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41화 (541/853)

제 541장. 신식 대전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는 마치 양준을 이기기라도 한 듯이 7대 세가와 양씨 가문의 계획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모두 털어놓았다.

양씨 가문에서 양준 관저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양진과 장로 몇 명을 보내 협상한 것은 바로 이 계획 때문이었다.

7대 세가가 모두 양준을 노리고 있는 이상, 양준은 결국 압박을 이겨 내지 못하고 기꺼이 양씨 가문으로 돌아와 보호를 받으려 할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관저 내 무인들의 실력을 단시간 내에 끌어올린 비결을 가문에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양준이 양씨 가문에 돌아가면 무공을 폐해야만 했다. 이는 양준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7대 세가는 바로 이러한 양준과 양씨 가문의 미묘한 갈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했다.

그들에게 있어 이번 싸움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양준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이는 그들이 바라 마지않는 것으로, 때가 되면 7대 세가는 양씨 가문과 양준에게 숨겨진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협상할 수 있었다. 설령 양준을 사로잡지 못한다 해도, 그가 양씨 가문에 돌아가게 만든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가 말한 것처럼 7대 세가에서는 양씨 가문과 함께 연극을 하면서 적지 않은 사상자가 생겼다. 이에 대해 양씨 가문에서 어떻게든 보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립정이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난 것도, 남들과 함께 양준에게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양준이 남의 손에 잡히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양씨 가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말에 양준은 몰래 수긍하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명문 세가의 진면목으로, 가문의 일원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어떤 반항도 할 수 없고 가문의 요구에 반드시 복종해야만 했다.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가 한마디 덧붙였다.

“원래는 내 목적도 가문과 다르지 않았으나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 더 재미있는 것을 찾았지 뭐냐!”

“단기간에 신유 경지 이상으로 오를 수 있는 비밀이요?”

양준이 씩 웃었다. 그 역시 어리석지 않으므로 상대방이 무엇을 넘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 밤 몽무애와 지마는 각자 다른 신통력을 발휘해 자신의 실력을 짧은 순간에 신유 경지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다들 이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몽무애는 아마 원래 신유 경지 이상이었으나 어떤 원인으로 봉인했다가, 방금 전에 봉인을 해제하고 원래 실력을 회복한 듯했다. 이는 남이 흉내 낼 수도, 참고할 수도 없는 수단이었다.

반면 지마는 분명 비법을 써서 신유 경지 이상이 된 것이었다. 그 비법은 무엇보다 가치가 있었다.

8대 세가는 가문마다 적어도 열댓에서 스무 명 정도의 신유 경지 정상의 무인들이 있었다. 그 비법을 얻게 되면 위험한 상황에서 신유 경지 이상의 인원수를 확 늘릴 수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엽씨 가문이 이 비법을 얻게 되면 양씨 가문을 끌어내리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설령 지마의 수단이 피비린내가 나고 잔인하다 한들 어떠한가? 이익 앞에서는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과 수단을 사용하든지 상관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사고방식이었다.

“재미있군요. 제가 사마가 될 거라 호언장담하며 그리도 핍박들 하시더니. 이럴 때는 사마의 길이니 뭐니 따지지 않는 겁니까? 설마 그 사악한 방법으로 수련이라도 하시려고요?”

양준이 태상장로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어떤 힘이라도 가문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다.”

태상장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양준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사마의 길인 걸 알고 계셨나 보군요! 이거 참 놀랍네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를 압박하신 건 너무 웃기는 처사가 아닙니까?”

태상장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고려해야 하는 사안도 다른 것이다. 굳이 이렇게 된 원인을 꼽자면… 네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네가 내 경지까지 올랐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 강자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이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느냐!”

“알겠습니다. 결국 제가 아무런 힘이 없어서 이리 된 거군요.”

양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 네가 비록 양씨 가문의 공자라고는 하나, 우리에게는 애송이나 다름없다.”

“가르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언해 주신 대로 앞으로 모든 사람이 저를 우러러보도록 만들겠습니다.”

양준이 냉소를 흘리며 의지를 불태웠다.

“아니, 사람들이 널 우러러볼 일은 없을 거다. 네가 날 발견하지 못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널 여기서 내보내 줄 것 같으냐?”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저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를 죽이시려는 겁니까?”

양준은 상대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도리어 맞서 싸우고 싶다는 듯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널 죽이면 내가 어떻게 그 마두에게서 비밀을 알아내겠느냐? 널 조종하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높거늘. 그러니 너도 여기서 나가 외부에 도움을 청할 생각은 말 거라. 내가 나선 이상, 네 식해를 봉인할 것이다.”

“제가 언제 나간다고 했습니까? 잊으셨나 본데 여긴 제 식해입니다. 내가 주인이라고요!”

