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07화 (507/853)

제 507장. 정말 나와 싸우겠다는 거냐?

추억몽은 깜짝 놀랐다. 양준이 괜찮을 뿐만 아니라 두뇌가 명석해서 더욱 놀라웠다.

한 명은 거리끼는 게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다른 한 명은 조심스럽게 앞뒤를 재다 보면, 사태의 발전은 정말 양준이 말한 대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추억몽이 잠깐 멍해 있는 동안, 양소가 저택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저택 밖까지 나온 그는 무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어두운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막내야, 지금 뭐 하자는 거냐?”

양소도 화가 났다. 그는 향초와 남생의 실패에 크게 실망했고 또한 양준의 실력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양준이 이렇게 관저 앞을 막고 있으니 그도 체면이 서지 않았다. 먹구름에 가려 있어 햇빛을 볼 수 없다고는 해도 백주 대낮에 양준이 이러는 것은 그를 안중에 두지 않는 행위였다.

“둘째 형님!”

양준이 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형님의 묘수 덕분에 제가 큰코다칠 뻔했습니다.”

양소는 씁쓸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비꼬지 말 거라. 내가 네 실력을 얕보았다. 이번에 내가 직접 나섰더라면 넌 지금 이곳에 서서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겠지.”

양준은 경멸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이 직접 나서도 안 됐을 겁니다.”

양소는 굳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막내야, 네가 양씨 가문에서 가장 방자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구나!”

그는 잠깐 뜸을 들이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능소각 제자 한 명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사건의 경과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다. 강참과 약속했는데 향씨 가문과 남씨 가문의 사람들이 먼저 능소각 사람을 건드린 것은 그들의 잘못이다. 그들은 죽어 마땅하다. 하지만 너도 사람을 적지 않게 죽였으니 이만 화를 가라앉히거라. 이렇게 사람을 데리고 와서 우리 집 문을 가로막는 것은 경우가 아니지 않느냐? 아니면… 이 형이 만만하다는 거냐?”

끝은 엄하게 따지는 말로 마무리했다. 양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옆에 있던 무인들이 몰래 힘을 모았다. 분위기는 점점 팽팽해졌다.

양준은 느긋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둘째 형님, 전 형님과 다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 두 사람만 죽이고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내가 있는데 네가 그 둘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럼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양준은 실망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선이 양소를 넘어 뒤쪽 한 곳을 향했다. 향초와 남생이 슬그머니 뛰어나와 인파 속에 숨어 몰래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준의 시선을 감지한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오늘 누가 너희들을 보호하든 너희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양준이 차갑게 일갈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잔혹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

촤아악-

땅이 얼어붙는 소리가 들리더니 더없이 강한 한기가 닥쳐왔다. 양준을 중심으로 앞쪽 부채꼴 모양의 바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한기 속에 감춰진 위험과 살기를 느낀 양소 관저의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하며 일제히 고공으로 솟구쳐올라 한기의 침입을 막았다.

진양결로 수련한 진양원기와는 달리, 금신의 기운은 사악하면서도 차가웠다. 진양원기와는 상극이었다. 양준이 사악한 기운을 사용하자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지마는 낄낄 웃으며 손을 뻗어 핏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금방 얼어붙었던 땅이 새빨간 빛에 뒤덮였다. 피처럼 짙은 붉은빛 속에서 인영이 괴이쩍게 나타났다. 그것은 지마가 만들어 낸 괴뢰혈마였다. 피바다가 있는 이상, 혈마는 불사신이었다.

혈마는 잠자코 피바다 위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살기가 그의 몸에서 전해질 뿐이었다.

당우선도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방대한 신식의 힘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양준의 옆에 있던 무인들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비보를 꺼내 들었다.

쿠오오-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양준의 등 뒤로 거대한 삼각 머리가 나타났다. 그것은 순전히 검은색의 기운이 모여서 만들어진 형체였다. 삼각 머리는 고개를 흔들며 방울만 한 눈으로 소름 끼치는 무시무시한 한기를 내뿜었다.

그 눈을 바라본 사람들은 누구도 무모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은 천천히 험상궂은 모습을 모두 드러냈다. 그러자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의 정체는 시커먼 교룡이었다. 놈은 길이가 열몇 장에 달하는 몸통을 꿈틀거리며 양준의 머리 위에서 똬리를 틀었다.

향초와 남생은 오랜만에 다시 교룡을 보자, 다리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태방산에서 진원으로 이루어진 흑색 교룡은 신유 경지 2단계 무인의 몸을 힘들이지 않고 물어뜯었었다.

