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30화 (530/853)

제 530장. 7대 세가의 지원

7대 세가의 지원 세력 중에서 추씨 가문은 추억몽을 통솔자로, 곽씨 가문은 곽성진을 통솔자로 보냈다. 그리고 강참, 고양풍도 모두 도착했다. 심지어 류경요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는 류씨 가문의 고수들을 이끌고 말없이 구석에 서 있을 뿐,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

이 성대한 장면을 바라본 곽성진은 입을 삐죽거렸다.

“웃기는군.”

“웃기긴 해.”

추억몽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7대 세가는 힘을 합쳐 양준을 핍박할 때도 여전히 젊은 세대의 자제를 통솔자로 내세우다니. 양씨 가문의 계승 싸움이라는 무대를 빌려서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속이겠다는 거지.”

곽성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인 건 알아.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7대 세가가 힘을 합쳐 양준을 대적하는 걸 알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 눈에는 계승 싸움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일 테니까. 계승 싸움은 완벽하게 막을 내려야 하는데 얼렁뚱땅 양준이 그냥 탈락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 그렇게 되면 꼴이 말이 아니잖아.”

양위가 이 상황을 알아챈 것처럼 추억몽과 곽성진도 눈치를 챘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더 이상 계승 싸움이라고 할 수 없었다. 계승 싸움이라는 무대를 빌려 7대 세가에서 손잡고 연극을 펼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었다.

추억몽과 곽성진의 밀담은 다른 공자들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강참과 고양풍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추억몽과 곽성진에게 다가갔다.

곽성진은 다가오는 두 사람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강 공자, 상처는 좀 어떻습니까?”

“걱정해 주신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양준 공자가 그래도 자비를 베풀어서 근골이 상하진 않았습니다.”

강참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준에게 당해 부상당한 일로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거 참 잘됐습니다. 하하.”

곽성진은 거짓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곽성진이 자신들을 별로 마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고양풍과 강참도 어쩔 수 없었다. 고양풍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곽 공자, 저와 강 공자가 비록 양준 공자와 대립하긴 했지만 형세가 그랬을 뿐, 저희는 양준 공자의 수단이나 실력에 감탄해 마지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친분을 맺고 싶을 따름이지요.”

“그렇습니까?”

곽성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분께서 그런 생각을 지니고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고 공자와 강 공자께서는 인품이 훌륭하신가 봅니다. 양준이 두 분을 그렇게 대했는데도 양준과 친분을 맺길 원하다니. 하하, 진심이십니까?”

“곽 공자, 아직 저희를 경계하고 계신다면 저희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고양풍이 정색하며 말했다.

곽성진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웃음기를 거두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고양풍도 태연한 표정으로 그와 마주 보았다.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게 뭔데요?”

줄곧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추억몽이 물었다.

고양풍은 미간을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는 그저 이해가 안 가서요. 도대체 왜 7대 세가가 양준 공자를 몰아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양씨 가문에서는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요. 두 분은 줄곧 막내 공자의 곁에 계셨으니 알고 있는 것이 저희보다 많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강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이번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집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가 아버지에게 불려 나왔습니다. 아버지께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더군요. 두 분께서 아시는 게 있다면 저희에게도 말씀해 주십시오. 혹 얘기하기 곤란하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곽성진은 말없이 추억몽을 바라보았다.

양준 관저에 있었던 시간은 둘이 같지만, 그는 양준 관저의 일에 끼어들지 않은 데다가 평소 양씨 가문과의 접촉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추억몽은 종종 양준과 사적으로 상의도 하고 얘기도 나누어서 관저의 일에 대해 잘 아는 편이었다. 고양풍과 강참이 던진 질문은 그도 궁금한 바였다.

세 사람의 시선을 마주한 추억몽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저도 아는 게 없어서 확답을 드리기가 어렵네요.”

고양풍과 강참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어느 정도는 추측을 하고 있어요.”

추억몽이 말했다.

“자세히 말씀해 보시지요.”

강참과 고양풍은 눈을 반짝였다.

“양준을 이렇게 대하는 이유는 아마 양준이 사람들의 분노를 샀거나 8대 세가의 금기를 범했기 때문이겠죠!”

추억몽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예를 들면 지금 널리 알려진 정보들 말이에요.”

사공을 수련했다는 점이나, 사주와 같은 문파 출신이고 또 사파의 제자를 거두어들인 점이나, 그리고 주화입마의 징조가 보인다는 점이나……. 이런 일들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 그것으로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으니 큰일이 되었다.

“그런 거라면 저희도 짐작하고 있습니다. 가문에서 저희들을 파견할 때도 그렇게 말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양풍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원인이 있습니까?”

강참이 다급히 물었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7대 세가가 원하는 걸 양준이 가지고 있어서겠죠.”

