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8장. 대단한 수단
신비한 기운에 휩싸여서 당최 실력을 파악할 수 없는 몽무애는 그렇다 쳐도, 능태허는 신유 경지 이상의 인물이었다. 신유 경지 이상과 싸우게 된다면 전성 전체가 초토화될 수도 있었다.
“내게 자격이 없다라! 하하”
몽무애는 느긋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차치하고 저 아래에 있는 녀석도 일 대 일로 싸운다면 당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거요.”
그는 말하면서 멀리 아래쪽에 있는 지마를 가리켰다.
지마는 히죽 웃으며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었다.
“저 자가?”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는 속으로 흠칫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자가 뭐라고 감히!”
얼굴에는 경멸과 무시가 가득 했다.
그뿐만 아니라 태상장로들 중 몇몇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속으로 몽무애가 늙어서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지마, 몽무애, 능태허 중에서 그들은 능태허를 가장 경계했다. 능태허는 신유 경지 이상의 인물로 같은 경지에서 그들보다 실력이 더 좋았다. 게다가 그는 사주를 양성한 사람이 아닌가!
다음은 몽무애였다. 몽무애는 신유 경지 정상이지만 그들은 왠지 그를 꿰뚫어볼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꿰뚫어 볼 수 없는 사람한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마는… 비록 몽무애와 마찬가지로 신유 경지 정상의 인물이었지만 그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들은 지마 정도의 무인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지난번, 양립정이 지마가 만든 혈마괴뢰를 일격에 죽여 버렸는데도 그는 반항하지 못했잖는가? 그로 미루어 보아 지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가 비꼬자 몽무애는 웃음을 터뜨렸다.
“마두, 저들이 널 얕보는데 어찌할 것이냐!”
“얕보면 얕보는 거지, 뭘 어떻게 해?”
지마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수모를 당했다고 화내는 기색이 전혀 없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참을 수 있겠나?”
몽무애는 웃는 얼굴로 지마를 바라보았다.
“네 잔혹한 성격으로 저 안목 없는 이들을 혼내 줘야 하지 않겠어?”
“안목이 없긴 한데 내가 저들을 상대해서 뭐 하겠나?”
지마는 섬뜩하게 웃으며 몽무애와 담소를 나누었다. 태상장로들을 아예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대화를 듣던 사람들의 기분이 묘하게 변했다. 말을 들어 보니 마두의 수단이 정말 대단한 듯했다. 심지어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들도 안중에 두지 않을 정도라니.
‘그럴 능력이 될까? 그럴 자격이 있을까?’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순간, 지마는 진지한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긴 한데 대놓고 무시를 당했으니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무시를 당하겠지. 휴, 힘들어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이 초식은 보여주지 않는데 말이야.”
동시에 들끓고 있던 그의 진원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고인 물처럼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마영성법(魔影聖法)!”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지마의 입에서 터져 나오더니 그 소리와 함께 천지간의 기운이 어지러워졌다. 그와 동시에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피가 함께 들끓는 것을 느꼈다. 마치 지마의 몸에서 대적할 수 없는 흡입력이 생겨나 그들 몸속의 피를 모조리 뽑아 갈 듯한 느낌이었다.
실력이 약한 무인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한 흡입력에 그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갖 구멍에서 피가 쏟아졌다.
신유 경지의 무인들도 묵묵히 공법을 운행하며 힘들게 막아 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누구도 지마가 무슨 수단으로 이런 효과를 만들어 냈는지 알지 못했다.
슈슈슉-
빨간 핏빛이 사방팔방에서 쏘아지며 모두 지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핏빛은 모두 선혈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피는 죽은 무인들의 것이었다. 7대 세가 연합군의 고수든, 양준 관저의 무인이든, 죽은 사람들 몸속의 피는 한순간에 전부 빠져나왔다. 심지어 땅에 침투되었던 피도 거대한 흡입력으로 인해 모두 빨려갔다.
지마는 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몸에 받아들였다. 그는 잘 익은 게처럼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내 그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혈이 느껴졌다. 양씨 가문 혈시들이 펼친 패혈광술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사방 백 장 범위 안에 있는 피를 전부 빨아들이자 흡입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유 경지 8단계 이하의 무인들은 양준 관저의 무인들을 포함해 전부 온갖 구멍으로 피를 흘렸다. 하지만 생명의 위험은 없었다.
지마는 그나마 적정선을 지켰던 것이다. 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목숨을 잃게 하지는 않았다.
이윽고 천지를 뒤흔드는 기운이 지마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보이지 않는 기운은 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졌다.
그의 기세가 점점 더 오르더니 놀라운 속도로 신유 경지를 돌파했다. 그러고도 기세는 여전히 오르고 있었다…….
태상장로들은 눈동자를 심하게 떨면서 놀란 눈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놀라운 기세는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마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팔다리를 놀려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걸렸다.