열명 장 길이의 교룡이 꿈틀거리자 많은 무인들이 공포감에 휩싸였다. 양준을 대하는 태도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양소 관저의 무인들은 수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니, 손쉽게 양준 일행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양준이 펼친 수단을 보자 그 생각을 접게 되었다. 이런 실력과 저력이 있는데 양준을 쉽게 잡아들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오늘 전투에서 설령 양준 관저의 무인들을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양준을 잡아들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마나 당우선이 실력을 선보인 뒤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겁만 줬을 뿐, 정말로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양소는 표정이 변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나와 싸우겠다는 거냐?”

양준이 말했던 것처럼 양소는 신경 써야 하는 것이 그보다 훨씬 많았다. 인원수로는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했지만, 고수의 등급과 인원을 생각했을 때, 양준 관저보다 못했다. 정말 싸우기 시작한다면 양측 모두 손실이었다. 그때가 되면 어부지리로 승리하게 될 사람은 양위였다.

그는 남이 이득을 보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기 전까지 그는 누구와도 맞서 싸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양준이 이렇게 강한 태도로 나오자, 그는 이번 계승 싸움의 상황이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이 저 둘만 내놓으면 바로 물러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양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된다.”

양소도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말 향초와 남생을 내놓는다면 그의 입장이 뭐가 되겠는가? 하지만 그는 양준의 말에서 양준도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양쪽 모두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텐데 누가 싸우고 싶어 하겠는가?

양소는 양위가 어부지리를 얻을까 걱정되는 것이었고, 양준은 자신의 친구들이 위험에 처하는 것이 싫었다. 두 사람은 생각의 출발점은 다르나, 고민하는 문제는 같았다.

한참 침묵을 지키던 양소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너와 내가 모두 걸리는 게 있으니 제안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겠느냐?”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양소가 또 무슨 계략을 꾸미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이번 일은 우리 양씨 가문의 내부 싸움으로 치고, 양씨 가문에 소속된 사람들끼리만 싸워서 승패를 가리는 거야. 너는 죽이려 하고, 나는 보호하려 하니 각자의 수단에 맡기는 거지. 어때?”

양준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의미심장하게 웃기 시작했다.

“내부 싸움이요?”

“그래.”

“양씨 가문의 사람들만 참여합니까?”

“그렇다.”

“그럼 혈시도 포함인 겁니까?”

“당연하지. 혈시당의 고수들은 양씨는 아니지만 우리 양씨 가문의 사람이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들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형님 말씀대로 하시죠! 이번엔 우리 양씨 가문의 내부 싸움인 겁니다.”

“약속하지!”

양소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자신의 계략이 성공하기라도 한 것처럼.

양준도 똑같이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추억몽은 뭔가를 느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찻집,

양위와 류경요도 똑같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양소가 무슨 생각으로 저리 의기양양한지, 또한 양준은 무슨 생각으로 저리 여유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두 형제 중 한 명은 자신이 남생과 향초를 보호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이 그들을 죽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양씨 가문 사람만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면 당우선과 양소 옆의 혈시가 맞붙어야 했다. 그러면 양소의 적수는 바로 양준이 된다. 지금의 양준은 기운이 잔인하고 주화입마의 기미가 있지만 압도적인 기세와 강한 실력은 두말할 것 없었다.

‘양소가 양준을 막을 자신이 있나?’

양위와 류경요는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양소가 아무리 뛰어나도 지금은 양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우선!”

양준이 나지막하게 불렀다.

당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날씬한 몸을 날려 공중으로 솟구쳤다.

양소 곁의 혈시는 미소를 짓더니 머뭇거리지 않고 공중으로 올라가 당우선과 맞섰다. 두 혈시는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바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신유 경지의 고수였지만, 오늘의 초점은 양씨 가문의 두 공자였다.

“막내야!”

양소는 나지막하게 부르더니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곧바로 공격했다. 그는 땅바닥에 발을 세게 굴렀다.

곧이어 땅 위에서 기괴한 직선이 여러 갈래 튀어나왔다. 그리고 땅밑에서 거대한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기운이 아래쪽에서 전해지며 양준을 덮쳤다.

지살룡술!

계승 싸움 첫날 밤에 양소는 이 초식으로 곽성진을 대적했었다. 지살지용은 5급 요수의 신혼을 모아 만든 것으로 양소는 그것을 몸속에 흡수했다가 적을 상대할 때 활용했다. 적이 무방비한 상태일 때 종종 사용해 의외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때는 지살지용을 일곱 마리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 실력이 강해져 열 마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 지살지용이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은 예전과 크게 달랐다.

양소의 공격에도 양준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의념을 발동하자, 그의 머리 위에 있던 흑색 교룡이 갑자기 입을 쩍 벌리고 검은색 기운을 쏘았다.

슈슈슉-

검은색 기운은 모두 땅밑에 있는 지살지용 위에 떨어졌다. 먼지가 흩날리는 가운데 양소의 지살룡술은 아무 효과도 보지 못하고 모조리 흩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양소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기괴한 미소를 짓더니 제자리에 서서 의기양양하고 불쌍한 시선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막내야, 넌 이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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