추억몽은 냉소하며 말했다. 말을 마친 뒤, 그녀는 문득 눈앞이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파르르 떨며 결정적인 것을 알아차린 듯,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몇 사람도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일은 이익 때문에 일어나는 법, 이 이유라면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추억몽의 복잡한 표정을 본 그들은 그녀가 이유를 알아차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하지 않으니 강참과 고양풍도 물어보기 무엇했다. 하지만 7대 세가의 이번 행동은 께름칙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양준을 상대하려면 7대 세가의 저력과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면 될 것을, 굳이 계승 싸움이라는 무대를 빌리다니.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은 순식간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이 말할 때, 류경요는 줄곧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곳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다들 신식이 자신들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류경요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것이다.

네 명은 그를 경계할 생각도 없었다.

*같은 시각, 관저 안.

양소는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침대 가에 앉아 있었다.

짧은 열 며칠 동안 기세 넘치던 양소는 초췌해져 핏기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푹 꺼져 들어간 두 눈은 핏발이 잔뜩 서서 무시무시해 보였다.

엽신유는 요염한 몸짓으로 양소의 앞을 왔다 갔다 하며 현재의 상황을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퀭하던 양소의 눈에 정기가 돌았다. 시뻘건 눈동자도 차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7대 세가에서 가문당 최소 스무 명의 신유 경지 6단계 이상의 고수를 보내왔어요. 그중에는 신유 경지 정상도 있지요. 7대 세가는 둘째 공자께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최대한 빨리 양준을 이겨서 계승 싸움의 승리를 얻길 바라요."

“7대 세가에서는 어찌하여 그리 많은 고수들을 보낸 것입니까?”

양소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탓에 양소의 목소리는 갈라져 힘이 없었다. 마치 오랜 지병으로 오늘 내일 하는 사람 같았다.

엽신유는 깔깔 웃더니 말했다.

“제가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양준은 사주가 될 가능성이 큰 위험한 인물이라고요. 그러니 양씨 가문과 7대 세가도 방관할 수 없는 거죠. 지금 그들은 모두 이 관저에 모여서 공자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어요. 양씨 가문 가주의 자리가 공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어요.”

“정말 그 이유뿐입니까?”

양소는 음산한 시선으로 눈앞의 나긋나긋한 여인을 노려보았다.

“그럼 다른 이유가 더 있겠어요?”

엽신유는 어안이 벙벙해하다가 곧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양소의 한쪽 팔을 붙잡고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차림새를 가다듬고 나가시죠. 그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나가지 않을 겁니다.”

양소는 여전히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 이처럼 놀라운 소식에도 기운을 차릴 수 없었다. 그는 말하면서 엽신유가 잡은 팔을 빼냈다.

엽신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양소가 전혀 기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양소가 고개를 저었다.

“계승 싸움은 우리 양씨 가문 형제들 사이에서 힘과 지혜, 인맥과 인품을 겨루는 자리입니다. 이 싸움에서 저는 이미 패배했습니다. 한 번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니,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나질 않습니다.”

“어째서죠? 저택에 많은 고수들이 와 있어요. 모두 공자를 도와주기 위해서 온 거예요. 지금이 바로 자리를 털고 다시 일어날 때라고요.”

엽신유가 위로를 건넸다.

“7대 세가의 사람들이라… 하하!”

양소는 냉소했다.

“제가 만약 저 사람들을 거느리고 막내를 탈락시켜서 가주 자리에 앉는다면 평생토록 마음이 편하지 못할 겁니다!”

“공자, 정신 차리세요.”

엽신유는 입을 삐죽거렸다.

“애초에 관저에 있던 사람들로는 양준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잡지 않겠다는 건가요?”

잠깐 뜸을 들이고서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

“설마 세상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우신 거예요? 큰일을 하려면 사소한 것들을 무시할 줄도 아셔야 해요. 역사도 모두 승리자가 쓴 거잖아요. 공자께서 양씨 가문의 가주가 되면 누가 감히 비난하겠어요?”

양소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엽신유는 인내심을 잃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큰 판을 보시기 바라요. 이것도 양씨 가문이 묵인한 일인데, 공자께서 나서지 않는다면 가문의 뜻을 어기는 거잖아요. 양씨 가문의 둘째 공자가 지금은 이리 비 맞은 개 꼴이라니. 세상 사람들이 비웃을 거예요.”

양소는 고개를 번쩍 들고서 시뻘건 눈으로 엽신유를 쏘아보았다. 엽신유는 당황했다. 곧 목이 조이는 느낌이 들더니 눈앞이 어지러웠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침대에 던져진 상황이었다. 쇠테 같은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목을 꽉 누르고 있었다.

엽신유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양소의 상대가 아님을 떠올렸다.

“지금 무슨…….”

엽신유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문 채, 애원하는 눈빛으로 양소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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