태상장로들은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다급히 신식을 펼쳐 지마를 살펴본 그들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신유 경지 이상이었다. 지금의 지마는 진정한 신유 경지 이상이었다.
정신을 차린 태상장로들은 그제야 말도 안 되는 점들을 인지했다. 마영성법이 도대체 무슨 비법이고 또 무슨 등급의 공법이란 말인가? 어떻게 신유 경지 정상의 무인이 짧은 시간 안에 신유 경지 이상에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인가?
양씨 가문 혈시당의 금기 비법인 패혈광술도 이런 효능이 없었다.
도봉 같은 혈시들이 패혈광술로 무장했을 때에는 신유 경지 이상의 무인과 몇 수 겨룰 수는 있지만, 그래도 신유 경지 이상과는 실력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마는 정말로 신유 경지 이상이 되었다.
순간, 태상장로들의 호흡이 가빠지더니 눈알도 빨개졌다. 이런 엄청난 비법을 손에 넣는다면 가문의 위세가 얼마나 높아지겠는가?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들은 8대 세가라 해도 몇 명 없었다. 하지만 신유 경지 정상급 인물은 많았다. 만약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 비법은 대단한 작용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제대로 싸워 볼 마음이 생겼어?”
지마는 음산하게 태상장로들을 바라보았다. 태상장로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지마에게 막말을 하던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는 안색이 참담했다. 같은 신유 경지 이상으로 그가 지금 어찌 지마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영성법이라, 괜찮군.”
몽무애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자네가 만든 혈마괴뢰와 상부상조하는 효력이 있는 거지?”
지마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다 까발리지 마.”
몽무애는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한눈에 마영성법과 혈마괴뢰 사이의 미묘한 연계를 알아챘다. 마영성법은 대량의 신선한 피가 있어야 펼칠 수 있는 무공이었다. 등급이 높은 무인의 피일수록 지마의 경지는 더욱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 조건은 문제점이 있었다. 지마가 사용할 피가 항상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혈마괴뢰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혈마의 가장 큰 작용은 바로 평소에 죽은 사람의 피를 모아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혈마의 자체 전투력은 그 다음이었다. 필요한 시기가 오면 지마는 혈마를 죽여 그의 몸속의 피로 마영성법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런 재주도 있었어?”
양준도 놀란 눈으로 지마를 바라보았다. 지마와 몽무애가 모두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속으로 둘의 저력을 짐작한 적도 있지만 결국 자신이 두 사람을 저평가한 듯했다.
“주인, 용서하시게. 웬만하면 이 초식을 사용하지 않았네. 전에도 시전한 적이 없었다네.”
지마가 웃으며 말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남의 비밀을 캐묻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말을 마친 그와 지마는 시선을 몽무애에게 던졌다.
“몽 주인, 자네도 보지만 말고 좀 돕지? 나와 능 장문인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까.”
지마가 말했다.
상대는 여덟 명인지라 수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지마와 능태허는 강했지만 그들을 모두 물리치기는 힘들었다.
몽무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글자를 내뱉었다.
“해제!”
촤악-
그러자 몽무애의 몸속에서 쇠사슬 같은 무늬의 기운이 나타났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쇠사슬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그의 명령과 함께 깨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빛무리가 폭발하며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대적할 수 없는 위압감이 천지를 뒤덮었다.
몽무애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지금의 그는 방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신유 경지 이상!
단 두 글자만으로 순식간에 몽무애는 신유 경지 이상이 된 것이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지마와 전혀 달랐다.
지마는 비법을 펼쳐서 사방 백 장 안의 피를 빨아들여 자체의 실력을 높인 것이었다. 하지만 몽무애는 몸속의 봉인을 풀어 원래의 실력을 회복한 것이었다. 그 말인 즉, 몽무애는 원래부터 신유 경지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떠한 이유로 자신의 실력을 봉인한 것이었다.
이 사실에 태상장로들은 두려움에 잠겼다. 다시 몽무애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점점 더 몽무애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몽무애는 이미 그들이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지금은 몽무애가 그들에게 주는 압박감이 가장 강했고 그 다음이 지마였다. 실력이 가장 강하다고 여겼던 능태허가 가장 약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런 인원에, 이런 저력에…….
‘일이 커졌구나!’
태상장로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자신들이 나서면 바로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상황은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제야 열 며칠 전에 능태허와 몽무애가 그들이 양준의 진급을 막으려 할 때, 왜 그토록 태연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날 정말 싸웠더라면 양준을 막을 수 있느냐는 차치하더라도 전성 전체가 망가졌을 것이다.
이번 전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해서 다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동시에 모두 마음속으로는 더없이 긴장하고 흥분했다.
지마와 몽무애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단한 수단으로 일제히 신유 경지 이상으로 올랐다. 이는 일반 무인들이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다들 이곳에서 목숨을 잃어도 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일이 어떻게 발전할지 은근히 기대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