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것인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웃음꽃을 피우는 순간, 양소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지며 싸늘하게 말했다.

“만약 당신들이 막내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다면 제가 손뼉을 치며 쾌재를 불렀겠죠. 그런데 그럴 능력이 있습니까? 능력도 없으면서 일을 그르치다니, 원한에 미쳐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닙니까!”

향초는 말문이 막혔다.

남생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희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보다 관저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양준부터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만약 계속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공자를 얕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저한테 얄팍한 수를 쓰는 겁니까?”

양소는 웃음을 터뜨렸다.

“남생, 당신은 날 너무 무시하는군요. 그래서 당신과 향초가 막내 동생에게 이렇게 당한 거지요.”

남생은 당황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양소는 싸늘하게 그를 바라본 뒤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막내가 백주 대낮에 제 관저 밖에서 도발하니 응해야 마땅하죠.”

향초와 남생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다급히 인사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양소는 천천히 고개를 젓고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두 분은 아직 제 동맹이니 이번에는 지켜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각자 가문으로 돌아가십시오. 전성에는 당신들이 필요 없습니다.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에서도 더 이상 두 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코웃음을 친 그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뒤에서 남생과 향초는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 양소가 이번 일로 자신들을 쫓아낼 줄 몰랐던 것이다.

그들의 가문도 세력이 작지 않아 이번 계승 싸움에서 진작 양소에게 의탁했고,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그들은 많은 고난을 겪으며 양소를 위해 싸워 왔다. 계승 싸움을 위해 그들 가문에서도 인력, 재력 등 다방면에서 지원했다. 그런데 계승 싸움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이 소문이라도 나면 두 가문은 분명 웃음거리가 될 터였다. 많이 내놓은 데 비해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가문의 명예 또한 잃을 수 있었다. 더욱이 양준에게 미움을 산 와중에 양소의 보호와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양씨 가문과의 관계가 원활할 리 없었다.

그러면 다른 세력들도 이 이유로 향씨 가문과 남씨 가문을 점점 멀리할 게 뻔했다. 따라서 가문의 발전은 분명 난항을 겪을 것이다. 또한 이를 이유로 두 사람은 가문의 후계자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밀려드는 온갖 생각에 향초와 남생은 식은땀을 흘리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곧이어 그들의 눈에는 독한 기색이 서리더니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양준만… 양준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추락하진 않았을 텐데.’

“두 분……!”

애교 섞인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넋이 반쯤 나가 있던 향초와 남생이 고개를 들자 엽신유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평소라면 두 사람은 분명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기 바빴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엽신유는 깔깔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둘째 공자께서 가셨는데 두 분은 따라가 보지 않을 건가요?”

향초와 남생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 밖으로 뛰어갔다. 양소가 이번에 그들을 보호해 주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두 사람이 떠난 다음, 엽신유는 흥미로운 듯 중얼거렸다.

“양준, 재미있어. 강참을 찌르다니. 담이 크네…….”

그녀는 양준과 몇 번 접촉한 적이 있었지만, 대화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도대체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몰랐는데 오늘 제대로 알게 된 셈이었다. 흥미가 당긴 그녀는 몰래 양준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번 계승 싸움에서 그와 양소 중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승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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