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12화 (512/853)

제 512장. 태상장로가 나서다

신식을 펼쳐 보던 몽무애는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전성 안 사방팔방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그들은 계승 싸움과 연관이 없었지만, 양준 몸속의 기운에 영향을 받아 마음속의 사악함이 끌려 나왔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자그마한 갈등도 큰 싸움으로 번졌다.

지금 이 순간, 전성 전체는 공포에 휩싸인 채 곳곳에서 피를 튀기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준이 몸속으로 사악한 기운을 거두어들이지 않는 한, 상황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한 사람의 힘이 성 전체에 영향을 주다니, 전무후무한 일이로다.’

몽무애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별안간 그의 얼굴빛이 바뀌더니 전성의 한가운데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탄식했다.

“결국 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군.”

“움직이다니요, 누가요?”

하응상이 다급하게 물었다.

“늙은이들 몇 명 있다. 넌 저택으로 돌아가 있거라. 여기에 있으면 위험해.”

몽무애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돌아가기 싫어요. 사제가 아직 저쪽에 있잖아요.”

하응상이 고개를 저으며 양준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양준을 데리고 돌아올 테니.”

몽무애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응상은 한참 동안 갈등하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 약속 지키셔야 해요. 양준을 데려오지 못하시면 저도 양준을 따라갈 거예요.”

말을 마치고는 바람같이 양준 관저로 달려갔다.

그녀는 자신이 남아도 양준을 도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부의 짐이 될 거라는 것을 알기에 더는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몽무애는 제자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양준한테 무슨 빚을 졌기에 이렇게 나서야 되는 거지?! 참!’

멀리 여덟 그림자가 양준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몽무애는 가볍게 탄식하고서 그 역시 그쪽으로 날아갔다.

*여덟 그림자는 봉신전의 태상장로들이었다. 그들은 원래 양소와 양준의 사활을 건 전투는 상관하지 않으려 했었다. 사실 이런 전투는 그들과 아무 연관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전성 전체가 사악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고, 모든 이가 많거나 적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나서서 이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여덟 명의 얼굴빛은 냉담했다. 그중 몇 명은 양준 때문에 방해를 받아 불쾌하기까지 했다.

양준에게서 멀지 않은 곳까지 이르러 여덟 명은 멈춰 섰다.

아무도 여덟 명이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때문에 그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났을 때, 모든 이가 깜짝 놀랐다.

“그만!”

양립정이 담담하게 외쳤다. 그 외침 소리에 상호 공격하던 양소 관저와 양준 관저의 무인들은 모두 멈춰 섰다. 마치 어떤 힘이 그들의 동작을 강제로 멈추게 한 듯했다.

양위는 표정을 가다듬고 얼른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양소는 시뻘건 눈을 한 채, 급히 험상궂은 표정을 거두고 표정을 가다듬더니 마찬가지로 인사를 올렸다. 그는 태상장로들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찻집에 있던 류경요도 서둘러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모두 공손하게 행동했다.

양립정은 덤덤하게 양소를 힐끗 보았다. 곧 그가 냉담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기운을 뿜자 기운이 양소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 기운이 들어가자 양소의 눈동자가 다시 맑아졌다. 그는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았다. 방금 전, 자신의 명령과 행동을 떠올리자,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배어 나왔다.

정신을 차린 뒤에야, 그는 이성을 회복했다.

“겨우 사마의 기운도 버티지 못하다니. 그런 심성으로 양씨 가문의 후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양립정이 가볍게 꾸짖었다.

양소는 얼굴빛이 급변하며 고개를 푹 떨구고 공수하며 말했다.

“장로님을 실망시켜 죄송합니다.”

양립정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양소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러한 무시에 그는 부끄럽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자신이 확실히 양준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급히 떨쳐 내려고 애썼다. 그는 자신이 다시 사악한 기운의 영향을 받을까 두려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 더는 양씨 가문에서 빛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넌 그래도 제법이구나.”

양립정은 양위를 흘끔 보고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위는 칭찬에 놀라지 않고 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태상장로님.”

양소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악한 기운에 영향을 받았다. 반면 양위는 줄곧 본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양립정은 그를 높게 평가했다.

“저 아가씨도 제법이군.”

뚱뚱한 몸집의 태상장로가 추억몽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는 양준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우리 추씨 가문의 사람인데 당연하지.”

추도인의 얼굴에는 거만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추억몽이 무척이나 대견했다.

“태상장로님을 뵙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여기까지 왕림하신 연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추억몽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하고서 물었다.

