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10화 (510/853)

제 510장. 파멸이냐, 시련이냐

“저런 기운을 사제가 버텨 낼 수 있을까요?”

하응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인들은 큰 경지를 돌파할 때마다 천지 간의 일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근처의 천지 영기를 끌어들여 신체적 시련을 겪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무인들은 천지 간의 영기를 흡수해 자신의 몸을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무인마다 자질이 다르고, 신체 소질이 다르기에 얻을 수 있는 이득도 달랐다. 자질과 신체 소질이 좋을수록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컸다.

하응상도 신유 경지를 돌파하면서 이 고비를 겪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끌어왔던 천지 간의 영기는 지금의 십 분의 일도 안되었다. 이와 같은 천지 간의 거대한 기운은 시련이 아니라, 거의 파멸에 가까웠다.

“그건 저 녀석한테 달렸지!”

몽무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간에는 깊은 걱정이 서려 있었다. 일단 하응상은 양준에게 일편단심이라, 만약 양준에게 변고가 생기면 그녀는 슬픔에 빠질 것이 뻔했다. 또한 그 자신도 양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기에 양준이 의외의 변고로 요절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놈은 이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별종이야!’

몽무애는 양준이 도대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었다.

“왜 하필 이럴 때에 경지를 돌파하는 거지.”

하응상은 울상이 되었다. 분명 전투 중인데 양준은 경지를 돌파하면서 천지 간의 거대한 기운의 시련을 겪게 되었다. 만에 하나, 누군가 방해한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전투 중에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지.”

몽무애가 탄식하며 말했다. 기연은 만나자고 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양준이 중요한 순간에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복일 수도 있었다. 돌파가 코앞으로 닥쳐왔기에 다시 억눌러서 되돌릴 수도 없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몽무애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다시 한마디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 녀석이 정말 위험해지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터이니.”

“네.”

하응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양준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현재 전성에는 빛이라고는 없지만, 실력이 높은 무인들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

*양소 관저 앞,

양소도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는 괴이쩍게 양준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막내야, 지금 경지를 돌파하려는 것이냐?”

양준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고는 심호흡을 하고서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우선은 표정이 흔들리더니 금세 불안감을 느꼈다.

양소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서 이를 악물었다.

“내가 널 더 강해지도록 놔둘 것 같으냐?”

“막으려면 언제든 덤비시지요. 그 대가를 치를 수만 있다면!”

양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양소는 얼굴빛이 차가워졌다.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금 이곳에서 양준과 전면전을 치러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자신과 두 혈시로는 양준을 저지할 수 없었다.

현재의 양준은 너무나 무서운 존재였다. 일단 신유 경지를 돌파하게 되면 양준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아마 영원히 따라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눈앞에는 절호의 기회가 놓여 있었다. 만약 지금 최선을 다해 양준의 경지 돌파를 저지하지 않는다면 평생 두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우르릉 꽝-

묵직한 우렛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양준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머리 위에서 일렁이던 검은 구름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소용돌이에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흡인력이 전해지더니 양준을 위쪽으로 끌어당겼다.

양준이 위로 올라감에 따라, 횡포하고 파괴적이며 잔인하고 사악한 기운이 그의 몸속에서 폭발했다. 그 기운은 전성을 뒤덮으며 순식간에 전체 성곽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전성 안에 있는 사람 중 육 할 정도가 그 순간, 심장 박동이 거세지며 몸속에 숨겨왔던 사악함이 요동을 쳤고, 심성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잠시 뒤, 양준은 몇십 장 높이의 공중에 꼼짝하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검은 구름의 회전이 더욱 빨라지더니 별안간, 검은 기운이 하늘에서부터 양준의 몸에 쏟아졌다.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의 몸은 마치 밑 빠진 항아리로 변한 듯, 짧은 순간에 횡포한 기운을 말끔히 삼켜 버렸다.

양소는 얼굴빛이 급변했다.

양준이 이처럼 쉽게 대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의 주저하던 얼굴빛이 순간 단호해졌다. 마침 향초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공자,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남생이 바로 눈앞에서 죽자, 향초는 자신이 곧 남생의 뒤를 따를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양준이 이 중요한 순간에 경지 돌파를 할 줄이야. 그는 다시 일말의 희망을 보게 되었고, 양소가 공격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양준이 죽지 않는 한, 그의 목숨은 부지하기 어려웠다. 양준은 자신이 한 말을 꼭 지키는 남자였다. 게다가 경지 돌파 중인 양준이 지금 자신을 대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향초는 목소리를 높여 양소를 부추겼다.

