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32화 (532/853)

제 532장. 변수를 만들다

7대 세가의 공자와 낭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엽신유는 상석에 앉아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은 일리가 있고 논리가 명확해 다들 엽신유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저 애교나 부릴 줄 아는 여인은 아니었군.’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복병이요? 무슨 복병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양풍이 물었다.

엽신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막내 공자께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복병이 되겠지요.”

고양풍은 미간을 찌푸렸다. 엽신유가 이렇게 말을 돌려 하자, 그는 언짢은 기분이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엽신유는 깔깔 웃더니 시선을 추억몽에게 던지고 말했다.

“추 언니야말로 양준에게 가장 큰 복병이 되겠지요.”

추억몽은 고개를 번쩍 들고 화난 눈빛으로 엽신유를 노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엽신유가 무슨 꿍꿍이인지 눈치챈 것이다.

“추 언니는 줄곧 막내 공자의 저택에서 함께 일을 도왔으니 막내 공자의 오른팔이나 다름없죠. 여기에 계신 누구보다도 막내 공자를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막내 공자는 아마 아침에 떠난 언니가 하루 만에 적을 이끌고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겠죠.”

“엽신유,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하고 뱉으시죠.”

곽성진은 음산한 눈빛을 번뜩이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엽신유는 피식 비웃었다.

“곽 공자, 그게 무슨 뜻이죠?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설마… 저한테 불만이 있는 건 아니시죠?”

곽성진은 냉소하였다.

“잊지 마세요. 저는 둘째 공자를 대신해서 나온 거예요! 제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둘째 공자의 말씀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예요. 저한테는 곽 공자를 저택에서 내보낼 자격이 있어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둘째 공자 관저에 절대로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엽신유는 말에 독을 품고 한껏 비꼬았다.

곽성진은 안색이 변하더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협박했던 말이 떠오르자,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입을 벙긋거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입 모양으로 보아 욕을 하는 듯했다.

엽신유는 또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이렇게 의견은 냈지만 이는 그저 수많은 방법 중에 한 가지일 뿐이랍니다.”

“또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고양풍이 물었다. 계승 싸움을 한 번 겪고 난 엽신유는 놀랄 정도로 성숙해진 듯했다. 예전에 그녀는 이렇게 꿍꿍이가 많지도 않았고, 태도가 강경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양소의 옆에 오래 있다 보니, 보고 들은 것이 많아서 그리 된 것 같았다.

“지난번에 막내 공자가 남생과 향초를 죽인 사건으로 보아, 그는 자신의 친구를 굉장히 아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 언니도 그의 친구이니 아마 언니에게 손대지 못할 거예요.”

“그건 그렇지.”

강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엽신유의 분석에 일리가 있었다.

지난번 향초와 남생은 능소각 제자 한 명을 다치게 해 양준에게 쫓기다가 양소 관저에 숨어들었지만 결국 죽음을 면치 못했다. 추억몽과 양준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어려움도 함께 이겨 냈고, 그녀가 양준 관저에 공헌한 것이 적지 않았다. 양준의 성격으로 그녀에게 손댈 리가 없었다.

“그러니 언니가 사람을 거느리고 가면 피를 보지 않고도 쉽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엽신유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추억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언니 생각은 어때요?”

추억몽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네가 잘못 생각했어. 양준은 친구를 아끼긴 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이기적인 사람이야! 우정과 이익이 충돌할 땐 자신의 이익을 더 우선시할 거라고.”

엽신유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언니는 막내 공자에 대해 아는 게 정말 많네요. 제가 봤을 땐 반드시 언니가 나서 줘야 할 것 같은데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추억몽을 노려보았다. 추억몽이 허락하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을 듯했다.

“그래.”

추억몽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동생이 이렇게 말하니 네 말대로 할게. 날 이용해서 양준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언니는 역시 시원시원하시네요. 너무 좋아요.”

“동생 덕분이지. 이렇게 큰 공을 언니에게 양보하다니.”

추억몽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엽신유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야말로 며칠 전에 언니한테 환대를 받았잖아요. 깔깔… 절대 잊을 수 없죠.”

편전의 분위기가 음산해지기 시작했다.

고양풍과 강참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그들은 두 여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이 며칠 전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며칠 전, 엽신유는 몰래 양준 관저에 숨어들어가 그를 유혹하려다가 결국 홀로 편전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추억몽은 호위를 시켜 문 앞에서 편전을 지키게 했다. 그녀는 그렇게 사흘이나 편전에 갇혀 있었다.