양준이 섬뜩하게 웃었다.

다음 순간, 식해에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렁였다. 곧이어 수많은 물줄기가 식해에서 교룡처럼 치솟아 오르더니 사방팔방에서 상대의 영체를 덮쳤다.

태상장로는 여유 있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처럼 거센 공격에도 전혀 대수롭지 않아 하더니 물줄기가 닿으려는 순간, 손을 휙 휘둘렀다. 그러자 물줄기가 모두 막혀 버렸고, 그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네 신식의 힘이 경지에 비해 강하긴 하나, 아직 멀었다, 애송아!”

태상장로는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태상장로가 어느샌가 모든 신식을 그의 식해로 몰래 침투시켰던 것이다.

신식이 모두 양준의 식해에 들어왔기에 태상장로의 본체는 아마 전혀 반항할 힘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모든 이의 시선은 신유 경지 이상의 접전에 몰려 있기에 누구도 엽씨 가문 태상장로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양준이 이곳에서 태상장로를 처리하지 못하면 그에게 조종되는 수밖에 없었다.

양준이 양손을 흔들자, 하늘의 새와 바닷물 속의 물고기들이 모두 날카로운 공격으로 변해 그를 덮쳤다.

태상장로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의 신식이 양준보다 강하다고 하나 양준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신유 경지 2단계밖에 안 되는 양준의 공격은 평범하지 않기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의 신혼 영체에서 무형의 힘이 한가득 뿜어져 나오더니 새와 물고기들을 공격했다. 태상장로나 양준이나 더는 여지를 남겨 두지 않고 양준의 식해에서 접전을 치렀다.

물고기들이 모두 빛으로 흩어졌고 새들도 모두 떨어졌다. 양준의 공격은 어떤 효과도 보지 못했다. 동시에 태상장로의 얼굴빛도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의 신혼 영체에서 발산된 힘이 끊임없이 소모되고 있었다. 양준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슈욱-

오색 섬에서 단검 모양의 신혼 비보가 자욱한 빛을 뿜어내자 태상장로는 더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얼굴빛이 급변했다.

신혼 비보는 천급 상품밖에 안 되지만 신식을 공격할 수 있어 그의 신혼 영체의 천적이었다.

양준이 비보로 공격하자, 그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수많은 신식이 녹색 빛을 띠고서 그의 영체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단단하고 커다란 그물을 이루면서 단검을 덮쳤다. 그물은 무척이나 질겨 단검이 부딪쳐도 그것을 뚫지 못하고 도리어 늪에 빠진 것처럼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 광경을 본 태상장로가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

“애송아, 순순히 잡히는 게 좋을 거다. 내가 직접 나선 것 자체가 네 체면을 봐준 것이니, 더 험한 꼴을 보기 전에 물러나거라.”

“이제 와 봐주는 척 마십시오! 그렇게 자신 있었으면 말할 시간에 진작 절 제압했겠죠!”

양준이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태상장로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인정하기 싫지만 양준의 말은 사실이었다. 양준의 식해에 잠입하기 전에는 그의 신식이 이처럼 강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었다.

양준이 말하는 한편, 손을 뻗자 그물에 묶였던 단검이 휙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신식을 주입하자 몇 자 길이의 단검은 순식간에 놀라운 빛을 뿜어냈다.

그는 단검을 거머쥐고서 섬뜩하게 웃더니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단검으로 확 내찌르자 단검 끝에서 십몇 장에 달하는 빛줄기가 튀어나와 상대를 덮쳤다.

태상장로는 안색이 바뀌더니 차갑게 소리쳤다.

“네놈이 미쳤구나!”

좀 전에 접전을 치를 때, 쌍방은 모두 신식으로만 싸웠다. 비록 소모가 있지만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은 없었다. 그러나 신혼 영체가 부상을 입으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가볍게는 백치가 되어 신혼이 크게 손상되고, 심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때문에 양준의 신혼 영체가 단검을 들고 달려들자 태상장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이런 식으로 싸운단 말인가?

방어벽을 몇 개 쳤으나 모두 양준의 신혼 비보에 뚫렸다. 눈 깜짝할 사이, 두 사람은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살 만큼 살았지만 태상장로는 죽음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연신 물러서며 양준과의 거리를 벌렸다.

“할 줄 아는 게 도망밖에 없나 보군요!”

양준이 뒤쫓으면서 쉬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조롱했다.

이곳은 그의 식해이므로 양준은 절대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었다. 아래쪽 바다에서 끊임없이 신식이 튀어 올라와 상대의 길을 가로막았다.

태상장로는 대꾸할 여유가 없었다.

“날 조종하겠다고 할 땐 언제고 도망만 치는 겁니까? 어디 또 허풍 떨어 보시죠!”

양준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지속적으로 말로 자극했고, 태상장로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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