추억몽 일행은 공격하려는 양소의 생각을 간파하고 모두 긴장했다.

하지만 양준의 몸속 사악한 기운의 영향으로, 양소는 마음을 다잡지 못해 눈앞의 상황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없었다. 그는 같은 양씨 가문의 자제로서, 더욱이 젊은 세대의 둘째로서, 지금 자신의 실력이 양준에게 훨씬 못 미치자 부러움과 함께 질투심도 생겼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점점 커지면서 눈동자마저 빨갛게 되었다.

“빨리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분명 큰 화를 입을 겁니다.”

향초가 옆에서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양소는 드디어 결정을 내리고 고개를 거듭 끄덕이더니 하늘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외쳤다.

“전력을 다해 덤벼라.”

양소를 지키던 두 혈시는 순간 당황하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둘 중 한 명이 앞서 말한 것처럼 혈시당의 모든 사람들은 양준을 존경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양소는 그들에게 양준이 경지를 돌파하는 것을 저지하게 했다. 한순간 그들은 어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양준은 지금 아주 중요한 고비에 처해 있었다. 경지를 돌파하는 과정에 정말 방해를 받아 실패한다면 죽어서 영혼마저 사라질 수 있었다. 설령 그런 최악의 결과까지 아니더라도 평생 경지가 진원 경지 9단계에 머무를 수도 있었다.

두 혈시는 이런 간악한 짓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반감을 느꼈다. 그러나 어쨌든 양소는 그들의 주인이고, 현재 따르는 공자이므로 명을 받으면 움직여야 했다.

“내가 신경 쓰이지도 않는 거냐?”

지마가 낄낄 웃으며 한마디 내뱉었다. 줄곧 옆에서 구경만 하던 그는 진작 기혈이 들끓고 살기등등해 있었다. 양소가 양준의 안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그는 곧바로 차갑게 소리치며 당우선과 함께 두 혈시를 막아 섰다.

“정녕 미친 게로구나.”

추억몽도 화가 나서 소리치더니 양준 관저의 모든 이들을 이끌고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 양준을 겹겹이 감싸 그의 안위를 지키려 했다.

“막는 사람도 다 죽여라.”

양소가 험상궂은 얼굴로 자신의 관저 무인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마음속 사악함이 무한대로 커지자, 그는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향초는 인파의 뒤쪽에 서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음험하고 독한 눈빛으로 하늘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천지 기운을 받아 내는 양준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쾌감이 일렁거렸다.

이때, 양준이 차갑게 향초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남생은 죽었다. 너도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해.”

향초는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곧바로 걸음을 멈추고 소리쳤다.

“날 협박하기 전에 본인 걱정부터 하시지!”

양쪽의 무인들이 싸움을 시작했다. 지마와 당우선은 협력해서 양소를 지키는 두 혈시의 공격을 막아 냈을 뿐만 아니라, 상대편의 신유 경지 고수 열댓 명도 견제했다.

추억몽 무리는 인원수가 적었으나 양준의 곁에 둘러서서 서로 지켜주며 단시간 내에 방어가 뚫릴 염려는 없어 보였다. 각종 비보와 무공의 아름다운 빛이 활짝 피어오르며 칠흑같이 어두운 전성을 환히 비추었다.

횡포한 기운이 마구 쏟아지며 쌍방 간 접전이 펼쳐졌다.

*찻집 안,

양위는 쓰린 마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둘째의 행동이 너무 지나칩니다.”

류경요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승 싸움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양준은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만약 정말 변고가 생기면 그의 일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양위는 말하는 한편,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변장하고 있던 것들을 벗어 던지고 원래 모습을 드러내었다.

“대공자께서 나서는 겁니까?”

류경요가 그를 곁눈질하며 무덤덤하게 물었다.

“예, 양씨 가문의 맏이니까요.”

양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말을 마치고 신형이 번쩍하더니, 양위는 자신을 지키는 혈시를 거느리고 양소의 관저 쪽으로 날아갔다.

류경요는 순간 당황하다가 이윽고 미소를 지었다.

“대공자가 진정한 군자로구나!”

양위는 계승 싸움 후보자가 아니라, 양씨 가문의 맏이로서 나선다고 했다. 이는 이번 행동은 오직 그 자신만을 대표함을 의미했다. 사실 양위는 이 기회에 관저의 사람들을 이끌고 양준 관저를 기습하거나 아니면 양준 관저의 무인들과 손잡고 양소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남의 상황을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류경요가 칭찬할 만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