엽신유가 어찌 이런 크나큰 수모를 잊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7대 세가 연합군으로 가장 먼저 추억몽에게 사적인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녀가 댄 핑계와 수완은 교묘해 추억몽조차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추억몽도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언니가 복병이 되어 첫 전투를 치르는 거예요.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요.”

“고마워.”

“그러면 말 나온 김에 지금 바로 움직이시죠.”

엽신유가 말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엽신유가 이토록 급할 줄 몰랐던 것이다.

“빠를수록 좋잖아요. 오늘밤을 틈타 기습하면 쉽게 이길 수도 있을 거예요.”

엽신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리 있네. 그럼 바로 출발할게.”

추억몽은 가볍게 웃더니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추억몽……!”

곽성진이 일어서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렀다. 추억몽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밖으로 걸어나갈 뿐이었다.

추억몽이 떠나자, 곽성진은 고개를 돌리고 음산한 눈빛으로 엽신유를 노려보았다.

“추억몽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넌 가장 싼 기루에 팔릴 거야. 그때면 누구라도 널 맛볼 수 있겠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넌 들개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누더기가 될 거야!”

엽신유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그녀는 화내지 않고 오히려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곽 공자, 괜한 걱정을 하시네요? 추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기다니요. 정말 막내 공자가 언니에게 손댈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는 주화입마에 빠져서 친구도 못 알아보는 수준이겠어요.”

잠깐 숨을 고르고서 그녀가 또 말을 이었다.

“곽 공자께서 이리 걱정을 하시니, 저희도 나가서 한 번 볼까요?”

강참과 고양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엽신유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추억몽 한 명만으로 양준을 패배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양준이 아무리 정에 약한 사람이라도 바보가 아닌데 어찌 손놓고 잡힐 수 있겠는가? 그들이 따라간다면 싸움이 났을 때, 대응하기도 편했다.

곧이어 모든 이들이 일어서더니 일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달이 밝은 밤, 전성 전체는 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양준 관저.

관저 안의 무인들은 이미 추억몽과 곽성진이 떠난 충격에서 빠져나와 마음을 가라앉혔다.

양준 관저의 우세는 아직 컸다. 추억몽과 곽성진이 떠나도 그들은 계승 싸움에서 양준이 이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만 양준이 낮에 말한, 8대 세가와 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좀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누군들 8대 가문과 척을 지고 싶겠는가? 그건 자신뿐만 아니라 배후의 문파, 가문까지 연관되는 일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저택에는 정적이 흘렀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양준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급히 일어선 그는 밖으로 걸어갔다.

방문을 열자마자 옷깃이 스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영구, 지마, 당우선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막내 공자……!”

당우선이 불렀다.

“알고 있어.”

양준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가서 다들 일어나라고 해.”

당우선은 다급히 신식의 힘을 펼쳐 저택 전체를 뒤덮었다. 신식에 담긴 부름을 들은 저택의 세력들은 모두 신속하게 모였다.

“에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옆에서 전해졌다. 그곳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 담청색 머리카락의 수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구는 실눈을 떴다. 그는 지금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령이 무척이나 꺼려졌다.

‘어린 나이에 신유 경지 8단계의 경지를 갖추었다니. 일 대 일로 싸운다면 내 상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체질이 특수해 내가 붙잡아둘 수 없어. 패혈광술을 사용해도 안 돼.’

“추억몽이 사람들을 거느리고 온 모양인데.”

수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네. 그녀와 사이가 꽤 좋았는데. 둘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나도 모르니까 묻지 마.”

양준이 화난 얼굴로 말했다.

수령이 알아챈 것을 양준이라고 어찌 모를까? 선두에 선 사람은 아침에 떠난 추억몽이었다.

그녀는 신유 경지 6단계 이상의 고수 이십여 명과 함께 왔다. 평온한 기운이 느껴지는 추억몽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살기등등했다. 그의 관저를 공격하러 오는 것이 분명했다.

양준은 추억몽이 한 결정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온 것도 사실이었다.

“나가 보자.”

그는 코웃음을 치고는 먼저 성큼성큼 나갔다. 영구와 당우선, 지마도 따라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관저 밖에 도착했다. 관저의 무인들도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뛰쳐나와 양준의 옆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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