말하는 순간,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다. 봉신전의 태상장로들은 줄곧 조용히 지내며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분명 양준 때문일 터였다. 그리고 지금 양준의 상태도 심상치 않았다. 8대 가문과 창운사지는 대립각을 이루고 있었으며 특히 위 세대들은 사마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런 그들이 지금의 양준을 본다면 어찌할까? 그녀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추도인이 얼굴빛을 바로 하고 말했다.

“그건 여기 양 씨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이건 양씨 가문의 사람이 일으킨 일이니 말이다.”

추억몽은 곧 양립정에게 시선을 돌렸다.

양립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센 천지 간의 기운을 받아 내는 양준을 지켜보더니 얼굴빛이 점점 싸늘해졌다.

추억몽은 가슴이 철렁했다.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왔다.

양립정은 분명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양준은 양씨 가문의 사람이고, 양립정의 후배였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아마 진작 죽여 버렸을 것이다.

“어이, 늙은이. 구경하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도련님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용납 못 한다!”

지마가 분수를 모르고 섬뜩하게 웃으며 양립정에게 말했다.

모든 이의 얼굴빛이 변했다.

‘감히 신유 경지 이상의 무인 앞에서 이처럼 망언을 하다니!’

지마의 말에 태상장로 여덟 명은 동시에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신식 여덟 갈래가 지마의 몸에 고정되었다. 순간 지마의 온몸의 사기가 세차게 분출되며 양준 몸속의 사악한 기운과 서로 어우러졌고, 한순간 모든 이들은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 느낌을 받았다.

“저 아이의 사공은 당신이 가르친 건가?”

양립정은 지마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무덤덤하게 물었다.

“내가 도련님께 가르침이라니, 난 그럴 능력이 없어. 이 모든 건 도련님께서 직접 이루어 내신 거다. 너희 양씨 가문에서 도련님 같은 사람이 나온 것도 너희 복이다. 양씨 가문의 미래는 도련님께 달린 것 같으니까.”

지마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마가 많은 이들 앞에서 망언을 서슴지 않고, 심지어 신유 경지 이상의 태상장로 여덟 명 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하자, 모든 이들이 수상쩍어하며 흘끔흘끔 곁눈질했다.

“헛소리!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구나.”

양립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손을 흔들어 초식을 날렸다.

양립정의 초식에 지마는 저도 모르게 몸이 가라앉으며 하마터면 땅바닥에 무릎을 꿇을 뻔했지만, 여전히 꿋꿋하게 버텨 냈다. 반면 그와 가까운 곳에 있던 괴뢰혈마가 폭발하면서 향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마의 눈동자에서 싸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차갑게 양립정을 바라보았다.

“엥?”

태상장로 여덟 명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마가 실력이 이처럼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양립정의 초식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해도, 신유 경지 무인이 막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뼈가 부러지고 피를 토하며 심한 충격을 받고 쓰러져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지마는 단지 몸이 살짝 가라앉았을 뿐이었다. 이는 신유 경지 무인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양립정은 진작부터 지마가 언짢았다. 하지만 절정 고수로서 한 번의 초식으로 끝내지 못했다고 체면을 구기고 계속해서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더는 지마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지마는 연신 섬뜩한 미소를 지었고, 양립정을 바라보는 눈빛도 점점 위험하게 변했다.

힘들게 만든 괴뢰혈마가 양립정의 초식에 가루가 되어 버리자, 그는 화가 났다. 그러나 양준의 현재 상태와 처지를 생각하자, 하는 수 없이 울분을 삼키며 감히 따질 수가 없었다.

“어르신, 무슨 일로 여기까지 걸음하셨는지 모르겠지만… 하실 말씀이 있으면 우선 제게 말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후에 양준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준은 지금 경지를 돌파하느라 여유가 없습니다.”

추억몽은 조심스럽게 양립정을 부른 다음, 마음을 졸이며 메마른 입술을 움직여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녀는 양립정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었지만, 감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이런 말로 양준에게 시간을 벌어 주고, 동시에 양립정이 혈육의 정을 생각해 너무 매정하게 처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양립정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오로지 천지의 기운을 받고 있는 양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고, 표정도 차갑기만 했다.

금신의 사악한 기운은 양준의 의식이 잠긴 다음부터, 끊임없이 밖으로 분출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멈추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점점 더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양립정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다른 일곱 명의 장로들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저대로 두면 정말 주화입마에 빠지겠군! 괜찮은 유망주였는데 아쉽게 됐어.”

뚱뚱한 태상장로가 탄식했다.

그는 진작부터 양립정에게 양준의 폭주를 제지하라고 말했지만, 양립정은 듣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룬 결과, 이미 만회할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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